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양천` 서쪽의 강남, 아파트로 도시를 채우다. [닥터봉]

[코주부(정윤규)]

구청 공무원 출신으로 57세에 정년 퇴직한 조삼봉 씨는 개인택시를 사기 위해 영업용 택시기사가 됐다. 조삼봉 씨가 개인택시 기사가 되려면 영업용 차량 3년 무사고 경력이 있어야 했다.

택시기사 무사고기록 2년 11개월째, 목동에 손님을 싣고 갔다가 일방통행도로에서 나오는 차를 들이받아 교통사고를 냈다.
느닷없이 나타난 일방통행도로, 조삼봉 씨는 무심코 우회전을 하면서 일방통행도로에 진입한 죄로 모든 것을 뒤집어 쓰고 교통범죄자가 됐다.
그리고는 택시 기사 생활도 마침표를 찍었다.

목동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도로통행 방법인 광역차도 일방통행은, 외지인에게는 아주 당황스러운 길이다.
갑자기 역주행 방향에서 차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외지인들에게 일방통행은 잘못 들어가기 쉽고, 빠져 나오기도 쉽지 않다. 돌다 보면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십상이다.

목동은 신시가지를 계획하면서 구불구불한 단지 내 도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방통행도로를 만들어놨다. 목동 사람들만 이용할 것으로 생각한 근시안적 행정이었다.
목동의 광역 일방통행도로는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통행도로로, 타 지역 주민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결국 목동 아파트 값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조삼봉 씨는 몇 달을 쉬다가, 트럭을 사서 지입차량 기사로 택배회사에 들어갔다. 홈쇼핑 상품을 배송하는 교육을 몇 주째 받고 담당구역을 배정받는 날이 왔다. 영업부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조삼봉 씨는 아주 좋은 지역을 맡게 되셨습니다. 주민들 수준도 높고 아파트가 많아서 집 찾기도 쉬울 겁니다. 목동입니다."

“엥”



◆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목동에 사는 사람들은 두 가지로 나뉜다.
신시가지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그 외의 아파트나 주택에 사는 사람이다.

“어디 사십니까?”

“목동에 살고 있습니다."

“몇 단지에 사십니까?”

목동과 신시가지 아파트는, 어쩌면 따로 떼어내기 부적합한 동일어인지도 모른다. 건설사의 이름과 아파트 브랜드와의 관계 같은 것이다. 목동의 절반은 아파트이고, 그 아파트의 중심은 신시가지 아파트로 총 392동 2만 7천 가구다.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목동의 중심 지역 평지에 형성된 초대형 아파트 단지는 명문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6개를 끼고 양천구 아파트 주택시장을 대표한다.

목동은 해마다 여름이면, 안양천이 넘쳐나는 상습침수구역이었다. 신시가지 아파트 자리는 갈대밭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저지대였다.
1980년대 초에 이르러 서울시는 안양천에 제방을 쌓고 신시가지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순차적으로 새 아파트가 입주했지만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이미지로 오랫동안 미분양이 계속되었다.

88올림픽이 끝나고 부동산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분양이 완전 소진되고,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는 강서권의 대표 아파트로 올라선다. 관공서와 학교, 상가 등을 갖춘 택지지구의 편리성과 조용한 주거지역이라는 저밀도 신축 아파트 단지의 매력을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목동은 이때부터 소위 비싼 지역이 된다. 5층에서 15층까지, 20평부터 58평까지 다양한 평수를 가진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서부권의 그 중 나은 지역이 되면서 영등포, 여의도, 인천, 부천, 안산, 광명, 강서, 김포의 상류층들이 좀 더 나은 주거환경과 교육환경을 찾아 들어오는 지역이 됐다. 따라서, 탄탄한 수요를 배경으로 매매가나 전세가는 늘상 강세다. 강남에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어김없이 6개월 후에는 목동이 움직인다.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시공사는 모두 다르고, 입주년한과 평면, 조경도 모두 다르다. 행정구역은 1단지부터 7단지는 목동이고, 8단지부터 14단지는 신정동이다. 지하철 5호선이 지나는 오목로를 경계선으로, 목동 지역에 위치한 단지는 '앞 단지'라 부르고, 신정동 지역에 위치한 단지는 '뒷 단지'라 부른다.

삼성물산이 시공해 1985년 입주한 목동 1단지는 9호선 개통의 수혜가 예상된다.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전철역 출입구가 생긴다. 호재에도 불구하고, 인근 목동 쓰레기 소각장에 영등포, 강서 등 인근지역 쓰레기가 들어오는 것으로 고을이 시끄럽다.

