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
여 희 숙
(광진 도서관 친구들 대표)
우리 동네 도서관은 어디일까?
8년 전, 낯선 동네 서울로 이사 와서 제가 이웃으로부터 제일 처음 소개받은 곳은 백화점도 슈퍼마켓도 아닌, 바로 도서관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었던 것 같은데 동네 사람들이 도서관을 소개하며 아주 자랑스러워한다는 느낌이 전해져 왔습니다. 잘 모르는 길을 묻고 더듬어 처음 가 보았던 그날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동네 사람들이 도서관을 소개하며 짓던 그 웃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열람실 창가, 강을 향해 놓여있는 자료실 의자에 앉으면 서울이 아니라 한가로운 강촌마을에 와 있는 듯한 도서관, 거기에 훌륭한 서비스까지.......광진구로 이사 왔다고 하니까 그 자리서 대출증을 만들어 주며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사서 선생님들에게서 저는 제법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공기관에서 받는 이 느낌도 아주 특별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살면서 보니 우리 동네는 늘 만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었어요.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이를 시장에서 만나고 그이를 또 도서관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눈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이웃이 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도서관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책 이야기도 나누고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너무 책 읽지 않는다는 걱정도 함께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 책과 친해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나누면서 우리는 더 깊이 정이 들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는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은 아주 특별하지요. 게다가 그 사람들이 한 동네 친구라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친구'의 정의에 관한 한 저는 권정생 선생님 말씀에 깊이 공감하는데 어떤 책에서 보니 선생님이 이러셨습니다.
'사실 친구가 되려면 마주 앉아 아무리 얘기해도 안되니뎌.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선물했을 때 상대방이 그 책을 좋아하면 서로 마음이 맞는다고 볼 수 있어요.'
좋은 책을 서로 권하고 권해 받고 친구가 되는 일, 도서관이 주는 또 다른 기쁨이었습니다.
도서관에 힘이 되는 사람들
그러다 2005년 9월, 가을이 시작될 즈음이었습니다.
우리 도서관에서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라는 큰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광진구민이 모두 한 책을 읽고 그 책을 매개로 대화와 토론을 전개함으로써 구민으로서의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을 마련해 보는 이 행사는 외국에서는 이미 1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뜻 깊은 행사였습니다. 미국에서는 한 도시 전체가 한 책을 읽고 활발한 토론을 전개한다고 하였습니다. 학교에 교사로 있었을 때 토론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저는 그 행사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 걸음은 쉽지 않겠지만 우선 한 도서관이 한 책을 읽는 일부터 시작하면 우리도 10년 쯤 후에는 한 도시가 한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일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꿈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알게 되면 이해하게 되고 또 사랑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일인지라 평소 도서관에서 많은 기쁨을 얻고 누려왔던 우리들은 자연스레 '우리도 도서관에 힘을 좀 보태보자'고 하였고 그래서 '도서관에 힘이 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즈음에는 해마다 도서관 예산이 줄어들어 도서관 운영은 날로 힘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지요. 도서관은커녕 학급문고도 변변치 못한 산골에서 자란 저였지만 포항공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교육재단에서 교사로 근무한 뒤로 제 눈높이는 하염없이 높아져 있었습니다. 그곳 대학도서관에서 엄청난 장서를 마음껏 이용하다 우리 동네 도서관의 장서를 보고는 정말 실망스러웠습니다. 게다가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이란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도서관과 도서관의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꿈이 더욱 커져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지요.
