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와 가훈
네 형이 왔을 때 시험삼아 술 한잔을 마시게 했더니 취하지 않더구나. 그래서 동생인 너의 주량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너는 네 형보다 배(倍)도 넘는다 하더구나. 어찌 글공부에는 이 아비의 버릇을 이을 줄 모르고 주량만 아비를 훨씬 넘어서는 거냐? 이거야말로 좋지 못한 소식이구나. 네 외할아버지 절도사공(節度使公)은 술 일곱잔을 거뜬히 마셔도 취하지 않으셨지만 평생 동안 술을 입에 가까이하지 않으셨다. 벼슬을 그만두신 후 늘그막에 세월을 보내실 때에야 비로소 수십방울 정도 들어갈 조그만 술잔을 하나 만들어놓고 입술만 적시곤 하셨다.
나는 아직까지 술을 많이 마신 적이 없고 내 주량을 알지도 못한다. 벼슬하기 전에 중희당(重熙堂)에서 세번 일등을 했던 덕택으로 소주를 옥필통(玉筆筒)에 가득 따라서 하사하시기에 사양하지 못하고 다 마시면서 혼잣말로 "나는 오늘 죽었구나"라고 했는데 그렇게 심하게 취하지 않았다. 또 춘당대(春塘臺)에서 임금을 모시고 공부하던 중 맛난 술을 큰 사발로 하나씩 하사받았는데, 그때 여러 학사(學士)들이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정신을 잃고 혹 남쪽을 향해 절을 하고 더러는 자리에 누워 뒹굴고 하였지만, 나는 내가 읽을 책을 다 읽어 내 차례를 마칠 때까지 조금도 착오없게 하였다. 다만 퇴근하였을 때 조금 취기가 있었을 뿐이다. 그랬지만 너희들은 지난날 내가 술을 마실 때 반잔 이상 마시는 걸 본 적이 있느냐?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탁 털어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느냐? 술을 마시는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얼굴빛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구토를 해대고 잠에 곯아떨어져버린다면 무슨 술 마시는 정취가 있겠느냐? 요컨대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기만 하면 폭사(暴死)하기 쉽다. 주독(酒毒)이 오장육부에 배어들어가 하루아침에 썩어 물크러지면 온몸이 무너지고 만다. 이것이야말로 크게 두려워할 일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정을 파탄시키거나 흉패한 행동은 모두 술 때문이었기에 옛날에는 뿔이 달린 술잔을 만들어 조금씩 마시게 하였고, 더러 그러한 술잔을 쓰면서도 절주(節酒)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공자께서는 "뿔 달린 술잔이 뿔 달린 술잔 구실을 못하면 뿔 달린 술잔이라 하겠는가!"라고 탄식하였다. 너처럼 배우지 못하고 식견이 없는 폐족 집안의 사람이 못된 술주정뱅이라는 이름까지 가진다면 앞으로 어떤 등급의 사람이 되겠느냐? 조심하여 절대로 입에 가까이하지 말거라. 제발 이 천애(天涯)의 애처로운 아비의 말을 따르도록 해라. 술로 인한 병은 등에서도 나고 뇌에서도 나며 치루(痔漏)가 되기도 하고 황달도 되어 별별 기괴한 병이 발생하니, 한번 병이 나면 백가지 약도 효험이 없다. 너에게 바라고 바라노니 입에서 딱 끊고 마시지 말도록 해라.
