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감사하며, 5월의 일기, 오오, 조선의 남아여!
백림 마라톤에 우승한 손, 남 양군에게
그대들의 첩보를 전하는 호외 뒷장에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 못할 감격에 떨린다!
이역의 하늘 아래서 그대들의 심장 속에 용솟음치던 피가
이천삼백만의 한 사람인 내 혈관 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깊은 밤 전승의 방울소리에 터질 듯 찢어질 듯,
침울한 어둠 속에 짓눌렸던 고토의 하늘도
올리픽 거화를 켜든 것처럼 화다닥 밝으려 하는구나!
오늘 밤 그대들은 꿈 속에서 조국의 전승을 전하고자
마라톤 험한 길을 달리다가 절명한 아테네의 병사를 만나보리라.
그보다도 더 용감하였던 선조들의 정령이 가호하였음에
두 용사 서로 껴안고 느껴 느껴 울었으리라.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2024년 5월 1일 수요일인 바로 어제 오전 11시쯤의 일로, 국민학교 동기동창 친구들 몇과 어울려 서해안 쪽으로 나들이하는 길에 잠시 시간을 내서 충남 당진시 송악읍 상록수길 105에 자리 잡은 심훈 기념관을 들렀다.
바로 그 기념관 초입에서 그 글과 마주했다.
그 글 아래쪽에 다음과 같은 설명문이 있었다.
‘1936년 8월 10일 새벽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남승룡 선수의 기쁜 소식을 듣고 쓴 즉흥시로 이 시는 심훈의 마지막 유작이 되었다.’
그 시는 그 바로 다음날인 같은 달 11일자 조선중앙일보 4면 7단에 실렸다고 했다.
그리고 심훈은 한 달 닷새 뒤인 같은 해 9월 16일에 향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장티푸스에 걸려 세상을 뜨고 말았다고 했다.
그 마지막 작품에서, 나는 조국을 앗긴 심훈 그의 울분을 읽었고, 일제 강점기였음에도 그 울분을 감히 털어내는 열정을 읽었다.
참으로 귀한 깨우침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