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 22노벨문학상수상
[속보] 노벨 문학상 수상자,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올해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 아니 에르노(8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 에르노를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문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중앙일보
수정 2022-10-06 20:33:54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 아니 에르노(82)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 에르노를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사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그의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노벨 문학상 선정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 에르노는 자전적 소설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소신대로 그는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과 날 것그대로의 내면의 감정과 심리를 거침없이 파헤친다. 선정적이고 사실적인 내면의 고백은 때론 논란이 되는 문제작을 낳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칼 구스타프 3세 국왕이 1786년 설립한 왕립 학술원으로, 1901년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해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크로나(약 13억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서는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
앞서 3일에는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진화유전학자 스반테 페보(스웨덴)가, 4일에는 물리학상 수상자로 알랭 아스페(프랑스), 존 F. 클라우저(미국), 안톤 차일링거(오스트리아) 등 3명이 각각 선정됐다. 이어 5일에는 캐럴린 R. 버토지(56·미국), 모르텐 멜달(68·덴마크), K.배리 샤플리스(81·미국) 등 3명이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됐다.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문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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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아니 에르노… 자전적 여성·계급 문학의 성취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82)가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계급·젠더 불균형을 예리하게 포착한 자전적 소설들로 매년 수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다. 지금까지 119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여성으로선 17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에르노를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탐구한 작가"라고 소개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아니 에르노… 자전적 여성·계급 문학의 성취
입력2022-10-06 22:56수정2022.10.06 23:06
6일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가 발표 직후 세르지 퐁투아즈의 자택 앞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세르지 퐁투아즈=AP 연합뉴스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82)가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계급·젠더 불균형을 예리하게 포착한 자전적 소설들로 매년 수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다. 지금까지 119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여성으로선 17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에르노를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탐구한 작가"라고 소개했다. 또 "젠더, 언어, 계급적 측면에서 첨예한 불균형으로 점철된 삶을 다각도에서 지속적으로 고찰했다"면서 "길고도 고된 과정을 통해 작품 세계를 개척해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 발표 직후 에르노는 스웨덴TV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영광"이라며 "큰 책임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2억8,000만 원)와 함께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1940년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난 에르노는 노르망디의 소도시 이브토에서 성장했다. 루앙대를 졸업하고 중등학교 교직생활을 거쳐 문학 교수가 됐다. 1977년부터 2000년까지 프랑스 국립 원격교육원(CNED) 교단에 섰다. 카페 겸 식료품을 운영하는 부모님 아래 성장했던 유년 시절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당시 자각한 계급과 불평등은 에르노 문학의 기반이 됐다. 고작 12세에 겪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려 한 일은 이후 자전적 소설 '부끄러움'의 소재가 됐다.
스웨덴 한림원이 6일 스톡홀롬에서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아니 에르노를 선정했다고 밝히면서 그의 작품들을 전시했다. 스톡홀롬=AFP 연합뉴스
에르노 문학의 핵심은 자전적 글쓰기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장롱'으로 등단했고 1984년 '자전적·전기적·사회학적 글'이라 명명된 작품 '자리'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현대 프랑스 변천을 조망한 '세월'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상 등을 석권했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작가 스스로가 밝힌 작품관에 속하는 소설들이다.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단순한 열정' '부끄러움' '사진의 용도' 등이 있다. 특히 2011년 자전 소설과 미발표 일기 등을 수록한 선집 '삶을 쓰다'는 프랑스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는 쾌거를 이뤘다. 갈리마르는 프랑스 문학 거장들의 작품이 주로 묶인 시리즈로, 생존 작가가 편입된 것은 에르노가 처음이다. 2003년 발두아즈주(洲)에선 작가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날 AFP통신은 "20권이 넘는 에르노의 책들은 수십 년간 프랑스 학교 교과서였다"면서 "그의 작품이 현대 프랑스의 사회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미묘하고 통찰력 있는 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의 작품 중 최근 국내에 한국어판이 출간된 '카사노바 호텔'(왼쪽)과 '그들의 말 혹은 침묵' 표지.
