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 케이크, 초콜릿 슈가 꽉 차 있는 초콜릿 에클레어, 피칸의 고소함과 바나나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피칸 바나나 홀 케이크, 아몬드가 들어 있는 다쿠아즈는 모두 서울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 아몬드와 헤이즐넛으로 채운 밀크, 다크 프랄린의 로셰는 모두 라 메종 뒤 쇼콜라. 라탄 체어, 마카롱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테이블 왼쪽에 놓인 작은 볼, 생크림 케이크를 담은 접시는 모두 에이치픽스. 회색 커피잔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쿠아즈를 담은 접시는 에이치픽스. 에클레어를 담은 몬테펠트로 오벌 접시는 에델바움. 케이크 서버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초콜릿을 담은 이정미 작가의 자주색 디저트 볼은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케이크를 담은 접시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마카롱을 담은 몬테펠트로 볼은 에델바움. 로젠달의 물컵, 진회색 원형 접시, 물병, 회색 종지, 냅킨, 포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 Dessert Shops in Seoul 세계 미식의 중심 도시 서울이 이제 디저트에 집중하고 있다. 가로수길, 청담동, 한남동, 서교동까지 케이크, 마카롱, 초콜릿, 과자의 달콤한 향이 이어지는 것. 2015년 서울의 새로운 디저트 신을 만드는 오너 셰프 20인의 전문점을 소개한다.
벨기에 초콜릿의 정수 Cacaoboom 고영주
그녀가 초콜릿의 매력에 빠진 것은 남편을 따라간 벨기에에서다. “아름다운 모양과 달콤한 맛의 프랄린 초콜릿을 맛본 순간 신세계에 눈을 떴죠.” 평상시에도 초콜릿을 즐기지만 특별한 날에는 장인이 만든 값비싼 초콜릿을 선물하는 벨기에 사람들의 풍요로운 생활 역시 그녀를 사로잡았다고. 초콜릿 전문 교육 과정이 있는 PIVA호텔학교를 수료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베이커리에서 초콜릿 전문가로 일한 고영주 셰프는 2003년 서교동에 수제 초콜릿 숍 ‘카카오봄’을 열었다.
“초콜릿은 과학적이고 아주 예민한 재료입니다. 주성분인 카카오 버터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섬세하면서도 빠른 손놀림이 필수지요. 벨기에, 스위스, 프랑스에서 들여온 재료를 사용하고 방부제와 색소 등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아 깔끔한 뒷맛이 돋보입니다.” 카카오봄에서는 정통 벨기에 초콜릿부터 그녀만의 레서피로 완성한 메뉴까지 다채로운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일품인 ‘실키봄’, 문배술과 유정란을 넣은 ‘뜨거운 밤’,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숙성한 아란 위스키를 사용한 ‘위스키봄’ 등이 시그너처 메뉴. 초콜릿이 듬뿍 들어간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삼청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스페셜 메뉴다. 문의 733-4662(삼청점)
진짜 유럽식 카페 Aux Petits Verres 박준우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1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박준우 셰프의 타르트 카페, ‘오 쁘띠 베르’. 서촌에 작은 디저트 카페를 연 박준우 셰프는 자신의 타르트를 ‘이기적인 레서피’라고 소개했다. “보통의 셰프라면 대중의 입맛에 맞추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로 맛을 내겠죠. 하지만 전 전문적으로 요리하던 사람이 아니니까 제 입맛에 맞는 레서피로 만들고 있어요.” 벨기에에 살 때 동네 제과점에서 배운 초콜릿 무스로 본격적인 디저트 세계에 들어섰다. 그곳의 매니저에게 전수받은 레서피로 베이킹을 시작한 그는 한국에서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오 쁘띠 베르’는 술과 단것을 좋아하는 그의 입맛대로 메뉴를 구성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미스터리 박스 미션에서 우승한 레몬 타르트를 비롯해 초콜릿, 딸기 타르트, 머랭 케이크 등의 단출한 메뉴와 커피, 차, 5가지 맥주, 와인을 팔며 유럽식 카페를 표방한다. 문의 070-8231-2199
정통 미국식 파이 Tartine 가레트 에드워즈
2008년 타르틴을 오픈하며 이태원에 첫 번째 디저트 숍을 연 가레트 에드워즈Garrett Edwards 셰프는 어머니와 할머니,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이어받은 레서피를 고수한다. 그가 국내 처음 선보인 오리건식 루바브 파이가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 셀러리와 비슷한 생김새에 색이 붉고 새콤하며 섬유질이 풍부한 루바브의 줄기를 잘라 레몬주스, 설탕을 함께 넣고 졸여 만든다. “파이는 타르트보다 좀 더 높고, 더 많은 과일이 들어가죠. 손으로 만든 크러스트를 위에 얹고요. 거의 모든 과정이 핸드메이드기 때문에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지요.”