일본에서는 요즈음 명유(名儒)가 배출되고 있다는데, 물부쌍백(物部雙柏-오규 소라이)이 바로 그런 사람으로 호를 조래(徂徠)라 하고 해동부자(海東夫子)라 일컬으며 제자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지난 번 수신사(修信使)가 오는 편에 소본염(篠本廉)이라는 학자의 글 세편을 얻어왔는데 글이 모두 정예(精銳)하였다. 대개 일본이라는 나라는 원래 백제에서 책을 얻어다 보았는데 처음에는 매우 몽매하였다. 그후 중국의 절강 지방과 직접 교역을 트면서 좋은 책을 모조리 구입해갔다. 책도 책이려니와 과거를 통해 관리를 뽑는 그런 잘못된 제도가 없어 제대로 학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는 그 학문이 우리나라를 능가하게 되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매양 오륜(五倫) 오륜 해쌓지만 붕당의 화가 그치지 않고 정치인을 반역죄로 몰아넣는 옥사(獄事)가 자주 일어나고 있으니 군신(君臣)의 의는 이미 무너져버린 것이다. 또 아버지의 대를 잇는 입후(立後)의 의가 밝혀져 있지 않아 지손(支孫)이나 서자(庶子)들이 제멋대로 하게 되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은 없어져버렸으며, 기생을 금지하지 않아 고을 수령들이 모두 기생에게 빠져 있으니 부부유별(夫婦有別)은 이미 문란해져버렸다. 노인들을 보살펴 봉양하지 않고 새파란 귀족 자제들이 교만을 피우고 있으니 장유유서(長幼有序)는 파괴되고 말았으며, 과거만을 위주로 하고 도의(道義)를 가르치지 않으니 붕우유신(朋友有信)도 어긋나버렸다. 성인은 이 다섯가지의 잘못을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오전(五典)과 오교(五敎: 아버지는 의롭고 어머니는 어여삐 여겨주고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손하고 자식은 효도함)를 요약하면 효(孝)와 제(弟)와 자(慈)이다. 군신 부부 장유 붕우는 들어 있지 않은데, 들어 있지 않다고 해서 등한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효를 하게 되면 반드시 충(忠)하게 되고, 제를 하면 반드시 공(恭)하게 되며, 힘쓰지 않아도 부부는 화합하게 되고, 친구들 사이에 신의를 지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공자의 제자인 유자(有子)가 <<논어>>에서 자를 빼고 효제만을 이야기한 것은 자는 새나 짐승도 행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가 줄여서 <<효경(孝經)>>이라는 책을 만든 것도 효만 하고 제는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효 하나만 제대로 하게 되면 모든 착한 일은 저절로 행해진다는 뜻에서다.
부부유별이란 각자가 그 짝을 배필로 삼고 서로 남의 배필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가 별(別)한 후에야 부자(父子)가 친(親)하게 되는 것이니, 창부(娼婦)와 가까이해서 얻은 아들은 그 아비를 알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연유다.
너희들의 편지를 받으니 마음이 놓인다. 둘째의 글씨체가 조금 좋아졌고 문리도 향상되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는 덕인지 아니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덕인지 모르겠구나. 부디 자포자기하지 말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 부지런히 책을 읽는 데 힘쓰거라. 그리고 초서나 저서(著書)하는 일도 혹시라도 소홀히하지 않도록 해라. 폐족이 되어 글도 못하고 예절도 갖추지 못한다면 어찌 되겠느냐. 보통 집안 사람들보다 백배 열심히 노력해야만 겨우 사람 축에 낄 수 있지 않겠느냐? 내 귀양살이 고생이 몹시 크긴하다만 너희들이 독서에 정진하고 몸가짐을 올바르게 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리면 근심이 없겠다. 큰애가 4월 열흘께 말을 사서 타고 꼭 온다 하였는데, 벌써 이별할 괴로움이 앞서는구나 (1802년 2월 초이레).
종 석(石)이가 2월 초이렛날 되돌아갔으니 헤아려보건대 오늘쯤에나 집에서 편지를 받아보겠구나. 이달을 맞아 더욱 마음의 갈피를 못 잡겠구나. 내가 너희들의 의중을 짐작건대 공부를 그만두려는 것 같은데 정말로 무식한 백성이나 천한 사람이 되려느냐? 청족으로 있을 때는 비록 글을 잘하지 못해도 혼인도 할 수 있고 군역(軍役)도 면할 수 있지만, 폐족으로서 글까지 못한다면 어찌되겠느냐? 글하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배우지 않고 예절을 모른다면 새나 짐승과 하등 다를 바 있겠느냐? 폐족 가운데서 왕왕 기재(奇才)가 많은데 이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고 과거공부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거에 응할 수 없게 됐다고 해서 스스로 꺾이지 말고 경전읽는 일에 온마음을 기울여 글 읽는 사람의 종자까지 따라서 끊기게 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지난해 10월 초하룻날 입은 옷을 아직까지 그대로 입고 있어 몹시 군적스럽구나 (1802년 2월 17일).
