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어영부영하다보니 세 시간 반 정도 잔 것 같다.
머리는 자꾸 누워라하고 몸은 씻으라고 한다...즉 머리와 몸이 10분간 따로 논다.
5시 30분에 이쁜이 아가씨가 맞춘 호텔 모닝콜 벨이 울린다.
화장실에서 응가하다 깜짝 놀라 배설 리듬이 깨졌다.
이 호텔은 화장실에도 전화벨이 달려있는 것이다...진정한 잠은 여기서 깼다.
좁은 화장실에서 울리는 벨소리가 어찌나 큰지...
로비로 나와 밤샌 우리 이쁜이 언니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약속대로 택시기사가 로비에 대기하고 있다...자기들이 말한 좋은 기사(?)라고 한다.
그런데 인상은 룸주점에서 몇 년 기도서다 농땡이 부려 신나게 얻어맞고 성형부작용 진행중인 인상이다.
한마디로 조폭같다...동글동글...떡 벌어진 어깨...기사도 갓 잠에서 깬 것 같은 느낌...
택시비가 공항까지 110원이라고 어제 얘기했다...정주시내에서 공항까지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기사가 택시미터를 꺽는다...순간 혼란스러웠다...
지정가격으로 들었는데 왜 꺽을까?
혹시 아가씨들이 110원 정도 나올것이라고 내게 얘기한 것인가?
분명히 110원 확정가라고 감을 잡았는데...
아무튼 미터기 돈 올라가는 재미를 감상하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공항에 도착하니 미터기 금액이 96원이다...
110원을 드리니 오케이라고 하신다.
아직도 왜 미터기를 꺽었는지 모르겠지만 추측하건데 110원보다 더 나올 경우를 대비해
증거용으로 일단 꺽나보다 싶다.
결론적으로 고속도로 도로비 포함하면 110원이 비싼 금액이 아닌 것 같다.
턱없이 바가지 쓰지 않은 것에 아가씨들이 말한 좋은 기사가 이거구나...싶다...
다른 기사라면 빈차로 나갈 수 있다고 금액을 더 받을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무리까지 깔끔히 처리해준 정저우 이쁜이 언니들...
얼굴도 이쁘고 친절에 소홀함이 없으며 착한 기사까지 섭외하여 날 지켜주니 무엇을 더 바라리요...축복하노라...
성도공항에 도착했다.
내가 묵을 호스텔은 羊市街에 있는 Chengdu Lazy Bones Backpackers Boutique Hostel 이다.
공항버스 정류소의 한 안내양에게 호스텔 주소를 보여주며 최대한 가까이 가는 버스를 알려달라고 쇼를 했다.
와우~ 이 아가씨 내 영어 다 알아듣는다...그런데 말을 못한다..
역시 "어~어~어~"다...결국 손짓과 간단한 단어로 뜻을 이해했다.
자기 버스 303路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려 택시타면 10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한다.
종점에서 내려 담배 한 대 물며 공항갈 때도 이리로 오면 되느냐고 물으니
빨간 롱코트 아가씨 반대편 정류소로 나를 데려가 정확한 지점까지 도장 찍어주신다.
그리고 정류소 이름을 중국말로 적어주신다.
바로 옆의 큰 빌딩이름이라고 한다.
택시기사에게 이걸 보여주면 여기에 내려줄거라고 내 생각의 진도보다 더 빨리 빼버린다.^^
우리 빨간 롱코트 안내양...너도 합격...센스쟁이...축복하노라...
오는 길에 느낀 청두는 그동안 다닌 곳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거대 도시다.
일단 거리의 사람들 때깔이 다르다...
우리나라라고 해도 될 정도로 깔끔한 의상에 세련된 복장...도시의 남녀들...물론 간혹 뤄양 중화반점풍 계시지만...
거리고 빌딩도 높고...지나가는 버스의 차원도 다르다...매우 깨끗하고 세련되었다.
모든 버스님이 먼지 자욱히 뒤집어 써 버스인지 트럭인지 구분안되던 정주나 뤄양과는 다르다.
호스텔 주변에는 온통 은행 천국이다. 무슨 놈의 은행이 이렇게 많은가?
일일이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은행 천국이다.