“다이옥신이 더 나온단 말입니다.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거구요.”

3단지는 앞 단지에서는 가장 알아주는 단지이다. 파리공원이 인접해 일을 뿐 아니라, 단지 내 영도 초등학교가 있고 신목 중학교도 근접해 있다.

7단지는 목동의 가장 번화한 지역인 목동 오거리, 5호선 목동역과 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7, 35평의 소형평수로 구성되어 최고 단지로 치지는 않는다.

9단지는 뒷 단지에서는 최고로 친다.
목동 아파트 단지 중, 조경이 뛰어나고 아파트 평면도 좋다. 1987년식으로 삼익과 극동에서 시공했다. 법원과 검찰청 남부 지원이 근접해있고, 공원과 학교 등 환경도 좋다.
목동아파트 11단지와 12단지는 20평, 27평형만 있다는 이유로 고급 단지로 평가 받지 못한다. 따지고 보면 목동 아파트 단지에서도 단지 규모가 크고 공원과 전철역이 인접하고 대형 평수가 많은 곳이 더 대우를 받는 셈이다.



◆ 신시가지 아파트 재건축과 리모델링

2005, 2006년 목동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은 100%, 즉 종전가격의 2배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높은 대지지분을 소유해, 재건축 개발 이득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중의 시각이 집값을 올려 놓는다. 많은 사람들이 반포, 잠실에서 재건축을 통해 대지지분 많은 아파트의 위력을 실감했다. 목동은 일반주거 2종, 3종 지역으로 잘만 되면, 재건축시 250%까지 지을 수도 있다.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은 110~140% 정도이다. 2배 이상의 공간 확대가 예측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승장에서는 충분히 오버런닝 할 수 있는 원천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시가지 아파트도 이제 20년이 넘어간다. 신시가지라는 이름은 구시가지로 바뀔 때도 되었다. 재건축은 허용연한도 아직 멀었고, 허용연한이 된다 하여도 각종 규제로 쉽게 재건축이 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주민들은 바뀐 법규로 리모델링을 검토해 보기도 한다. 예를 들면, 55평을 30% 늘려서 70평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새 아파트 70평이면 살만할 것 같다.
그러나 평면 구성으로 들어가면 진통이 따른다.
가로로는 늘릴 수 없고 양쪽 베란다로만 늘려야 하기 때문에, 길다란 기차객실형 공간이 생겨난다.

“이건 너무하잖아요. 이런 식으로 되면 가운데는 볕이 안 들잖아요.”

리모델링이 갖는 한계다.

“그냥 살만한데 고쳐서 살 거예요. 옆집도 7000만원 들여서 고쳤다는데 새 아파트보다 더 좋더라구요.”

결론은 스스로 고쳐서 사는 것, 'self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쪽으로 간다. 결국 목동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넓은 대지지분을 활용한 유명브랜드 재건축이다. 소형 평수 의무 비율, 임대 아파트, 개발 이익 환수제, 기반시설 부담금, 그런 거 다 없는 것으로 하고…

지금부터 10년쯤 후에는 그런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하이페리온Ⅰ

하이페리온Ⅰ은 2000년 분양해서 2003년 6월에 입주한, 69층의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다. 1위는 타워팰리스 3차, 69층으로 층수는 똑같고 높이가 262m로 하이페리온의 256m보다 높이가 6m 더 높다.

하이페리온Ⅰ은 2002년 8월에 오픈 한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더불어, 목동의 고급아파트 시장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하이페리온이 목동에 들어오면서, 목동도 강남에 맞대응 할만한 초고층 주상복합과 고급 백화점을 갖게 됐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연면적 4만 8990평에 지상 7층, 지하 2층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공간을 가진 백화점이다.

현대 하이페리온이 분양될 때, 56평형, 62평형, 63평형, 64평형, 68평형, 73평형의 대형평수, 초고층에 첨단 주거시설, 최고급 백화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금융시설, 스포츠존 등이 한 곳에 들어오는 것에 목동 주민들을 설레었다.
그러나 2001년 봄, 현대 건설의 1차 부도와 현대 그룹 분리, 워크아웃 결정은 공사 중인 하이페리온을 나락으로 밀어 넣는다.

하이페리온은 미분양 아파트를 20%까지 깎아주고 공사를 계속해왔지만, 만족할만한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
아파트 466세대와 오피스텔 396세대, 총 862 세대의 주거, 업무시설은 분양 당시 카탈로그 광고와 부대시설 등이 다르다는 입주자들의 집단 항의로 입주시점 내내 언론을 오르내렸다.