중국은 문명한 것이 풍속이 되어 아무리 궁벽한 시골이나 먼 변두리 마을에 살더라도 성인이나 현인이 되는 데 방해받을 일이 없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서 서울 문밖에서 몇십리만 떨어져도 태곳적처럼 원시사회인데 하물며 멀고 먼 시골이랴?
무릇 사대부 집안의 법도로는 벼슬길에 높이 올라 권세를 날릴 때 빨리 산비탈에 셋집을 내어 살면서 처사(處士)로서의 본색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 벼슬길이 끊어지면 빨리 서울 가까이 살면서 문화(文華)의 안목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내가 죄인이 되어 너희들에게 아직은 시골에 숨어서 살게 하고 있다만, 앞으로의 계획인즉 오직 서울로부터 10리 안에서만 살게 하겠다. 만약 집안의 힘이 쇠락하여 서울 한복판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다면, 잠시 서울 근교에 살면서 과일과 채소를 심어 생활을 유지하다가 재산이 조금 불어나면 바로 도시 복판으로 들어가도 늦지는 않다.
화(禍)와 복(福)의 이치에 대해서는 옛날 사람들도 오래도록 의심해 왔다. 충(忠)과 효를 한다 해서 꼭 화를 면하는 것도 아니고 방종하여 음란한 짓을 하는 놈이라고 꼭 박복하지만도 않다. 그러나 착한 행동을 하는 것은 복을 받을 수 있는 당연한 길이므로 군자는 애써 착하게 살아갈 뿐이다. 옛날부터 화를 당한 집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반드시 먼 곳으로 도망가 살면서도 더 멀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못했음을 걱정하곤 했다. 그리하면 마침내 노루나 산토끼처럼 문명에서 멀어진 무지렁이들이 될 뿐이다.
무릇 부귀하고 권세있는 집안은 눈썹을 태울 만큼 급박한 재난을 당해도 느긋하게 걱정없이 지내지만, 재난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먼 시골 깊은 산속에 들어가 사는 몰락한 집안은 겉으로는 태평스러운 듯하지만 마음속에서는 항상 근심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대개 그늘진 벼랑 깊숙한 골짜기에서는 햇볕을 볼 수가 없고 함께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버림받은 쓸모없는 사람이라 원망하는 마음만 가득하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견문이란 실속없고 비루한 이야기뿐이다. 때문에 한번 멀리 떠나면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된다.
진정으로 바라노니, 너희들은 항상 심기를 화평하게 하여 벼슬길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생활하지 말거라. 자손대에 이르러서는 과거에 응시할 수 있고 나라를 경륜하고 세상을 구제하는 일에 뜻을 두도록 마음을 먹어야 한다. 천리(天理)는 돌고 도는 것이니 한번 넘어졌다고 반드시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서둘러 먼 시골로 이사 가버린다면 무식하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치고 말 뿐이다(1810년 초가을에 다산 동암에서 쓰다).
저녁 무렵에 숲속을 거닐다가 우연히 어떤 어린애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숨이 넘어가듯 울어대며 참새처럼 수없이 팔짝팔짝 뛰고 있어서 마치 여러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듯 비참하고 절박했다. 어린애는 금방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나무 아래서 밤 한톨을 주웠는데 다른 사람이 빼앗아갔기 때문이었다. 아아! 세상에 이 아이처럼 울지 않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저 벼슬을 잃고 권세를 잃은 사람들, 재화를 손해본 사람들과 자손을 잃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사람들도 달관한 경지에서 본다면 다 밤 한톨에 울고 웃는 것과 같을 것이다.
육자정(陸子靜-육구연)이 말하길 "우주간(宇宙間)의 일이란 자기 내부의 일과 같고 자기 내부의 일은 바로 우주간의 일이다"라고 하였다. 하루라도 이런 생각이 없을 수 없으니, 우리의 본분이 애초에 가볍지 않다.
사대부의 마음가짐이란 마땅히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아 털끝만큼도 가린 곳이 없어야 한다. 무릇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운 짓을 아예 저지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안정되어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저절로 우러나올 것이다. 만약 포목 몇자 동전 몇닢 정도의 사소한 것에 잠깐이라도 양심을 저버린 일이 있다면 이것이 기상을 쭈그러들게 하여 정신적으로 위축을 받게 되니, 너희는 정말로 주의하여라.
