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힘

[망실봉]

충청도의 힘

 
나름 나름 충청도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이지만
토박이인 부모님의 말뜻을 뒤늦게 알아챌 때가 많다.

오랜만에 치마도 입고 멋 좀 냈더니 아빠가 말했다. "기특하네. 동생
옷도 물려 입고." 또 유머 감각을 뽐내는구나 하며 웃고 말았는데 반
나절 뒤 곱씹어 보니 옷이 너무 짧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충청도식 돌려 말하기 화법을 경험한 타지인 상당수는 답답함을 호
소하거나 충청도 사람들 성정이 의뭉스럽다고들 말한다. '반(半) 서
울 사람'이 된 나 역시 가족 여행을 계획하다 종내 "봐서......."라며 말
끝을 흐리는 부모님에게 "딱 말해."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애매모호한 화법도 그렇지만 인생의 칼자루를 남에게 넘기는
태도, 거기서 비롯되는 소통의 오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충청도 말은 경상도나 전라도의 그것처럼 억양이 귀에 바로 꽂히지
도, 입에 붙지도 않는다. 뒤돌아서서 방금 들은 말의 진의를 되새김
질하게 만드는 수고가 꼭 따라붙는다.
 
그래도 부모님과 며칠 지내다 보면 금세 충청도식 화법에 물든다.
아빠는인터넷 쇼핑으로 한 품목의 물건을 지나치게 많이 사는 소비
습관이 있다. 이미 방석을 몇 개나 샀는데, 아침부터 도착한 택배 두
개를 풀어 보니 또 방석에 방석이었다. 방에 있는 아빠를 불러 젖히
며 외쳤다. "아니, 장사 할겨?!"
 
일단 소통의 순간에 들어가기만 하면 충청도 말이 가진 재치와 해학
에 이내 유쾌해진다. 유독 그릇을 잘 깨 먹는 엄마에게 아빠는 이렇
게 말했단다. "그게 튀어 오르면 탱탱볼이지, 그릇이겠나."
 
허물을 원망하지 않고, 타박을 바로 내리꽂지 않으며, 에둘러 던지는
잔소리가 꽤 너그럽다. 때때로 외부인과의 소통이 엇나가더라도 가
까운 이들과 갈등을 피하는 완충재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해내는 게
충청도 사투리가 가진 힘이다. 위로인지 트집인지, 욕인지 칭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흘리면 될 뿐이다.
 
한때 나도 서울 사람이고 싶었다. 공적인 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지방 출신의 사투리에 폭소를 터트릴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어를 가지고 글 쓰고 밥 벌어먹는 지금은 모국어의 뿌리
가 한층 더 깊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말씨에도 고향이 있다. 충청도 말은 내 모국어의 모국어다. 나는 고
급 한국어의 영역에 충청도 화법의 이해가 있다고 믿는다. 충청도
말의 재미에 눈을 뜨면서 내가 충북 청주 출신임을 밝힐 때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게 됐다.
 
얼마 전 가족끼리 처음 캠핑을 갈 때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다
못해 집에 있는 식탁 의자까지 차에 싣는 아빠에게 엄마는 일갈했
다. "이사 가?" 그러자 아빠는 이렇게 응수했다. "이민 간다!" 핑퐁처
럼 오가는 그 말이 퍽 사랑스러웠다.


 

유이영 | 작가
 
좋은 말은 비단 옷보다 따뜻하다. _ 순자

  주현미 - 울고 넘는 박달재 (1948)

[동트는아침]

좋은글 감사 합니다

[망실봉]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걸음,
고은 멘트 감사합니다~
보람차고
웃음 가득한
휴일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정 읍 ↑ 신 사]

완행열차를 타고 가다 보면 대전역이 중간입니다
우동 먹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충청도는 교통의 중심지이며 우리나라 허브라고 부르지요
충청도 사투리가 워낙 느려서 우스겟 소리로..
전쟁 때는 피난을 가장 빠르게 가 있더라는 유모어가 있습니다.

[망실봉]

반갑습니다
고운 방문길 흔적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하루
아침이 밝아오는 건
새로운 기회와 기쁨을
누리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행복한 휴일되세요
정읍 ↑ 신사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