에르노의 글은 무엇도 덧붙이지 않은 깔끔함으로 대변된다. 이재룡 숭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자신이 경험한 죽음과 상실 등을 아주 솔직하게 가감없이 간명한 문체로 써서 독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다"고 평했다. 소설인 듯 아닌 듯 혼란스러울 정도의 글쓰기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문학의 영역을 (나에 대한 글쓰기로) 확장하면서 독자들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갔다"고 분석했다. 특히 초기 문학의 성취로 "자아가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을 꼽았다. 거대담론이 밀려나고 개인으로 시선이 돌아오던 1980년대 흐름과도 맞아떨어진 작법이었다.
나를 고백하는 여성 문학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란 평도 나온다. 여성문학사를 연구하는 장영은 성균관대 초빙교수는 "지금까지 하찮고 사소하다고 여겨졌던 여성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가 인정받은 것"이라며 "자기 삶을 고백하는 글도 문학적인 깊이가 엄청나다는 걸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하나하나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 에르노의 문학 세계다. 장 교수는 눈에 띄는 작품으로 "'그들의 말 혹은 침묵'은 생애주기별로 겪는 삶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잘 표현했고, 임신중지 경험을 기록한 '사건'은 용기가 필요한 고백을 과감하게 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국내에는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사건' '단순한 열정' '카사노바 호텔' 등 10여 권이 번역 출간돼 있다.
2022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 연혁. 그래픽=송정근 기자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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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佛여성소설가 아니 에르노
프랑스 여성 소설가 아니 에르노(82·사진)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 시간)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
노벨문학상에 佛여성소설가 아니 에르노
2022 노벨문학상] 자전소설 통해 사회구조 파헤쳐
프랑스 여성 소설가 아니 에르노(82·사진)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 시간)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4년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이후 8년 만이다.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난 에르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루앙대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했다. ‘남자의 자리’ ‘사건’ 등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사회 구조를 파헤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상금은 1000만 크로나(약 12억8000만 원)다. 에르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7번째 여성 작가가 됐다. 국내에는 ‘빈 옷장’을 비롯해 ‘탐닉’ ‘집착’ 등 주요 작품이 20권 가까이 출간됐다.
허구 아닌 체험한 것만 글로 써… 낙태-빈곤 등 날것 그대로 ‘폭로’
佛 여성작가 에르노의 삶과 작품세계
소상인 딸로 태어나 교직 거쳐 등단…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에 천착
폭력-성적 억압 등 파격적 문학실험… 기성 문단 ‘문학 아닌 노출증’ 비난도
생존작가 첫 갈리마르 총서로 출간 “자신의 가면 파헤친 용기 평가받아”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는 6일(현지 시간) 수상자 발표 직후 스웨덴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단한 영광이다. 동시에 제게 주어진 대단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작품 자체와 문학적 질에 집중한다. 지난해 수상자는 비(非)유럽인이었고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82)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직후 이렇게 설명했다. 문학적 성취를 강조하면서도 페미니즘, 성 문제에 천착해온 여성 작가를 선정한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지난해 수상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였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한림원이 80세가 넘은 여성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 건 자신의 가면을 가차 없이 파헤치는 작가의 용기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며 “젠더와 계급에 대한 억압, 차별을 폭로한 작가를 선정한 한림원 발표에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소도시 릴본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루앙대를 졸업하고 중등학교 교사가 됐다. 1971년 현대문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까지 문학교수를 지냈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한 뒤 소설 ‘남자의 자리’로 1984년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프랑스에서 제정됐다. 2011년 선집 ‘삶을 쓰다’로 생존 작가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로 출간되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스스로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2001년 펴낸 대표작인 장편소설 ‘탐닉’에는 허구가 없다. 작가는 자신이 연인과 만나고 헤어지기까지인 1988년 9월부터 1990년 4월까지의 일기를 공개했다. 이 일기를 쓸 당시에도 에르노는 이름난 작가였으며, 연인은 35세의 파리 주재 소련대사관 직원이었다. 에르노는 작가들의 소련 여행을 수행하던 연인과 레닌그라드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파리로 돌아왔고, 연인이 소련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연 관계를 이어갔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금기시되는 주제에 천착했다. 임신 중절 경험, 노동자 계층의 빈곤, 문화적 결핍, 가부장제적 폭력, 부르주아의 위선, 성적 억압 등에 대해 문학적 실험을 이어갔다.
