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ont face="Verdana" color="black"><span style= font-size:9pt>
일본에 도착한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일본에 도착한 첫날은 학교에서 알려준 임시숙소로 가자마자 짐도 풀지 않고 바로 잠이 들었었다.
첫 장거리비행에 지치기도 했고 시차적응하느라 사흘을 밤낮이 바뀐채 10시간 이상 자고는 했다.
일어나면 오후 8시니 여기 지리도 모르는 내가 나가서 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시차적응을 하고 피로가 풀리고 난 뒤에야 천천히 살 집을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부터 1주일 이상의 시간을 가지며 천천히 찾아본 끝에 맘에 드는 맨션을 찾았다.
학교에서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될 정도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예쁜 맨션.
방 2개에 크지 않은 거실과 부엌이 있어 누군가를 초대할때도 괜찮겠다 싶었다.
룸메이트를 하나 구한다거나 해도 될정도였다.
아직은 불안하니까 혼자 살겠지만.
원룸도 나쁘진 않았지만 가격이 원룸에 비해 많이 비싼 편도 아니었고, 위치라던지 집상태 모두 맘에 들었다.
비밀번호로 들어와야하는 맨션의 특성때문에 보안도 안심이었고,
맨션 근처에 정원도 예쁘게 꾸며져있고, 외견이나 건물 안 모두 맘에 들었다.
바로 계약을 하고 임시숙소에서 나와 맨션으로 들어갔다.
맨션으로 들어가 살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구매한 뒤에야
비로소 짐을 다 풀고, 내가 살아갈 곳을 정리하느라 또 근 2주 가까이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벌써 3월.
시간은 정말 빨리 가는구나 싶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도 못 하고 새로 정착하느라 꽤 오랜 시간을 썼구나..싶었다.
혼자 사는거니까 더 꼼꼼히 챙겨야한다는 압박도 있었고, 워낙 다른 생활방식이다보니 긴장한 것도 있었고
거기다가 모두 정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탓에
그렇게 완전히 필요한 것들을 다 구매하고 정리한 뒤에야 나도 안정이 되고 여유가 생겨서
천천히 맨션 근처와 학교 근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아직 학교 안은 시작하는 날을 위해 아껴두고 동네만 돌았을 뿐인데,
정말 깨끗하고 번화한 느낌이 시끌시끌하고 복잡한 뉴욕과는 사뭇 다른 느낌에 신선했다.
뉴욕도 엽서에서는 참 예쁜 도시지만 막상 그 높은 건물 아래에 있는 곳은 꽤나.. 관광지스럽진 않으니까.
하지만 그런 여유도 잠시,
서서히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미리 학교에서 받은 자료도 보고, 오리엔테이션도 참가하고 참관 수업도 하면서
일본 학생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하는지, 어떤걸 가르쳐야하는지 적응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한자가 턱없이 부족한 나기에 한자 공부도 열심히 했고.
무엇보다도 학생들과의 소통.
TV나 컴퓨터는 사지 않아서 방송이라던지 정보를 얻는 것 없어 학생들과 소통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미국과 일본의 다른 교육방식이겠지.
물론 T.A.나 교생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은 있지만 실제로 내 학생들과 마주하는 것은 처음인데다가,
그것도 나와 전혀 다른 환경, 다른 나라에서 자란 아이들이기때문에
하고 싶었던 내 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준비하고 고민했다.
그러다보니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 3월,
그리고 4월, 새학기를 맞이했다.
몇번 지나다녔지만 실제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한 채로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나 예쁜 학교에 감탄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대학교랑 중학교가 같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조금 헤매버렸다.
일찍 나온게 다행이었지..
겨우 중학교 건물을 찾아 교무실로 들어가자
얼마 안 돼 회의가 시작되고 교감선생님께서 모든 선생님들을 한명씩 소개해주셨다.
반이 꽤 많은 듯 선생님들 소개하는데만 꽤 시간이 걸렸다.