도서관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들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꼬드겨 우리도 도서관에서 뭔가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 도서관에 자주 들락거리면서 낯익은 사서 선생님들께 '혹시 봉사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라고 해놓은 상태여서 가끔 이런 저런 일로 돕는 일을 해왔지만 본격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해보자고 한 것은 이때부터였고 그 전에는 그저 말로만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저 말로만 봉사라는 것을 하고 있었을 때, 우리는 왠지 도서관이 좀 어수선하고 서비스가 전과 같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바로 그 때가 도서관 운영 주체가 문화원에서 광진구 시설 관리 공단으로 바뀌는 시점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요. 물론 그 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도서관은 당연히 구청에서 지었으니 구청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지요. 사실 정직하게 말하면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누가 운영하는지? 또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이런 문제는 관심 밖이었고 그저 경치 좋은 곳에 공공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에만 뿌듯해 하고 고마워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즈음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행사가 시작되었고 우리 <도 힘 사>가 한 첫 일은 한 책 읽기에 필요한 책을 사서 기증하는 일이었습니다. 행사 기간은 짧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는 도서관의 요청이 있어서 주제 책으로 선정된 도서를 200권 사서 기증하였습니다. 그 책은 행사 기간 중 광진구 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돌려 많은 아이들이 돌려가며 읽었고 행사가 끝난 뒤에는 광진 구내 초등학교에 광진 도서관도 알리고 행사도 홍보할 겸 나누어 기증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도 힘 사> 회원들이 조용히 회비를 내어 봉사하자고 하며 시작하였지만 기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책 시장을 열어 기금을 마련해 보기로 하고 몇몇 출판사에 협조를 얻었습니다. 반품 도서를 기증 받아 싼 값에 판매하여 수익금 전액을 도서관 발전에 쓴다는 생각으로 기증을 받았지만 정말 좋은 책만 받는다는 원칙이 있었으므로 책 시장은 호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단숨에 수익도 얻고 모임의 활동도 알리게 된 책 시장은 우리 도서관의 재미있고 인기 있는 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해마다 한 번씩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들은 언제 또 하느냐고 기다리게 되었지요. 그래서 올해는 두 번 했습니다.
그렇게 모여서 행사도 마련하고 일도 함께 하다 보니 모여서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회원들에게도 뭔가 유익한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그럼 '프로그램을 한 번 만들어보자' 하였고 처음 기획한 것이 '특강 만들기' 였습니다. 우선은 회원들 중에서 돌아가며 한 강의씩 맡기로 하고 기회가 닿으면 주변에 아는 분들을 모셔서 들어 보자고도 하였구요. 그러다 보니 우리는 아주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자주 만나니 할 일이 더 생기고 또 그 일을 통해 더 친해지고 가까워지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하고 있는 '월요모임'입니다. 그렇게 자주 모여서 차도 마시고, 밥도 함께 먹고(밥상 공동체 수준임) 책도 함께 읽고 특강도 듣다가 그 해 12월 ‘초청특강’을 통해 우리는 '도서관 친구들'이라는 모임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친구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모여서 도서관 활동도 돕고 스스로 공부도 하면서 우리는 오늘날의 공공 도서관에는 단순한 자원봉사 모임뿐만이 아니라 공공 도서관의 주인으로서 도서관의 운영과 활동을 돕고 도서관의 진정한 가치를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게 하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하나도 없지만 유럽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에는 이미 5000개가 넘는 '도서관 친구들 모임'이 있어 도서관이 어려울 때 힘이 되고 즐거운 일은 함께 만들어가며 단순한 이용자모임이 아니라 주인으로서의 건강한 참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지요. 특히 영국이 몇 년 전 우리나라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도서관 친구들이 있는 도서관은 지금도 도서관으로 남아 있지만 친구가 없었던 도서관은 이제 도서관도 없어져 버려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는 강의를 듣고 우리는 그저 작은 모임으로 보이지 않게 봉사하자던 처음 생각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모임으로서의 '도서관 친구들'이 되기로.
우리들의 생각이 이렇게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명지대 김영석 교수님의 강연회였는데요. 강연을 듣고 난 우리 회원들은 우리가 도서관을 위해서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한 동기와 이해를 얻었으며 이름도 '광진 도서관 친구들'로 바꾸었습니다.
모임과 조직
'모임'은 매주 월요일 10시에 도서관 문화동 이야기 방에서 갖고 있습니다.
첫째 주 : 친친 행사와 정기모임
둘째 주 : 문화 행사 견학, 영화 함께 보기나 특별 행사 준비,
셋째 주 : 친구와 명사의 초청특강,
넷째 주 : '이 달의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기.
<도서관 친구들> 대부분이 30대에서 50대까지 아이 엄마들이 되다 보니 자연히 아이들 교육에 마음이 가서 특강은 주로 교육이 주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렵고 당황스런 교육환경 속에서 보다 멀리 내다보고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지혜도 나누고 힘도 모읍니다.
특히 마지막 주의 독서토론은 점점 인기 있는 모임이 되어 가고 있는데 작년까지는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정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였는데 한동안은 3개월을 묶어 한 주제를 정해 책 읽고 토론하기로 발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첫 번째 주제가 '경제'였고 다음 주제는 '역사', 그리고 '교육'이었습니다. 하지만 읽어야 하고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다시 한 달에 한 권 정해 읽는 토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조금씩 더 나아간 형태의 독서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에 친구들도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조직'하니까 우스운데 처음엔 모두가 임원(?)이었습니다. 부장들은 각각 두 명씩이었지요. 한 가지 일을 두 사람씩 나누어 맡게 한 이유는 매주 나와야 하니 혹시 부담스러울까봐 번갈아 나와도 좋도록 그리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회원이 640명으로 늘어나 새로운 조직을 꾸렸습니다.
