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제편 목요일 저녁 방송분을 퇴근하고 이제서야 봤습니다.
퇴근 하고 들어와서 늦었지만 두 개 다 보고 뭔가 느끼는 게 있어서 내일이면 이 느낌들이 사라질까 또 키보드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 야밤에... 내일 또 회사에서 잠 마귀와 혈투를 벌이겠네요.
지붕 뚫고 하이킥을 먼저 봤습니다. 왜냐면 용량도 적고 다운받는 게 별로 안 힘들더군요. 아이리스는 용량도 많고 다운 받으려는 사람도 많아서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
인나와 광수의 처절한 생존의 이야기, 그리고 광수의 몸부림이 참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참 여운이 남습니다.
사은품이 아니면 여자친구와 끼니를 극복할 수 없어서 개나 줘버릴 자존심 꾹꾹 참아가며 사랑하는 애인을 놀이공원으로 보내야만 하는 무능력한 광수...
도도함과 자존심으로 살아간다는 20대의 여성, 인나... 그러나 여자는 남자보다 현실적응이 언제나 빠릅니다. 역시 그깟 존심과 도도함 따위 얼른 개나 줘버리고 남자친구와 끼니를 때우기 위해 놀이공원으로 향하죠.
그리고 인나는 해맑은 얼굴로 밤에 카트 한 바구니에 바리바리 생필품들을 얻어오고 광수는 그렇게 인나가 얻어온 반찬들 입에도 대지 않고 생밥만 꾸역꾸역 퍼먹습니다. 그 모습이 왜 그리 짠한지... 이 시대에 사회적으로 거세당한 남성들의 생존을 위한 지랄같은 몸부림이 함축된 게 아닌가 싶더군요.
사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시트콤이고 기본적으로 '재미'를 주기 때문에 설정이 소프트 했던 것이지, 그 마트 실장의 설정이 조금만 바뀌었으면 사실 매우 심각한 주제였죠. 그 실장이 사은품이 아닌 '현금' 혹은 기업의 매우 높은 '일자리'를 대가로, 놀이공원이 아닌 술자리 혹은 모텔로 인나를 불렀다면 이건 두 말 할 것도 없이 '원조교제'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전자와 같은 풋풋하고 훈훈하게 까지 느껴지는 에피소드 보다는 후자와 같은 씁쓸하고 시궁창 같은 케이스가 압도적으로 많이 벌어지죠.
88만원 세대의 현실이라고 봅니다. 아무래도 작가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그렇다고 보고요. 다른 캐릭터들이 이 시대의 청춘들과는 약간 동떨어진듯한 가상의 무대에서 사랑하고 혹은 좌충우돌하고 있는 동안 상대적으로 극 중 비중이 적은 인나와 광수커플은 가장 현실성 있는 설정 속에서 배고픔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오히려 제일 불쌍할 것 같은 세경이와 인혜는 부잣집 식모살이라는 실드 덕분에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자본가 밑에서 숨 죽이고 살면 적어도 끼니 걱정은 없지만 독자생존 해보겠다고 함부로 설쳤다가는 생존에 위협이 있다는 메시지가 숨겨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친 비약일지...
제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처지이고 또 사회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계층 쪽에 속하다 보니 오늘 이 에피소드가 참 남다르게 다가오는 군요. 제 여자친구는 대한민국 상위 대학 출신, 그것도 법을 전공했고 현재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형편이 썩 좋지 않아 공부도 벅찬데 과외까지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힘들죠. 오늘 만났는데 '내 복지도 열악한데 남의 복지에 골몰하면서 논문 뒤지고 고민하면서 연구한다는 게 너무 웃겨'라는 말에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광수 인나의 눈물젖은 사은품 에피소드를 보니 노마크 레이업 올라가다 뒤에서 급습한 비열한 친구에게 블럭 당한 거 마냥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네, 아이리스 봤습니다.
저 김태희 좋아합니다. 김소연도 좋아합니다. 어제까지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니, 뭐 정준호 죽을 거야 1화부터 예견했던 거고 대통령 옆에 불여우 같은 비서, 정형준 실장 등 다 죽을 거 예상했던 터라 하나 둘 싹싹 죽어 나갈 때도 별로 충격 없었습니다. 네, 이병헌도 죽을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특히 아이리스 시즌2 나오는데 이병헌은 출연 불가라고 해서 그 이야기 나온 후 병헌이도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김소연 병상에서 꽃 보고 싱글 거리는데 괜시리 저도 기분 좋더군요. 엔딩 5분전 김태희 샤워하고 나와서 싱긍생글 꽃단장하고 잘 차려입고 나오는데 너무 예뻐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연기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저렇게 예쁜데...