나는 3학년 담임을 맡게되었다.
전체 조회에서 다시 한 번 소개를 할거라며 강당으로 향했다.
어마어마한 수의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있었고, 너무 긴장해버려서 어떻게 조회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이 불려 잠깐 일어나 고개를 숙였던거 외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국 난 내 반이 몇 반인지 알면서도
그 긴 전체조회시간에 반 아이들 중 한 명도 얼굴을 기억하지 못 하는 미라클을 일으키고 말았다.
물론 가까이 있지도 않았고 통성명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학생들 몇 명은 기억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조회가 끝나고 학생들은 먼저 교실로 돌아가고 선생님들은 교무실에서 자료를 챙겨서 교실로 향했다.
오늘은 오전수업만 있는 날.
수업이랄까, 그저 같은 반이 됐으니 통성명하고 학급 룰같은 걸 정하라는 거겠지만.
출석부를 들고 조금 긴장되는 마음으로 문 앞에 섰다.
안에서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작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이 쪽으로 쏠리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무렇지 않게 교탁 뒤에 섰다.
떠드는 학생, 자는 학생, 날 궁금하다는 듯 쳐다보는 학생, 무관심한 학생..
모두 다양하다는게 첫 느낌이었다.
전통도 있고 역사도 있는 사립학교라고 듣고 와서 편견이 생긴건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깔끔해보였다. 분명 두발자유나 복장에 대해서 고집스런 룰은 없다고 해서
솔직히 조금 걱정했었으니까. 아무래도 남학생들만 있는 곳이라 더 심하지 않을까하고.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마음이 조금 놓였다.
"안녕하세요, 카토 레이카라고 합니다.
1년 동안 모두들 잘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학생들의 합창에 어쩐지 헤실헤실 웃음이 나와 입술을 살짝 물었다.
아까 대충 전체 조회시간에 일어서서 소개해서 뭘 더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아니, 말할 거 다 생각해 놨었지만 그저 머릿속이 하얘져 기억이 안 날뿐.
"에 또.. 영어 담당이고, 더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봐요."
그 말에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일본은 주로 주입식 교육이라고 들어서 별로 소통이 없을까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소통이 잘 되겠구나 싶어 다행이었다.
"카토 선생님은 미국에서 오셨다면서요? 어디 계셨었어요?"
아 맞다, 조회시간에 내가 미국인이라는 걸 어필했던 교감 선생님.
원어민 선생님 대신 반원어민인 내가 영어를 더 잘 가르쳐줄거라는 교감 선생님의 말에
그저 난 할 말을 잃었을 뿐이었지만.
"뉴욕에 있었어요.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거든요."
"일본에 사신 적은 없으세요?"
한 명이 질문을 던지자, 그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교실 이곳저곳에서 질문이 터져나온다.
자유스러운 분위기. 어쩐지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여긴 중학교지만.
"엄청 어렸을 적에 몇달 살았었는데 기억이 거의 없어서
이번에 거의 일본에 처음 온거라고 볼 수 있을거에요."
"에 근데 일본어 잘 하시네요?"
"일단 식구들 다 일본어를 쓰니까요.
그치만 한자는 조금 약해서.. 아마 도움이 많이 필요할지 몰라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내 말에 박수를 치는 학생들.
그 사이에 중간에 있던 학생이 소리쳤다.
"그럼 우리 학교 한자 쓸 줄 아세요?"
"게이오..? 게이오기주쿠..
대학(大學)은 쓸 줄 아는데 나머지 네개는 읽을 줄은 알아도 못 쓰네요 아직.
아직 저한테는 한자를 쓴다는 것은 쓰는게 아니라 그리는 수준이니까.
여러분은 영어 실력을 늘리고, 저는 제 한자실력이 늘도록 같이 공부하자구요."
짓궂은 학생의 질문에 그냥 웃으면서 대답하자 학생들도 같이 웃었다.