처음 정한 부서는 회장 이하 기금 모금부/ 문화부/ 홍보부/ 자원 활동부로 하였고 동대문 정보화 도서관 친구들이 생긴 것처럼 이웃 도서관에서도 도서관 친구들이 생기고 있어 서로 긴밀하게 연락하고 협조 할 수 있도록 대외협력팀도 두어서 조직 구성을 마친 것이 2006년 가을이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은 다시 새로운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장단은 없애고 회장과 부장 각 1명씩 해서 운영진으로 축소하였습니다. 경제여건의 변화로 지속적으로 나와 활동할 친구들이 줄어든 대신 후원금으로 지원하는 친구는 더 많아진 현실을 반영한 개편이지요. 비교적 유연하게 운영하려는 우리 모임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지난 9월 23일) 4주년을 기념하는 모임을 계기로 새로운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영역별로 봉사자들이 보강되면서 운영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만큼 활동가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집행부와 운영위원회를 새롭게 조직하여 지금은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도서관의 협조
우리 도서관에는 관장님과 사서 선생님들이 매우 우호적입니다. 그리고 사서 한 분이 전담 역할을 맡아 우리 도서관 친구들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자료들을 모아서 계속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친구들이 도서관에서 하는 모든 활동에 적극적인 지원을 보내 주어 우선 인간적으로 감동하게 하지요. 정기적인 모임 장소 제공부터 각종 인쇄물과 자료 준비, 도서관 친구들 활동 알리기, 행사 협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아낌없는 지원에 우리 도서관 친구들은 도서관에 힘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힘을 받고 간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도서관 친구들은 어떤 일을 할까요?
-기금 모금 : 도서관을 물리적 경제적으로 돕기 위해 모으는 기금은 친구들이 정기적으로 내는 후원금과 책시장, 후원의 밤 같은 행사를 통해 얻는 수익금으로 마련하였으며 모인 기금으로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책 200권, 종합자료실과 어린이 열람실 독서대 100개, 이야기 방 암막 설치, 간이 전시회용 전시대(이젤) 30개, 아크릴 전시 액자 20개, 도서관 안내 데스크 설치, 이동식 책상, 어르신을 위한 접이식 의자, 어린이를 위한 방석 30개, 도서관 행사에 점심 지원하기, 문화 행사 예산 지원, 특강을 위한 강사비 지원, 그리고 해마다 신간도서와 도서관 친구 출판사의 책을 엄선하여 1000만원 상당의 책 기증과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 행사 주관 : 달마다 도서관 친구와 작가, 명사들을 초청하여 도서관 예산 부족으로 전면 중단된 문화행사 중 강연회를 맡아 친구들과 일반 이용자들이 특강을 함께 들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 달빛 낭독회를 열어 여름 밤 강변 도서관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도 하였으며 <도서관 친구들> 후원의 밤을 열어 기금도 모으고 친구들도 새로 만났습니다. 또 지난 봄엔 ‘광진 도서관 토요일 오후의 풍경전’을 열어 많은 분들이 도서관에서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을 가졌으며 제 1회 ‘광진 구민 도서관 초대의 날’을 기획하기도 하였습니다. 반응이 좋아서 이번엔 제 2회 '광진 구민 도서관 초대의 날' 행사를 12월 5일 하였지요. 이 날은 '함석헌 낭독회'와 '이 담 선생님 원화 전시회'도 함께 열렸습니다. 이날은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그저 오기만 하면 풍성하고 유익한 광진도서관에 초대받는 즐거움을 선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자원 활동 : 도서관 친구들 중에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각자의 능력과 관심분야에 따라 책 읽어 주기, 광진 어린이 토론교실 열기. 소식지 발간 협조하기(원고 쓰기), 도서관 자원봉사 활동(서가 정리, 배가), 청소년 독서교실 운영, 직장인을 위한 독서교실 운영, 5,6학년을 위한 독서 교실 운영, 도서관 특별 행사 진행과 안내, 이야기방 청소 봉사와 같은 활동을 무보수로 하고 있습니다.