하이페리온은 8층의 구름다리로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연결된다.
목동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3개의 높은 타워 중, 제일 높은 A동이 주상 복합 빌딩동으로 69층이다. B동은 59층으로 오피스텔, C동은 54층으로 주상 복합이다. 일찍이 없었던 초고층 빌딩으로 조망권은 당연히 최고다.

2003년, 우여곡절 끝에 하이페리온이 입주하면서, 목동 신시가지의 15층 이하에 거주하던 목동 아파트 사람들은 고층에 특별한 시설로 대거 옮겨갔다.
당시 하이페리온 평당가격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가격의 2배였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2005년, 2006년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급반등으로 신시가지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하이페리온을 눌렀다.

신시가지 목동아파트에서 하이페리온으로 옮겨간 목동 주민들의 평가는 2가지다.

“백화점 가깝고 편의시설 많고 높은 데라서, 볼 것 많고 아주 좋아요.”

“조망만 좋고, 별거 없어요. 괜히 갔어요. 베란다가 없어서 햇볕이 직접 들어오고, 창문도 활짝 안 열리고 공기를 기계로 강제 순환시켜서 답답해요.”

여하튼, 좋거나 나쁘다지, 중간은 없다.
하이페리온은 높은 키와 최고급 백화점으로 목동의 랜드마크가 됐지만, 조경시설 부족, 미흡한 내외장공사, 삼각형과 네모를 섞어놓은 듯한 기하학적 내부 평면 등으로, 최고급 아파트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그러나 상업지역 내의 초대형 아파트를 목동지역에 도입해 하이페리온Ⅱ, 삼성 쉐르빌, 동양 파라곤, 트라팰리스 등, 주상 복합 형태의 주거시설로 바람몰이를 만들어낸 한 공로는 무시할 수 없다.
상업지역 속의 아파트, 하이페리온과 주거지역 속의 아파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가격 경쟁과 주거가치 대결이 계속 펼쳐지는 곳이 목동이다.
하이페리온은 현대건설의 최고급 브랜드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빛의 신’이다.



◆ 하이페리온Ⅱ

2006년 12월부터 입주진행 중인 목동 하이페리온Ⅱ는 양천구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다.
안양천과 목동 지역 아파트들이 파노라마처럼 삥 둘러쳐서 환상적으로 보이고, 저 멀리 파란 하늘엔 항공기가 떠간다.
목동의 대표적 주상복합 아파트로 자리매김한 하이페리온Ⅱ는 37평형, 43평형, 48평형, 49평형, 56평형, 총 576세대의 아파트와 26평형, 38평형 오피스텔 403세대, 전체 합계 979세대로 구성된 대단지이다.

2002년, 평당 1150만원에 분양한 56평형 로얄층은 입주시점에 평당 4000만원을 넘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말까지 오르는 가속도로 볼 때, 무난하리라 던 4000만원의 벽은 2006년 11월 15일 대출제한 규제와 2007년 1월 11일 분양가 상한제, 원가공개 시행발표로 일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새 아파트는 입주 중에 상승장과 맞부딪히면, 몰려드는 수요로 탄력을 받으면서 신고가를 토해낸다. 그러나 하락장과 맞닥뜨리게 되면 물량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목동일대 최고의 주상복합 하이페리온Ⅱ도 두 달 차이로, 꺾인장의 고통과 어려움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됐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살고 있던 기존 주택의 정리가 제대로 안돼, 새 아파트를 세놓거나 급매물로 처분할 수 밖에 없다.
전체물건의 절반 이상이 매물로 나오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가격은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런 기간은 보통 3~4개월 정도이다. 이 때가 급매물을 살 수 있는 기회다.
200%의 프리미엄이 붙어, 분양가 곱하기 3배가 현재 아파트 가격이지만, 적당히 조정된 가격에 완성된 상품을 충분히 돌아보고, 최고 조망을 가진 로얄층을 산다면, 집을 사려고 계획한 사람들에게는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하이페리온Ⅱ의 미래를 가름할 요소는, 오피스텔동인 205, 206동. 1,2,3층에 마련된 하이페리온 플라자의 역할이다.
하이페리온Ⅱ가 6,7차선 일방통행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단지 내 상가 및 부대시설이 편의성을 확보해주지 못하면 아파트는 고립된다.
하이페리온 플라자는 대부분 분양 상가로, 약국 1개, 부동산 6개로 난립하기 쉬운 기본시설에 대해서는 추가 입점 제한규정을 두었다. 그 외에 스타벅스, 24시 편의점 등 최소시설이 입점해 있지만, 다른 상업시설들은 비싼 임대료로 입점이 더디다.
다양한 아케이트 구성과 상권 형성이 새 주상복합의 품격과 첨단 주거로서의 활용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 할머니와 트라팰리스

김.동.건
동건이 아버지는 동건이를 낳고, 작명가에게 10만원을 주고 이름을 지었다고 면접 때 이야기 했다.
우리회사 직원인 김동건은 착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일 처리로 늘상 감시해야 하는 요주의 인물이다. 시시때때로 크고 작은 사건을 만들어내는 그 분은, 2005년 여름에도 어김없이 나한테 일거리를 던져주셨다.