확실히 慶應義塾..라는 한자는 어려워서 학생들도 약자로 쓴다고 하는데 약자로 외워둬야겠다.
한자를 외운다고 공부했으면서 정작 내가 다니게 될 학교 이름을 안 외우다니.
나도 정말 덜렁댄다니까.
여기와서 어디에 사냐는 등, 어디에 가봤냐는 등 사적인 질문들을 비롯해서
미국에서 살았던 이야기들을 물어보는 학생들.
일본에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외국인이 많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이라는 그 무언가가 신기한가보다.
아니면 단지 일본계 미국인이 선생님이라는게 신기한건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런건.
시큰둥 할 것 같다는 내 예상과 다른 질문세례에 대답마저 즐거워지고 있었으니까.
"그럼 호칭은 어느쪽이 편하세요?"
"아 성이나 이름, 어느쪽으로 불러도 괜찮아요. 쭉 그렇게 불렸으니까.
성이라던지 이름이라던지 일본에서는 친밀도 차이라지만
미국에서는 그저 공사의 차이일때도 있고, 친구끼리 여기서도 그렇듯 성 부르기도하니까 괜찮아요.
아 그렇지만 선생님이나 상이라는 칭호는 붙여줬으면 해요.
일본에 왔으면 일본 법을 따를테니, Miss. Kato라고 부르는건 여러분도 좀 그렇잖아요."
"네~"
"자, 더 질문 없으면 출석 부를게요."
꽤 장난스런 남학생들이라 말 안 들을 것 같은 예감이었지만, 그래도 첫인상은 무난해서 다행이었다.
나에 대한 질문도 다행히 곤란한 것도 없었고.
그렇게 질문과 대답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교수님이 공립은 처음에 위험할지 모른다고 사립학교에 추천해주신게 다행이었다.
게이오 보통부라면 아마 무난할거라고.
일본 내에서도 엘리트와 부르주아들이 다닌다는 학교라 어렸을적부터 교육도 잘 받고 예의범절에 엄격해
무례하거나 문제아들이 공립에 비해선 훨씬 적어 첫 교사생활에는 적합할거라며 적극 추천해주셨는데..
물론 수준은 높겠지만, 교수님이 추천해주시는거니까 괜찮을거라며 날 믿어주셨다.
교수님의 얼굴을 생각하며 꼭 잘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고
출석부를 펼쳐 이름을 한명한명 부르며 눈에 새겼다.
앞으로 1년동안 같이 해나가야할 학생들.
꼭 잘 지내고 도움이 되어야겠다 다짐하면서.
"사쿠라이!"
"네."
창가 옆에 조금 뒤에 있는 학생이 손을 들었다. 왠지 조금 낯익다싶은 얼굴.
큰 눈과 동그란 이마에 또랑또랑한 이미지의 꽤 잘 생긴 얼굴이었다.
아직 동양인 얼굴이 적응이 안 되서 비슷비슷해보이나..싶어 그냥 별 생각없이 지나갔다.
수업이 일찍 끝나고 난 뒤에도 계속 그 사쿠라이란 학생이 신경이 쓰여 곰곰히 생각해봤다.
유난히 눈에 띄는 외모에 똘망똘망한 이미지.
거기다 어쩐지 낯도 익고.
도대체 누구랑 닮은걸까..
집에 가는 내내 떠올려보려고 곰곰히 생각했다.
뭐 하나 궁금한게 생기면 그거에 푹 빠져 다른 생각을 못 하게 되버리니까 나는.
결국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 한 채 집에 돌아와
점심을 하고 있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누구세요?"
[택배배달 왔습니다.]
"아 네."
버튼을 눌러 맨션의 현관문을 열고나서 한 2-3분이 지나 우리 집 현관의 벨이 울렸다.
TV랑 DVD기와 노트북의 배달.
