여행을 길게 해보면 웬지 운 좋은 날, 거지 같은 날, 이거저거 섞여 터져 정신없는 날로 대체로 구분해 볼수 있다. 오늘은 전형적으로 세번째 유형의 날이다.
1. 기분 업 되는 상황
비슈케크 시내에 있는 2차대전 승전기념탑 victory monument 에서 내 사진을 좀 눌러달라고 부탁하다가 우연히 러시아 상떼부르크에서 놀러온 22세 프로페셔널 모델 "케이트"를 알게 되었다.
한국의 작가라고 했더니 바로 휴대폰 일지라도 몇 장 부탁한다고 정중하게 요청한다. 직업모델은 작가라면 다 존중한다.^^
어째 늘씬한게 바디 쉐이프가 많이 다르더라 ㅋㅋㅋ
직업모델로서 돈을 벌고 있으며, 러시아인이지만 영문 이름을 쓰는것은 전세계 차원의 활동을 위해서란다
내 카메라가 있었으면 제대로 길이 남을 작품을 건질텐데 아쉽기 짝이없다. 평생의 이런 기회를 요렇게 휴대폰 들고 날리다니 .....
포즈를 잡아주는데 이건 자세가 완연히 다르더라. 직업정신이 투철.
내 작품을 받겠다며 내 전번도 따갔다 ㅎ
2. 기분 잡치는 상황
모델과 헤어지고 바로 다 찌그러진 낡은 경차 택시를 탔는데 러시아계 운전사였고 얼굴이 험상궂고 경차 운전석에 몸을 간신히 꾸겨넣을 정도의 매우 건장한 체격을 갖고있다.
차에 타자 러시아어로 무언가 빠르게 지껄여 대는데 대충 문이 잘 못 닫혔다는 의사표시로 짐작되었다. 사실 내가 잘 못 닫은게 아니고 차가 썩은 차인데다 정비도 안되어 튕겨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확실히 닫기 위해서 조금 힘을 주어 쾅하고 닫아 주었다.
그 순간 이 자가 차를 세우고 내 뒷자리로 와서 때릴 기세를 보이며 아주 큰 소리로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자기 차를 망가뜨린다고 생각한 거 같은데 자신에 비해 체격이 왜소한 동양놈이니 만만해 보였을까? 그래도 감히 승객을 위협을 해?
순간, 나도 격분해서 엄청 큰 소리를 꽥 질렀다
Don't say loud !!!! (시끄럽다)
한국이라면 사회체면 때문에 그냥 참겠지만 여기는 아니니까. 결코 지지 않는다
근데 놀랍게도 그 큰소리에 이 자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바로 돌아가 운전을 시작한다. 이런 .약간 김이 샜다. 아마 내가 절대 만만한 놈이 아니구나 생각한 듯싶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들었다. 이 자가 휴대폰 구글 번역기에 대고 아주 조용히 읊조리는 걸
" 돈 세이 라우드"
이 자는 보기보다 청취력은 좋다.ㅋㅋㅋ
영어 뜻은 모르지만 내 기세에 일단 꼬리를 내렸고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번역기로 뜻을 찾아보는 거다 ㅋㅋㅋ
목적지 도착후 이미 내가 기세를 눌렀으므로 보란듯이 차문을 꽝하고 닫아버렸다.
이 자는 차에서 튀어 나오려다 멈칫 중단하더니
차를 몰고 저만치 가면서 다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거의 코미디 시트콤이다 ㅋㅋㅋㅋ
그래서 나도 이 운전사의 이용후기 별점 테러를 좀 쎄게 해주고 상황을 자세히 담아 후기에 리포트를 했다.
얀덱스 앱측에서 이 자의 평점이 하락됬으며 당신에게 앞으로 배차되지 않을것이다 라는 메시지가 왔다.
3. 대형사고 발생 바로 수습성공
키르기즈스탄을 떠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입국하여 택시를 타고 밤 9시쯤 호텔에 도착햇다.
