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시설 주민의 신음...‘소각장마을’로 희생되는 청주시 북이면

[유광선]

소각장 시설 주민의 신음...‘소각장마을’로 희생되는 청주시 북이면


1999년부터 청주시 북이면에 소각장이 들어선 뒤 최근 이 지역에서는 10년새 주민 60여명이 잇따라 폐암 등 암에 걸려 숨지고, 현재도 암환자가 47명이 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다.
주민들은 인근 소각장과 폐기물처리업체가 암 발병 원인으로 지목을 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1994년)과 수도권대기환경개선 특별법(2003년)등 수도권 환경규제가 강화되자 수도권에는 소각장이 없고 별다른 제재가 없고 땅값도 저렴한 수도권 인근 지역으로 소각장이 몰리게 된 것이다. 북이면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땅값이 싸기 때문에 소각 업체들의 최적지였다. 최근에도 인근에 폐기물 업체 2곳이 소각장 추가 설치를 타진 했다.
폐기물관리법에는 민간 소각장 간 거리나 숫자에 제한이 없다. 하루 처리용량이 100t 이하면 환경영향평가나 지자체의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루 소각량 100t 이상일 경우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 과반수 동의가 필수조건은 아니다. 일단 진입한 뒤 규모를 키우기 쉬운 구조다.“처음에는 조그만 소각장이었는데 점점 커졌다.”“없애고 싶어도 말을 듣겠나”(용계리 박00 할머니)라고 했다.
북이면 장양1리 마을화관에서 반경 3km 안에 199년 우진환경개발이 처음으로 소각시설을 가동 했고, 클렌코(진주산업)와 다나에너지솔루션 등 소각장 3곳이 들어 왔다. 세 업체는 하루 24시간 연중 소각시설을 가동한다. 2019년 소각 처리한 폐기물은 18만5415톤으로 충북 전체 처리량의 54%에 해당 한다.
수도권이 쾌적해지는 딱 그만큼 북이면 주민들의 고통이 커진 셈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소각장 냄새와 쓰레기 이동차량으로 위협을 받고 주민들은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려도 집이 팔리지 않고 재산권과 환경권에서 이주도 못한채 고통을 호소 하고 있다.
2017년 환경부 조사에서 업체가 과다소각 등 불법을 일삼았다는 것이 적발됐고, 인근 내수읍과 북이면 주민들은 소각업체의 영업허가 취소를 청주시에 요청을 했다. 주민들은 직접 폐기물관리법 조항을 찿아서 민원을 제기 했다. 그런데 청주시 에서는 두 달 넘게 취소를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결국 주민들이 환경부를 직접 찾아 갔지만 이 과정에서도 높은 벽을 느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환경부의 답변으로는 ‘권한이 없다’ 말만 되풀이 하고 지방자치단체 재량으로 허가취소를 내리면 된다고 했다. 북이협의체 주민들은 다시 청주시에 환경부의 유권해석을 달라고 촉구를 하였다. 환경부는 “우리권한이 없다. 청주시가 허가취소를 하려면 할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여 이걸 녹취하여 청주시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이장단 전원 사퇴서를 제출 했더니 그제서야 허가 취소가 났다. 주민들은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행정처리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4900명의 북이면 주민 중 1523명은 2019년 4월 환경부에 암환자 발생원인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라는 청원을 내며 단체 행동을 나섰다.
환경부에서는 지난해 12월까지 실시한 환경부 조사결과 소각장 주병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대기환경농도가 여타지역보다 높았고, 주민들의 생체 내 카드뮴, 유전자 손상지표 등도 높게 나타 났지만 ‘소각장과 암발생 관련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과에 분노한 주민들은 8월부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재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한정애 환경부장관은 9월14일 청주시 북이면을 직접 방문하여 피해 주민들의 울분을 들었다. “서울서 오기가 편하니 쓰레기들을 마구 갖구 오는건지, 아예 북이면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 같아요” “00엄마,00아버지 전부 암으로 죽었어요. 죽어서 여기 못 온 이들이 더 많아요.”(장양1리 연영자 할머니)
“장관이 사과는 했지만 언제 결과가 나올지. 죽으면 소용없지 않겠어요.”(장양1리 노상순 할머니)
한 장관은 이날 북이면 에서 주민·환경단체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건강영향 인정 또는 불인정 등 이분법적 평가에서 나아가, 인과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에도 피해구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건강 영향조사는 과거 노출 현황 데이터 부족, 질병 발생에 대한 과학적 인과관계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며 "일부 주민들의 소변 중 카드뮴 등 일부 유해 물질이 높게 나온 만큼 충북도, 청주시와 협력해 그 원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영향 조사에도 주민들의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추가조사를 하게 된 만큼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신뢰할만한 결과를 내놓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또 "북이면 뿐 아니라 천안 장산리 등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은 아스콘공장, 축사 등 오염배출시설이 주거공간 가까이 인접하기 때문"이라며 "토지이용계획 수립이나 인허가 과정에서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행정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환경부장관과 면담이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장관이 약속한 건강피해조사 추가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에서 청주시 북이면 소각장 주민건강실태조사 관련해 조사의 부실함을 지적하며, 재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날 북이면 주민협의체 사무국장이 참고인으로 참석한 유민채 북이면 소재 마을 이장은 “폐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31명이다.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암 환자가 나왔고, 소각장 인근 마을은 반토막이 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조지역과의 발암물질 수치가 다이옥신은 2배, 소각 시 나오는 대표적인 제1급발암물질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고 강조하면서 “‘인과성 없음’으로 결론 내린 것은 ‘술은 먹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것과 다름이 없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이다”라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유민채 참고인은 “이번 조사는 ‘정부 최초의 조사다’라는 주목을 받았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매우 허술하고 미흡했으며, 인과성을 내는데 있어 전문가와 주민대표가 주장한 부분이 거의 배제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투명한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은미 의원은 건강영향조사를 수행한 국립환경과학원에게 “소각장에 대한 첫 조사가 별도의 전략 없이 관행적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유해물질도 환경노출 분석이 미흡했고, 황산화물과 염화수소 배출량이 상당한데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또한 관할 지청인 금강유역환경청에게는 “3개 소각장의 배출량이 기준치 이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은 3개 소각장의 오염물질에 중첩적으로 노출돼 있다”면서 “주민들이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기존 정책들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끝으로 강은미 의원은 “소각장으로 인한 주변 지역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결론으로, 오히려 소각장에 면죄부를 주고, 관계 기관의 책임 회피용으로 보인다”면서 “사후 모니터링이 아니라 오히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재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