며칠 전에 TV정도는 있어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전자제품 쇼핑을 갔다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고 필요할 것 같은 전자제품을 몰아샀었는데..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TV와 DVD기를 설치하고 나서 거실 테이블에 밥을 놓고 TV를 켰다.
두 달만에 처음 보는 일본 TV방송에 '아 외국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에 온지 두달만에.외국이다..라니.
내 스스로가 생각해도 우스웠다.
TV를 보고 있으니, 영화배우가 영화의 선전을 하러 방송에 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프로그램 끝에 영화 DVD 다이제스트가 나왔다.
그 때 불현듯 '아-'라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스쳤다.
그 남자, 비행기에서 그 남자가 사쿠라이 군과 조금 닮은 거 같다 싶었다. 특히 그 이마가.
하지만 그는 계속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으니 얼굴도 확실치도 않고..
그냥 내가 쭉 그의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었구..
하지만 그렇게 한번 생각이 이어지고 나니, 계속 둘을 연관시키게 되었다.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일지도 모르는데.
밥그릇을 개수대에 가져다놓고 설거지를 하면서 계속
이제는 조금은 흐릿한 비행기의 남자와 사쿠라이 군의 얼굴이 겹쳐졌다.
"흐응.. 닮은건가 정말."
두 달 내내 한자 공부와 학교에 관한 자료를 공부하느라 별 생각하지 못 하는 동안에도 그의 생각은 종종 났었다.
그와 대화도 잘 통하고 재밌었는데..
그와 친해졌었다면 이 두 달 사이에 그와 만나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같이 영화라도 본다던지..
두 달 사이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누구와 단 한번도 제대로 만나서 시간을 보낸 적도 없이
혼자 공부 삼매경이었었는데..
왠지 그의 생각을 하면 계속 아쉽기만 했다.
첫 일본인 친구가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이름이라도 알아뒀음 좋았을걸..
연락은 못 해도 '아 그 사람!'하고 떠올릴때 생각날 이름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오랫만에 그를 떠올려서일까,
노트북과 TV와 DVD기도 구매한 기념으로
노트북으로 그가 추천해 준 두 배우의 영화를 찾아 봤다.
도쿄타워..랑 푸른 불꽃..이었지 분명?
줄거리를 대충 읽고 비디오 가게가서 DVD를 렌탈해 봤다.
확실히 연기파다. 느낌이 전혀 다른데..
이런 두 배우들을 알려준 사람한테 감사하다는 말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
"카토 상."
"네?"
"수업 진행은 어때?"
"아,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진 않고?"
"네, 괜찮아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처음인데다가 타국이니까 힘들거 같아서 말야."
여러 선생님들도 신경을 써주시는데다가 학생들도 별 다른 말썽이 없이 일주일이 지났다.
정말 바쁘게 왔다갔다하다보니 시간은 정말 빨리 가는구나..하고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이거, 미국 떠나기 바로 전날에도 생각했었던 거 같은데.
"카토 센세 안녕하세요-"
"안녕-"
카토 센세라던지 카토 상이라던지 단어가 조금 익숙해지는게 어쩐지 기뻤다.
며칠은 어색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차라리 '상'을 붙이는게 나을 거 같았지만, 이제는 센세라고 불러주면 기쁘달까.
벌써 마지막 수업.
오늘의 마지막 수업은 내가 담임을 하고 있는 반이다.
수업을 위해 영어교재를 챙겨서 교실로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안녕하세요-' 소리가 들려온다.
아침에도 한 번 인사했는데도 이렇게 볼때마다 인사하는게 어쩐지 재미있었다.
"Hello- we're gonna start lesson 2 today. open the page 23"
(안녕하세요- 우리 오늘 레슨 2를 시작할거예요. 23쪽을 피세요)
한 이틀 동안 영어를 가르치면서, 문법과 단어뿐만 아니라, 회화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업은 영어로 진행하고 있었다.
원어민 선생님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는 교감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기도 하고.
이게 원어민 선생님을 쓰는 학교의 목적일지도 모르는거구.
