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라는 이름에서 여행자의 로망을 본 적이 있다. 우리 땅 곳곳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의 숨은 오지까지 서슴지 않고 발걸음을 내딛던 그녀, 그녀는 우리시대의 여행자였다. 그랬던 그녀가, 뜻밖의 소식을 전해왔다. 긴급구호 요원이 됐다는 것이었다. 한비야가 긴급구호 요원이라? 그리고 얼마 후, 2005년에 그녀는 책으로 그러한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도 밖의 곳을 이야기하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그것이다.
지은이의 다른 저서 :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이 책은 어떤 책인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들어가는 말 첫 문장은 "아직까지 나를 세계 일주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면, 오지 여행가 한비야는 잊어주기 바란다."이다. 이 책은 여행 책이 아니다. 그녀가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하던, 5년 동안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아프가니스탄, 잠비아, 이라크, 네팔, 시에라리온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자신의 몸을 맡긴 한비야의 인생 이야기다. 지도에는 결코 나오지 않는, 고통이 스며들어간 지옥과도 같은, '지도 밖'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그곳, 그곳에서 한비야는 무엇을 하는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만날 수 있는 한비야, 그녀는 아프리카에서는 사람들에게 희망과도 같은 씨앗을 주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이라크에서는 식수대를 만들려고 하고 시에라리온에서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금을 모집하고 네팔에서는 누군가가 웃기를 바라며 식량을 마련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지도 밖으로 행군한 한비야,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너무나도 많았다. 지역의 독재자들은 그녀를 비웃고 강대국들은 그녀의 호소를 외면한다. 제대로 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한비야가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마련하더라도 누군가는 죽는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 사실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러나 인간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한비야도 그렇다. 그녀는 '그것'이라도 하려 한다. 절망적인 어둠이 드리워진 곳에서 작은 촛불을 켠다. 그 빛이 언젠가는 사방을 비출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긴급구호 현장으로 뛰어다닌다. 그리하여 지도 밖으로의 행군을 계속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무엇을 느끼게 되는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비야가 그랬듯,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세상에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더군다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 멋진 모습을 보고 자극 받는 건 어떤가. 영원히 고개 숙이고 있을 것만 같던 도전 정신을 우뚝 서게 만든다. 당장 정글에라도 달려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만들어준다. 한비야의 행군에 삶이 더 뿌듯해지는 것이다.
혹시 책을 보고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삶이 초라하다고 생각될 때, 가슴의 떨림이 약해질 때, 한비야의 행군을 떠올려보시라. 가슴이 뛸 것이다. 아주 신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