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천상의 규칙을 어긴 천사 볼프강을 지상으로 추방한다. 너의 죄가 씻기는 그 날까지 너는 결단코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못한 채 천상을 밟을 수 없으리라. 행복이 찾아오는 순간, 포르투나가 너의 행복을 거두고 슬픔을 뿌릴 것이다. 슬픔의 망자이자 천상의 안내자여, 끝없이 비탄을 뿌리며 방황하리라!
누가 주님 옆자리 달랬나? 고작 황금 사과 하나 좀 먹었다고, 쫌생이마냥....난 자유롭게 사는 게 더 좋다고, 근데 풍경은 진짜 예쁘네.
배고프고 졸려.... 천사도 배고프고 졸릴 줄은 몰랐는데.... 어디로 가지? 에라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해보자 zzz....
저기요? 한번 일어나 보실래요? 당신 성적? 취향이 독특하거나 내 눈이 늙어서 고장난 게 아니라면.... 혹시 천사세요??
어....잠깐 그래 나 천사가 맞기는....잠깐, 당신.... 내가 보여?? 아니 인간이 내 모습은 어떻게 볼 수 있는거야? 나 천사인 거 어떻게 알아?
다른 사람은 못 보는 거 같지만.... 저는 이상하게도 당신이 보이네요, 등짝에 큼직하게 나 천사요 라고 하얀 날개를 달고 다니는데 당신을 악마라고 생각하는게 더 웃기지 않나요?
나 안토니오, 어느 날 산책을 갔다가 벤치에서 코를 고는 천사를 만났다. 황금빛 긴 햇살의 머리카락, 푸른 수정의 눈. 외모와는 달리 입에서 나오는 말은 조금? 지저분하긴 했다만.... 어딘지 묘한 매력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본 존재에게 난 용기를 내어 이름을 물었다. 신에게 부여받은 당신의 이름이 무었입니까?
천사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지, 인간이었을 때 기억이랑 진짜 이름은 거진 다 잊었는데.... 그냥 볼프강이라고 불러요. 하늘에서는 다들 그렇게 불렀으니까. 첫 눈에 반한 인간 입에서 불러주는 거라면 진짜 이름이 뭔 상관이겠어요?
이윽고 천사에게 난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안토니오라고요? 정말 멋있는 이름이네요! 천사는 내 이름과 미소가 아름답다고 했지만, 난 나를 바라보는 천사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더 아름답다 여겼다.
인간 음식은 너무 맛있어요! 하늘에서는 맨날 이거 하지마라 저거 먹지마라 맨날 귀찮게 구는 지루한 놈들 투성이였는데. 이런 거 매일 먹을 수 있으면 나 다시 인간할래! 당신이랑 있으면 뭔가 내 자신이 새로 태어난 느낌이에요!
갈 곳 없으면 재워주겠다는 인간에게 홀려 따라간 집, 거대한 피아노와 악보들이 집을 채우고 있었다. 피아노?? 뭔가 잊어버린 전생이 스쳐지나가는 것 같다. 한참을 멍하니 보던 나는 용기를 내었다. 저.... 당신의 피아노 소리가 듣고 싶어요!
무명 음악가라 돈은 많이 못 벌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밤을 새서라도 연주해 드리죠. 천사도 인간의 음악을 좋아하나보군요?
건반이 눌리고 선율이 빈 공간을 채운다. 나는 깨달았다, 굳이 음표가 너무 많이 필요한가? 내 옆에서 좋다며 까르륵대는 천사의 미소가 음표 자체인데.
인간이 나에게 기본적 연주법을 알려주었다. 바이올린을 잡는 순간.... 어딘지 비어있던 전생의 기억들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우다 못해 넘치기 시작한다. 나 음악가였어!!! 내 진짜 이름도 가족도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난 음악가였던거는 기억나. 손이 미친 듯 움직이고 음표가 터지자 인간은 나를 향해 부드럽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었다. 거봐요 볼프강, 당신은 재능있는 음악가가 될 수 있다니까요?
어때요? 안토니오? 내가 만든 매콤 소스에 빵을 먹는 기분이. 나 인간 음식 처음 만들어보는데 이 정도면 밥값으로 충분한가요? 웃지만 말고 나 잘했다고 말 좀 해 주세요!
오늘 처음 본 인간에게 무례한 거 아는데 나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어요. 키스 좀 해도 되요? 난 진도를 빨리 하는 게 좋더라.
난 여유있는 과정이 좋습니다만, 당신이라면 가끔 바쁘게 살아도 괜찮을 거 같군요. 누가 당신의 사랑스럽고 재미난 모습을 거절 할 수 있겠습니까?
이봐 천사 아니 건방진 볼프강, 진짜 오늘 처음 본 인간이랑 이러고 노는게 그리 소원이십니까?
