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마도 결혼이 승진이나 돈 문제와 더불어 가장 많은 인간들이 사기를 치는 분야인데다 미수가 되었다는 말은 그 많은 인간들 중 그나마 순수한 사람들에 속하기에 그렇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순수함이 결혼 사기에 실패한 이유가 아니라면 뻔하게 들킬 거짓말을 하는 바보거나 정신병 환자라고 봐야 하는데 어떤 경우라도 사기에 성공한 다수의 사람들보다 더 크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가문이나 개인의 중대한 약점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정도의 결혼 사기가 가장 흔한데 도덕적으로는 사기이지만 법적으로는 사기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사소한 사기조차도 피할 수 있는 존재는 나같은 결벽증 환자가 아닌한 사실상 거의 없다. 정말 심각했던데다 상당부분 진행 중에 있던 첫번째 투병을 숨기고 결혼하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친다고 엄청 고생을 하였다. 나를 더 크게 사랑할수록 나의 결벽증에 퍼부어지는 욕의 강도가 강해졌다.
"이놈아! 네가 그렇게 해서 결혼을 하겠다는거냐? 말겠다는거냐?" "처음 만난 날부터 아프다는 말을 떠벌이면 너에게 아가씨를 소개해준 사람은 뭐가 되느냐? 이 세상이 너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지 않느냐? 정신 좀 차리고 살거라!"
내가 결혼하던 시절에는 과거를 숨기고 결혼하는 여자를 용서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해 숨기면 당연히 결혼 사기라고 여겼다. 남자에게는 당연히 과거가 있을 거라고 용인하는 분위기가 강했고... 그러나 순결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바보가 될 정도로 자유 연애가 일상화된 요즈음 여성들이 결혼 전의 과거를 숨긴다고 사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심각한 결점을 숨기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잘 사는 경우도 많다. 반칙하거나 뇌물 주고 승진해서 존경받고 잘사는 사람도 많다. 자기 혼자는 아무리 깨끗해도 주변의 비리까지 없이 하고 살 수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이나 자기 편의 약점은 숨기고 남들의 약점만 판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있으면 공연히 미워진다. 가장 대표적인게 정치권과 대중매체이다. 돈과 권력을 쥐려고 별 짓을 다하고 산다.
그런데 그들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국민들은 뭐 먹을게 있다고 그러는걸까?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