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날개 없이도 어디든 갈 수 있지
음 음 음 음
음악 또한 날개 없이도
어디든 날 수 있지
하몽 하몽 하몽
온 세상 눈물과 그리움과
처절하고도 처절한 술회로 와서
회억의 몸속을 활활 타는 불덩이로 와서
헝클어진 핏줄을 밟고
텅빈 가슴 위를 맨발로 지나가면서
마침내 섬광처럼 빛나는 달빛 옆구리에
긴 밧줄 하나 매고는
가장 도수높은 술처럼
그 술과 독약속에 빠진
그 지독한 고독과 그리움 속 시간을
영원 불변의 세계로 세계로
아무런 무기도 없이 매고가는 그들을 향해
그래 난 매번 그래서
쥐뿔도 모르면서 오랜 시간
시와 음악의 그 물코에 코가 꿰어도
그 최상의 고요에서 37도 5부의
활활 타들어가는 데시벨 속으로 속으로
점점점점 더 올라가
출렁이는 그 물코에 체중이 불기도하고
줄기도하는 그 장단에
아무래도 내몸을 고스란히 모두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래서
그래서 온몸에 전혀 조임이 없는
저 속이 텅텅 빈
커다란 콘트라베이스 몸통을
송두리째 매일 밤 부둥켜 안고 한 세번쯤
이 두 짝의 앞 부분을
의미 심장으로 두들기며 읽어 나갔다가
브람스의
音이 고이 잠든 그의 고향으로
모리스 라벨의
장미빛 활짝 핀 집으로
매일 밤 목 길게 빼고 기다린 달의 빛과 그림자를
자신의 집에 데려다 놓고
월광(月光)을 자신의 音으로
수없이 쾅쾅쾅 내리쳐선
패대기를 치던
베토벤 교향곡 9번을 거쳐서
점차 점차 소리의 체중이
수없이 불어나는 허공과 바다
그 중앙에서 나는 드디어 온 몸이 "붕붕"
수없이 떠올라선
다시 더 깊어진 가을과 겨울 쪽으로
흘러가는
오오. 그 12월의 마지막 밤에 실려
그들의 무릎을 베고
조용히 귀를 맡겨놓고 눕는,
생각해보세요 그러니
그들을 내가 아무런 이유없이도
너무 사랑하는 이유
결코
까닭이 없는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