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 1 주년을 맞이하면서 느끼는 정말 두서없는 몇 가지 소회들
1. 예수 안 믿는 사람이 교회를 찾아오는 경우를 1년 동안 딱 한 번 봤다. 그것도 지난주에서야. 교회 안에 회심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우리 시대의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의 메시지임 동시에 교회가 깊이 잠들어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2. 그러면 사람들이 우리교회는 사람들이 오지 않았는가? 아니다. 꽤 왔다. 자랑하는 것으로 비칠까 싶어서, 나는 교회 전도사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절대로 우리 교회에 대한 포스팅은 하지 말라고. 나 역시 개인의 삶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 교회와 세상을 향한 나의 시각이 담긴 글들만 포스팅 했을 뿐, 교회에 관한 이야기는 내 담장에 거의 올리지 않았다. 이유는 오직 하나다. 누군가는 우리의 웃음에 상처를 받을까 싶어서다.
3. 행신침례교회는 1년 된 개척 교회 치고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였다. 그 기준이 모호하지만 오늘날 교회를 개척한 목사님들의 뼈아픈 탄식과 고백들에 비해서 거꾸로 흘러간 교회인 것은 틀림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목사의 설교, 프로그램, 성도의 친밀한 교제, 열성적인 기도와 전도. 솔직히 우리 교회는 이런 부분에 있어 그렇게 건강하거나 대단한 무언가를 소유한 교회가 아니다. 새벽기도도 없을뿐더러, 전도 프로그램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교회다.
4. 그렇다면 비결은? 오해 없이 들어주기 바란다. 목사의 유명세다. 내가 대단히 유명하거나 교계에 알려진 인물이라는 말이 아니라, 무명의 목사님들에 비하면 알려 진 게 사실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유일한 이유는 이것이라고 본다. (1년 동안 교회를 세우기 위해 수고한 교회 가족들의 수고를 폄하하고자 드리는 말씀이 아님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나는 이것을 건강한 징조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째든, 우리 교회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이런 저런 매체와 책을 통해서 오시는 분들이 거의 99프로다. 목회자들이 왜 유명해 지고 싶어 하는지, 왜 책을 내고 싶어 하는지, 왜 지역과 장소에 목을 매는지 1년 동안의 개척교회를 감당하면서 생생히 지켜보았다. 기도, 전도, 각종 프로그램. 웃기는 소리다. 이런 것으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고? 그것은 레토릭에 불과하다. 부흥은 그렇게 이루어질지 몰라도, 사람을 모으는 일에는 목사의 인지도와 돈. 이 두 가지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나는 1년 동안 내 세포에 깊이 각인시켰다. “아. 잘못하면 이렇게 한국교회는 함께 망하겠구나......”
5. 내가 결벽증이 좀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우리 교회에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들 앞에서 요즘 참 괴롭다. 무엇보다 개척교회에서 수년간 몸부림치고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목회가 안 되는 내 동지들을 지켜보는 일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상대적으로 그들을 향해 죄를 짓고 있는 느낌이 가득하다. 나 같은 케이스가 목회를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인정받는 풍토 속에서 그들은 얼마나 큰 절망과 낙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갈까를 생각해보면 당장에라도 이 일을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이다. 확신을 가지고 단언하건대, 나와 우리교회는 기형화된 한국교회가 만들어 내고 있는 어떤 현상에 불과하지 건강한 교회도 아니고, 개척 교회를 잘 이끌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만한 사람이 아니다.
6. 그러면 이렇게 새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은 다 악당들이고 사기꾼들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 또한 자기의 신앙 여정 속에서 깊은 고민을 안고 찾아온 것이다. 나는 그들의 진심을 잘 안다. 온갖 이단들과 거짓 복음이 난무하는 세월이라, 동시에 교회 안에 벌어지고 있는 이런 저런 문제 앞에서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이렇게 저렇게 교회를 찾았고 그렇게 해서 우리는 만났다. 어찌 그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있으며, 그들을 향해 안락함과 편함을 쫓는 자들이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래봐야 개척교회인 것을. 찾아오신 분들도 나름의 큰 결단과 아픔을 감수하고 있음을 나는 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여기서 내 자신의 역할과 교회의 방향을 고민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교회를 어디로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나 비전이 명확한 사람이 아니다. 막막하며 길이 보이지 않는다. 주중에 있는 두 번의 성경공부와 주일날 내가 감당하는 설교 한 편을 위해 그저 내 정성과 맘을 쏟아 부을 뿐이다.
