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힘없이 늘어져 있다는 말리, 아빠가 내려오면 눈빛부터가 달라진다고...
아빠가 집에 머무는 동안 1분 1초도 아깝다는 듯 껌딱지가 된다.
새벽녘에 물마시러 거실로 나왔더니 또 쪼르르~
안방으로 다시 들어가지를 못하고 녀석과 함께 소파에 누워 엎치락뒤치락...그러다가 운동을 나가게 된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이 명성강변아파트 앞을 지나 동네 골목으로 가다보면 구불구불 복잡하기도 하고 노천에 개를 키우는 곳이 있어서 거길 지나가다보면 짖어대는 통에 시끄럽기도 해 다른길로 잡아본다.
전주천 산책로로 내려가 한일아파트 징검다리까지 간 뒤에 거성경기장아파트 사거리로 지나가는 경로인데 거리는 좀 멀어지지만 경로가 단순하고 안전해서 새벽길엔 더 낫다.
아파트 사거리 편의점에서 출근을 하느라 차를 기다리던 훈이형을 만났는데 요즘 운동을 통 못해서 내일 동아마라톤대회 조차 참가할 수가 없다고 한다.
다만 며칠내로 좀더 안정된 직장을 다니게 될 것 같아 사정이 좀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마라톤이 언제 어느때나 혼자서도 시간만 내면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다른 종목에 비해서 여건이 좋다고는 하지만 일종의 '귀족 노가다'라 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여유롭지 못하면 하기 힘든건 분명하다.
나 또한 15년을 변함없이 달릴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여건이 되니까 가능했던 것이지 개인사업자 같았으면 아마도...
경기장에 들어서니 새차를 몰고 나온 안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다.
말리를 앞세워서 대학로를 지나 전북대 교정으로 들어서고 학교 내부에서는 녀석의 목줄을 잠시 풀어줘 자유를 누리게 해준다.
대운동장 트랙 바깥쪽 흙길을 돌면서 녀석의 반응을 보니 정말로 달리는 게 즐거워서 맘껏 누린다는 게 느껴진다.
사람도 어릴때는 저렇게 마구 달리는 자체를 즐길줄 아는데 어느순간 스스로를 틀에 가두고 목줄까지 메어놓고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행복하지 못하다고 푸념을 하는 건 아닌지...
다섯바퀴를 꼬박 돌고 나서 교정으로 나와 다시 대학로를 거쳐 경기장 수당문을 통해 돌아오는데 지난주와 비슷하게 후반에 녀석의 질주는 인상적이다.
끝에 가서는 맘껏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녀석에게는 박혀있는 듯.
안선생님의 새차를 타고 휴먼빌아파트에 들러 말리를 집에 데려다 주고 하가현대옥으로 가서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오후에 서울 올라가는 계획 등을 이야기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