거듭 당부하는 건 말조심하는 일이다. 전체적으로 완전해도 구멍 하나만 새면 깨진 항아리와 같듯이, 모든 말을 미덥게 하다가도 한마디만 거짓말을 하면 도깨비처럼 되는 것이니 너희는 정말로 조심하여라. 말을 실속없이 과장되게 하는 사람은 남이 믿어주질 않으며, 더구나 가난하고 천한 사람은 더욱 마땅히 말을 적게 해야 한다.
우리 집안은 선조 때부터 붕당(朋黨)에 관계한 적이 없다. 더구나 곤궁하게 되어 괴로움을 당하는 요즘이야 옛날부터 친하던 친구들조차도 연못으로 밀어넣고 돌을 던지려 하는 판이니, 너희들은 가슴속에 새기고 당파를 짓는 사심(私心)을 일체 씻어버리도록 하여라.
큰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백성들이 많아 혹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가 게으른 사람들이더구나. 하늘은 게으른 사람을 싫어해서 벌을 내려 죽이려는 것이다.
옛날에 불초자로 조괄이란 사람을 맨 먼저 꼽았지만 조괄은 그래도 아버지의 글을 잘 읽어 뒷날에 전해주었다. 다만 요령이 부족했을 뿐이다. 너희들은 나의 책을 읽을 수도 없으니, 만약 반고(班固)에게 사람의 등급을 가르게 했더라면 너희들을 조괄의 아래에 두었을 것이다. 그래도 너희는 억울해할 수도 없겠구나. 힘쓰고 힘쓰도록 하여라.
네가 갑자기 의원이 되었다니 무슨 의도며 무슨 이익이 있어서 그리했느냐? 의술을 빙자하여 벼슬아치들과 사귀면서 이 아비의 석방을 도모하고 싶어서 그러느냐? 그런 일을 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말하는, 소위 덕을 베푸는 척하고 다니는 사람의 본모습을 너는 알지 않느냐? 돈 안 드는 입술을 지껄여 너의 뜻을 기쁘게 해주고는 돌아서서 비웃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걸 너는 아직도 깨닫지 못했단 말이냐? 넌지시 권세를 과시하며 몸을 구부리게 하고 땅에 엎드리게 할 때 이에 맞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면 너는 그 술수에 빠져들게 되니 그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냐?
무릇 높은 벼슬이나 깨끗한 직책에 있는 사람, 덕이 높고 학문이 깊은 사람 중에도 의술을 터득한 이들이 있지만, 그들 스스로 천하게 의원 노릇을 하지 않고 병자가 있는 집안에서도 바로 찾아가 묻지 못한다. 서너차례 간곡한 부탁을 받고 위급하여 어쩔 수 없는 경우에야 겨우 한가지 처방을 해주어 귀중한 처방으로 여기게 하는 정도가 옳다.
요즘 너는 크게 소리를 내고 문을 활짝 열어놓고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방에 가득 모이게 하여 별의별 못된 사람들을 내력도 모르면서 사귀고 재워주고 먹여준다니, 그게 무슨 변고냐? 이 뒤로도 네가 하는 일을 모두 듣겠다. 네가 그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살아서는 연락도 안할 것이고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니 네 마음대로 하거라. 다시 말도 하기 싫다.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어느날 저녁에 집주인 노파가 곁에서 한담을 나누다가 갑자기 물었습니다. "선생은 책을 읽은 사람이니 이런 뜻을 아시는지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은혜는 똑같고 더구나 어머니가 오히려 더 애쓰시는데도, 성인들이 교훈을 세우기를 아버지를 중히 여기고 어머니는 가벼이하며 성씨도 아버지를 따르게 하였고 복(服)을 입을 경우에도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한등급 낮게 하였습니다. 아버지의 혈통으로 집안을 이루게 해놓고 어머니 집안은 도외시하였으니 이건 너무도 편파적이 아닌가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서 나를 낳으셨다 라고 했기 때문에 옛날 책에는 아버지가 자기를 처음 태어나게 하신 분으로 나와 있소. 어머니의 은혜도 무척 깊기는 하지만, 하늘의 으뜸, 탄생되게 하는 근본의 은혜가 더 중요한 탓일 겁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노파는 "선생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내가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습니다. 풀이나 나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버지는 나무나 풀의 종자입니다. 어머니는 나무나 풀로 보면 토양입니다. 종자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그 베풂이 지극히 미미한 것이지만, 부드러운 흙의 자양분으로 길러내는 토양의 은공은 대단히 큽니다. 밤의 종자가 밤나무가 되고 벼의 종자가 벼가 되는데 그 몸 전체를 이루는 것은 모두가 땅기운입니다. 그러나 결국 나무나 풀의 종류는 본래의 씨를 따라서 나뉘게 되는 것이니, 옛날 성인들이 교훈을 세워 예(禮)를 제정한 것은 이러한 이유인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노파의 말을 듣고 흠칫 크게 깨달아 공경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천지간에 지극히 정밀하고 오묘한 진리가 이렇게 밥파는 노파에게서 나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가? 기특하고 기특한 일입니다.