솔직히 학생들의 영어 발음이 몇몇을 제외하고 그리 좋지 못 한게 사실이므로 계속 말하도록 시키고 있었다.
게 중에 몇 명 발음이 좋은 학생들이 있긴 했지만,
하지만 발음보다도 회화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것들은 따로 있으니까.
"Since we are faster than other classes.. why don't we talk about ourselves?"
(우리가 다른 반들보다 조금 빠른데.. 우리에 대해서 한번 얘기 안 해볼래요?)
아직 내가 초보라 그런지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진도를 잘 맞추지 못 해서 조금 빨라져버렸다.
오늘 진도 비교를 다른 선생님들과 해보다가 조금 천천히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할당량을 마치고 프리토킹 시간을 갖기로 계획했는데,
역시나, 프리토킹이란 말을 듣자마자 학생들은 내 눈을 피하느라 바빴다.
서로 하나라도 배우려면 얘기하는게 좋을텐데, 영어로 말하는게 긴장되는 듯 싶었다.
"Hum.. do you want me to give you guys a topic to talk about? or just let you guys talk on your own?
come on guys~ be a man!"
(흠.. 내가 말할 주제를 줬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그냥 알아서 얘기하게 할까요? 자~ 남자답게 하자!)
그 와중에 눈치만 보고 있는 학생들.
이럴땐 역시 당근과 채찍 중 당근이 최고인건가.
"I'll give you extra credit for anyone who participate in."
(발표하는 아무나한테 가산점 줄게요.)
...뭔가 콩나물이 자라는 것처럼 스믈스믈 손들이 올라오고 있어.
국경을 넘어 가산점의 힘은 위대하다.
"Okay.. Mr. Sakurai. Why don't you tell us about yourself?"
(사쿠라이 군, 우리한테 너에 대해서 얘기 해줄래?)
뭔가 가산점에 홀려서 일어난 것 같지만.. 막상 할 얘기는 없어 보이는 사쿠라이 군.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지금 막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Um.. My name is Sakurai Shu.. I'm 14 years old.. and.. I like history and english.. I'm in Rugby team."
(음.. 이름은 사쿠라이 슈, 14살이구요.. 그리고 역사랑 영어를 좋아하고.. 럭비팀에 있습니다.)
..짧고 간략한, 확실한 자기소개네.
하긴 이야기를 부풀리려면 할 말이 없긴 하겠다. 그의 이야기를 부풀리기 위해 질문을 던져주었다.
"How about your family? Are you the only child?"
(가족은 어때? 외동이니?)
"No.. I have one brother and one sister. I live with them and my parents."
(아니오, 남자형제 하나 있고, 여자 형제가 하나있어요. 지금 부모님과 그 둘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Are they older than you? or.."
(형제들이 나이가 더 많아 아니면..)
"Yes, I'm the youngest."
(네, 제가 막내에요)
"I think you probably like Rugby.. of course.. How about music? what kinds of music do you like?"
(내 생각엔 물론 넌 아마 럭비를 좋아할거고.. 음악은 어때? 어떤 종류의 음악을 좋아해?)
"I like various kinds of music. I have many chances to listen different music because my brother has a lot of CD."
(다양한 음악을 좋아해요. 다른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아요 왜냐면 저희 형이 CD를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That's good for you. You did good job, Mr.sakurai.
I'll give you 2 extra points for participation section. Is there anyone who wants to participate like Mr.sakurai?"
(잘 됐구나~ 잘했어 사쿠라이군. 가산점 2점을 발표섹션에 줄게. 또 사쿠라이 군처럼 발표하고 싶은 사람?)
꽤 무난하게 잘 해준 사쿠라이 군때문에 쉽다고 느낀 건지 몇몇 손이 더 올라갔다.
자리에 앉은 사쿠라이 군은 조금 창피했던지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뿌듯해보였다.
"Ok, Mr. Nagasawa. Could you do that for us?"