-캠페인 / 로비 : 지자체 선거 기간 중 구청장 후보 사무실을 방문하여 미리 준비한 광진 도서관 정책 질의서를 전달하였으며 구의회를 통해 턱없이 부족한 도서관 자료구입비 현황을 전해서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긍정적인 답을 듣기도 하였으며 후원의 밤 행사에 구의원을 초대하여 친구들도 알리고 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지역주민 연계 활동 : 매 달 첫 주 월요 모임과 토, 일요일 이용자가 많은 시간에 도서관 로비에서 친친 행사를 열어 지역 주민들에게 도서관 친구들을 알리고 도서관과 연결시키는 활동을 합니다. 또 도서관 행사가 있을 때는 소식지와 포스터를 친구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 주택가에 직접 붙이기도 하고 도서관 소식을 알리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도서관 친구가 되고 싶고 우리 도서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도서관에 도서관 친구들이 생겨나 또 그 친구들과 손을 잡고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서 가장 소중한 곳, 우리가 일하고 공부하고 생활하는 중심이 되게 하고 싶습니다. 특히 학교 도서관에 도서관 친구들이 생겨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무료로 제공되는 정보를 맘껏 이용하여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학교 도서관, 공공 도서관이 되도록 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지키고 싶은 원칙
1. 기금 사용
기금은 친구들이 낸 회비와 수익사업을 통한 수익금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기금은 전액 도서관 발전을 위해 쓰기로 합니다. 그러므로 회원들의 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각자가 능력과 의지에 따라 나누어 따로 부담합니다.
2007년엔 CMS제도를 도입하여 정기적이고 일정한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연대하는 도서관 친구들과 긴밀히 협조할 수 있는 체제도 만들었습니다. 또 익명의 기부자가 있어서 정기적으로 후원해 주어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2. 불평 불만 하지 않기
모임이 만들어지고 더 자주 이용하게 되고 관심이 더해지면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좋은 점도 더 잘 보이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잘 보이게 되겠지요. 그러나 사람들 눈에는 좋은 점 보다 불편하고 불합리한 것들이 먼저 보이고 더 잘 보이는 모양입니다. 물론 남다른 애정과 관심에서 나오는 것들이겠지만 입장이 다르면 그것이 좋게만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합니다. 불만을 터뜨리는 쪽과 받아야 하는 쪽은 언제나 입장이 정 반대니까요.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어 때론 오히려 없었던 것만 못한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는 도서관을 습관처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가져 보지도 못했고 오래 도서관과 함께 해온 나라들과 같은 도서관 문화를 체험해 보지도 못한 실정이지요. 의욕이 앞서서 이제 겨우 싹을 틔우는 도서관 문화를 짓밟거나 얼어붙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도서관 친구들은 이런 원칙을 정했습니다.
'불평불만 하지 않기!'
'좋은 점만 보고 고마운 점만 말하고 널리 소문내기!'
‘우리나라에 2000개 도서관이 생길 때까지!’
3. 상 받지 않기
최근에 새롭게 추가된 원칙입니다. 상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받지 않겠다고 먼저 나서다니 우습다고 우리끼리 많이 웃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여기저기서
"추천하려고 하는데 공적이 필요해요"
라는 말들이 나와서 미리 알려 두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이리 정했습니다. 도서관 친구들 모임에서 의논하여 정했는데 다들 환영하였습니다. 그러나 상 받을 만한 사람이나 도서관은 적극 추천하는 일에 더 열심히 하기로 하였습니다.
4. 기쁨 나누고 함께 성숙하기
정기 모임 외에 가졌던 용인 느티나무 도서관과 파주 출판단지, 어린이 도서관 연구소와 푸른 꿈 도서관 견학은 곳곳에서 싹트고 있는 작은 도서관들의 싱싱한 움직임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 시화전 관람이나 각종 문화 행사와 전시회 참가, 자원봉사 활동과 행사 진행을 하며 느꼈던 기쁨을 친구와 나누고 나아가 모든 이웃과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매월 한 권의 책과 시집을 '그 달의 책'으로 정하여 함께 읽고 있습니다. 함께 꾸준히 책을 읽는 것, 그리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함께 성숙해 가고 싶습니다.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사색하고 행동하며 자신을 성숙시켜 가는 것. 그러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가 만나는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어려운 점
IT강국이라지만 독서환경과 도서관 시설에서는 아직도 꼴찌에 가까운 우리나라라고 합니다. 법정기준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서 인력과 OECD평균 3% 수준의 예산에는 더 할 말을 잃었구요. 독서 수준이 세계 166위라는 통계를 보았는데 이러한 현실은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이겠지요. 정책적인 배려와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함께 꾸는 꿈
17명으로 시작한 '도서관 친구들'이 이제 64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우리 모임 소식을 들은 친구들 중 광진 구민이 아닌 친구들은 전국에서 '후원친구'가 되어 후원회비를 내 주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도와주고 있는데 그 친구들은 어쩌다 텔레비전에서 광진구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 뜨인다는 말을 합니다. 또 도서관 이야기가 나오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구요. 마음에 있어야 보인다고 하지요.
