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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격 전 부문에서 롯데는 삼성을 압도했다. 특히나 기동력에서 롯데는 삼성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준비부터 실전까지 롯데는 삼성의 반보 쫓아가지 못했다 |
먼저 공격력에서 롯데와 삼성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롯데는 팀 타율, 팀 OPS에서 각각 2푼6리, 4푼7리, 팀 도루는 무려 76개나 앞서며 정교함과 파워 그리고 빠르기에서 삼성을 압도했다. 투수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08시즌 롯데-삼성 타격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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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롯데의 팀 방어율은 SK에 이어 2번째로 뛰어난 3.64였다. 1995년 3.47를 거둔 이후 팀 방어율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였다. 1998년 이후 지난 시즌까지 10년 동안 롯데는 2006년(3.86)을 제외하고 한 번도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 만큼 오랜 기간 투수력이 엉망이었다.
이에 반해 삼성은 팀 방어율 4.41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이 성적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삼성 창단 이래 3번째로 낮은 팀 방어율이자 2000년 4.64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었다.
2008시즌 롯데-삼성 투구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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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두 팀은 선발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수 (52승36패)을 거둔 롯데 선발진은 선발 방어율 역시 3.67로 SK의 3.33에 이어 2번째로 좋았다. 그러나 삼성 선발진은 37승52패로 승보다 패가 많은 데다 선발 방어율도 5.23으로 꼴찌 LG 선발진 방어율 5.12보다 높았다.
이런 객관적인 지표 때문인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포스트시즌에 대비에 별도로 뭔가를 준비하는 것보다 정규시즌 좋았던 팀 분위기와 자세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는데 데이터 상으로 객관적 우위를 점한 감독이 아니면 내비칠 수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엄연히 다르다는 걸 로이스터 감독은 지나치리만치 간과했다. 오히려 정규시즌이 포스트시즌의 연장선상이라는 자세가 독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최소한 한국프로야구에선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듯 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규시즌과 달랐던 삼성
삼성 선발 배영수는 올시즌 롯데를 상대로 3승1패를 거뒀다. 그러나 방어율은 4.50으로 높았고 중심타자인 조성환(피안타율 4할), 이대호(6할, 1홈런), 카림 가르시아(3할3푼3리), 강민호(3할3푼3리, 1홈런)에게 매우 약했다.
이에 반해 롯데 선발 송승준은 삼성에 무척 강했다. 올시즌 삼성을 상대로 3승1패 평균자책 3.22의 준수한 성적을 거둔데다 양준혁(2할2푼2리), 최형우(1할1푼1리), 진갑용, 채태인(이하 0할) 등 주요선수들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하자. 배영수는 정규시즌의 그 배영수가 아니었고 송승준은 ‘삼성 킬러’였던 그 송승준이 아니었다.
배영수는 뛰어난 제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롯데 타선을 봉쇄했지만 송승준은 제구 난조와 단조로운 공배합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배영수는 5이닝 동안 6피안타, 3실점으로 호투하며 ‘푸른 피의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친 반면 송승준은 2⅔이닝 7피안타 2볼넷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는 눈으로만 보이는 수치일 뿐이다. 그 이면엔 두 팀이 어떤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대비했는지 극명한 차이가 숨어 있다. <스포츠춘추>가 스포츠통계업체 Sports2i의 협조를 받아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배영수, 송승준의 투구기록을 분석했다. 먼저 배영수다.
준플 1차전 배영수 투구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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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는 5이닝 동안 총 70구를 던졌다. 이 가운데 직구 33, 슬라이더 31, 포크볼을 6개씩 던졌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직구 9개로 가장 많았으나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합쳐 변화구도 14개나 됐다. 롯데 타자들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을 예상해 초구 변화구 비율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준플 1차전 배영수 투구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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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와 변화구의 공 스피드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과거 시속 150km를 오가던 강속구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직구 최고구속이 불과 시속 141km밖에 되지 않았다.
준플 1차전 배영수 투구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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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속 140km의 직구가 급격한 구속 저하 없이 이닝이 진행될수록 완만하게 줄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배영수가 평범한 직구 구속에도 불구하고 이날 역투할 수 있던 중요한 배경은 롯데의 의표를 찌른 공배합이었다.
9월 하순 모 구단 원정기록원이 작성한 배영수의 투구분석표에는 ‘힘이 좋은 중심 타자에게 몸쪽 코스 승부가 적어 중심 타자 상대 시 몸쪽 코스는 버린다고 생각하고 타격 하는 것이 좋다’고 적혀 있었다.
