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군모닝 베를린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틈틈이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열흘 이상 어딘가에 머물렀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완전 쎄울촌년이었던 나는 매일 아침마다
새롭고 행복한 느낌으로다가 베시시 웃으며 일어나기를 반복.
그리고 여지없이 주부9단 벙구의
신명나는 사육이 시작되고
금일 메뉴는 시나몬가루 살살 뿌린 토스트와 커피.
덕분에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또다시 절름발 투어리스트로 변신!
알렉산더 플라츠부터 시작해 걷다보니 또 다다른
하키셔막트(Hackescher Markt) 아니 하키쉐르 마르크트인가;
독일어는 발음이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렵고 또 재미있다.
어쨌든 나는 어디를 가던지 걷다보면 경유를 하게 되서라도
이 동네에 도착하게 됐었는데 그렇게 배회하던 중 발견한 신세계.
바로 까페시네마 옆 저 어둑어둑한 건물 입구.
첫째 날은 그냥 지나쳤었는데 맞은 편에서 보니
간판부터 '드루와 드루와' 손짓하는 듯 감이 뙇!
역시 발 닿는대로의 무계획 여행은 이런 묘미가.
들어서자마자 바깥 쪽 대로변과는 또다른 풍경이
내 눈 앞에 촤라락하고 펼쳐지는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그래피티, 공연장, 펍,
디자인 서적과 에코백을 파는 샵,
독특한 전시 조형물까지 없는게 없는 요 작은 공간.
다시봐도 기분좋은 내색 역력함
공교롭게도 여행 기간이 세일 시즌과 한참 맞물렸었는데
매우 어른스럽고 담담하게 모든 유혹을 참아내었다.
그 중 가장 큰 고비였던 COS!
50% 세일이었던지라 영혼을 저당잡힐 뻔 하였으나
유행탈거야 때탈거야 등등
갖가지 구매불가 이유를 갖다붙이고 내려놓았...
반스에서 벙구 생일 선물을 샀는데
프라이탁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코리안 푸드 파이터의 패기;
프라이탁의 어여쁜 처자가 여기서 둘이 얼마든지
화보 찍으라고 쏘쿨하게 배려해주었음.
그나저나 독일 프라이탁 저렴할 줄 알았으나 전혀!
역시나 어른답게 손에 쥐었던 모든 가방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프라이탁 매장 앞 이 똑같은 디자인의 자전거들은 뭘까 했는데
자전거를 많이 타는 베를리너들을 위해
구매 희망하는 가방을 멘 채로 본인의 간지 장착 상태,
혹은 편안한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공간이네
아 이 냥반들 디테일 터지네.
예전에 외부에서 뭔가 홍보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을때
천편일률적인 X배너를 공장처럼 찍어내곤 했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세움간판을 보니 그때 고민 참 안했구나 싶네ㅋㅋ
그렇게 곰처럼 어슬렁거리며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드디어 레즈비언-게이 축제가 열리는 Nollendorfplatz로!
자신이 게이임을 만천하에 알린 현 베를린 시장의 지원 아래
해마다 레즈비언-게이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니
어쩜 이리 쿨하고 멋있을 수가 있나.
매순간 반해버린다 이놈의 동네.
슈퍼럭키걸인 내가 들어서자마자
하늘이 맑게 개이기 시작!
더더욱 신명나지 말입니다!
빨리 저 길을 뚫고 달려들고 싶어서
온 몸 근질근질해하는 샷
들어서자마자
응?
혼신을 담아 신명나는 절뚝 스텝!
창가에서 맥주마시며
축제를 즐기고 있는 저 칭구, 부럽다잉
문화 카니발은 코로나가 장악했었는데
게이 페스티벌은 BECK'S에서 메인스폰인가비.
윤진이가 강추한 길거리 스테이크버거.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소스도 내 취향대로
마구마구 뿌려먹을 수 있고
안에 들어가는 아이템은 뚝심있게 단 하나!
먹을 때 삐져나오기 일쑤인 야채따윈 생략한다.
코리안 푸드 파이터가 나가신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휘몰아치는 맛의 돌풍
스테이키버거 시식 후
본격적으로 축제 즐기기
뭐 이런 사랑스러운 행사가 다 있나
문화 카니발은 완전 도취되어 그야말로 미치기 딱 좋은 축제였다면
레즈비언-게이 페스티벌은 사랑에 빠진 커플들 사이에서
엄마 미소지으며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
친절하게 현장 영상 하나 투척해드림
집으로 돌아가는 길
노을지는 바르셔워역의 하늘은 항상 예술이다.
바다로 향하는 길 같기도 하고 괜시리 묘한 기분.
요 시간, 요 자리에서 항상 셔터를 눌렀었는데
지금 봐도 사진 분위기가 때마다 모두 다르다.
이 날은 병장금과 나의 콜라보레이션!
손 맛과 레토르트 식품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떡볶이 시전
역시 베를린하면 떡볶이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