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박병학, 그 놀라운 만남
‘한국의 100대 명산 주흘산’
새재상인회에서 그렇게 쓴 플래카드가 길을 가로질러 이쪽저쪽의 나무 사이에 높다랗게 걸려 있었다.
바로 어제인 2024년 4월 19일 금요일 오후 2시 반쯤의 일로, 아내와 대구에서 올라온 사촌여동생 기연이 그리고 그 짝 조서방을 동행해서, 문경새재 옛 과것길로 들어서는 그 초입에서, 맨 먼저 눈에 띈 풍경이었다.
곧 뒤이은 풍경도 플래카드였다.
문경시에서 내 건 것으로 ‘주흘산 케이블카 기공식 장소변경 안내’라는 글을 써놓고 있었다.
제 4주차장에서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우리 고향땅 문경의 최근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우리는 문경새재 옛 과것길로 들어섰다.
높다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고, 영남대로 제 1관 주흘관(主屹關) 앞의 너른 잔디밭 길을 지나고, 옛 광화문 모습과 기와집 초가집들을 원형 그대로 재현해놓은 드라마 세트장을 지나고, 조령원터 돌담길을 지나고, 이제는 지난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도토리묵 안주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던 주막집과 등 굽은 소나무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교귀정(交龜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을 때였다.
왼쪽으로 마주 오는 한 여인에게 잠깐 시선이 쏠려갔다.
동행하는 내 또래 남자가 있었지만, 그 얼굴은 이미 스쳐지나갔고, 그 여인만 잠깐 멈칫 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무심코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살짝 미소 띤 얼굴을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서였다.
왜 그럴까 하고 잠시 생각하는 사이에, 그 얼굴을 기억해냈다.
내 국미학교 동기동창으로 서울의 신한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던 박병학 내 친구의 부인이셨다.
그것은 놀라운 만남이었다.
이러쿵 저러쿵 몇마디 대화를 나눈 후, 다음 만남을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그렇게 헤어지고 난 뒤에, 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친구의 생일이 이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이렇게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을 띄워 보냈다
‘오늘 친구 생신이셨구마는...그것도 깜빡하고 보냈네. 참 아쉽네.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전할 걸...참 귀한 만남이었네. 감사 감사...부인께도 감사 인사 전해주시게...나를 알아봐주셔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그냥 스쳐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니...’
곧 답이 왔다.
우리들 만남을 고마워해 하는 마음이 한 가득 담겨 있었다.
다음은 그 답 전문이다.
‘새재길을 집사람과 둘이서 걸으면서 친구이야기를 하든 참이였지. 자주 들린다는데.... 머리 크고 흰머리 사나이에 나이 지긋해 보이는 남자가 보이면 친구아닌가 확인하곤 했는데, 많은 인파속에 만난다는 것은 우연? 대단한 우연. 함께 한분도 참 좋아 보이고, 내 생일이 오늘인 것을 어떻게 알고? 고맙네. 서울에서 지난주일 부활절방학으로 귀국한 손자들과 조촐한 축하연하고 오늘은 집사람과 단출하게 새재 걸으면서 자축했네. 한 번 자리 함께 하세. 건강하고 즐거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