저녁밥도 못먹었고 국가이동을 해서 무척 피로해서 그냥 잘까하다가 바로 짐 정리를 시작했는데 아뿔사 등에 매고 다니는 중간 크기 백팩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내가 타고 온 택시에 여행 막바지라 긴장도 풀리고 너무 피곤해서 두고 내린거 같은데 구소련 지역에서 통용되는 얀덱스 앱으로 내가 부른 택시라서 나랑 통화가 된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호텔 프론트의 19살 직원 오이비엑크가 영어를 잘하니 도와줄 것으로 판단했다. 나는 우즈벡 말을 한마디도 못하니까.
프론트에 달려가서 오이비엑크 직원에게 부탁, 택시기사랑 통화를 시도하였는데 , 백팩은 거기 있으나 돌아오는데 한 시간 걸리며 수고비를 달라고 한다.
난 25,000 숨 정도 줄 생각이었는데 두 배를 50,000 숨을 부른다. 그 안에 귀중품은 없으나 딸이 사 준 썬글래스가 있기에 수락했다
"그래 우리 돈 5천원이면 싸다"
그런데 한 시간 다됬는데 오질 않는다
아마 보상금 포기하고 가방을 차지하려나 생각하고 차후대책을 검토했다.
여행자 보험은 분실은 보상 않지만 도난은 20 만원 보상된다.
이 경우 경찰 리포트를 받아가야 한다.
택시 기사가 가방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고, 그의 전번도 알고 있고, 전화해준 증인도 있으니 이건 점유물이탈 횡령인데 도난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러구 있는데 택시기사가 내게 전화를 해왔다. 우즈벡 말이지만 대충 프론트에 와 있다로 짐작했고 내려가니 그가 공손히 가방을 내주었다. 나도 얼른 웃으며 돈을 내밀었다.
괜히 의심해서 미안하더라.
프론트 직원이 기민하게 움직여 주어서 마침내 백팩을 찾았으니 그에게 크게 감사하면서 너는 대처능력이 훌륭하니 20대가 되면 매니저가 바로 될꺼야하고 칭찬해주었다
그가 무척 기분 좋아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 밤 10시 20분에 배고파서 식당 찾으러 밖으로 나와서 그때까지 문을 열고있는 식당에서 고려인이 퍼뜨려놓은 국수인 " 국시" 를 찾아내어 배를 채우고 길고 길던 하루를 마쳤다.
직업모델답게 서슴없이 동반포즈를 잡아준다
내 주문에 착착 따라 설정 샷 ㅋㅋ
휴대폰으로는 도저히 감당 안된다 ㅎ
빅토리 광장의 2차대전 승전 기념탑
2차대전 러시아군으로 참전하여 키르기즈 젊은이들이 많이 희생됬다
천막 유르트의 천정을 묘사
전사자를 위로하는 영원히 꺼지지않는 불
키르기즈 최후의 식사를 우즈벡 요리점 부하라에서 아는분께 얻어먹음
비슈케크 마나스 국제공항
타슈켄트 가는 비행기 . 난 맨 뒷줄 중간에 낑김
우즈벡 항공은 에어버스의 최신기종을 운항
타슈켄트 식당에서 셀카 찍는데 지나가던 여성점원이 별안간 머리를 쏙^^
고려인들이 많이 살아서 국시가 있다. 보기와는 달리 차가운 냉국수.
만두도 엄청 큰데 먹을만 하다
우즈벡 호텔은 아직도 구 소련의 분위기. 손님이 물건 망가뜨리면 배상하는 내용을 방에 버젓이 걸어논다. 예) 컵 깨면 미화 10달러
완전 바가지. 이 돈이면 컵 100개 산다. 나 같으면 새 것 사서 채워놓는다. ㅋㅋㅋ
타슈켄트 호텔 식당은 규모는 큰데
메인메뉴가 비교적 다양하지 못하여 먹을만한게 많지는 않다 ㅋ
첫댓글 수고해주신
소중한글
사진들
멋져요^^ 작가님
역시 긴장을 놓은 순간
사고를 친다는게
맞습니다^^
힘든가운데도..
즐거운마음
긍정의마음으로....
여행하신모습......대단합니다...작가님
우즈벡 호텔에서
여행의 마지막 아침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백팩 찾아서
다행이여여 ㅋ
네 5천원이 좀 아깝지만
아주 럭키한거죠^^
나이스한 하루
였네여~^^
하마터면 종반부에 가방잃고
황당상황에 빠질 뻔 했는데
이쁘게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