2002년 출간한 장편소설 ‘집착’에서 그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추한 모습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나’는 스스로 연인을 떠났다가 곧 연인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기자 집착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고백한 것. 2020년 발표한 단편 선집 ‘카사노바 호텔’에서도 폭로는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현실에 지친 ‘나’는 오랜만에 옛 애인을 만나 근처의 카사노바 호텔로 향한다. 어머니의 병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지만 ‘나’는 애인과 카사노바 호텔에서 사랑을 나누는 파격적인 서사가 펼쳐진다.
폭로를 통해 그가 그려내려 한 건 구원이다. 소상인의 딸로 태어나서 열등감과 자기혐오부터 내면화해야 했던 자신을 구원해준 것이 바로 문학이었다. 이런 자기 폭로를 통해 독자에게 공감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모든 버림받고 소외당한 이들을 살아 있게 해준 것이 글쓰기라고 그는 고백한다.
처음 기성 문단은 “에르노의 작품을 과연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폭로로 점철된 ‘노출증’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노의 문학적 도전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 속에 타인,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에르노)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https://blog.naver.com/soopsaem/222893660808
***서점가에 아니 에르노 바람
‘금기 없는’ 삶과 문학에 호응…서점가 ‘에르노 바람’
금기 없는 글쓰기로 독자들을 전율시킨 아니 에르노(82)의 책들이 국내 출판 시장을 달구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에르노는 불륜, 낙태 등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글쓰기로 문학의 지평을 넓혀 왔다. 거침없는 삶과 문학에 독자들이 호응한 듯 국내 출간된 그의 책들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금기 없는’ 삶과 문학에 호응…서점가 ‘에르노 바람’
입력2022-10-10 17:50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 문학동네 제공
금기 없는 글쓰기로 독자들을 전율시킨 아니 에르노(82)의 책들이 국내 출판 시장을 달구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에르노는 불륜, 낙태 등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글쓰기로 문학의 지평을 넓혀 왔다. 거침없는 삶과 문학에 독자들이 호응한 듯 국내 출간된 그의 책들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몇 년 만의 노벨문학상 특수다.
에르노의 책들은 지난 30년간 국내에 꾸준히 소개됐다. 문학동네, 민음사, 1984북스, 열림원 등이 1988년부터 지금까지 17종의 책을 출간했다. 개방적인 프랑스에서조차 외설 논란이 터질 정도의 파격성과 가독성 있는 문장, 주요 문학상 수상 등 화제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추긴 했으나 그간 판매량은 야속했다. 대표작인 ‘단순한 열정’은 2012년 출간 이후 2만5,000권 정도 나갔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저력이 터졌다. 10일 현재 ‘단순한 열정’은 교보문고 일간 베스트셀러 2위로 껑충 뛰었고, 알라딘 5위, 예스24 11위에 올랐다. 알라딘에 따르면 지난달 에르노 책 판매량은 183권이었는데 노벨상 수상 후 14시간 만에 1,215권이 팔렸다. 알라딘 관계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후 14시간 동안 판매량이 가장 많은 작가”라며 “한글날 연휴도 있어 판매가 더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 왼쪽부터 단순한 열정, 세월, 빈 옷장. 출판사 제공
에르노는 ‘체험한 것만 꾸밈없이’ 쓰는 작가다. 작품은 당혹스러울 만큼 적나라하다. ‘단순한 열정’은 작가 자신이 40대 시절 파리에 온 소련 유부남 외교관과 연애한 일을 일기처럼 써냈다. 헤어진 남성을 그리워하며 "어느 날 밤, 에이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 놓았는지 모른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사랑의 지독함을 느끼게 한다. 에르노는 '여성은, 문학은 이러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내밀한 인간 내면을 파헤치면서 사회적 통찰도 놓치지 않았다.