2005년 초, 할머니 한 분이 나한테 부동산 컨설팅을 받으러 오셨다. 그리고는 큰 가방에서 각종 통장을 꺼내놓으셨다.
몇 개의 시중은행 통장에는 10억이 넘는 돈이 들어 있었고, 같이 사는 딸 명의로 들어둔 서울지역 1000만 원짜리 청약 통장도 눈에 띄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1순위였다. 나는 할머니를 대신해 아파트를 1채 사고 주택청약을 해드리기로 했다. 각종 추세선과 시그널을 분석해 동부이촌동에 산 B아파트는 순조롭게 올랐다.

2005년 7월 말, 나는 김동건을 불렀다.

“동건씨, 여기 카탈로그를 준비했으니, 잘 보세요. 입주자 모집공고를 보시구요.
할머니 통장이 1000만 원짜리니까, 목동 트라팰리스 48평형 청약해 드리세요.
인감증명, 인감도장, 위임장 잘 챙기시구요. 도면 잘 보세요. 이 평면입니다.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강의를 준비하는데, 김동건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할머니가 트라팰리스에 당첨되셨습니다.”

“그래요? 잘 됐네요. 몇 층인가요?”

“10층입니다.”

“층은 좀…그렇네요.”

“그런데…저…저…”

“뭐죠?”

“당첨은 되시기는 되셨는데 47평이 되셨습니다.”

“네?”

김동건님께서는 은행에 가셔서 청약을 한다는 것이, 158.95 제곱미터를 써야 하는데, 155.59 제곱미터를 써넣은 것이었다.

“후…”

한숨이 절로 나왔다.
48평형은 네모난 평형이지만, 당첨된 47평형은 아파트 평면이 화살표 모양이었다.

김동건과 마주앉았다.
눈을 한참 쳐다보았다. 까만 점을 둘러싼 눈동자의 빛이 회색이었다.

“어떻게 할겁니까?”

“저, 저, 제 통장을 드리면 안되겠습니까?”

안주머니에서 꺼내놓은 청약 통장은 경기도 200만 원짜리 통장이었다.

“1000만 원짜리 서울 통장 사고 치고, 200만 원짜리 경기도 통장을 내놓으면 말이 됩니까?”

“……”

“……”

“실은 은행 창구에 있는 아가씨가 이것이 48평형이라고 해서…….”

“그 아가씨 이름이 뭡니까?”

“박순자입니다.”

나는 점심시간에 은행에 들러서 창구 아가씨들 모습을 살펴봤다.
왼쪽에서 두 번째…….명찰을 들여다 보다가 얼굴을 쳐다봤다.
노랑머리에 눈동자가 노르스름했다.

“손님,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 아니요.”

나는 그냥 돌아와서 책상에 앉았다. 할머니한테 말씀드릴 일이 쉽지 않았다.
목동 트라팰리스 카탈로그를 뒤적거리는데, 한여름 햇살에 졸음이 쏟아졌다.


김동건이 박순자를 데리고 나한테 찾아왔다.

“사장님, 저희가 결혼하게 됐습니다. 주례를 좀 서주십시오.”

결혼식장은 트라팰리스 모델하우스였다.
하객 중에는 55평을 디자인한 앙드레 김도, 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신랑 김동건군과 신부 박순자양은, 아파트 청약할 때는 주택형과 타입을 잘 따져보고 꼭 청약하려는 평형인지 재차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청약예금 통장을 쓰실 때에는 당첨 되도 후회 없는 평형을 선택하시고, 유니트는 네모나고 시공사는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일수록 좋겠습니다.”

신랑, 신부 맞절…….회색 눈과 노란색 눈이 클로즈업되어 내게로 다가왔다.

꿈이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나는 할머니를 뵙고 자초지종을 솔직히 말씀 드렸다.
할머니는 카탈로그를 보면서 많이 고민했다.