오랫동안 백성들 사이에서 살며 백성들의 물정을 보았습니다. 시골의 장터가 마을마다 설치되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커다란 폐속입니다. 재산을 낭비하고 농사짓는 일을 어지럽히며 술주정을 부리고 싸움판을 벌이는 일과 도적질하고 사람을 죽여 쓰러뜨리는 일 같은 변란이 일어나는 이유가 모두 장터 때문입니다. 단호하게 금하는 것이 마땅하며 큰 고을에는 오직 두세곳만 남겨두고 작은 고을에는 단 한곳의 시장만 두게 한다면, 반드시 풍속이 순박해지고 송사(訟事)나 재판사건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시장을 주관하는 관청에서는 마땅히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읍내에 있을 때 아전 집안의 아이들 네다섯명이 제게 배우러 왔었는데 거의 모두가 몇년 만에 폐하고 말았습니다. 어떤 아이 하나가 단정한 용모에 마음도 깨끗하고 필재(筆才)도 상급에 속하며 글 역시 중급 정도의 재질을 가졌기에 꿇어앉혀서 이학(理學)을 공부하게 하였습니다. 만약 머리를 숙이고 힘써 배울 수만 있다면 이청과 더불어 서로 짝이 맞을 것 같았는데, 어찌된 셈인지 혈기가 매우 약하고 비위가 아주 편벽하여 거친 밥이나 맛이 변한 장(醬)은 절대로 목으로 넘기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저를 따라 다산으로 올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폐학한 지가 4년이 되는데 서로 만날 때마다 탄식하며 애석해합니다.
귀족 자제들은 모두 쇠약한 기운을 띤 열등생입니다. 그래서 정신은 책만 덮으면 금방 잊어먹고 지취(志趣)는 하류에 안주해 버립니다. <<시경>> <<서경>> <<주역(周易)>> <<예기(禮記)>> 등의 경전 가운데서 미묘한 말과 논리를 가끔씩 말해주어 그들의 향학을 권해줄라치면, 그 형상은 마치 발을 묶어놓은 꿩과 같습니다. 쪼아먹으라고 권해도 쪼지 않고 머리를 눌러 억지로 주둥이와 낟알이 서로 닿게 해주는데도 끝내 쪼지 못하니, 아아, 어떻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곳 몇몇 고을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온 도(道)가 모두 그러합니다. 근래 서울의 귀족 자제들은 사냥하는 일로 육경(六經)공부를 대신하는데도 진사 급제자 200명 가운데 언제나 50명을 넘게 차지하는 것도 역시 이런 형편 때문이니, 세상에 다시 문학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대저 인재가 갈수록 고갈되어 혹 조그마한 재주로 이름이라도 기록할 줄 아는 사람은 모두 하천(下賤) 출신들입니다. 사대부들은 지금 최악의 운명을 당했으니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 내왕하는 소년이 몇 있고 배움을 청하는 어린이가 몇 있는데, 모두 양미간에 잡된 털이 무성하고 몸 전체를 뒤덮은 것이 온통 쇠잔한 기운뿐이니, 아무리 골육의 정이 중하다 한들 어떻게 깊이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천운(天運)이 이미 그러하니 어찌할 길이 없습니다. 또 이덕조(李德操-이벽)가 이른바 '먹을 수 있는 물건'(독이 없음을 말함)이라 한 것과 같으니, 장차 이들을 어디에 쓰겠습니까? 남자는 모름지기 사나운 새나 짐승처럼 전투적인 기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것을 부드럽게 교정하여 법도에 맞게 다듬어가야만 유용한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선량한 사람은 그 한몸만을 선하게 하기에 족할 뿐입니다.