오픈 초기 테이블 몇 개에 불과했던 것이 앞 건물에 ‘타르틴 투’를 열고, 올 초에는 그 옆으로 키시와 식빵, 베이글 등을 판매하는 ‘올드 타운 베이커리’를 오픈할 만큼 성장했지만 노란색 벽과 앤티크 소품, ‘다음 사람을 위해 1시간 8분 후에는 자리를 비워달라’는 문구는 여전하다. “3년마다 같은 컬러로 페인트를 칠하고 있어요. 오리건 아스토리아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죠.”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셰프로 활약한 그는 은퇴 후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가 한국을 방문한 것이 인연이 되어 서울에서 요리와 베이킹을 다시 시작했다. ‘미국식 파이 하면 타르틴’이라는 공식이 나올 만큼 확고하게 자리매김했고 셰프와 스태프가 늘어났지만 그는 여전히 손수 레서피를 테스트 하고, 한결같은 맛과 새로운 맛의 조화를 중시한다. 문의 3785-3400(이태원점)
디저트 아지트 Manon Troppo 서정아
르 꼬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를 졸업한 서정아 셰프가 지난 2009년 오픈한 한남동 ‘마농트로포’. 아이들을 위해 홈메이드 디저트를 자주 만들던 그녀의 오랜 취미가 직업이 됐다. 주택을 개조해 아늑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마농트로포는 낮 시간 동안 채광이 좋아 인근 거주자들이 사랑하는 디저트 아지트다. 홀 입구에 색색의 디저트로 가득한 쇼케이스를 두고, 1층과 2층 홀 벽면에는 그녀가 평소 여행하며 모은 식기를 장식했다. “아이를 위해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냉동 재료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계절 과일을 매장에서 직접 다듬고, 졸이고, 얼리려고 노력하죠. 뉴질랜드산 천연 버터, 친환경 유정란과 유기농 밀가루, 동물성 생크림 등 최고의 재료들이 마농트로포의 디저트가 인기 있는 비법인 것 같습니다.” 서정아 셰프는 이곳의 시그너처 케이크로 초콜릿 크림을 겹겹이 바른 ‘홍차 애플’를 추천했다. 부드럽고 폭신한 두 개의 다쿠아즈 사이에 크림을 넣은 케이크로, 조린 사과가 상큼함을 더한다. 문의 794-0011
모던 디저트 숍 Macaron 루벤 얀 아드리안
‘마카롱’의 오너 셰프 루벤 얀 아드리안Ruben Jan Adriaan. ‘피에르 에르메’, ‘피에르 마르콜리니’, 싱가포르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등에서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로 근무하다 안국동 ‘아몬디에’에서 처음 서울과 인연을 맺고 얼마 후 홍대 앞에 자신의 매장을 오픈했다. 마카롱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체 매출의 90%는 형형색색 보석처럼 아름다운 컬러와 바스락 부서지며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마카롱이 차지한다. 핑크색과 블랙이 어우러진 모던한 인테리어와 로고, 패키지 디자인까지 모두 루벤 셰프가 직접 담당했다.