“이것 봐. 48평은 뒷간이 2개인데, 47평은 1개밖에 없잖아.”

“그건 아닙니다. 48평형은 뒷간이 서로 떨어져 있어서 2개로 보이는데, 47평
형도 2개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여기 벽이 있잖아요.
요즘 뒷간이 1개인 아파트는 거의 없습니다. 20평대도 2개인걸요?”

“그래도 이건 남향이 아니잖어.”

“그건 그렇습니다.”


며칠간 진땀을 뺐다.

“그래도 계약을 하시면, 디자인과 브랜드, 위치가 좋아서 입주 시점에 시세차익이 발생될 것 같습니다.”

사건은, 며칠을 망설이던 할머니가 계약을 함으로써 잘 마무리됐다.
할머니는 계약 직전에는 호탕하게 말씀하셨다.

“네모난 48평형에 높은 층이 당첨됐으면 기쁨이 2배가 되겠지만, 47평형 저층 당첨도 기쁘게 받아들이고 계약금을 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달에 한번쯤 할머니는 나한테 전화를 걸어온다.

“트라팰리스, 요즘 얼마 나가요?”

“트라팰리스는 입주 시까지 분양권 매매가 안되지만, 바로 옆 하이페리온Ⅱ 48평형 가격으로 감안해보면 프리미엄이 몇 억은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또 오르면 이야기해줘요.”

“네.”


49층 트라팰리스는 목동 주상복합 아파트 중에서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물건이다.
미국의 유명 건축가 프랭크 윌리엄스가 설계를 했고 웨스턴 애비뉴, 이스턴 애비뉴 2개의 동으로 나뉘어, 각 동마다 타워가 2개씩 올라간다. 웨스턴 애비뉴 264세대, 이스턴 애비뉴 258세대로, 총 522세대의 중형 단지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짓는 주상복합 아파트다.

42~89평에 이르는 대형평수 아파트로 평당 분양 가격도 하이페리온Ⅱ의 두 배에 달하는 2118만원이었다. 목동 사람들이 트라팰리스가 목동 최고의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거는 건, 하이페리온Ⅱ보다 좋은 위치에 있고 분양가가 2배니, 건축비도 2배를 들여서 잘 지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1층에는 로비 및 판매시설이 있고, 특이하게 2층부터 7층까지가 아파트 주차장이다.
8층은 커뮤니티 및 운동시설로 독서실, 골프연습장, 헬스클럽, 클럽하우스 등이 들어온다. 지하 1층과 2층은 이마트가 들어온다.

트라팰리스에서 오목공원 쪽으로 대각선상 나대지에는 목운초등학교와 목운중학교가 신설예정이다. 이 학교는 목동 단지 내에서 가장 기대되는 학교다.
중심 축 신설학교로 민자 유치계획이고, 하이페리온과 트라팰리스 등 최고급 주상복합 거주학생들이 배치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라팰리스에는 8층짜리 대로변 상가가 계획되어 있다.
5분 거리에 현대 백화점 목동점과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오목공원 등이 있어서 하이페리온Ⅱ보다는 위치적으로 훨씬 좋다.

해결해야 될 점은, 고급 주상복합과 대형 할인점과의 결합이다.
하이페리온은 고급 상업 시설인 현대백화점 목동점을 끼고, 주거의 편의성과 아파트 가치를 더욱 높였다. 트라팰리스는 중저가 상품 양판점인 이마트를 지하에 입점시킴으로써, 생활의 편리성과 품격을 조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아파트와 이마트가 입주한 후 분위기에 대한 상상과 분석이 2009년 1월 입주 예정인 트라팰리스의 투자가치를 좌우한다. 아직 고급 주상복합 지하에 마트가 들어온 선례는 없기에, 입주 후에 트라팰리스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목동 하이페리온Ⅲ로 펜스까지 쳤다가, 현대 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시공사를 바꾼 트라팰리스는, 목동대학학원으로 유명한 코스닥 기업 이스타코와 목동 중심축 1구역 조합이 시행사다.



◆ 신정동 삼성 쉐르빌Ⅰ, Ⅱ

하이페리온Ⅱ 건너편에는 35층짜리 대형평형 주상복합 삼성 쉐르빌이 보인다.
목동 삼성 쉐르빌은 삼성 중공업이 시공한 목동의1세대 주상복합이다. 실제 위치는 신정동이다.