7.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할 건데?” 이 질문 앞에서 짧은 내 머리로 확실한 어떤 것을 답할 수가 없다. 다만, 사람들이 조금 모여서 좋은 것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 더 많이 생기는 것이고, 그렇게 만드는 핵심적인 동력은 돈에서 온다고 본다. 그래서 2주년으로 진입하는 시점에, 나는 운영위원들과 우리 교회 집사님들에게 좀 더 과감한 재정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이 정도 모이면 돈이 없어 교회 운영이 어려워진다든지 망하든지 하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이웃들의 아픔과 현장에서 분투중인 복음의 동지들을 위해서 우리가 우리 교회를 위해 사용하는 액수에 비례하는 돈을 투입했으면 한다. 돈을 나누지 못하면서 토해 놓은 이웃사랑은 나는 ‘구라’라고 확신한다. “너희들을 이해한다. 공감한다.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진심이다.” 이런
말들을 실제화 시키는 것을 교회의 비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퍼주고 망하는 교회”를 해보자든 어떤 목사님이 계셨는데, 눈치 빠른 나는 잘 안다. 퍼줘도 안 망한다. 무엇보다 망할 정도로 퍼줄 만큼 우리는 믿음이 좋지 않다.
8. 교회를 어떻게 운영 하는가?를 묻는 분들이 많다. 나는 태생적으로 그렇게 겸손하거나 나를 낮추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해 없이 들어달라는 말이다. 나는 침례교회를 해보고 싶었다. 진짜 침례교회. 장로교회화 되어가는 침례교회가 아닌 내가 신학교에서 배운 침례교회. 역사에 선명한 선례로 남아있는 침례교회를 세우고 싶었다. 그래서 인사, 행정, 재정에 관한 그 어떤 권한도 가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솔직히 쉽지 않았다. 성질나서 미칠 것 같았던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너희들 끼리 다 해 먹냐?” 이런 심정 말이다. 내 입김과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고 그런 유혹들이 참 많았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 나는 누가 헌금을 하는지 안하는지, 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무엇보다 직분 자들이 임명되는 일에도 결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도 참 고마운 것은 목회자들 섬겨주시고 충분한 예로서 어린 목사를 대우해주신 교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공식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지만, 늘 나의 의견과 뜻을 물어주셨고, 어떤 의견들을 피력하면 전심으로 수용하고 들어주셨다. 어떤 교회는 바른 교회를 세우기 위해 목사님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서 일거수일투족을 다 확인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정말 나는 행복한 목사다. 한없는 관대함과 따뜻함으로 나의 목회 방식과 삶을 존중해주시고 인정해주신 집사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9. 개척 초창기부터, 교회는 나의 경제적인 부분을 확실하게 챙겨주셨다. 1년 동안 돈 때문에 서럽고 마음이 아팠던 적이 없었다. 그 고마운 마음을 나도 보답하고 싶었다. 여기저기서 설교를 하고, 사례비를 받은 돈을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사용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려운 교회 권속들에게 아낌없이 드렸다. 내가 이렇게 담대할 수 있었던 것은 교회 가족들이 불쌍한 나를 책임져 주셨기 때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유혹이 참 많았다. 이 돈으로 월세를 사는 내 신세를 극복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이타적이지 못한 내가 이런 삶을 살 수 있었던 그 바탕에는 교회의 권속들이 목회자의 삶을 책임져 주셨다는 그 사실이 깔려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나 보다 더 어려운 권속들을 먹이고, 생활비를 보태고...... 가열차게 나누고 또 나누었다. 그것이 내 영혼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었고, 그 가운데서 참 많은 열매들이 나타났다. 사랑하고 아끼는 한 녀석의 고백을 잊을 수 없다. “저도 열심히 살아서 꼭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가 1년 동안 들었던 그 어떤 격려와 고백보다 내 심장에 깊이 새겨진 말이다. 이것이면 목회의 열매로 충분하지 않는가. 아무조건 없이 나누면, 내가 예상하지 못한 신앙의 열매들이 맺힌다는 것을 1년 동안의 여정을 통해서 이렇게 확인했다.
10.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 할 시간이다. 나 같은 사람과 함께 길을 걸어준 우리 교회 가족들에게 내 몸의 모든 수분을 눈물로 토해 놓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동시에 1년간의 이런 저런 경험들이 우리에게 독이 되어 우리 공동체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명심하면서 함께 이 길을 걸어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행여나, 이런 글 자체가 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심히 두려운 마음 가득하다. 하나님 앞에서 고백하는 말이지만, 주 앞에 서는 날, 누가 과연 신실하게 주의 일을 감당한 자였는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우리 모두 끝까지 충성하는 사람이 되자고 조심스럽게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