에르노의 다른 작품들도 이제야 알아봤냐며 베스트셀러 목록을 갱신하고 있다. 알라딘에서는 '빈 옷장'이 11위, '세월'이 13위에 올랐다. '빈 옷장'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드러낸 작품. 에르노가 스무 살 때 불법 낙태 수술을 받는 장면에서 책은 시작한다. 2019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세월’은 1941년부터 2006년까지 시대적 흐름을 여성 시각에서 조망했다. 자서전이 일반적으로 택하는 일인칭 화자가 아닌 '그녀' '우리' '사람들'로 서술하며 개인적 경험을 사회 공동의 기억으로 확장했다.
7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를 찾은 시민이 2022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 작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출판계는 모처럼의 노벨상 특수를 반기고 있다. 2021년 노벨상을 받은 탄자니아 난민 출신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2020년 상을 수상한 미국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은 국내 출간작이 없어 서점가가 웃지 못했다. 에르노 책을 다수 출간한 문학동네의 윤정민 해외문학팀 과장은 “품절 상태였던 에르노의 에세이 ‘칼 같은 글쓰기’도 재출간을 할 예정이고, 정혜용 번역가와의 북토크도 준비하고 있다”며 “이미 인지도가 있는 작가고 출간된 책들도 많아 노벨상을 계기로 더 많은 독자들에게 폭넓게 읽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알프레드 노벨
[ Alfred Bernhard Nobel ]
스웨덴의 발명가, 화학자, 노벨상의 창설자. 고형 폭약을 완성하여 다이너마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학의 진보와 세계의 평화를 염원한 그의 유언에 따라 스웨덴 과학아카데미에 기부한 유산을 기금으로 1901년부터 노벨상 제도가 실시되었다.
183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출생한 후 4세 때 핀란드로 이주하였다. 8세 때는 다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하고 이곳에서 초등교육을 받았다. 1850년 미국으로 유학하여 4년 동안 기계공학을 배웠다. 크림전쟁 후 스웨덴에서 폭약의 제조와 그 응용에 종사하고 있던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 폭약의 개량에 몰두하였다. 1863년 소브레로가 발명한 니트로글리세린과 중국에서 발명한 흑색화약을 혼합한 폭약을 발명하고, 그 이듬해 뇌홍(雷汞)을 기폭제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하여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이의 공업화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1864년 9월 공장이 폭파되어 동생과 조수 4명이 희생되었다.
여기서 그는 니트로글리세린이 바로 액체라는 점에 위험의 원인이 있다고 인정하고, 1866년 이것을 규조토(硅藻土)에 스며들게 하여 안전하게 만든 고형(固型) 폭약을 완성하여 이것에 '다이너마이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 1887년 니트로글리세린·콜로디온면(綿)·장뇌(樟腦)의 혼합물을 주체로 하는 혼합 무연화약(無煙火藥)을 완성하였다. 노벨의 공장은 스웨덴·독일·영국 등에서 연이어 건설되어, 1886년 세계 최초의 국제적인 회사 ‘노벨다이너마이트트러스트사’가 창설되기도 하였다.
그동안 그의 형인 로베르트와 루트비히는 카스피해(海)의 서안에 있는 바쿠의 유전개발에 성공하여 대규모의 정유소를 건설하고 세계 최초의 유조선 조로아스타호(1877년 취항)를 사용하여 세계 최초의 파이프라인(1876)을 채용함으로써 노벨가(家)는 유럽 최대의 부호가 되었다. 노벨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으며 자식도 없었다. 1895년 11월 자신의 재산을 은행 기금으로 예치토록 하는 유서를 작성하였으며 1896년 12월 10일 63세를 일기로 사망하였다. 과학의 진보와 세계의 평화를 염원한 그의 유언에 따라 스웨덴 과학아카데미에 기부한 유산을 기금으로 1901년 이래로 세계의 평화, 문학, 물리, 화학, 생리·의학, 경제 분야에 노벨상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