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25: 어렵게 얻어서 더욱 귀한 보리심
보살행에 들어가는 가르침은 출입 전후로 나뉩니다. 논전의 제4장 ‘보리심 지키기’는 이미 보살행에 들어간 이들을 위한 가르침으로, 중근기와 상근기 법문에 해당됩니다. 하근기 법문을 통해 보살계를 받고 행보리심을 일으킨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법문이 바로 제4장입니다. 만약 아직 행보리심을 일으키지 못했다면, 이후의 내용은 개론적인 보리심 철학의 관점에서 공부하시면 됩니다.
붓다는 아라한에 이르는 길을 교육할 때 근간을 만드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기반공사가 단단하지 않으면 아라한이라는 작품을 건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붓다가 강조한 아라한도의 근간은 바로 사띠-빠따나입니다. 사띠의 확립, 즉 불방일을 통해 수행의 효율은 높아집니다. 나아가 일상의 모든 경험이 수행으로 승화됩니다. 반대로 사띠가 없는 방일한 수행은 효율이 떨어집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수행을 할 때조차 망상만 가득할 수 있습니다. 번뇌의 도둑으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이 불방일은 모든 차제의 수행과정에 필수적인 기반공사입니다.
논전에서도 역시 이 불방일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보리도의 근본은 방일하지 않는 것이니라. 사리자여! 방일이라는 것은 성문의 도에서도 성취할 수 없는데, 무상보리에서 허락되겠는가?” - <문수장엄국토경>
지혜의 눈이 없는 중생이 번뇌라는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가다가 우연한 기회에 보리심이라는 보석을 찾았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분명히 이 귀한 보리심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지혜의 눈을 뜬 후 이 보리심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절대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보리심을 지키고 또 지켜야 합니다.
보살계는 절대로 쉽게 받아서는 안 됩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논전의 하근기 법문을 통해 우리는 보리심의 이익을 배우고, 이를 추구하기 위해 칠지공양을 오랜 기간 실천했습니다. 이 모든 세월 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용맹하게 결심하며 보살계를 받아 행보리심을 일으켰습니다. 이 세월과 노력의 양이 클수록 보리심의 귀함을 대하는 절실함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는 마치 10억이라는 돈을 20년간 애써서 모은 사람과 복권에 당첨되어 하루아침에 생긴 사람의 차이와 같습니다. 후자의 경우 대부분 이 10억이라는 돈으로 인해 불행해집니다. 귀한 돈을 지키지 못하고 잃을 확률이 높고, 그 과정에서 나쁜 버릇이 들며 험한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10억이 귀한 것은 분명하나, 이 귀함을 주관적으로 느끼지 못하니 돈에 치여 다치는 것입니다. 없으니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전자의 경우도 물론 그 10억을 지킬 수도 있고, 잃게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는 주관적으로 분명한 앎이 있습니다. 10억을 모으기 위한 20년간의 경험이 있고, 기억이 있으며, 지식과 기술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귀한 것을 지키려는 마음가짐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불방일한 마음가짐으로 인해 지켜낼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더불어 혹시 잃어버리더라도 기술과 지식, 그리고 경험치를 통해 재기를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기에 빨리 얻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초심자가 보살계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살계를 받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고 큰 공덕입니다. 하지만 보리심 수행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 보살계는 남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다름 아니라 행보리심을 일으키는 의궤이자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보살로 새로 태어난 후 살아갈 보살의 학처를 분양받은 것과 같습니다.
보리심을 일으키지 않은 이가 보살계를 받는 것은 그저 실천하면 행복에 도움이 되는 체크리스트를 얻는 정도의 의미일 것입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보리심을 일으키는 이들은 수행과 일상의 경험이 이루어지는 마음의 터전 자체를 이사하는 것이니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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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네 스님~방일한 삶을 살지 않기를 노력하겠습니다 ()()()
네, 어렵게 얻은 보리심 잘 지키도록 정진하겠습니다. _()_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어떤것도 제대로 완성되지 못함을 다시 확인하며 무너지지 않는 보리심을 키워 가도록 행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보리심과 보살계에 대해 정확히 인지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_((()))_
보리심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아직 싹이 트진 않았지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잘 지키고 지켜서 싹을 틔워 키워내는 그날이 올수 있게 되기를 발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