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흉을 주벌하기를 청하는 소"에 이어 추석 맞이 의고문 하나 더 올려봅니다. 격서 형식을 따라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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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언론에게 고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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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庚子年) 중추(仲秋)에 김모(金某)는 수구 언론에게 고한다. 그대들은 일제의 만행을 찬양하고 독립투사의 가슴에 칼을 꽂았으며, 경인년(庚寅年) 유월 이십팔일, 북방의 군대가 우리의 도성을 점령하자 ‘김일성 장군 만세’를 불렀으며, 백성을 버리고 도성을 비웠던 독재자에게 빌붙었고, 신축년(辛丑年) 오월 십육일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탈취한 무리에게 아부하였고, 경신년(庚申年) 오월 십팔일에 의거를 일으켰다 비명에 죽은 열사들을 폭도(暴徒)로 매도하였다.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이익을 추구하는 자는 도척(盜跖)의 무리”라고 하였으니 바로 그대들을 두고 하는 말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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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이르러서도 유독 민주ㆍ진보 인사에 대해서만 증오와 경멸에 기초하여 선택적 보도를 하고 있다. 일식과 월식처럼 훤히 드러나 누구나 알 수 있는 수구 정파의 큰 허물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을 막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들을 감싸고, 이들과 한 통속이 되어 여론을 조작하여 상(上)의 정사를 훼방 놓아, 급기야 언론인지 정파집단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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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백성의 피를 빨아 배를 채운 재벌의 비리는 모조리 덮어주면서 이들의 전횡에 항거하는 백성은 악인으로 몰아세우는 잔악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 황차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그대들 주인이 저지른 허물에 있어서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걸견폐요(桀犬吠堯)’라고 하더니 바로 그대들과 같이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주인에게만 충성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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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대들은 선위(禪位)를 하고 초야로 돌아간 그 분마저 죽음의 길로 몰아넣었다. 처음에 그 분은 그대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음모론, 색깔론, 그리고 근거 없는 모략! 이제 중단해 주십시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막 합작해서, 입을 맞추어서 저를 헐뜯는 것을 방어하기도 참 힘이 듭니다.” 죽일 수 있어도, 죽여서는 안 되는 세상을 살고 있었기에 차마 그대들을 내치지 아니하고 부탁을 하신 것이었다. 승냥이와 이리 같은 그대들마저 교화해야 할 백성으로 여기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그대들은 그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호라, 이것은 과연 누구의 허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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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작태수 나모의 두 자제 부정 과거시험 의혹, 현 사상태수 장모 아들의 음주사고, 상인 홍모 여식의 아연(鴉煙) 밀반입, 옥천태수 박모의 축재(蓄財) 의혹 등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에는 약속이나 한 듯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전 형조판서(刑曹判書) 조모에 대해서는 직계가족은 물론 친가와 처가, 친구와 지인 등 전체를 털어 사소한 의혹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였고, 마침내 조 모를 낙마시키고 그의 처 정씨의 목에 칼을 씌우는데 성공하였다. 근자에는 조 모의 후임자인 형조판서 추모에 대해서도 그 아들 건을 빌미로 똑같은 수법을 써서 공격하려다 미수에 그친 일이 있었다. 이것이 그대들의 정론직필(正論直筆)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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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이르기를, “하늘이 불선(不善)한 자를 돕는 것은 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흉악(凶惡)한 짓을 더욱 많이 하도록 만들어서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고 하였다. 그대들은 계란 판이 왜 검은빛을 띠는지 아는가. 그대들이 쓴 기별지(奇別紙)를 보는 이가 없어서, 나오는 즉시 회수되어 먹물도 마르기 전에 계란 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대들의 악행을 보다 못한 필부필부(匹夫匹婦)가 각자 필자가 되어 소식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이들의 힘은 바람 부는 들판의 촛불처럼 미약하였으나 어느덧 흔들리지 않는 횃불이 되어 그대들에게 벌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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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힘을 얻은 전 형조판서 조모는 포의(布衣)의 신분이 된 후, 아두를 품에 안고 조조의 진영 속으로 홀로 돌진했던 조자룡처럼 그대들 한 명 한 명의 목을 베고 있으며, 조정의 신료들도 합세하여 그대들 수구 언론을 징벌함은 물론 저지른 해악만큼을 배상하도록 국법을 고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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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었으면 그간의 흉악한 짓을 반성하고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하거늘 ‘표현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궤변을 뇌까리며 반항을 하고 있다.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경계하고 경계하라.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고 하였으니 오늘의 화는 오로지 그대들이 자초한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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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에게는 죽어야 할 죄는 있으되 용서받을 만한 일은 벼룩만큼도 없다. 그러나 지금의 상(上)은 선왕(先王)이 그러하셨듯이 그대들이 천선개과(遷善改過)하기를 바라고 있다. 상은 “어떤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파적인 관점이 앞서면서 진실이 뒷전이 되기도 한다. 특종 경쟁에 매몰돼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받아쓰기 보도 행태도 언론의 신뢰를 손상시키고 있다. 언론 스스로가 ‘오로지 진실’의 자세를 가질 때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하셨다. 상의 이런 말은 곧 민심의 발로라는 것을 속히 깨닫고, 더 이상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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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는 이렇게 말하였다. “운명을 아는 자는 위험한 담 밑에 서지 않는다. 자기의 도리를 다하고 죽는 것은 바른 운명이지만, 죄인이 되어 형벌을 받고 죽는 것은 바른 운명이 아니다.” 지금 그대들이 서 있는 곳은 어디인가. 오늘 그만두지 않으면 그대들이 살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을 것이다.
출처: 김재욱 선생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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