또 그중에 한두가지 일컬을 만한 것이 있는 자라도 학문의 어려운 길로는 들어가려 하지 않고 곧바로 지름길만을 경유하려 합니다. 그리하여 <<주역>>에 대해서는 고작 <<사전(四箋)>>만을 알고 <<서경>>에 대해서도 <<매평(梅平)>>만을 아는데, 여타의 것도 다 그런 식입니다. 대체로 노력하지 않고 얻은 것은 비록 천지를 경동(驚動)시킬 만한, 만고에 처음 나온 학설이라 할지라도 모두 평범하게 간주하여 저절로 이루어진 것으로 치부해버리므로 깊이있게 몸에 와닿는 것이 없습니다. 이는 비유컨대 귀한 집 자제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고량진미에 배가 불러 꿩이나 곰발바닥으로 요리한 맛있는 음식도 보통으로 여기게 되어, 마치 목마른 말이 냇가로 기운차게 달려가듯 걸인이나 배고픈 사람이 허겁지겁 달려들어 먹으려는 기상이 없는 것입니다. 이에 다른 학파의 주장을 만나면 너무 수월히 자신의 주장을 버리고 스승이 전수해주는 것도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심한 경우에는 진부한 말이라고 헐뜯기까지 하니 어찌 답답해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 살면서 두가지 학문을 겸해서 공부하지 않을 수 없으니, 하나는 속학(俗學)이요, 하나는 아학(雅學)입니다. 이는 후세의 악부(樂府)에 아악(雅樂)과 속악(俗樂)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곳 아이들은 아(雅)만 알고 속(俗)은 알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아를 속으로 여겨버리는 폐단이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의 허물이라기보다는 시세(時勢)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도인법(導引法)은 분명히 유익한데 게으르고 산만하여 할 수 없을 따름입니다.
(둘째형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에서 "짐승의 고기는 전혀 먹지 못한다"라고 하셨는데 이것이 어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도(道)라고 하겠습니까? 섬 안에 산개[山犬]가 천마리 백마리뿐이 아닐 텐데, 제가 거기에 있다면 5일에 한마리씩 삶는 것을 결코 빠뜨리지 않겠습니다. 도중에 활이나 화살, 총이나 탄환이 없다고 해도 그물이나 덫을 설치할 수야 없겠습니까? 이곳에 어떤 사람이 하나 있는데, 개 잡는 기술이 뛰어납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먹이통 하나를 만드는데 그 둘레는 개의 입이 들어갈 만하게 하고 깊이는 개의 머리가 빠질 만하게 만든 다음, 그 통 안의 사방 가장자리에는 두루 쇠낫을 꽂는데 그 모양이 송곳처럼 곧아야지 낚시바늘처럼 굽어서도 안됩니다. 통의 밑바닥에는 뼈다귀를 몪어놓아도 되고 밥이나 죽 모두 미끼로 할 수 있습니다. 낫은 박힌 부분을 위로 가게 하고 날의 끝은 통의 아래에 있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개가 주둥이를 넣기는 수월해도 다시 꺼내기는 거북합니다. 또 개가 이미 미끼를 물면 그 주둥이가 불룩하게 커져서 사면(四面)으로 찔리기 때문에 끝내는 걸리게 되어 공손히 엎드려 꼬리만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5일마다 한마리를 삶으면 하루이틀쯤이야 생선요리를 먹는다해도 어찌 기운을 잃는 데까지야 이르겠습니까? 1년 365일에 52마리의 개를 삶으면 충분히 고기를 계속 먹을 수 있습니다. 하늘이 흑산도를 선생의 탕목읍(湯沐邑)으로 지정하여 고기를 먹고 부귀를 누리게 하였는데도 오히려 스스로 고달픔과 괴로움을 택하다니, 역시 사정에 어두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들깨 한말을 이편에 부쳐드리니 볶아서 가루로 만드십시오. 채소밭에 파가 있고 방에 식초가 있으면 이제 개를 잡을 차례입니다.