(그래, 나가사와 군. 해볼래요?)
"Yes.. Um.. I'm Nagasawa Kazuhito.. Blood is O..."
(네.. 음.. 저는 나가사와 카즈히토.. 피는 O..)
blood type이라고 하는게 낫겠지만, 자신감을 위축시키고 싶지 않아 천천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특유의 발음이 많이 묻어나 이쪽에서 조금 알아듣기 힘든 것도 있었지만,
천천히 시간을 두어 그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으며 대화를 유도했다.
두어명 더 대화를 하고 가산점을 주었다.
새삼, 사쿠라이 군의 발음이 꽤 좋다는 걸 마지막 학생때문에 강렬히 느껴버렸다.
그와 대화할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마지막 학생의 발음은 심할정도로 알아듣기 힘들었으니까.
솔직히 이 정도의 발음을 기대하고 있었기때문에 발표가 끝나니 역으로 사쿠라이 군의 발음이 놀라웠다.
위에 형과 누나가 있다는걸 보니 그들한테 배웠을지도 모르고.
아마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정도일테니.
이렇게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에 가서 내 짐을 정리하고 있으니, 옆 반 담임이신 사사키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카토 상, 얘기 들었지?"
"네 무슨 얘기요?"
"아, 아직 못 들었구나. 이제 3주 후부터 가정방문 기간이잖아."
...가정방문?
그런 것도 하는거야??
전혀 모르겠단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자, 그럴 줄 알았다며 내 옆에 앉으시는 사사키 상.
"예전엔 꽤 많았었는데, 지금은 학교마다 다르긴해도 우리학교는 가정방문을 하고 있어.
학기초에 한번씩 돌아보면서 부모님과 만나서 아이들에 관해서 얘기도 하고 주의해줬으면 하는걸 1:1로 듣는거야.
가끔 그냥 오리엔테이션같은걸로 대체하고도 하는데.."
갑자기 내 쪽으로 몸을 숙이는 사사키 상.
얼떨결에 나도 사사키 상쪽으로 몸을 숙였다.
"솔직히 말해서, 이 학교자체가 워낙 돈 많은 부잣집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잖아?
그러니까 부모님도 바쁜 쪽이 많기도 하고.. 그래서 학교 찾아오기도 힘든데다가
가난해서 가정방문 거부하는 애들도 거의 없을뿐더러,
솔직히 와서 봐라, 우리 집이 이 정도다~ 그러니까 애들 알아서 잘 봐달라는것도 있을거고..
툭 까놓고 말해서 난 이건 별로인데 말야."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허리를 펴더니 내 어깨를 툭 치시며 돌아서던 사사키 상이 씩 웃으면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다.
"정말 솔직히 얘기하면 일일이 쫓아다는게 귀찮아."
그 말을 끝으로 살짝 손을 흔들며 교무실을 나가신 사사키 상.
나도 살짝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지고 마저 짐을 꾸리며 생각했다.
가정방문이라.. 오히려 이런 학교니까 부담없이 가정방문하는거겠지.
빈부의 격차가 그렇게 크게 나진 않을테니까.. 또 그런 집안들이면 애들 학업에도 많이 신경을 쓰실테고 말야.
어쩐지 긴장이 되면서도 두근두근한다.
학부모님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는거구나.
아이들과 닮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 또 두근 거렸다.
컴퓨터를 켜보니 직원 연락이 와있었다. 가정방문에 관한 알림이었다.
사사키 상은 이걸 보고 나에게 말해주신거구나.
이 두달내로만 돌면 된다. 날짜라던지는 부모님과 상의하고 정해야겠지..
특별한 사유없이는 출석부대로 돌면 되겠구나 싶어 출석부를 펼쳐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1주일 동안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은 완벽하게 매치시켜놨다.
마저 짐정리를 하고 출석부를 들고 종례를 위해 교실로 들어갔다.
