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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최종탈을 확인하고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도저히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아 글을 씁니다. 멘탈이 반쯤 나간 점, 회사라 조금 눈치가 보이는 점 때문에 오탈자와 비문이 많을 수 있다는 점 미리 언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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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소식을 들고 기쁜 마음으로 지난 3개월의 전형 후기를 공유하고 싶었으나, 사람 일이 뜻대로 안되네요. 그래도 SBS 교양 PD 관련 상세 후기가 유독 없는 점이 떠올라 미천한 경험이지만 여러분께 공유해드리려고 해요.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1. 서류
서류 관련해서 제가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토익이나 학점 기타 등등 소위 말하는 ‘스펙’걱정 하시지 말라는 겁니다. 간혹 서류 발표 후 ‘스펙 때문인가?’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적어도 스브스는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서류 세 번 넣어봤는데 세 번 다 붙었어요. 스펙은 정말 평범합니다. 한국어 2-, 토익 800후반, 서울 중상위권 4년제. 대외활동 별다른 것 없고요. 합숙에서 만난 분들과도 스펙 얘기해보니 토익 없는 분도 계시고 학점도 물론 높은 분도 있었지만 평범한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다시 말해 스브스 서류는 자소서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문제는 ‘뭐가 잘 쓴 자소서냐?’라는 질문이 나오겠죠. 이 부분은 저도 정확히 답을 못 드리겠네요. 다만, 저는 자소서도 작문처럼 쓰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단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쓰는 게 아니라, 그 경험을 필두로 한 편의 서사가 있는 글을 쓰는 거죠. 어차피 이십대들의 경험이 대부분 대학생활, 대외활동, 인턴 등으로 국한될 텐데 거기서 자신을 어떻게 어필할지 연구하는 것 자체가 저는 논/작 통과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소서 관련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 자소서가 정작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계는 서류보다 오히려 면접 전형입니다. 어설픈 거짓말로 ‘자기소설서’로 썼다가는 귀신 같은 면접관들 앞에서 탈탈 털릴 수도 있습니다. 역량-최종 거치면서 저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많이 들은 게 ‘자소서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너무 다르다?’ 식의 질문이었어요. 그러니까 자소서는 진솔하게 쓰세요. 어떻게 과장하고 꾸며서 운 좋게 통과했다 하더라도 그 이후 전형에서 그게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2. 필기
저는 스브스 필기가 그다지 어려운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상식 시험이 쉬운 편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시사 이슈 놓치지 않고 보시고 서류 통과하시고 아랑에서 취합 한두 번 하시면 충분히 커버 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브스 상식은 커트라인이 상당히 낮습니다. 제 지인 경우 상식 맞춘 게 30%이하였는데 필기 통과했어요. 저도 60%정도 맞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작문’의 비중이 엄청 중요하다는 거겠죠?
작문은 확실히 상식보다 난감하죠. 특히 스브스는 늘 작문 제시어 취합이 민망할 정도의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마냥 난감한 건 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년도 기출만 하더라도 아마 ‘당신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 주최자다. 이들을 데리고 북미정상회담 일정 및 형식 등을 기획해봐라.’ 대충 이런 식의 문제가 나왔습니다. 남북관계 관련 문제가 시의성이 높기에 이 부분은 충분히 나올 수 있으리라고 아마 필기 준비하신 분들은 생각하셨을 겁니다. 다만, 제시된 설정이 명확해서 우라까이 할 수는 없었어요. 스브스가 항상 그렇죠. 저도 그래서 현장에서 떠오르는 생각으로 글을 썼습니다. 제가 복기를 안 해서 대충 설명만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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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대통령께
트럼프 대통령님. 정상회담은 미국-멕시코 국경의 불법이민자 격리소입니다. A동 103호로 가시면 한국 남자 한 명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 평생 빨갱이를 증오하다 이 나라는 곧 적화 됐다며 평소 선망하던 ‘스트롱맨’ 당신의 나라로 떠났어요. 중학교 일학년 아들 데리고. 그런데 일자리 찾기가 힘들어 당신의 숙원 사업인 국경 장벽 건설 사업에 돈 벌러 갔어요. 거기서 잡혔습니다. 비자가 만료됐다네요. 그래서 현장에서 바로 잡혀 격리소에 갇혔죠. 그 분과 3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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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위원장께
위원장은 격리소 B동 302호로 가세요. 14살 남자 아이 하나 있을 거예요. 당신을 증오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던 아버지에게 어릴 때부터 세뇌 되어 아버지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 간 아이입니다. 아버지가 국경으로 일한다 갔는데 하도 안 오기에 본인이 직접 찾아 나섰다고 국경 수비대에게 잡혔어요. 이 아이도 비자가 만료됐으니까. 그럼 아이가 아버지랑 같이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경비대는 그 아이를 독방에 가뒀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은 다 떼어놓으라 했다네요. 위원장은 이 아이와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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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6시. 오찬
두 분 6시에는 오찬을 가질 겁니다.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세요. 다만 진솔하게. 당신들의 말 한 마디에 전 세계에 수많은 사람들은 영향을 받거든요. 격리소에 갇힌 부자처럼요. 그리고 저처럼요. 저는 격리소에 갇힌 사내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에요. 그저 저는 평범하게 살던 대한민국 아줌마였는데 이렇게 됐어요. 당신들 말 한 마디에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 이들은 그러니까 나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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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오전 10시
전날 대화를 토대로 제가 공동발표문을 만들어 발표할 것입니다.