2006년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린 뒤 배영수는 그해 겨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며 충실히 재활프로그램을 수행한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올시즌 1군 무대로 돌아왔다. 그러나 수술의 여파로 직구 구속은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이때 배영수가 주무기로 빼든 카드가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의 속성상 바깥쪽 공이 많은 건 당연했고 “과거에 비해 (배영수가)도망가는 피칭을 한다”는 소릴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하지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배영수는 정규시즌과는 다른 공배합을 시도했다. 몸쪽 공 구사율을 높인 것이다.
준플 1차전 배영수 코스별 투구분석.
(적색 - 투구수 4개 이상, 분홍색- 3, 노란색- 2, 회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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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배영수가 던진 70구 가운데 몸쪽 공은 34개로 바깥쪽 공 27개에 비해 6개나 많았다. 왼손타자를 상대로는 더 적극적으로 몸쪽 공략을 펼쳤는데 이인구, 가르시아, 손광민 등 왼손타자에게 던진 23구 가운데 무려 15구가 몸쪽 공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롯데 타자들이 바깥쪽에 타격포인트를 형성할 것이란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구와 바깥쪽 공을 노렸던 롯데 타자들은 시리즈 내내 혼란스러워했다. 1차전이 끝난 뒤 롯데 조성환은 “우리가 예상했던 배영수의 공배합이 아니었다”며 “솔직히 당황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타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몸쪽 공으로 타자를 배터 박스에서 먼쪽으로 떨어지게 한 뒤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의 효과를 배가시키려 한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정형화된 채 이뤄지지 않았다. 포수 진갑용의 경험이 더해져 경기 내내 배영수의 공배합은 변칙적으로 이뤄졌다. 가장 극명한 예가 4회 1사 가르시아와의 타석이다.
4회말 1사 배영수의 가르시아 상대 투구
(1포 - 1구 포크볼, 2직 - 2구 직구, 3구- 슬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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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는 배터 박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타자 가운데 한명이다. 팔을 쭉 뻗는 타격스타일로 인해 몸쪽 공이 약한 가르시아가 오랜 경험 끝에 이끌어낸 타격자세다. 올시즌 내내 가르시아가 약점으로 지적된 몸쪽 공에 웬만큼 대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경험 많은 배영수와 진갑용 배터리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삼성 배터리는 되레 가르시아의 몸쪽을 공략했다. 결정구도 바깥쪽 직구로 가르시아를 유인한 뒤 몸쪽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렇다면 롯데 송승준의 공은 어땠을까. 이날 송승준은 졍규시즌와 거의 같은 투구패턴을 선보였다.
준플 1차전 송승준 투구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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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최고 시피드는 시속 144km였다. 그러나 평균 시속이 여느 때보다 2km 정도 감소했다. 큰 경기가 주는 긴장감과 1, 2회 제구 난조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준플 1차전 송승준 투구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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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준은 타자들을 면밀히 연구하는 스타일의 투수는 아니다. 자기 공에 확신을 갖고 마운드 위에 오른다. 미국 무대에서 활동한 투수들이 대개 그런 스타일이다. 송승준만큼 자기 직구에 자신감을 갖는 투수도 드물다. 여기다 포크볼 구사율이 높다는 게 송승준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의 포크볼이 유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커브가 뒷받침돼야 한다.
1차전에서 송승준이 던진 총 71구 가운데 커브는 단 3개에 불과했다. 롯데 성준 투수코치는 “그날 커브 제구가 신통치 않아 구사 비율이 줄은 것”이라고 말했다. 포수 강민호도 같은 말을 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송승준에게 커브가 중요한 것일까.
모 구단 전력분석요원은 송승준의 투구패턴이 가장 좋을 때를 “직구-커브-포크볼 순으로 공이 들어갈 때”라고 말했다. 이유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속 140km 중반대의 직구가 들어온 뒤 위에서 밑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가 들어오면 타자의 몸이 뒤로 젖혀진다. 다음 공으로 포크볼이 들어오면 타자의 타격 포인트가 뒤쪽에 형성되기 때문에 앞쪽에서 떨어지는 공을 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스포츠춘추>가 올시즌 송승준의 투구를 분석한 결과 나머지 구단을 상대할 때보다 유독 삼성전에서‘직구-커브-포크볼’ 패턴이 많았다. 물론 효과도 상당했다. 하지만 송승준은 이날 커브도 커브지만 직구 제구가 흔들리며 스트라이크를 잡는데 애를 먹었다.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커브를 던져야 하는데 전자가 수월치 않자 후자까지 영향을 받은 셈이었다.