작은 분점부터 거대한 빌딩의 은행까지...은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화폐 유통이 활발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관광 스팟도 쪼잔하지 않고 거리부터 스케일이 크다.
대도시처럼 러시아워로 교통혼잡도 심하다. 택시 시간대 봐가면서 조심해서 타야겠다...
은행이 많아 이참에 200달러를 중국돈으로 환전하러 갔다.
교통은행? 내가 본 한자는 교통은행이었다.
환전접수하니 여권 달라고 하고...잠시 기다리는 사이...
내 맞은 편 은행 창구에서 약간의 소동이 벌어진다.
나만의 번역기로 풀이하면 이러하다.
"어? 한국놈이다...야! 야! 뭐시기야! 한국놈 떴다...빨리 와보라...
너 한국말 좀 하잖아...니가 옆에서 번역해봐라..."
나의 여권을 보고 한국인이란 것을 알고 불려온 은행 직원...
"어? 한국인? 정말?...잘 못하는데...알았어...헤헤"
의욕적으로 한 분 다가와 보신다.
안경을 끼고 머리 가지런히 묶은채 ... 첫느낌은 매우 인텔리...인상도 좋아보였다.
환전하는 옆에 서서 계속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뭐라 말걸어봐라...너 한국말 배웠잖아..."
크크...근데 뭐 환전하는데 특별히 할 말이 뭐가 필요하냐?
여권주고...달러주고...사인하고 돈 받으면 끝인데...
거기서 "여권받았습니다...여권 돌려드립니다...달러 받았습니다...중국돈 드립니다...니가 지금 내가 준 돈 다 받았습니다. 뭐 불만 있습니까?" 이럴겨? ㅋㅋ
이런 상황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냥 계속 모른척하고 있었다. 뭐 나도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그 상황에서 "네 머리삔, 그것 얼마짜리냐?"라고 할 수도 없고...
환전까지 다 끝내고 이 직원 큰 용기낸 듯한 한마디의 한국말이 날아든다.
"감사합니다. 필요한 것 있으십니까?" ^^
모른척하며
솔개그늘 : "어? 한국말 잘 하시네요...?"
직원 : "감사합니다. 공부하고 있습니다."
솔개그늘 : "발음도 좋으세요...한국사람 같아요"
직원 : "아닙니다. 더 도와드릴 일 있습니까?
솔개그늘 : "아뇨.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직원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아주 뿌듯한 표정으로 나랑 토킹어바웃하고 자기자리로 향한다...
그리고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웃으며 간다. 주변 직원들은 웃으며 뭐시라뭐시라 한다.
아마...이 아가씨 은행에서 한국직원만 오면 스타되는 날이 될 것 같다.
실제로 발음이 정확하고 좋았다.
가이드북에 있는 한식당을 찾았다.
한가람이란 한식당인데 맛자랑을 많이 해서 열심히 걸어 찾아갔다.
없다...다시 한 바퀴...없다...분명히 지도상 여긴데...없다...
청소하는 울 할매 닮은 아주머니께 주소와 식당 한자를 보여드리며 물었다...
솰라솰라하면서 곤봉체조하듯 손을 한바퀴 휘감아 돌리면서 하늘로 날린다.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뜻이다..ㅎ
열받는다...열심히 찾았는데...제길...
그래서 대안으로 매운 카레를 먹고자 인두차이차이란 네팔인이 운영하는 인도 식당을 찾았다...
후추를 듬뿍담은 커리와 난(빵)을 하나 시켜 먹었다.
우리 카레랑 약간 다른 맛이다. 단맛은 적고 매운맛이 강하다...
매운 맛에 한국 김치 생각을 약간 변태적으로 달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32CD4A4D2480962F)
![](https://t1.daumcdn.net/cfile/cafe/206BE24C4D24810444)
시내에서 관광을 했다..
제갈량을 모신 사당 무후사(武候祠)
상해의 예원상장처럼 전통건물의 골목골목에 각종 전통 기념품 가게와
삼국지 주인공들 관련 기념품 가게가 많이 들어서 있다.
삼국지 인물과 관련된 작은 기념품도 몇 개 샀다.
무후사...방문할 만한 곳이다.
