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시간 / 어향숙
겁먹지 말아요
수술하면 돼요
암 선고를 내린 의사 말이 아득해지고
남편의 목소리는 웅얼웅얼 사라지고
간호사의 슬리퍼 소리가 귓가에서 멀어졌다
나는 진료실 한가운데 방치되었다
겁이 겁을 먹는다
죽은 아버지가 왔다 가고
울고 있는 아이들이 스쳐간다
오싹 한기가 들고
어디론가 빠져나간 몸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다
남편이 내 손을 꽉 잡고 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체념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간이 멈춰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모던포엠』 2022년 11월호
* 어향숙 시인
강원 속초 출생, 경희사이버대학원 문창과 졸업
시집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
2016년 김유정 신인문학상 수상
현재 약사(서울 동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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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정지된 시간 / 어향숙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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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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