또 삶는 법을 말씀드리면, 우선 티끌이 묻지 않도록 달아매어 껍질을 벗기고 창자나 밥통은 씻어도 그 나머지는 절대로 씻지 말고 곧장 가마솥 속에 넣어서 바로 맑은 물로 삶습니다. 그러고는 일단 꺼내놓고 식초 ,장, 기름, 파로 양념을 하여 더러는 다시 볶기도 하고 더러는 다시 삶는데 이렇게 해야 훌륭한 맛이 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박초정(朴楚亭: 박제가)의 개고기 요리법입니다. ~
윤종억에게 당부한다
태사공(太史公)은 "늘 가난하고 천하면서 인의(仁義)를 말하기 좋아한다면 역시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하였다. 공자의 문하에서는 재리(財利)에 대한 이야기를 부끄럽게 여겼으나 자공(子貢)은 재산을 늘렸다. 지금 소보(巢父)나 허유(許由)의 절개도 없으면서 누추한 오막살이에 몸을 감추고 명아주나 비름으로 배를 채우며, 부모와 처자식을 얼고 헐벗고 굶주리게 하고 벗이 찾아와도 술 한잔 권할 수 없으며, 명절 무렵에도 처마 끝에 걸려 있어야 할 고기는 보이지 않고 유독 공사(公私)의 빚 독촉하는 사람들만 대문을 두드리며 꾸짖고 있으니, 이는 천하에 가장 졸렬한 짓으로 지혜로운 선비는 하지 않을 일이다.
반면 종아리를 드러내고 흙탕물 속에 들어가 8개의 발이 있는 써레를 잡고 소를 꾸짖으며 멍에를 밀고 거머리가 온몸을 빨아 상하지 않은 곳이 없게 되면, 이것이야말로 남자의 곤경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열손가락이 파잎처럼 부드러운 사람이야 아무리 자신의 힘으로 하려고 한들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돈궤짝을 들고 포구에 나가 먼 섬에서 오는 배를 기다려 무지한 어민들과 입이 닳도록 싸우며 몇푼의 이익을 남기려 하고 남의 것을 깎아 자기의 이익을 더하려고 근거없는 소리로 남을 속이고 눈을 부라리며 억울함이 쌓여 성난 것처럼 행동하는 것 또한 세상에서 지극히 졸렬한 짓이다. 아니면 이잣돈을 놓아 사방 이웃들의 고혈을 빠는 짓을 하면서 어쩌다가 기한을 어기면 약하고 불쌍한 백성들을 잡아다가 나무에 매달아놓고는 수염도 뽑고 종아리를 두들기면, 온고을에서 범과 이리라고 호칭하며 가까운 일가들도 원수처럼 미워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돈을 산처럼 얻는다 해도, 한 세대도 보존할 수 없게 된다. 반드시 그 자손들 중에 미치광이의 광증이 있거나 술을 좋아하거나 여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 그 재산을 뒤엎기 때문이다. 하늘의 법망(法網)은 넓고 넓어서 성긴 듯하여도 빠뜨리지 않으니 매우 두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생계수단으로는 원포와 목축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연못이나 못을 파서 물고기도 길러야 한다. 문전의 가장 비옥한 밭을 10여두둑으로 구획하여 사방을 반듯하고 똑바르게 만들고 사계절 내내 채소를 심어 집에서 먹을 분량을 공급해야 한다. 집 뒤꼍의 공한지에는 진귀하고 맛좋은 과일나무를 많이 심고, 그 가운데에는 조그마한 정자를 세워 맑은 운치가 풍기도록 하고 겸하여 도둑을 지키는 데 이용하여라. 그리고 먹고 남은 여분은 비온 뒤마다 바랜 잎은 따내고 먼저 익은 것을 가려서 저자에 내다 팔고, 혹 월등하게 크거나 탐스러운 것이 있으면 각별히 편지를 써서 가까운 벗이나 이웃 노인에게 보내어 진귀하고 색다른 것을 맛보게 한다면 이것도 후한 뜻이리라. 또 흙을 잘 손질하여 여러가지 약초를 심는데, 제니(薺苨) 자초(紫草) 산서여(山薯蕷) 같은 것을 토질에 따라 구별하여 심고, 인삼만은 유독 쓰이는 방도가 많으니 법에 따라 재배하면 여러 이랑에 많이 심더라도 탈잡히지 않는다.