단지는 쉐르빌Ⅰ과 Ⅱ로 분리되어 있다.
99년 11월 분양한 47평~91평형 쉐르빌Ⅰ, 312가구는 3개 동 35층으로 2003년 4월 입주했다. 2001년 6월 분양해서 2004년 3월 입주한 삼성 쉐르빌Ⅱ는 총 층 24층 총 170가구로 32평형부터 78평형까지 있다.
외관은 커튼월 방식으로 파란색 창이 빌딩처럼 보이나, 안에 들어가면 원목 인테리어와 빌트인이 고급스러워 참 좋다.

요즘 입주하는 주상복합들은 베란다를 전부 트지만, 삼성 쉐르빌은 대개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시스템 창호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대부분 60~70평형대 대형으로 평면이 네모 반듯해서 좋고, 현관 대문도 원목으로 아름답다. 수영장, 사우나, 독서실, 헬스클럽 있을 것은 다 있다.
다만 요즘 입주하는 주상복합에 비해 로비가 덜 화려하다. 아파트 내부는 천정이 낮다고 느낄 수도 있다. 옆의 하이페리온Ⅱ에 비교할 때는 조경면적이 적고, 오피스 빌딩이나 오피스텔처럼 보여, 신축주상복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가격적으로는 하이페리온Ⅱ보다 조금 싸다.
계약 시 선택한 풀옵션을 갖추어 놓은 아파트는, 하이페리온과는 다른 스타일의 아늑함이 있다. 단지 내 커뮤니티도 활발해, 살아본 사람들의 평은 제법 좋은 편이다.



◆ 신정동 아이파크

2002년에 입주한, 590세대 총 층 20층의 26평, 32평, 41평형으로 구성된 신정동 아이파크는, ‘아이파크’라는 브랜드가 뜨면서 덕을 톡톡히 봤고, 목동의 특목고 합격률이 이슈로 뜨면서 다시 상승세를 탔다.

목동의 특성상 교육을 목적으로 목동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고, 이 경우 신정동 아이파크를 선호한다. 목동초와 목동중 사이에 아파트가 들어서,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오목교역도 가깝고 주상복합 단지가 건너편에 있어서 쉽게 눈에 띈다. 하이페리온Ⅱ, 삼성 쉐르빌 등, 중심축 주상복합 아파트 가격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단지 내 분위기는 주말 야채시장이 열리는 등, 길 건너 주상복합과는 딴 동네다.

신정동 아이파크는 신세계 아파트 재건축 물건으로, 조합 아파트인 유원 아파트 156세대와 붙어있다.
총 7개 동으로 이중 1개 동은 'T'자형이고 2개 동은 'ㄱ'자형 아파트다.
유의할 점은 'T'자형이나 'ㄱ'자형은 'ㅡ'자형보다 가격적으로나 편리성에서 평가절하된다. 거실이 들여다보여 프라이버시 침해를 받을 수 있고, 꺽인 곳으로 응달이 질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구조는 향후 리모델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꺽인곳은 면적을 늘리기가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아이파크를 사려면 남향으로 거실에서 학교 운동장이 들여다 보이는 일자형 아파트를 사는 것이 좋다.



◆ 롯데캐슬위너

랜드마크란 무엇일까?
한 지역에서 대표가 되는 건물이다. 대표건물은 높거나 튀지 않아도 된다. 편안하고 선호도 높은 상품성에 미래가치를 가지고 있으면 좋다.

목3동의 대표 아파트를 꼽으라면, 10층짜리 동신 아파트를 20층으로 재건축한 롯데캐슬위너를 이야기 하게 된다.
2002년 5월 분양 당시, 평당가 88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시점에 분양되어서 자유롭게 매매되며 이제까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아파트다.

지금은 물건을 내놓는 사람들이 평당 3000만원 근처까지 부른다.
2005년 6월 입주 당시 9억 원 가량이었던 54평형 아파트가 15억 넘게도 나와있다. 2002년 5월 분양가 2억 5000만원, 2003년 5월, 3억 5000만원 선이던 32평형 아파트는, 현재 8억 원을 호가한다.

이 아파트는 왜 이렇게 오르는가?
대표적인 것이 목2, 목3동 지역의 대표 아파트이고, 9호선 호재선상에 올라있는 살만한 아파트라는 것이다. 신시가지를 벗어나 단독주택 밀집지역 내에서는 꽤 대우받는 아파트이다. 지역 난방 시설에 1000세대가 넘고 새 아파트인데다가, 단지 내 조경과 아파트 내부가 아주 양호하다.

근접한 거리에 2008년 말 예정된 9호선 등촌 삼거리 역이 개통되면, 여의도, 강남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인근에 재래시장이 있어 생활하기 편리하다.