학교의 전통이랄까.. 매년 해오던 것이라면 학생들도 다 알고있을 터였으니 부담은 없었다.
"3주 후부터 가정방문을 할거에요. 다 여러분들 알고 있었죠 미리?"
"네.."
"그럼 모두들 부모님께 미리 말씀드려줘요.
개별 날짜는 부모님께 여쭤봐서 좋으신 시간을 적어서 가져오면 결정해서 알려드릴게요.
다른 부모님들 시간과 제 시간을 비교해가면서 날짜를 맞출테니까 최대한 늦지 않게 부탁할게요."
"네~"
모두의 대답이 들려오자 그제야 만족스러웠다.
기타 전달 사항을 전하고 청소당번만 남기고 교무실로 가서
내 스케줄과 비교해가면서 가정방문할 수 있는 날짜를 적어놨다.
뭐, 나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친구도 없어서 딱히 약속이 없으니 아무때라도 괜찮았지만.
이건 이거 나름대로 섭섭하네, 라는 생각이 들어 창밖을 바라봤다.
선생님들과 친해지긴 했지만, 일의 동료란 느낌이지, 친구라기에는 거리가 있는것같아서 같이 나가기는 아직 좀 서먹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또 쓸쓸해져 미국이 다시 생각나버리는 것 같아 고개를 젓고 다시 스케줄수첩으로 눈길을 돌렸다.
가정방문 하면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일단 아이들에 대해서 파악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던지..
3주후부터 가정방문이면 학생들과 만난지 4주. 즉 한달.
많이 파악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충 성격이라던지 잘하는 과목, 수업 태도, 부활동 같은 것은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주려고 미리 공지를 하고 시간을 여유있게 주는거겠지.
"선생님, 다 했는데요."
"아 응 곧 갈게."
청소검사를 맡으러 온 미즈시마 군의 말에 교실로 올라갔다.
매번 새로운 순간마다 느끼고 있다.
드디어 나도 선생님이구나.
청소검사를 하고 텅 비어버린 교실을 보면서도 나의 학생들의, 나의 교실이구나.라는 생각도 하고.
퇴근 시간이 되어 교무실에서 미리 챙겨놓은 가방을 들었다가
어쩐지 이제 학생들 파악하는데 조금 더 바빠지겠구나-싶어 학생들의 작년 생활기록부라던지 기본 개인정보 파일을 챙겼다.
쓸데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집에 가서 조금 더 조사해 봐야지.
학생들의 가족들을 만나는 일이라.. 조금 걱정되기도 했지만
어쩐지 나도 모르게 새로운 설레임과 긴장으로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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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이라 많이 어설픈데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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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헐 여주가 슈의 선생님이 되었군요ㅠㅠ 정말 흥미롭네요, 벌써부터 여주가 부러워질려고 하고 있어요ㅠㅠ 정말 전생이 무슨 일을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는 건가요ㅠㅠ 가정방문하면 쇼를 만날 수 있겠군요. 쇼가 스케줄이 없다면요ㅋㅋ
우연이 겹치고 겹치면 이렇게 되는거네요.. 부럽죠 ㅠ 바쁘신 쇼느님 스케줄이 꼭 비어야할텐데요 ㅎ
슈의 담임선생님이였네요...오홍......슈가 아무래도 여주의 매력에 빠질것 같은 예감이...여주도 은근 슈에게 귀여운 눈길이 가는 것 같은데.....가정방문 기대되네요....
