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발전소》 (2023년 가을호 제3회 신예작가상 당선 동시)
마술은 계속된다
토끼는 스스로
모자 밖으로 나왔어
난 더 마법 같은 세상을 찾겠어
비둘기는 이제
새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
손수건으로 변하는 건 그만할래
모두가 떠난 뒤 마술사는
칼날이 가득한 상자 속에서
영원히 자라나는 꽃을 꺼냈지
어쩌면
정원사가 되는 것도
세상에 멋진 마술일지 몰라
한여름의 예언
이겼다!
넝쿨 나라의 황제가
푸른 말을 타고
가로등 성
가장 높은 곳에
깃발을 꽂았어
백만 명의 전사들이
투구를 벗어
하늘 놀이 던져올렸지
지금은, 내가, 이렇게,
항복, 하지만,
곧, 너희는,
내, 발, 아래서, 전부,
시들시들, 시들 거야,
가로등의 말을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어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야
장난감 병원
박사님은 아시죠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북을 쳐왔는지
이젠 저도 지친 것 같아요
오, 얘야
넌 정말 좋은 연주자란다
네가 아니면 누가
악보 위에 심장 소리를
들려줄 수 있겠니
너에게 북을 준 건 나지만
모든 리듬은 너의 것이었어
쳐, 보렴
박사님이 준 거울 속에는
장난감 병정 대신
소년이 앉아있었어요
태엽도 없고
진짜 피부를 가진 소년이요
너를 두드릴 수 있는 건
너뿐이란다
소년은 가슴 속에
큰 북을 넣었어요
망설임 없이
곧장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습니다
병따개
내가 한때는
이름난 의사였지
속이 갑갑한 병을
이 세상에서 제일
잘 고쳤거든
냉장고에 붙어만 있으니
지루하지 않냐고?
전혀
나에게도 가족사진이 생겼어
지킬 것이 있으면
힘이 세진다니까
《동시 발전소》 (2023년 가을호 제3회 신예작가상 당선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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