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위의산 천황산.재약산

[구름나그네]

어느 순간 부모님 나이를 생각하면 정확히 몇세인지 모를때가 더러 있었다. 치매는 아닌것 같은데..그러다 가끔 내나이를 생각하면 그 또한 헷갈릴때가 있다. 여섯인지 일곱인지 
세월은 흐른다는 걸 인식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가고 있다는것 그것...

그 세월이 더 가기전에 내가 산을 오를수 있을때 더 오르고 추억을 되새길수 있을때 그 추억을 음미하고자 15년전 산행했던 곳으로 마음과 몸을 돌려본다. 밀양 표충사 뒷편 재약산이라는 곳으로 ....

구름한점 없는 맑은날  절기 치고는 바람이 꽤나 차다. 그 찬 바람이 구름을 몰고가 온천지가 너무 또렸하다.

밀양 가는 길은 화창한 날씨 만큼 동심으로 돌아가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늘 처럼 청도휴게소에서 500원 자판기 커피 한잔을 마신다. 자동차와 사람이 엄청 많다. 3일연휴의 첫날이라 그런가? 코로나의 끝이라 그런가

차는 달려 어느덧 표충사 부근인데
어릴적 꿈을 찾아 떠나는 듯, 본듯 아닌듯 한 길은 15년전의 희미한 기억들로 잠시 나를 일깨운다. 몸은 비록 되돌아 갈수 없어도 마음은 그때로 가 있다.

주차장에 도착 하니 그래도 이른 시간인지 그 넓은 주차장에 차량은 별로 없고 예전의 많은 식당들은 그대로 영업중인데 그걸 보니  더더욱 기억은 또렸해지고, 주변은 변한게 없는데 나만 변해 버린것 같다

주차장은 무료이나 표충사 일주문까지 약 20 여분을 걸어야 한다. 거기서 사찰관람료 3000 원을 내야한다. 만 70세 이상 무료.  만약 차로 입장하면 주차료 2000원을 더 내야함.

제약산은 표충사 뒷편쪽에 위치한 산으로 천황산 옆에 위치한 영남알프스 9산중 하나로  두개의 폭포와 억새를 자랑하는 산이다.

사찰정면 일주문 입구 우측으로 넓게 나 있는 길을 따라 계속 오르면 폭포쪽을 거쳐 정상가는 길이다.
좌측으로는 천황산. 재약산으로 바로 오르는 길도 있다. 오늘 하산 예정코스다.

나는 오늘 시계반대 방향으로 폭포.재약산.천황재. 천황산.표충사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이다.

사찰 우측 넓은길 따라 오르는데 예전과 변함이 없다.한동안은 임도 처럼 넓고 가파르지 않는 그늘진 길을 따라 쉽게 오를수 있다. 주변 나무들은 상수리나무가 많은데
연세 지긋한 남녀 두분 열심히 도토리를 줍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도토리 많죠?  말을 건네며 여유있게 걷는다. 기분이 상쾌하다.

세월이 많이 흘러도 흑룡폭포 가는길은 그대로 인데  부산에서  왔다는 남녀 두 사람이 헉헉 거리며 올라가고 있는데 가뿐하게 추월한다. 만날 추월만 당하다가 오늘은 힘을 내어본다.

짧고 급하게 오르는 코스라  경사가 다소 있다.
3부 능선까지는 임도길 비슷하나 흑룡폭포를 지나고 나서는 상당히 가파르며 계단도 더러 있다.
흑룡폭포는 산사이의 좁은계곡에서 물이 흘러 떨어 지고 있는데 장대함이 그 어느산에서도 쉽게 볼수 없는 풍광이었다. 금수산 용담폭포 이상이었다.

흑룡폭포에서 한 30분을 더 오르면 층층폭포가 있는데  2개의 층으로 된 폭포인데 높이가 무려 30여미터에 달한다. 많은 산행중 보아온 폭포 같지 않은 폭포들에 비하면 그 길이나 높이 수량등에 놀랐고 설악 토왕성 폭포 만큼 멋지고 긴 폭포가 아닐까 싶다.

계단의 천국?
층층폭포 지나서는 온통 계단이고 계단 끝부분에 올라서면 사자평 근처인데 차도 다닐수 있는 임도가 나타난다.
문제는 여기다. 긴 오르막길을 올라 왔는데 정상인가 싶은데 임도가 나타나고 임도 따라 10 여분 가다보면 오른쪽은 평전같은 억새의 천국 사자평이다. 그런데 저 멀리  우뚝 솟은산 하나가 보인다 재약산 정상이다.
평지에서 다시 산 하나를 더 올라야 하는 상황이다.
처음 왔을때 참 특이한 곳이라 생각했던거 같다

재약산 가는길은 억새 사이 오르막길을 조금 걷다가 어느 순간 임도길을 가로지르면 정상쪽으로 오르막의 길고긴 계단길이 시작된다. 거의 정상까지 이어진다.흙을 밟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아마도 전국에서 제일 길듯한데  내가 다녀본 산중에서는 이런곳은 본적이 없었다 

보통은 구간구간 상황에 따라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하는데 여기는 한 5부능선부터 정상까지 끊어짐 없는 계단의 천국을 만들어 놓았다. 15년전에는 전혀 계단이 없었는데. 세월의 흐름이 피부에 닿고 굳이 이 멋진곳에 계단을 설치해야 되나 싶다. 예전엔 없어도 잘만 올라간 기억이~~

힘든 계단 오르는 길은 선명한 날과 함께 탁 트여 있는 풍광과 억새 등이 그나마 위안거리인데  조망 하나는 일품 이었다.
사자평쪽도 잘보이는데 시절을 만난듯 억새 천국인데 온통 억새 억새다.
정상부근에 오니 사람도 많다. 아마도 케이블카를 타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인것 같다.