“디저트 숍이라고 하면 빈티지나 앤티크 스타일을 떠올리기 쉬워요. 하지만 전 마카롱의 밝은 컬러를 돋보이게 하는 블랙 컬러와 스트라이프로 꾸며 디저트가 주인공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홍대와 신사동 두 곳의 마카롱 숍과 샌드위치 매장 ‘루벤’을 운영하는 그는 새로운 메뉴에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다. “밸런타인데이에는 하트 모양의 초콜릿 케이크에 라즈베리 소스를 얹어냈지요. 늘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맛을 시도하는 것이 즐거워요. 밀푀유와 이스파한 아이스크림, 바닐라와 피칸, 캐러멜을 올린 슈 등 더 다양한 맛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문의 3144-0966(홍대점)
달콤한 호텔 Hotel Douce 정홍연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들어서는 듯한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오뗄두스’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활동한 정홍연 셰프의 디저트 숍. 마카롱과 구움 과자로 소문난 서래마을 ‘레꼴두스’를 시작으로, 서래마을과 가로수길 등에 작고 아담하지만 개성있는 맛이 돋보이는 오뗄두스를 열었다. “처음부터 디저트에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일본 유학 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하루는 사장이 점보 사이즈 슈크림을 사줬습니다. 그때 먹은 100엔짜리 슈크림이 디저트의 길로 안내한 것이지요.” 진로를 바꾼 그는 도쿄 제과학교 졸업 후 동네 빵집부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요리는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예술입니다. 셰프마다 연륜과 경험이 다 다르죠. 따뜻한 형 같다가 냉정한 아버지로 바뀌고, 경영자이자 엄격한 스승이 되기도 하지요. 그들에게 배우면서 비로소 자신만의 철학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오뗄두스는 화려한 색감의 마카롱, 쫄깃한 카늘레,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에클레어, 앙증맞은 머랭 쿠키, 촉촉한 롤케이크, 초콜릿까지 정홍연 셰프만의 개성 있는 디저트로 가득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많이 담은 메뉴로 ‘밀푀유’와 ‘크림 당주’를 꼽았다. “하나의 메뉴가 나올 때마다 100번 이상 레서피를 수정하며 생각을 거듭합니다. 모든 과정은 언제나 ‘ing’이지요. 100년 가는 가게를 목표로, 디저트에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 문의 595-5705(서래마을점)
채식 디저트의 강자 Plant 미파
이태원 시장 뒷골목에 자리 잡은 채식 베이킹 카페 ‘플랜트’는 미파와 요나, 두 명의 셰프가 함께 운영한다. 고등학교 때 섭식 장애를 겪 어 식재료에 유독 까다로운 요나 셰프와 달걀과 꿀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인 미파 셰프가 동물성 크림이나 버터를 넣지 않은 디저트를 만들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했다. 특히 미파 셰프는 평소 자신이 만들던 디저트를 블로그에 올리고 서울 시내 여러 카페에 케이크를 납품하며 미식가 사이에서 유명했던 인물. 작업실을 겸한 아늑한 플랜트에 들어서면 쇼케이스를 가득 채운 브라우니와 파이, 케이크를 만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동물성 재료를 채식 재료로 대체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해요.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하고 버터 대신 식물성 오일을 사용하는 방법은 미국의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방법이지요. 그 외에도 바나나, 호박, 고구마 등 천연 당도를 지닌 식재료로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늘 궁리합니다.” 그녀가 추천한 플랜트의 시그너처 디저트는 식물성 오일로 만든 촉촉한 당근 케이크. 당근과 각종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진 케이크로 여느 케이크와 달리 퍽퍽한 질감보다는 촉촉한 식감을 강조했다. 문의 070-4115-8388
모던한 디저트 바 Dessertree 이현희
2011년 겨울 신사동에 문을 연 이현희 셰프의 ‘디저트리’. 서울에서 보기 드문 콘셉트의 모던한 디저트 바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다녀오시면 신기한 외국 과자나 베이킹 용품을 사다주셨어요. 그중 하나가 녹색 가정용 오븐이었는데, 어머니는 어디서 레서피를 구하셨는지 카스텔라를 만들어주셨죠.” 그녀는 그때의 달걀과 마가린 향을 지금도 기억한다. “셰프로는 꽤 늦게 시작했어요. 욕심이 생겨 르 꼬르동 블루 파리에서 공부했는데, 노력한 덕분에 제과 디플로마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죠.” 그녀가 디저트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결과물은 ‘예상 밖의 디저트’라고.
“보통 어떤 음식을 보면 그 맛을 상상할 수 있잖아요. 저는 식재료의 컬러와 식감을 조합해 제 나름의 방식대로 재해석하려 해요. 흔하고 뻔한 건 재미없잖아요.” 이렇게 해서 탄생한 디저트가 ‘오믈렛 노르베지엔느’다. 파리에 살던 시절 비스트로 셰프였던 할머니가 만든 음식을 새롭게 해석한 메뉴라고. 몰드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얼린 뒤 달걀흰자로 만든 머랭을 아이스크림 표면에 바르고, 250℃로 예열한 오븐에 3분 넣었다가 꺼낸 후 향이 좋은 술을 끼얹어 먹는 것. “그날 할머니 셰프가 만들어주던 디저트를 잊을 수가 없어요. 놀랍고 행복한 것, 그게 저에게는 디저트입니다.” 문의 518-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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