저는 이제 남편 회사에서 제공한 사원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기간이 다 되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는데 1년 살고 작년 봄에 다시 광진구로 이사를 했습니다. 친구가 있고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벌여놓은 <도서관 친구들>일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주 만나는 친구들과 헤어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이란 곳이 아이 학교나 아파트 가격에 따라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곳이라고도 하지요. 그래서 작년 서울시 한 책 읽기의 주제가 ‘서울은 고향이다’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도서관에 자주 가고 또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보니 이제 이사하기가 어려워요.’ 라고 했습니다. 이웃이 생기고 동네가 생기고 그래서 한 곳에 오래 살아 앞으로는 서울이 마음의 고향인 아이들과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얼만 전엔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동네로 이사한 이웃이 있었습니다. 처음 도서관 친구들 활동을 시작할 때 웃으며 했던 말이 있습니다.
"도서관 옆 집값이 가장 비싸게 되는 날까지" 함께 하자 했는데 서서히 싹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좋은 일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2006년 5월에는 '주식회사 장성군'이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였습니다. 지자체 선거가 있는 달이기도 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는 지자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의미에서 그 책을 선택하였습니다. 시골 작은 군에서 지난 10년간 받은 상금만 100억이라고 하더군요. '장성을 변화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하였는데 교육의 힘이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우리는 생각하였습니다.
교육보다 먼저 사람을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각의 변화!'
생각이 바뀌면 사람이 바뀔 것이고 사회가 바뀌게 될 것이며 그러면 세상은 변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대로 바로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게 된다지요.
우리는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또 새로운 것을 꿈꾸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길을 찾고 영혼의 갈증을 푸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이 세상에서 큰 길을 내고 앞서 큰 걸음을 걸었던 사람들이 한결 같이 자신을 키운 가장 위대한 장소로 기억하는 곳,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곳, 그곳이 우리 도서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담긴 책을 찾아 읽는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 또한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게 되겠지요. 그래서 부모와 아이가 손잡고 도서관에 나와 그곳에서 꿈을 키우고 마음의 폭과 깊이를 더하여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조금씩조금씩 나아가게 될 때 세상은 우리가 꿈꾸는 바로 그런 세상이 될 것입니다.
저와 우리 도서관 친구들은 그곳에 힘이 되고 기쁨이 되고 싶은 친구들이 1000명, 10000명, 10만 명, 100만 명이 되어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는 꿈을 꾸어 봅니다. 희망이 생깁니다. 조용하고 느려서 변하는 것 같지도 않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쉬지 않고 가보고 싶습니다.
2009년 12월 현재 전국 <도서관 친구들>은.......
2006년 동대문구 정보화 도서관의 도서관 친구들이 발족을 하고 힘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측에서는 친구들 방을 마련하고 여러 가지 지원을 하며 돕고 있고, 친구들은 또 도서관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적극 돕는 아름다운 활동으로 공공도서관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어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보기에 참 좋습니다.
그리고 2007년 7월에 부천 복사꽃 필 무렵이란 작은 도서관에서도 도서관 친구들이 모여 발대식을 하고 빛나는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광진 도서관 친구들은 경험을 나누고 축하 선물을 (60만원 상당) 보냈습니다.
다음은 2007년 충남 금산 기적의 도서관에 <도서관 친구들>이 오랜 시간 준비 작업을 하여 지난 10월에 발족을 하였습니다. 물론 우리 도서관 친구들이 물심양면으로 적극 도왔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학교 <도서관 친구들>이 발족을 하였습니다. 서울 <신묵초등학교 도서관 친구들>입니다. 2007년 여름방학 중에 연수와 준비를 끝내고 9월에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이제 홈페이지도 만들어 학부모님들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구체적인 지원은 없었지만 서로 돕기로 한 서초구 아름다운 도서관 친구들도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하면 언제든지 달려 가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대구 성서 도서관, 부천 동화기차 도서관, 시립 도봉 도서관 친구들이 있으며 지난 1월 21일 강릉 시립 도서관, 22일은 보령 햇살 작은 도서관이, 다음은 보령시립도서관이 친구들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12월 11일 서울 강남 일원청소년 독서실의 작은 도서관에도 도서관 친구들이 첫 걸음을 떼었습니다. 전국에서 열 두 번째 <도서관 친구들>이 되는 셈이지요.