24평부터 66평형까지 세대 구성도 적절하고 주차시설 및 보안시설도 만족할 만큼 갖추고 있어, 한번 사면 오래 살만한 아파트라는 것이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이다.

가격 상승에는 입주민들의 노력도 한 몫 했다.
기존 동신 아파트조합원들과 일반 분양으로 들어온 입주민들의 충성도가 높아 아파트 홈페이지도 만들어져 있고, 롯데낙천대이던 아파트 이름도 입주 전 롯데캐슬위너로 바꿨다.
단점이 있다면, 약간 경사지이고 학교로의 통학거리가 수월치 않다는 것이다. 양동중은 단지 옆에 붙어있으나, 고등학교나 초등학교는 멀어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처럼 단지 내 통학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근의 왕자 아파트는 금호베스트빌로 재건축됐다. 2002년 5월 입주했으니 롯데캐슬위너보다는 4년이 빨랐다. 23~49평형으로 구성된 금호베스트빌은 5층짜리 왕자아파트를 헐고 12층 5개 동 495가구로 만들어졌다.
대부분 동향으로 조망권이 좋다. 2000년 평당 분양가 565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도, 지금은 평당가 2200만원이 넘는다.



◆ 목 2동 재개발 구역

목동아파트가 20억 원을 넘어서고 24평형도 5억 원에 이를 때, 무주택자나 자금여력이 적은 사람들은 그냥 당해야만 할까?
이런 세력을 타겟으로 돈을 빨아들이는 방안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있다.
재개발 구역의 섹터를 나누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도하고 몇 개의 부동산 사무실을 중심으로 뉴타운 지정 예정 등의 소문을 낸다.

“33평 입주권을 받는 겁니다. 9호선 전철역 앞이고, 내로라 하는 시공사가 달려들고 있습니다. 양천구청에는 구역지정신청이 들어가 있구요.”

그러면 몇 천만 원짜리 작은 돈들이 달려든다. 목동에 대표적이 곳이 목2동이다.
9호선 염창역이 개통예정임을 소재로, 재래 시장 인근 노후 주택과 연립들이 거래 대상 물건이 됐다. 목2동 단독재개발, 목2,3,4동 광역 재개발, 목동 뉴타운 등의 소문이 나면서 8000만 원짜리 다세대 주택은 매주 뛰어서, 1억 2천만 원, 1억 5천만 원, 1억 8천만 원, 2억으로 올라간다.

20~30년간 사려는 사람 1명 없던 물건이 품귀를 빚고 있고, 부동산 중개 사무실엔 돈 좀 벌어보려는 상담손님이 넘쳐난다. 양천구청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민원에 밀려 4차 뉴타운 검토사안이라는 이유를 달고, 뉴타운 지정 요건이 되는지 외부 용역을 의뢰했다.

“구역 지정을 위해서는 노후건물비중이 60% 이상이어야 하는데, 외부용역 결과로는 목2동은 36.5%, 목3동은 33%, 목4동은 29%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0년쯤 후에 다시 검토해 볼 예정입니다.”

목동 주택지의 바람몰이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연립, 다세대, 대지지분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아파트 아니면 재개발이 현실에서,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값 거품은 결국 영세민까지 피해자로 만들어 놓는다. 서울시는 더 이상 뉴타운 지구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 신트리 아파트 단지

신트리에 봄이 왔다.
2월의 봄은 딱딱하고, 3월의 봄은 말랑말랑하다. 사람들은 아파트 베란다 청소를 하고 관리 사무소는 신트리를 신목동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양천구 신정3동 신트리 택지지구는 5만 4300평에 1단지~5단지 3400가구로 구성됐다.

야산을 깎아서 길을 낸 목동권 미니 택지지구로, 소형평수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서민 아파트 단지로 2000년 입주시점에는 1억 원 안팎으로 20~25평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지금은 3억 5천만 원이 넘으니, 아파트는 우선 사고 볼 일이다.

신트리 아파트는 단지마다 특징이 있어 이해하기도 쉽다.
1단지는 21평과 25평만 있다. 15층으로 997세대이다. 2단지는 임대아파트로 소형평수다. 3단지는 33평형 중형 아파트로 537세대이고 4단지는 21, 25평형대 아파트 845세대다. 5단지는 22평형부터 32, 34, 39, 44, 55평형까지 중대형이 다양하게 있다. 총 361세대이다.
목동아파트 10단지, 12단지에 인접해있어 목동 생활권이며, 인근에 야산과 공원이 네 군데나 있어 녹지 공간이 풍부하다.

