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안토니도, 예쁜 누나들도 모두 검은 저 피아노라는 상자를 누른다. 누르니까 예쁜 소리가 난다! 나도 저거 눌러볼꺼야!
영차 영차! 아직 다리가 짧은 유아는 피아노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딛어 봅니다. 다리가 좀 더 길었다면....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눌러야 좋은 소리가 나요?? 어.... 이게 하 나 둘 셋....몰라 너무 많아!!
음.... 아빠가 하던 거 기억해보자. 일단 손을 펴고.... 주로 가운데 부분을 잘 눌렀지.
자 아빠가 어떻게 했지?? 일단 기억나는 부분만 눌러볼꺼야!!!
우어어어 반....짝....반짝 작은 별....*!@#$%!
저 끝에는 무슨 소리가 날까? 손이 안 닿아서 칠 수는 없지만....
#b,아빠가 내 계란과자 다 먹었어! 그래서 울었어, 화나서 아빠가 자는 동안 긴 머리와 바지를 가위로 다 잘라버렸지~
오! 저 꼬맹이 제법 자세 좀 나오는데? 맘 먹고 가르치면 천재 피아니스트 하나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볼프의 씨앗에서 만들어진 존재이니 진짜 천재 피아니스트가 될 지도 몰라! 가르쳐볼까??
마치 내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는 군. 나도 4살때 쯤 저랬으려나?
꼬맹아? 너 혹시 나한테 피아노 배워 볼 생각 없니? 열심히 배우면 이 아저씨가 너한테 까까랑 장난감 많이 사 줄께! 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에게 음악을 가르쳐주는 걸 참 좋아하거든!
베토벤: 진짜 피아노 배워 볼 생각 없니 꼬맹아? 이 아저씨가 남에게 피아노 배워보라고 제안하는 인간은 절대 아니다만! 왠지 제대로 가르쳐보고 싶구나?
레오: 그런 거 몰라여! 근데 베토벤 아찌 진짜 아찌랑 놀아주면 나한테 까까 사줄꼬에요? 기다려요! 나 지금 노래 만들고 있써요! 다 만들면 아찌한테 들려줄께요!!
저 조그만 꼬맹이는 순진무구하고 귀엽다. 피아니스트라는 게 뭔지도 모를거고 그저 피아노 소리를 좋아할 뿐이겠지. 순진하고 해맑은 표정으로-(어딘지 고지식한 영감탱이랑 똑같이 생긴 얼굴로 까까 내놓으라며 히죽거리는) 고사리만한 조그만 손을 건반에 올린 채 까르륵거리고, 새 노래를 만든다며 웃는 모습이 어딘지 웃겼다. 영감탱이도 전생의 어린시절에는 딱 저모습이었으려나?
이번에는 좀 더 큰 상자에 올라갈거에요! 영차영차! 저 갈색 상자도 재미있겠는데?
어? 사랑하는 아빠! 아빠도 나랑 같이 피아노 누르고 놀아요!! 난 아빠가 눌러주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해요!!!
우리 귀여운 레오 왕자님, 오늘도 잘 놀고 있었니? 하루종일 피아노를 치고 놀았구나. 피아노 소리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렴! 언젠가는 너가 원한다면 피아노와 다른 악기도 가르쳐주겠지만, 그래도 너도 어른이 되면 알거란다. 피아니스트나 작곡가라는 직업으로 출판사 비위 맞춰가며 돈 벌어먹고 사는 게 얼마나 더럽게 지루하고 힘든일인지 말이야!
아무튼 힘내렴 우리 왕자님! 참, 레오 낮은 도는 거기가 아니라 그 옆에 제일 작은 손가락 부분을 눌러야 한단다! 좋아, 도 미 솔 도를 한 번 눌러볼래? 파이팅!!!
레오! 텔레비전에서 너가 좋아하는 맥시스맨 나온다! 누나랑 같이 보자~ 네!!! 그리고 꼬마 주인이 떠나간 갈색 피아노는 오늘도 누군가 연주해주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맥시스맨! 맥시스맨! 피아노? 몰라 그게 뭔데? 난 맥시스맨이 더 좋아여!!!
이런, 역시 평범한 남자아이였군. 그래도 볼프, 자네의 씨앗에서 만들어졌으니 조금 기대하지 않았어? 천재 피아니스트 소년 씨. 평범한 남자아이는 피아노보다는 과자랑 만화가 더 좋은가 봐.
후훗. 그래도 평범한 남자아이라서 오히려 신께 감사드리는 걸? 천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수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살다 잊혀져서 비참하게 병들어 죽는 삶, 어느 정신나간 부모가 그런 삶을 자식이 물려받기를 원하겠어? 아이는 그저 재밌게 원하는 만큼 실컷 놀고 배우고 싶은 거 배우면서 자기를 사랑해주는 가족, 친구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좋은 거 아니겠어? 난 저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 줄거야. 내가 전생에 못 놀았던 만큼 저 아이가 나 대신 실컷 놀아줬으면 좋겠어!
자 우리 귀여운 왕자님, 이 아빠랑 같이 만화볼까? 아빠도 맥시스맨 되게 좋아하거든. 오늘은 맥시스맨이 공주님을 어떻게 구해줄까?
잉.... 아빠 입에서 담배냄새나요!!! 얼굴 저리가!!!
히히 레오가 좋아하는 복숭아 향수를 뿌리고 왔지~ 레오폴드 모차르트씨! 귀여운 우리 아빠? 이 아들놈이 아빠 얼굴에 뽀뽀를 쪽 해도 되겠습니까?
아빠가 내가 좋아하는 곰돌이 장난감을 먼저 갖고 놀기 시작했다. 나도 곰돌이 좋아하는데.... 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