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광활 전국방송 타다!!
오늘은 기상부터 긴장이 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예고되어 왔던 엠비씨 사진과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나를 통해 광활팀의 모습을 찍는다고 하니, 나는 더 긴장이 되고 부담스럽다.
오늘은 예상보다 기상시간도 늦어졌고, 부스스하게 일어나 나가는데 갑자기 카메라맨이 나 나오는 걸 보고 “이수지씨다.” 하면서 다른 스텝을 부르는데, 어흑. 완전 모 된 기분이다.
헉! 근데 이게 왠일. 운동을 하고 들어와 보니 취사 누르는 걸 깜빡하고 나가서 밥이 생쌀이다. 기상도 늦었는데 식사도 늦는다. 아침 밥상에는 어제 푸드뱅크에서 받은 케익도 올라와 있고, 늦게 먹는 밥이라 더 맛있다. 부담스러운 카메라만 없다면 더 그럴터.
아침부터 내가 한 것은 청송식당 페인트칠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페인트 붓도 한번 안만져 봤고, 칠하기 전 이물질 제거만 하면서 연출을 좀 했다. 사진작가는 나한테 “자!자! 그거 들고 움직이지는 말고 하는 모습만 보이세요.” 하는데, 솔직히 움직이지 않고 어떻게 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거지? 적응 안된다. 한시간 정도 했을까?
이제는 공부방으로 옮겨서 활동을 하자고 한다. 매니저만 없지 완전 무슨 연예인 체험 하는 것 같다. 나한테는 카메라를 자꾸 들이대서인지 오늘은 광활팀원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 공부방을 갔더니만 원래 지혜와 내가 진행했어야 하는 만들기 작업이 다 끝났다. 아이들이 책을 열심히 보고 있어서 나도 같이 책을 봤다. 보령이와 그림도 그리고. 이때에도 사진작가는 나한테 연출을 하게 만든다. 애들도 약간 어색해 하는 것 같은데... 개중에는 카메라 찍는 걸 좋아하는 아이도 있는 것 같고.. 아무튼 평상시와 같은 도서관 모습은 아닌 듯. 재밌기도 하고, 묘하기도 하다.
점심엔 박진이 생일이어서 진이 어머니가 오셔서 맛있는 잡채밥을 먹었다. 소고기 미역국과 탕수육까지. 우와~~~~완전 잔치상이다. 케익에 초도 꽂고 노래도 부르고 다들 신이 났다.
오후에는 마을탐방으로 연탄공장을 견학했는데, 지금까지 연탄공장 세 번 가봤는데, 이번에 가본 것이 제일 재밌었다. 나는 솔이와 민이 손을 잡고 올챙이송을 부르며 갔다. 오늘은 아이들 코드를 좀 잘 맞췄나보다. 민이는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 제가 선생님들 중에 누구 제일 좋아하는 줄 아세요?” 하고 묻길래 모른다고 했더니만, “선생님 제일 좋아해요...” 한다. 그리고 솔이도 나중에 여행갈 때 나랑가겠단다. 기분이 무지 좋았다. 며칠 후면 또 달라질지 모르는 대답이었지만. ^^
그리고 4시쯤엔 그 촬영팀과 나만 돌구지에 들어왔다. 인터뷰를 하기 위함이다. 한 4,50분 한다는데... 고작 10분짜리 프로인데 많은 양도 찍는다. 인터뷰를 하면서 왠지 모르게 그 여자피디가 고마웠다. 편하게 해주기도 하고, 한마디 한마디가 치레하는 말이 아닌 진실같았기 때문이다. 중간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수지씨는 이렇게 광활 활동 하면서.. 나중에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 혹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그 얘기좀 해주세요.” 사실 솔직히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었다. 요즘 이 아이들에게 어느것이 가장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예전에 공부방의 형주가 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이렇게 대답했다. “아! 저희 공부방에는요, 선생님들이 아이들보고 너는 나중에 모 되고 싶냐고 하면, 부자 되고 싶다는 아이가 많아요. 어느날 한 아이가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하길래 왜 부자고 되고 싶냐고 물었어요. 그 아이가 모라고 했냐면요...” -[선생님! 저는 꼭 부자가 될꺼예요.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될꺼예요. 그래서 철암 살릴꺼예요.] - 하고 대답을 하더라고 말을 했더니 그 피디분께서 눈물을 그렁그렁 하시면서 눈물을 참는 게 아닌가. 괜시리 나도 다시 한번 가슴이 뭉클해졌다. 한 한 시간을 찍었나? 카메라를 코앞에 대고 한 시간 정도 있어보니 많이 적응이 되었다.
인터뷰를 하고 삼방약국 조합장님의 철암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그동안 철암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신 조합장님은, 철암을 그나마 조금 더 잘 알고 있는 미애 언니가 묻는 질문 하나 하나에 정성스레 대답을 해주셨다. 그리고 신년행사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구상해서 말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신다고 했다. 야호!! 마을잔치가 벌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정말 피곤한 것 같다. 특별히 다른 날보다 프로그램도 많았고, 이곳저곳 다녀야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동료들과 함께 하는 느낌이 없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나는 팀원들이 방송에 대해 기분 나빠하고 또 나를 중심으로 찍히는 거라 더욱 그런 줄 알았는데, 쉐어링을 하다보니 그런 건 아니라고 해서 마음이 풀렸다. 카메라에 찍히는 게 싫어서 나에게 다가오지 못했던 거라고.. 엉엉..
아무튼 오늘은 이색체험의 날이었다.
첫댓글 사진이 아 나와요ㅜ.ㅜ
정말 이색체험이었겠구나. 그 방송 언제하는지.. 보고싶구나. 또한번 수지의 감동스럽고 정다운 말을 듣고싶다.
사랑스런 수지의 이색체험 오래도록 기억되겠구나. 수지의 글을 읽다보면 철암에 있지 않아도 활동들이 눈 앞에 모두 그려지는구나. 생일도 청소년팀에게도 수지의 학기중 청소년 활동에 대해 정보를 주었단다. 만약 전화가 간다면 도움 부탁해.
고맙습니다. 수지야 축하한다.
그래 수지야 너로 인한 것들이 아니야.^^ 다들 카메라에 부담이 가서 말야. 이게 언제 하지? 꼭 봐야 하는데... 수지야 인터뷰 하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