2012년 개통계획인 목동경전철 신트리역이 단지 앞에 생기면 목동 신시가지, 오목교역, 양평역, 당산역까지의 이동이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목동 아파트에 들어가기를 계획중인 사람이라면, 보다 저렴한 신트리 아파트에서 살면서 목동 아파트 사정을 충분히 파악한 후에 단계적으로 진입하는 방법을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트리 같은 미니 택지지구는 전봇대에 붙어있는 ‘우면, 세곡, 강일 특별분양, 33평 입주권’같은 살던 집이 도로나 공원 등 도시계획으로 헐린 사람들이 받은 쿠폰으로 많이 들어가는 곳이다.



◆ 양천과 강남의 차이

오래 전 목동에 살 때, 돈암동 부동산에 볼일을 보러 갔다.

“아이구, 강남에서 오셨군요. 멀리서 오셨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목동도 강남에 위치해 있었다.
양천은 목동, 신정동, 신월동으로 나뉜다. 목동과 신정동은 양천의 대표적인 아파트 지역이다. 신시가지를 제외하더라도 군데군데 단독주택과 연립을 재건축한 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다. 15년 전에 지어진 직장, 지역 조합 아파트가 유난히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신월동은 목동이나 신정동과는 동떨어진 동네다. 강서권이며 구로권이다.
하루 종일 김포공항을 뜨고 내리는 비행기 소음이 끊이지 않고, 경인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분진과 소음도 대단한 지역이다.
따라서 아파트 가격은 목동지역의 절반이고 150세대 미만 나 홀로 아파트가 100개가 넘는다.
보는 시각을 바꾸면 떠가는 항공기와 석양, 고만고만한 단독주택, 군데군데 작은 녹지 공간으로, 도시 외곽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2012년 신월동에는 목동 중심축과 당산역으로 연결되는 경전철 개통계획이 있다.
경전철이 개통되면 신월동, 신정동 지역의 이동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양천은 특수한 곳이다. 자동차로 양천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려면 고척동이나 안양천, 영등포를 경유해야 한다. 한번으로 쭉 빠지는 올림픽 대로 출입구를 찾기에는 서너 번 유턴할 각오를 해야 된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양천은 유명백화점, 외제차 전시장, 특급호텔이 없는 순수주거 아파트 지역이었다. 백화점을 가려면 ‘행복한 세상’백화점이 유일했고, 브랜드 점포를 찾고자 하면 영등포 롯데나 신세계로 나가야 했다.

그래도 양천의 핵심인 목동의 아파트 가격은 강남의 80%에 육박한다.
나름대로 생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서부권의 그 중 괜찮은 지역이기에 그렇다. 학원 지역도 잘 발달되어 있고 특목고나 명문대 진학률도 아주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인천, 강서권 주변 지역 주민들 중, 제법 사는 사람들은 자녀 교육과 쾌적한 환경을 찾아서 목동 단지로 들어온다.
목동의 초, 중, 고들은 중심축으로 들어서는 주상복합 입주자들의 학생 수요와 교육을 목적으로 전세로 들어오는 인근지역 학생수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실이 꽉 차면서 전학이 어려워지고부터는 오히려 아파트가 남아도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목동의 장점이자 단점은, 강남과 달리 뻗어나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강남은 판교로, 분당으로 송파로 넓게 지역을 넓혀갈 수 있지만, 양천은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몰려들 뿐 치고, 나갈 만한 지역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신시가지의 아파트 가격이나 미래가치가 정점에 달하면 순조로운 도시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정체될 수 있는 지역이다.

위치와 상황 등 현 구조로는 목동은 나갈 사람은 적고 들어올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아파트값은 불황에 강하다. 비수기에 평행선을 유지하다가도 응집력이 생기면 짧은 시간에 상당 폭 뛰어 오를 수도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각종 인프라와 주거 모델로 양천의 SWOT를 분류해보면, 최상류층이 들어와서 강남권 특정지역의 생활 수준과 시장을 리드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는 불가능한 지역이다. 목동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지역이 평촌이다.

내년 말에 개통예정인 지하철 9호선은 목동 지역에 희망선이다. 여의도, 강남과 어떻게 빨리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목동이 특색을 유지하고, 고급 문화 시설을 공유하며, 부족함을 채우고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빠르고 합리적인 방안이기에 그렇다.

인구밀도 전국1위지역, 아파트 가득한 회색도시 양천에 노랑 아지랑이가 피고 우수와 경칩, 춘분이온다.

< 신동아 3월호, 봉준호의 아파트 >


봉준호, 프리미엄부동산 컨설턴트, 생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