대충 이렇게 썼어요. 뭐, 이게 좋은 글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저는 아이디어는 꽤 좋다고 자부합니다. 당시 이슈이던 트럼프의 이민 정책과 북미정상회담을 엮은 거 자체가 좋은 시도였다고 자평하는데, 이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최종 올라온 분들과 얘기 나눠본 바 글들의 발상이 대부분 좋았습니다. 어느 한 분은 시간이 없어 마지막 몇 줄은 비문 투성이에 날리는 글씨체로 후다닥 작성하셨다고 해요. 그럼에도 붙은 거 보면 완결성 높고 깔끔한 한 글을 원하는 게 아니라 피디로서의 문제의식과 기획력, 창의력을 글 속에서 발견하는 게 스브스 필기의 채점기준인 것 같습니다.
3. 역량면접
저는 월요일 오전 9시 30분 면접이었습니다. 13층 홀에서 대기하다가 PT 작성방에 들어가 40분 정도 PT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면접실로 들어가 5분 정도 PT 발표하고 30~40분 정도 일대다로 질의응답을 합니다.
PT 문제는 <미운우리새끼> 방송 프로그램 한 회를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건은 '밥' 또는 '술'이 메인 소재여야 한다는 것. 즉, 밥이나 술 중에 하나를 골라 미우새의 한 회 분 방송 구성안을 마련하라는 것인데요,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으로 할 것’이라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대본 구성 짜듯이 줄글로 풀어 썼습니다. 스토리보드식으로 한 분도 계시고요. 스토리텔링이라지만 이것도 딱 형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 각자 자신 있는 걸루 한 것 같습니다.
면접서부터는 사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면접관과의 케미도 워낙 중요한 터라 정말 ‘면까몰’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와중에 확실하게 제가 느낀 몇 가지 사안을 말씀드릴게요. 일단, 스브스는 확실하게 전형별 제로베이스입니다. 필기 답안에 대한 피드백도 아예 없었고, 그것이 이후 전형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없습니다. 최종 때 면접관 분들이 말씀해주셨어요. 전형별로 채점/면접관이 계속 바뀐다고요. 두 번째는 철저히 자소서 기반 면접입니다. 면접관이 ‘인사담당자 1분 + CP 1분 + PD 1분’ 이렇게 등장하시는데, 인사담당자 제외 피디 두 분은 자소서만 보고 계셨습니다. 인사담당자 분은 제 경력이나 이력 사항을 알고 계신 듯 한데 피디 두 분은 아니라고 느껴졌어요. 그리고 설사 인사담당자 분이 제 이력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면접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은 정말 1도 없었습니다. 이건 제 개인의 소회가 아니라 최종 올라오신 분들 모두가 공감하셨어요.
4. 합숙면접
금토일 2박 3일 갔어요. 양평에 있는 리조트였는데 시설은 정말 엄~청 좋았어요. 뭐, 물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최종 참여자는 12명이었습니다. 근로 시간 때문에 작년 보다는 많이 뽑을 거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정말이더라고요(작년은 9명이었습니다.).
자, 길었던 2박 3일 주저리 풀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짧게 요약할게요.
1일차
- 간단한 자기소개 후 점심식사
- 점심 식사 후 본격 과제 시작
- 첫 과제는 ‘궁금한 이야기 Y’ 포멧을 활용한 자기소개
- PT 준비 한 시간, 발표 5분, 피드백 5~10분
- 종료 후 저녁 식사
- 저녁 먹고 다시 모이기 전까지 사진 아무거나 다섯장 찍어오라고 함
- 본인이 찍은 다섯장 제외 다른 이들의 사진 중 다섯 장 PICK + 면접관 제시 사진 중 다섯장 PICK 하여 스토리텔링 한 편 만들기
- PT 준비 한 시간, 발표 5분, 피드백 5~10분
- 종료 후 간단한 맥주 뒤풀이
2일차
- 9시 집합, 토론 시작. 토론 주제는 ‘올해의 방송 프로그램을 꼽으시오’
- 1시간 정도 토론 후 조를 나눠 토론, 주제는 ‘최순실&이영학’ (주제는 조별로 달랐습니다)
- 점심 식사 후 기획안 작성. 조건은 ‘금요일 밤 11시 편성 프로그램’
- PT 준비 1시간, 발표 5분, 질의응답 5~10분
- 저녁 식사 후 오후에 제시했던 기획 방송에 대한 티저를 만들라는 과제 제시
- PT준비 한 시간. 발표 5분. 이전 PT까지는 지원자들이 전부 배석해 있었으나 이때부터는 지원자들 퇴장. 일 대 다 PT. 살짝 압박식으로 변함.