현재 광진 도서관 친구들은 자문위원 12분을 포함하여 640명의 친구가 있습니다. 정기적인 모임과 함께 해마다 아이들 방학에 맞추어 우리도 잠깐의 휴식 기간을 갖고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에 방학을 하지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친구도 꾸준히 늘었고 독서 토론도 조금씩 다양하고 깊이 있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 친구들의 활동에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더 많은 도서관들에서 도서관 친구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힘이 됩니다. 한 사람이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씩 함께 갔으면 좋겠습니다.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는 친구들, 친구 출판사
우리 <도서관 친구들>에겐 고맙고 또 고마운 친구들이 또 있습니다. 바로 친구 출판사들인데요. 자그마치 17군데나 있습니다.
1. 노마드 북스 / 2. 샨티 / 3. 서해문집 / 4. 파란자전거 / 5. 보림 / 6. 보리 / 7. 파랑새 어린이 / 8. 소나무 / 9. 양철북 / 10. 나라말 / 11. 브리테니커 / 12. 청어람미디어 / 13. 봄날출판사 / 14. 행복한 아침독서 / 15. 아리샘/기댄돌 / 16. 휴머니스트 / 17. 휴먼 어린이.........
이 친구출판사들이 우리를 돕는 일은 그 출판사의 반품도서를 기증해 주는 것입니다. 서점으로 나갔다가 반품되어 돌아온 도서 중에서 아까운 책들을 골라 우리 <도서관 친구들>에게 기증해 주면 우리는 그 책을 정가의 50%에 판매하여 그 수익금으로 다시 친구 출판사의 새 책을 사서 도서관에 기증하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창고 정리할 때 반품도서를 준비해놓고 연락을 주시면, 또 다른 한편에서 우리를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있는 <여산통신> 책차가 책을 가지러 갑니다. 이렇게 틈날 때마다 책을 우리 광진도서관으로 배달해 주시는데 물류비용 절감차원에서 우리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지요.
이렇게 모아진 반품기증도서들은 광진도서관 친구들이 <도서관 친구들> 도장을 찍어 표시를 한 다음 전국에 있는 지역 <도서관 친구들>에게 보내줍니다. 지역에선 적당한 때에 책 시장을 열어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또 책을 사서 기증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러나 2007년 후반기는 여전히 <도서관 친구들>이란 단체에 낯설어 하는 시설 관리공단의(현재 도서관 운영주체임) 지나친 견제로 계획했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져 중단한 상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좀 더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시민의 모임이라고 하면 아파트 부녀자 모임으로 생각하거나 단체의 이익만을 위해 힘을 행사하려고 모인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도서관 친구들> 활동은 필요하지만 시민단체로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서로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한동안 활동을 멈추고 광진 도서관이 입장을 정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청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쉬는 동안에 우리는 이웃 도서관(부천복사꽃 필 무렵 작은 도서관, 금산기적의 도서관, 신묵초등학교도서관)에 더 많은 친구들을 만들고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였으며 홈페이지 제작도 마치고 새로운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힘들거나 길지 않아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시고 더 많은 친구들이 후원금을 내 힘을 보태 주셨으며 물품을 함께 나누어 주어 2008년은 새로운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인 시위나 고충처리 위원회에 말해보라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참고 기다리고 꾸준히 설득한 결과 2007년 연말에 드디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 보자는 시설관리 공단 측의 제의로 만남을 가졌고 진지한 대화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공 도서관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그런 멋진 도서관을 만들어 보자는 합의가 이루어져 우리는 기대로 부푼 새해를 맞이하였고 전보다 더 힘차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2009년 12월 현재 함께 연대하고 있는 <도서관 친구들>은 이제 열 두 군데로 늘었습니다. 함께 꾸니 꿈은 이루어지나 봅니다. 후원금을 내는 친구들만도 1000명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가는 이 길을 오래 오래 더 많은 사람들과 가고 싶은 꿈을 전합니다.
|
첫댓글 어떤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 ! ! 짝짝짝
드디어 도서관친구들이 열두 군데가 되었네요. 그간 들꽃 선생님과 도서관친구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 한편의 역사 만들어 졌네요
쓰고 보니 원칙 한 개가 빠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