사쿠라이 형제의 배틀인건가요 ㅎ 슈의 시크한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 할지도 모르죠 ㅎㅎ
흐익 슈의 담임이군요!!ㅋㅋ(슈가 그렇게 잘생겼다는데..ㅎㅎ) 처음 쓰시는거치곤 너무 문맥이 잘맞고 재밌는걸료..ㅋㅋ쇼랑 이제 우연히 마주치는일이 남은건가요 ㅋㅋㅋ 여주가 아무래도 엄친딸인것같음...ㅋㅋㅋ
그러니까요.. 게다가 오토노하에 따르면 쉬크하기까지 한 ㅋㅋㅋ 콩쇼의 까칠함을 가지고 있는거 같다는 ㅋㅋ 감사해요 아직 많이 어설프지만 ㅠ 엄친딸..일까요 과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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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외의 전개가 되었나요? ㅎ 기대해주세요 ~ ㅎㅎㅎ
허..허.허.슈짱의담임선생님 더욱 흥미진진해지는데요? 가정방문 꺄학 ㅠ 잘보고가욧!
가정방문에서 쇼군과 만나는 전개는 과연 올까요 ? ㅎㅎ
왠지 학교 선생님이라 해서 혹시... 게이오? 이랬지만 중학교. 슈를 가르칠 줄 몰랐어요ㅋㅋㅋ 렌짱님 덕분에 영어도 잘 읽고 갑니다^^
엄청난 우연인셈이죠 ㅎㅎ 영어.. 미국에서 온지도 좀 됐고 오래 안써서 지금 그냥 흐르는대로 쓰고 있어서 군데군데 틀려도 그냥 애교로 봐주세요 ㅎㅎ; 갑자기 급 긴장해버렸어요 영어울렁증 ㅎㅎ
슈군의 담임 선생님이라니.. ^^ 꿈꿔보고 싶은 상상.. 이네요
저는... 한국어선생님으로 함께하고싶습니다..<그러나 일본어를 못 한다는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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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ㅎㅎ
슈군의 담임이군요 ㅎㅎ 대박 ㅎㅎ
세상에 이런일이 있을수.. 있을까요 ?ㅎㅎ
슈의 담임선생님!!!!!!!! 대박 완전 대박입니다ㅠㅠㅠㅠㅠ
이런 일이 있을수.. 있나봐요 ㅋㅋ
또 만나겠넹 쇼군 ㅋㅋ 어쩜 슈군의 담임이 되다니 ㅋㅋㅋ
우연이 겹치고 겹쳐버렸네요 ㅋㅋ
가정방문하면서 다시 만나겠네요~~~~
이런 인연이 또 이어지는 것이겠죠 ㅎㅎ
슈군이군요. 가정방문..기대됩니다.
가정방문에서는 무슨 일이 있을까요? ㅎㅎ
슈군 담임선생님이네요 ㅋㅋㅋㅋ 기대되네요 ㅎㅎㅎㅎ
이런 우연도 없을 것 같아요 ㅎㅎ
슈군의 등장!!! 도련님ㅠㅠㅠㅠㅠ <<
곧 쇼와의 재회가 다가오겠죠?ㅎㅎ
슈군이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하는거겠죠 ㅋㅋㅋ 도련님~ ㅎ
오오 슈군! 이제 가정방문하면 쇼군도 볼수있는건가요?ㅋ
그렇게.. 이어지면 좋은거겠죠 ?ㅋㅋㅋ
여주인공이~ㅋㅋㅋ 귀여워요~!ㅋ
약간 천연의 느낌이 나는거죠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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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역을 대신 해주는 형님께서 맞아주시는걸까요? ㅎㅎ
여기서 쇼군의동생을볼수있다니.....왠지..쇼군처럼귀여울것 같아요...ㅋㅋ
아니면 콩쇼때처럼 시크함을 보실수도 ?ㅎㅎ
크크크 재미난당ㅇ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요ㅋㅋㅋ
이얏 슈의 담임선생님!!ㅋ
잼나요ㅋㅋㅋㅋㅋㅋㅋ
우앗 부럽네용 ..... 슈의 선생님이라니 ㅋㅋㅋ
오~ 가정방문갔다가 만나는건가요??ㅋㅋㅋㅋ
오오오오오오오무려 슈군의 담임선생님!! 가정방문날이 기대돼요ㅎㅎ
곧 쇼군과 만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