- 종료 후 맥주 뒤풀이
*뒤풀이라고 해서 술먹고 이런 분위기였을까 하시는 분 계시죠? 어디 식당 안 가고, 리조트 내에서 캔맥주만 마셨습니다. 다른 직군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술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는 정말 없습니다.
3일차
- 지원자 중 자기 제외 한 명 PICK해서 세일링 한다 생각하고 PT 만들기
- 준비 30분 발표 5분
- 그 후 바로 개별 면접
- 압박성 질문 꽤 있었음(지원자별 케바케)
- 빠빠이
*퇴소할 때 면접비 12만 원 줬습니다. 그리고 버스 타고 가는데 비가 내렸습니다. 창 밖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5. 임원면접
사실상 합숙에서 평가는 끝났고 임원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자리입니다. 편하게 생각하고 가세요. 복장도 일상복 입고 오라고 했어요. 그거 좋더라고요. SBS는 정장 입고 간 일이 한 번도 없어서.
아무튼 임원면접에서 언더독 효과를 내거나 그럴 일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유독 몇 사람한테 질문을 많이 하시던데 보니까 그 분들이 뽑혔어요. ㅜㅜ
자, 이렇게 지난 3개월의 전형을 정리해봤습니다. 공식적인 스케줄은 이랬고 제 소회를 말씀 드릴게요. 저를 떨어뜨려 정말 저주를 퍼붓고 싶지만 역시 ‘SBS는 지원자들에 대한 배려가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비는 물론이고, 합숙 평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받았던 문자는 정말 감동이었어요. 면접 보러 갔을 때도 인사담당자 분들이 지원자들 맘 편하게 해 주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회사가 노동할 인력을 뽑는다는 느낌보다는 같은 팀으로서 좋은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느낌? 그래서 인사담당자 분들도 면접관 분들도 참 친절했습니다. 합숙 면접 마지막 일 대 다 면접에서는 저에게 조언도 아끼시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최종에 참가한 지원자 분들은 모두 실력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태도’입니다. 경쟁이라고 해서 2박 3일 내내 튀려고만 하고 이기려고만 하다가는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최종 뽑힌 분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역시 그 분이 뽑힐 거라고 생각했고요. 이유는 그분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의 못 하는 점을 수긍하는 모습. 다른 지원자들이 발표하는 것을 정말 유심히 듣는 모습. 소심한 성격이라지만 그래도 말을 해야 할 때는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밝히는 모습 등. ‘자기 어필’에만 혈안이 됐던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서 너무 특출난 점을 보여주신 분이었어요. 그 분 보니 ‘아 회사는 저런 사람을 원하겠다. 함께 일 할 수 있는 사람, 대화 나누기 편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력이야 경험을 통해 성장하면 되는 거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엉터리 후기를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참, 18년 SBS 교양 PD 합숙 면접에 참여했던 열 두분.
그 중 네 분은 현직으로 나가셨네요.
나머지 7분도 곧 현직으로 나아가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언시를 계속할지 용기와 확신이 잘 안 서지만, 그래도 좋은 분들 통해 공부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가슴 속 깊이 배워서 행복했습니다. 모두 건승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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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전혀 두서없지 않았어요. 이 글 덕분에 잠시나마 마음 다잡을 수 있었거든요.
두 달 남짓 쉴 틈 없이 준비하셨을텐데 잠시라도 푹 쉬시길 바라겠습니다. 어제는 비가 왔지만 곧 볕 들 날도 올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힘내시구요, 다시한번 글 감사드립니다.
역량면접 오카에서 많이 뵀었는데...고생하셨습니다. 저는 합숙은 가지도 못한지라 최종에서 떨어졌다는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지만 응원하고 응원합니다.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아, 이렇게 상세한 후기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정말 고생많으셨어요~후기 감사하고 푹 쉬시면서 마음 잘 다독이시길 바랍니다^^..더 좋은 일이 올 것 같아요!
합숙 내내 좋은 사람들이랑 함께할 수 있어서 도리어 좋은 기운 받았어요. 그 기운으로 이제 케이로 달려갑시다..ㅎ
고생하셨습니다. 유용한 후기네요.
고생많으셨어요. 방구도 잦으면 똥이 된다.....(더러운 표현....죄송....;)이라는 속담 제가 언시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말인데. 곧 문은 열릴거니까요. 아자아자아자아자자자자 화이팅!
SBS시교))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합숙할때 정말 좋았습니다. 어디가나 잘 하실거라 믿고 있습니다. 다음에 술 한잔 해요!!!
후기 감사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
후기 감사합니다. 님도 합격자격은 충분하다봅니다~
상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파이팅하십시오
후기 감사합니다. 드러커님 말씀 공감합니다. 자격은 이미 충분하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