보리를 심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수익성이 낮다. 나라의 처지에서는 권장해야 하지만, 필부(匹夫)가 편히 사는 방도로는 할 만한 것이 못된다. 그러므로「월령(月令)」에서 보리심기를 권장한 것은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동백은 기름을 짜내 부인들의 머리를 꾸미는 데 쓰며, 치자는 약에도 넣고 염료로도 쓰이니 아무리 많아도 못 팔 걱정은 없다. 만약 저자에 가까이 사는 사람이라면 복숭아 오얏 매실 살구 능금 등은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니 보리 심을 밭에다가 이런 것들을 심는다면 그 이익이 열배는 될 것이다. 그러니 자세히 헤아려서 할 일이다.
아내가 게으른 것은 가산을 탕진시킬 근본이다. 사경(四更)도 못되어 촛불을 끄고 아침해가 창에 비치도록 이불을 개지 않는 것은 모두 게으른 사람이니, 경계를 주어도 개전(改悛)의 정이 없다면 버려도 괜찮다.
뽕나무 4, 5백주를 심어 2년마다 곁가지를 쳐주고 얽힌 가지를 풀어주며 잘 자라지 못하는 가지를 깎아주면 몇해 안 가서 키가 담장을 넘게 된다. 그 다음 별도로 잠실 4, 5칸을 지어서 칸마다 사방으로 통하는 길을 내고 잠상을 7층으로 만들어 누에를 기르되, 항상 우분(牛糞)으로 불을 피워 병을 퇴치하고 서북쪽의 문은 완전히 봉하고 동남쪽만 볕이 들게 해야 한다.
목화는 많이 갈 필요 없이 오직 하루갈이 정도에서 그치고 별도로 삼과 모시를 심어, 아내에게 봄과 여름에는 명주를 짜고 가을과 겨울에는 베를 짜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부지런히 하면 명주와 베가 궤에 가득 차게 될 것이니, 그리되면 일하는 재미를 갖게 되어 게으른 사람도 저절로 부지런해질 것이다.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아전들은 그 직업을 세습하고 또 종신토록 한가지 직업에다 한가지 뜻을 정일(精一)히하기 때문에, 그 일에 길이 들고 익숙해서 가만 앉아서 관장(官長) 거치기를 마치 여관 주인이 길손 대하듯 한다. 수령이 된 자는 어려서 글짓기와 활쏘기를 익히고 한담(閒談)과 잡희(雜戱)를 일삼다가 하루아침에 부절(符節)을 차고 일산(日傘)을 펴고서 부임하니, 이는 우연히 들른 나그네와 같다. 저들이 허리를 굽히고 숨가쁘게 뛰어다니면서 공손히 대하니, 그들의 속을 모르는 자는 고개를 쳐들고 잘난 체하여 그들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지만, 어깨를 맞대고 땅에 엎드린 그들이 낮은 소리로 소곤거리는 것이 모두 관가를 기롱하며 비웃는 말이라는 것은 알지 못한다.
곡식 장부와 전정(田政)에 있어서도 그 이치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들을 불러다놓고 자세하게 묻고 상세하게 배워 그 농간을 살펴야 할 것이다. 매양 보면 가장 어리석은 이는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태연히 평소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오로지 서명만 근엄하게 하지만, 노회한 간인(奸人)은 헤아리는 데 익숙하여 귀신같이 허실과 명암을 알아차린다는 것을 모르니, 장차 무슨 도움이 되리요. 또 더러는 도리어 농락을 당하고도 스스로 권변(權變)이라 여기고, 갓양태 아래서 비웃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따라서 아전들도 지성으로 거느려야 한다.
수령과 백성의 사이는 멀고 머니, 애닯도다 백성들이여! 아전이 신체를 부러뜨렸어도 수령이 불러 물으면 대답하기를 "나무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졌습니다"라고 한다. 아전에게 재물을 빼앗겨도 수령이 불러 물으면 말하기를 "빚이 있어 마땅히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한다. 일에 밝은 자가 있어 자세히 검토하여 그 재물을 되돌려주되 바로 면전에서 셈하여 주고 직접 거느리고 간 비장으로 하여금 호송하게 해도, 한번 문을 나서면 진흙으로 만든 소가 바다에 가라앉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