재약산 정상부근 다다를 무렵 힘이 딸려 계단에 퍼져 앉아 잠시 쉬었다.
산 하나를 더 오르는 꼴이라 체력도 많이 소진되었다.
힘도 들고 목도 말라 물도 마시고 쵸코릿 하나로 떨어진 당을 보충하다.

정상에 도착하니 인증샷 찍는다고 전국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천황산 쪽도 마찬가지로 줄서야 되고 경기도 등지에서 산행버스로 동호회에서 많이 온것같다.

오늘따라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데 겨울이 온것같다.특히 정상쪽에서는 더 심하다.
정상은 내가 생각했던 15년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것 같은데 세월은 나의 기억 마져도 앗아가 버렸는가 보다.
저산 너머 너머 아련한 산 그리메 속에 그날의 그리움에 잠시 빠져들고.

10여분 줄서 기다리다 인증샷을 하고 정상 바로옆 바람없고 세상 다 트인곳에서 점심을 하다.
언양읍은 물론 저 멀리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까지 눈에 들어 오는게 시야가 너무 좋다.

15년전에는 천황재 쪽에서 하산 한것 같은데 그때는 가보지 않은 천황산을 오른다
재약산에서 천황산 가는길은 초반 암릉길로 하산하다가 억새가 한창인 천황재를 지나 천황봉 정상까지는 완만한 오름길이며  등로 좌우로 억새가 많으며 정상 다가 갈수록 또 긴 계단의 연속이다. 그야말로 계단의 천국이다. 다만 등로에 나무가 없어 사방 온세상이 눈안에 있다.

천황산 정상도 인증샷 한다고 줄서기다..
나의 뒤에서 줄서 있던 부산에서 왔다는 부부에게 사진 부탁을 하고 나도 사진을 찍어주었다.

부산에서 얼음골 케이블카까지 1시간 정도가 걸렸다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왔다는데 내가 저기 해운대 보이네요 하니 어디어디 하면서 보더니 진짜 보이네 이러면서 저쪽 동네에 산다고 한다.
바다만 보고 살았으니 산도 보고프리라. 특히 이 멋진곳은...

천황산 정상은 부산뿐 아니라 주변산들이 다 보인다. 영축.신불. 간월. 가지.백운. 운문. 구만  등등
하산길도 표충사쪽. 얼음골쪽.케이블카쪽 등 등로가 다양하다.

잠시 쉬다 표충사쪽 코스로 내려선다.
능선길인데 상당히 가파르며 한계암까지 능선길로 내려 오다 그이후는 왼쪽에 계곡을 끼고 표충사까지 이어진다. (총 3.9  키로)

산위의 산을 오르는 특이 지형의 재약산.천황산.
흑룡폭포와 층층폭포가 있는산
계단이 수도 없이 이어지는산
넓은 사자평의 억새를 뽑내는 산
케이블카를 이용 쉽게 접근 할수 있는산
목가적인 풍경으로 얄프스 아닌 영남의 알프스 산...
잡목등이 없어 조망이 너무 좋은산 등으로 기억될 산이다.

자연은 거의 변함이 없는거 같은데 난 너무 멀리와 버린것 같다. 몸이 가고 있으니 마음도 덩달아 가는듯
왔던날은 저 산의 그리메 처럼 아득한데 갈날은 선명한 조망 처럼 앞이 보이는것 같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희로애락 애오욕 모든것을 잊은 무념무상의 날 이었다.
식사시간 포함 총 6시간30분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한달여 만의 홀로 산행이었다.

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만 ~~

청도 휴게소

표충사 공영주차장

표충사 가는길

소나무 숲

사찰 관람료 징수

등산 요도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일주문. 재악산 이라 표시

표충사 경내에서 본 재약산

등로 초입

청하암

진절 머리 첫 계단 시작

흑룡폭포

층층폭포전

층층폭포

사진 보다 실제 훨 웅장함

임도 시작

재약산 가는길

직진 재약 우측 사자평

고사리 분교

사자평

길고긴 계단의 연속.정상까지 이어짐

왼쪽에서 간월. 간월재.신불. 영축

제약산 정상

줄서기

간월.신불.영축산

표충사.주차장.상가 등

식사 바로앞 풍경

저멀리 해운대

천황산

천황산 가는길.재약 바로 밑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천황산 줄줄줄

얼음골 가는길. 운문.백운.가지산

케이블카 가는길

한계암 지나 계곡

2007.11. 재약산.계단 전혀없었음





07.45  집출발
08.05  동대구 tg
08.30  청도휴게소
08.50  출발
09.00  밀양tg출발
09.25  표충사 공영주차장
09.32 주차장 출발
09.48  표충사 일주문(입장료 삼천)
10.05  청하암
10.30  흑룡폭포
11.00  층층폭포
11.10         "     출발
12.05  재약산.1108 미터 
12.20  식사
13.15  출발
13.40  천황재   
14.05  천황산 정상. 1189 미터
14.35  출발 
15.35  한계암
15.55  표충사
16.05  주차장 . 총 6시간3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