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감사하며, 4월의 일기, 점촌점빵마켓
내가 쏘았던
새총에 맞아죽은
참새의 아들
내가 휘둘렀던
잠자리채에 갇혀죽은
잠자리의 따님
내가 길을 걸을 때마다
내 발에 밟혀죽은
개미의 아버지
내가 내리 쳤던
파리채에 맞아죽은
파리의 어머니
저를 용서해 주세요
용서해주세요//
그런 글 한 편이 걸려 있었다.
엊그제인 2024년 4월 27일 토요일 오후 4시쯤의 일로, 아내와 함께 들어선 내 고향 문경 점촌의 중심가인 ‘점촌점빵마켓’ 길에서 그 글판과 마주했다.
‘꿈 꾸러미 도서관’에 내걸린 여러 글판 중의 하나였다.
시인 정호승이 ‘용서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읊은 시라고 했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쓴 필체와, 그 글 옆으로 별과 하트와 나무와 사람을 색연필로 그려 놓은 것으로 봐서, 초등학교 어린이가 내걸어 놓은 작품인 것 같았다.
내 지난날에 그와 같이 용서받아야 할 짓을 했던 부끄러움을 순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안 그런 척하고 그 옆을 스쳐지나갔다.
점촌은 지금의 문경시 옛 이름이다.
원래는 문경의 중심 마을인 호계(虎溪)의 서남쪽이라고 해서 호서남이라고 했는데, 일제 강점기에 그 마을에 경북선 철로가 놓이고 기차역이 생기면서 점포가 늘어나게 되자, 가게 ‘점’(店)에 마을 ‘촌’(村)해서 ‘점촌’(店村)이라는 마을이름이 됐다는 것이다.
그 유래에 따라, 이날로 ‘점촌점빵마켓’이 열린 것이다.
그 길을 쭉 따라 들어갔다.
도중에 6,000원 하는 식혜 한 병을 샀다.
그 식혜를 사들고 특별히 찾아간 곳이 있었다.
국민학교 동기동창으로 한 평생을 고향땅 점촌에서 ‘황성당’이라는 금은방을 하면서 지킴이처럼 살아온 황선용 내 친구의 가게였다.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늘어지게 낮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옆자리를 지키는 강아지 한 마리도 주인과 마찬가지였다.
잠시 기다렸다.
인기척으로 깰 때까지 그냥 뒀다.
곧 기지개를 켜면서 잠을 깨고 있었다.
그 잠깬 친구에게, 내 이 한 마디 했다.
“용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