그런데 이병헌 죽는 거 보고 정확히... 짜증났습니다.
죽는 거 좋습니다. 그러면 납득할 수 있게 죽이던가 떡밥이라도 깔던가... 금단의 열매 태희 먹었다고 죽은 거면 왜 태희가 금단의 열매인지 암시라도 깔고 죽이던가...
대한민국 드라마, 메디컬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항공 드라마는 비행기에서 연애하고, 스포츠 드라마 연애만 하고... 괜찮습니다. 우리나라 시장이 미쿡이나 일본처럼 넓은 것도 아니고 매니아들 대상으로만 장사하는 거니 가장 어중간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막장 막장 하지만 아이리스 정도면 제 입장에서는 욕먹을만한 전개는 아니었고(저는 미드나 일드 이런 건 하나도 본 게 없는 막눈입니다. 어지간하면 다 재미나게 봅니다. 구미호 외전도 전 재미있었어요.) 볼거리도 많았습니다. 사실 미드나 일드처럼 꽉 짜여진 시나리오 전개에 전문성 가미하면 대한민국 현실상 소수 매니아들에게는 전설의 작품으로 남을 수 있겠지만 리모콘의 제왕 아줌마들이 휘어잡고 있는 시청률 시장에서는 참패할 가능성이 농후하죠.
요근래 들어 하이킥 덕만이 아이리스 등 드라마에 버닝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아이리스 같은 시도는 일단 거의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시즌2를 염두해 둔 결말이라지만 이건 좀 아닌 거 같습니다. 개연성이 하나도 없어요. 반전이 아닌 반전, 반전을 위한 반전...
전 스릴러 첩보물 굉장히 좋아합니다. 드라마를 안 봐서 그렇지 제 인생의 최고의 영화로 꼽는 게 바로 아이덴티티, 본 시리즈, 그리고 LA 컨피덴셜 등입니다. 반전에 환장하죠. 유주얼은 스포 접하지 않고 늦게 봤는데 개인적으로 그닥 와닿지는 않았어요. 반대로 쏘우1은 P2P에 자료 올린 이명박같은 쉐리가 본문에 스포 적어둔 덕분에 반전 알고 봤는데도 놀랐습니다. 뭐 그 정도 짜임새는 아니더라도 그럼 대한민국 드라마의 파수꾼 아줌씨들이 속 시원히 감동 받고 눈물이라도 펑펑 흘리게 김태희를 시한부 인생으로 그리던가 총 맞고 죽이던가, 아니면 병헌이의 무한 매력 속에 빠져들게 해피엔딩으로 끝내던가 김태희 지키다 총 맞고 죽이던가 이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닥치고 죽이네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건 의혹이 아닙니다. 너무 뜬금없는 의혹은 무관심을 불러일으키죠. 정치권의 의혹이 관심을 받는 건 냄세가 나는 떡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리스는 떡밥도 하나도 없고 냄세도 없고 의혹만 있습니다. 이래서는 시즌2는 김태희가 전라연기 정도는 해야 관심 받을 수 있을 거 같네요. 애청자였는데 아쉽습니다.
첫댓글 어제 하이킥 내용은 그어느때보다 참신한 내용이었죠... 특히 생일관련은 가족내의 애정결핍에대한 문제였는데 많이 와닿은 부분이 많았고.. 광수와 인나는 영화 은밀한유혹을 패러디해서 그나이대의 현실적인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나가서 참 괜찮았던거 같아요..
원래 하이킥 자체가 그런 설정이 많습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순재네 집 사람들중 꼭 결함이 있고 자기 중심적인 성향이 강하죠 그리고 그 모자란 애정을 세경이하고 신애가 채워주는 설정이기도 하니까여.
생뚱맞은 생각이지만 어차피 그쌀도 김한석한테 얻어온건데 밥도 그냥 먹지말것이지...란 잔인한 생각을 했다는;;;;;
인나-광수 에피는 데미무어 주연의 93년작 은밀한 유혹과 거의 설정이 같더군요. 뜬금없는 패러디..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면서 생존도 해야하니 밥은 그냥 애교정도로 받아주세요.ㅋ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