사랑스런 안토니, 당신은 저를 쫒아낼 수도 있었고 칼로 저의 날개나 심장을 공격할 수도 있었죠. 그런데 그러지 않고 절 받아들인다는 건.... 오늘밤만 이러고 있을게요. 설령 이게 마지막이라도 좋아요 그냥 오늘밤만 절 받아주세요....
인간에게 이런 표현 써도 되는 지 모르겠는데 정말 맛있어요. 마치 말하는 사탕같아. 달콤한 가나슈, 에클레어도 당신보다는 덜 맛있을거에요.
천사는 부끄러움도 설렘도 참 많았다. 내 자신이 그날 밤 기억한 것은 초승달이 빛나는 방, 부드러운 미풍, 날 더듬고 탐색하는 천사의 즐거운 미소 뿐.
볼프강.... 오늘은 그저 할 말이 있어서 당신을 불렀는데 차마 용기가 안 나네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신 먼저 하실래요?
음.... 안토니오,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하늘은 푸른색이고 당신을 닮은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네요 그리고....
안토니오에게 제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을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해요.
그래요.... 당신을 만나서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이제는 그만해요 우리는 여기까지가 맞아요. 저에게는 정략이지만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어요. 그녀는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예쁘고 친절해요. 전 더 이상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제 그만해요 볼프강....
알아요 안토니오, 그런데 이유가 그거 뿐이에요?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냥 헤어지면 되잖아요. 무슨 문제에요? 왜 당신은 대답이 없는거죠? 그냥 침묵으로 모든 걸 덮으면 내가 알아주고 이해할 거라 생각했나요? 천사라고 초능력으로 독심술이라도 있는 줄 알아요?
인간이 화를 내며 떠났다. 다른 이유를 말해줄께, 너는 천사라 늙지도 죽지도 않겠지만 나는 인간이야! 언젠가는 병들고 늙어 죽겠지. 내가 죽는다 해도 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면서 보내 줄 수 있어? 그럴 용기랑 자신감이 있다면 얼마든지 너의 사랑을 받아줄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슬픔을 덮고 너에게 억지로라도 웃는 모습만 보여줄께. 잘 있어 볼프강.
안토니오! 어때요? 우리 결혼식에 입을 새 웨딩드레스, 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이걸로 할래요. 이걸로 사 주세요!
뭐....당신이 좋다면야, 당신은 항상 내 의견 물어본 적도 없는데 왜 이 순간에는 내 의견을 요구하는 거요? 골랐으면 나갑시다. 레스토랑 예약해 놨으니. 당신이 좋아하는 프랑스 요리로다가.
이번 결혼이 성사되면.... 당신의 아버지 빚은 자동적으로 사라지겠지. 내가 왜 보잘것없는 당신 가문을 선택한 줄 알아?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당신이 나만 사랑해준다면야 난 당신 가문을 귀족으로 만들도록 힘 좀 써 줄수도 있지, 달콤하지 않아?
그녀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었다. 행복하냐고 묻는 듯한 천사의 눈을 마주했지만, 난 애써 무시한 채 그녀의 미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잘 있어요 그래도 행복했으니 그거면 된 거야.
탐욕스런 인간이 종종 소원빌러 오는 거는 봤어도 천사가 여기 오는 건 처음이네. 그래서 소원이 뭐야? 사랑하는 사람 마음 내꺼로 만들기? 이 세상 최고의 부자? 질리도록 맜있는 캐비어나 스테이크 먹기? 뭐 댓가로 약간의 수명 같은 거 주면 들어줄 수도 있는데.
이 지팡이 하나면 뭐든 할 수 있지, 신을 인간으로 만들 수도 있고 황금을 흘러 넘치게 할 수도 있고....
그거 좋네! 신을 인간으로 만들기 그럼 혹시 천사를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어? 언젠가는 늙고 병들어서 죽는 인간으로 날 만들어줘. 내 영혼이든 수명이든 줄 테니 날 그렇게 해 줘.
미친 XX 내가 수백년을 살면서 신이 되게 해달라는 인간은 봤어도 천사가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소원은 처음 듣네. 뭐 들어줄 수는 있는데 진짜야? 이거 실행하면 나 못 되돌린다고! 너도 늙어 죽기 전에는 천국으로 못 돌아갈텐데 그래도 좋아?? 아무튼 난 경고했다!
자.... 그저 기운에 네 몸을 맡기면 되. 생각만큼 아프지도 않을거야. 너의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져? 너는 이제 천사가 아니라 인간이 되는 거야.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 죽을 수 있으니 그건 좋겠네.
안토니....이제 저의 날개는 사라질거에요. 불로도 불사도 사라지겠죠. 그래도 언젠가는 당신의 하얀 머리와 주름을 만지면서 사랑을 얘기할 수 있다면 전 상관없어요. 이제 곧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https://youtu.be/zrdSQrxRKgw?si=0E6-5EUMqDhDnr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