준플 1차전 송승준 투구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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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23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뒤 연거푸 2회에도 흔들린 탓일까. 송승준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3회 들어 5km나 떨어졌다. 완만한 하향곡선을 긋던 배영수의 직구 평균 스피드보다 가파른 하향세였다.
평소 공격적이던 송승준의 성향은 별 차이가 없었다. 송승준이 던진 71구 가운데 바깥쪽 공은 21개, 몸쪽 공은 26개였다. 하지만 나머지 15구가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로 들어온 게 문제였다. 배영수가 스트라이크 존 중앙으로 들어온 공이 9개였는데 반해 6개나 많은 셈이었다.
준플 1차전 송승준 코스별 투구분석.
(적색 - 투구수 4개 이상, 분홍색- 3, 노란색- 2, 회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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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준이 난조를 보인 까닭도 있지만 삼성이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한 것도 사실이었다. 삼성 타자들은 경기에 앞서 ‘포크볼이 들어오기 전 승부를 끝내자’는 계획을 세웠다. 적극적으로 직구를 노려 일찍 승부를 가져가 불리한 볼카운트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송승준의 직구 제구가 흔들리며 삼성 타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설 수 있었다.
포크볼에 대한 대처도 삼성이 뛰어났다. 1회 송승준이 던진 23구 가운데 포크볼은 4개였다. 이 가운데 볼은 1개였고 3개는 모두 타자들의 배트에 맞아나간 것들이었다. 예전처럼 포크볼에 허공을 가르는 삼성 타자들은 찾을 수 없었다.
항간엔 송승준의 투구습관이 삼성 전력분석팀에 노출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송승준은 투구습관을 파악하기 힘든 투수 가운데 한명이다. 글러브도 다른 글러브에 비해 폭이 넓은 미국제 윌슨을 쓰는 통에 투구습관을 찾기 어렵다.
송승준의 부진을 투구습관 탄로에서 찾기보단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며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한 삼성 전력분석팀의 경험과 노하우에 주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의 의미 있는 실험, 그러나 실패
롯데 타자들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 내내 평소와는 다른 투구를 선보인 삼성 투수진에 쩔쩔 맸다. 이에 반해 삼성은 롯데 투수진의 투구패턴과 공배합을 꿰뚫고 있었다. 송승준을 제외한 롯데 투수들의 투구폼이 삼성 타자들에게 읽힌 것도 사실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간단하다. 한국과 일본프로야구는 포스트시즌을 정규시즌과는 완벽하게 다른 차원에서 치른다. 작전이나 선수단, 타순과 투수 로테이션 등 어느 하나도 정규시즌과 동일하게 구성하지 않는다. 특히나 투수들의 경우 정규시즌과는 다른 투구패턴과 공배합으로 포스트시즌을 맞는다. 투구습관도 정규시즌 때의 문제점을 보완해 포스트시즌에 출전하기 때문에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이유가 있다. 한국과 일본프로야구는 리그 내 각팀의 전력 차가 크지 않고 1군 주요선수들의 기량 차도 작게 때문에 ‘미세한 차이를 공략하는 전력분석’이 단기전에 극히 유리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정규시즌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야구는 세계 최고의 리그답게 객관적 데이터를 무의미하게 하는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다. 김정준 SK 전력분석원과 함께 국내 최고의 전력분석원으로 통하는 허삼영 삼성 전력분석원은 “아무리 뛰어난 전력분석과 투구습관 포착도 상대 타자와 투수의 능력이 슈퍼스타급이면 크게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전력분석은 선수들에게 있어 길이 아니라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포스트시즌을 특별하게 대비하지 않은 건 아시아야구와 미국야구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결과인지 모른다. 아니면 정규시즌 때 성공한 미국식 야구가 포스트시즌에서도 성공하리라 믿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만약 삼성을 이기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면 로이스터식 야구는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으로 야구사에 기록됐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을 중시하는 야구의 속성상 로이스터 감독의 포스트시즌 무대책은 처음부터 교보재로 사용될 가능성이 컸다. 일부 야구인들은 로이스터 감독의 무대책을 방관한 롯데 코칭스태프에게 책임추궁을 할 태세다. 그러나 방향을 잘못 잡았다.
롯데 코치진은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제 역할을 다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일천한 가운데서도 나름 롯데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며 삼성의 약점을 찾으려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은 코치진의 조언을 다음 기회로 미뤘고 그런 일련의 노력들 역시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롯데 내부에서 ‘포스트시즌을 이렇게 준비하자’는 구체적인 구호들이 로이스터 감독 앞에만 서면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전락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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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한 분석이죠....
벤치에서 정신력 까지 롯데꾼들은 겁을 먹었다고 봅니다. 잠재적인 내적 패인을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게 제일 큰 패망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