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감사하며, 4월의 일기, 하여가
양인가, 곰인가, 코끼리인가.
양이라 해도 좋고
곰이라 해도 좋고
코끼리라 해도 좋다.//
그렇게 넉 줄의 글이 새겨진 돌이 있었다.
충북 제천의 명문 골프장인 대호단양cc 코스 초입에 집채만 한 큰 바위 하나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 오른쪽 앞쪽으로 작은 바위돌이 따로 세워져 있었고, 그 바윗돌에 그 글이 새겨져 있었다.
단박에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내가 아내와 같이 그 골프장을 찾게 된 것은 아내의 사촌처남 부부와 평소 호형호제(呼兄呼弟)로 가까이 지내는 김한경사장 부부와 그 친구해서 일곱이 어울려 1박 2일 일정으로 패키지 골프라운딩을 하기 위함이었다.
엊그제인 2024년 4월 16일 화요일과 그 다음날인 17일 수요일 그 이틀의 일정 중에 앞날의 첫 번째 킹즈락(King’s Rock)cc에 이어 뒷날의 두 번째 대호단양cc 그 초입에서 바로 그 의미심장한 글과 마주한 것이다.
9년 전으로 거슬러 2015년 3월 19일에 그 골프장을 새로이 인수한 황호연이라는 이가 지은 글이라고 했다.
두루 함께 어울리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글이었다.
문득 연상되는 사연들이 있었다.
두 가지였다.
하나는 조선왕조 개국의 그 초기에 훗날 조선의 3대 임금 태종으로 등극하는 이방원이 지은 ‘하여가’(何如歌)였고, 또 하나는 30여 년 전에 우리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돌풍을 일으킨 신세대 가수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하여가’라는 노래였다.
먼저 이방원의 ‘하여가’는 고려 말 충신인 정몽주를 어떻게라도 회유해보려고 읊은 시조로 곧 이랬다.
‘此亦何如 彼亦何如 城隍堂後垣 頹落亦何如 我輩若此爲 不死亦何如’
우리말로는 이렇게 읽힌다.
차역하여 피역하여 성황당후원 퇴비역하여 오배약차위 불사역하여‘
그리고 그 풀이는 이렇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성황당 뒷담이 다 무너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하여 아니 죽으면 또 어떠하리’
이방원의 이 회유에 정몽주는 결연하게 ‘단심가’(丹心歌)로 답을 했다.
곧 이랬다.
‘此身死了死了 一百番更死了 白骨爲塵土 魂魄有也無 向主一片丹心 寧有改理也歟’
우리말로는 이렇게 읽힌다.
‘차신사료사료 일백번갱사료 백골위진토 혼백유야무 향주일편단심 영유개리야여’
그리고 그 풀이는 이렇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어찌 가실 줄이 있으랴’
나는 그 시조들을 중학교 그 학창시절에 배웠다.
그때만 해도 나는 정몽주의 ‘단심가’에 매료되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세상은 그렇게 외곬으로만 살 수 없음을 나이 들면서 깨우쳤다.
그래서 지금은 두루뭉술하게 세상을 산다.
그렇게 세상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듯,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에 대한 평가도 예와 지금이 다르다.
그 노래가 처음 발표되어 세상이 떠들썩할 때에도, 나는 그 노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도리어 험담만 했다.
얼마나 빠른 템포인지, 따라 부르기조차 어려운 노래인데다가, 노랫말 또한 알쏭달쏭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도 미쳤고, 그 노래로 열광하는 젊은이들도 미쳤고, 세상 또한 미쳤다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때로 세상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권위적 세상에 익숙했던 나만 그 변화를 몰랐을 뿐이다.
다음은 당시의 세상을 미치게 했던 그 노랫말 전문이다.
너에게 모든 걸 뺏겨버렸던 마음이
다시 내게 돌아오는 걸 느꼈지
너는 언제까지나 나만의 나의 연인이라
믿어왔던 내 생각은 틀리고 말았어
변해버린 건 필요가 없어
이제는 너를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
나에겐 항상 시선을 멈췄던 예전의 네 모습과
나를 바라보던 네 미소와 너만의 목소리
모든 게 그리워진 거야 지금 나에겐
너를 볼 때마다 내겐
가슴이 떨리는 그 느낌이 있었지
난 그냥 네게 나를 던진 거야
예이 예이 예예예예
나 홀로 있을 때조차 너를 기다린다는 설레임에
언제나 기쁘게 마음을 가졌던 거야
예이 예이 예예예예
부풀은 내 맘속엔 항상 네가 있었어
하얀 미소에 너를 가득 안고서
이제는 너를 위해 남겨둔 것이 있어
해맑던 네 미소가 담긴 사진을
난 그냥 이대로 뒤돌아 가는가
넌 그냥 이대로 날 잊어버리나
난 그냥 이대로 뒤돌아 가는가
널 그냥 이대로 보내긴 내 가슴이 너무나
난 그냥 이대로 날 잊어버리나
난 그냥 이대로
널 그냥 이대로 보내긴 내 가슴이 너무나
너에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지
그전처럼 바로 그때처럼 말이야
정성이 가득히 있었지
언제나 나를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었지
이제는 전화를 네게 거는 것 마저
난 이제 모두가 두려워졌어
넌 아닌 척하고는 있지만
너의 목소리가 너무도 차갑지
난 이제 알 수가 있어
너도 많이 아파하고 있었다는 것만을
진실을 숨기지마 넌 왜 그리 모르지
너를 볼 때마다 내겐
가슴이 떨리는 그 느낌이 있었지
난 그냥 네게 나를 던진 거야
예이 예이 예예예예
나 홀로 있을 때조차 너를 기다린다는 설레임에
언제나 기쁘게 마음을 가졌던 거야
예이 예이 예예예예
부풀은 내 맘속엔 항상 네가 있었어
하얀 미소에 너를 가득 안고서
이제는 너를 위해 남겨둔 것이 있어
해맑던 네 미소가 담긴 사진을
난 그냥 이대로 뒤돌아 가는가
넌 그냥 이대로 날 잊어버리나
난 그냥 이대로 뒤돌아 가는가
널 그냥 이대로 보내긴 내 가슴이 너무나
난 그냥 이대로 날 잊어버리나
난 그냥 이대로
널 그냥 이대로 보내긴 내 가슴이 너무나
이렇게 떠나 가버릴 너를 보려한 것이 아니야
하지만 나는 기다려 네가 다시 돌아올 날까지
이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