신기한 것은 관우묘도 그렇고 제갈량묘도 그렇고 우리는 묘에 잔디 정도만 허용하는데
얘네들은 큰 무덤위에 나무들이 많이 심겨져 있다. 그것도 큰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그리고 도교사원 청양궁...불교 사찰 문수원, 이렇게 마감하며 하루를 끝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유네스코 문화유산 두 곳을 방문하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시설로 유명한 도강언과 또 하나의 세계문화유산인 도교 성지 칭청산이다.
두 곳을 방문하면 하루가 갈 듯 하다...러산도 가보고 싶은데...시간이 나질 않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만두 30원어치 사고 식빵 하나...그렇게 저녁거리를 들고 숙소로 들어온다.
그런데 이 호스텔 마음에 든다...
시설도 상당히 좋고...호스텔 같은 느낌이 제대로 든다.
스탭들 영어 실력도 상당히 건방지게 잘하고...
특히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포켓볼 하는 사람, 나처럼 인터넷 하는 사람, 대형 스크린에 미션임파서블 보는 사람,
네 옆에서 칭다오 깡맥주 마시는 네팔 느낌의 사람...
그리고 하루 여정을 늦게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사람...
스탭 고양이와 장난치고 노는 사람...
이때 갑자기 스탭이 고함을 지르며 불을 모두 끄기 시작한다.
한 쪽에서는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있다.
방금 들어 온 스페인 친구 생일이라고 함께 즉석 파티에 협조를 해달라고 한다. 하하..
이것들 봐라...웃기고 염장틀고 있네.. 오늘은 내 생일인데...
나는 음력 생일이니 증명할 길이 없고...허허...
하지만 이 또한 묘한 시츄에이션이라...
저 스페인 녀석을 통해 덤으로 나의 쓸쓸한 생일 축하가 절묘하게 이루어진다.
아...뭐라 말할 수 없는 좀 이상한 여행이다...
마치 누가 예비해 둔 것 처럼...
![](https://t1.daumcdn.net/cfile/cafe/20236A494D24830F34)
아...공자말 듣고 사진 한 번 올리려다 속에 천불나서 못올리겠다...ㅋ
첫댓글 그래도 나는 버스와 트럭이 구분 안되는 그런 동네가 정이 가고 좋던데,,,,,매일 올라오는 그대의 여행기 읽는 재미로 카페에 들어옵니다, 주인 떠나고 비어 있는 카페에,,,,,
중국에서 유일하게 황제와 신하가 같이 모셔져 있는 사당이 무후사라는 것을 그대는 알고 보셨는지?
제갈량 사당인데도 유비가 제일 좋은자리에 차지하고 있던데, 유일의 군신합동 사당이라고 적혀 있긴 하더군요. 그런가보다하고만 봤는데...의미가 큰가 보군요. 음. 감사합니다.
생일 축하 드리고
연재소설 보듯이 글읽는 재미가 좋읍니다.
그냥 재미로 봐주세요^^. 일기 검사하시는 기분으로요.
청두시내에는 세차하지 않고 먼지를 덮어쓴 차들이 돌아다니다 경찰한테 붙들리면 벌금 문다고 들었습니다
헉? 사실입니까? 나도 오늘은 좀 깨끗이 씻어야겠습니다. ㅎㅎ
저 성도에서 1년 살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중국여행 다녀봐도 성도만한곳이 없어요.
님글을 읽으면서 성도가 또 그리워졌네요 ㅠㅠ
러산가보시면 좋을텐데.. 일정 괜찮으시면 구채구도 가보세요.
암튼 부럽습니다. 즐거운 여행하세요 ^___^
감사합니다. 내일 구채구로 날아가야 해서 아쉽지만 러산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신 용문석굴과 뤄양의 황허유람구에서 이미 많은 감동을 해서 러산은 가이드북 사진만 보고 대충 느낌을 알겠습니다.^^ 사찰과 부처님이 이제 조금 물리기 시작합니다...게스트하우스 시끌벅적 분위기가 오히려 더 즐거워지기 시작합니다...ㅎㅎ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립니다.
고맙소 공자...안전하게 잘 다니시길...구채구 게스트하우스인데 겨울이라 황량도 하고 한편으로 고즈넉하기도 해서 새로운 기분에 마음이 편안해지는구려...
아니 생일 지난거 아니었남?
난 간만에 늦잠자고~~ 팔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