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벌초의 계절이다.
지난 주말 벌초를 하다가 말벌 종류인 큰뱀허물쌍살벌이라는 살벌한 놈에 쏘여 술잔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남산만하게 부풀어 올라 일주일 간은 붓기가 가라앉기를 바라며 사람들과의 교제를 단절한 채 보내야 했었다.
조상님 은덕으로 봉침을 제대로 맞아서인지 고질병이던 비염이 뻥뚫려 숨쉬기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골프엘보로 뜨끔거리던 팔도 술잔 들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가을장마로 화요일마다 비가 와 산행을 거를 수밖에 없었다.
陰陽五行의 이치에 따라 相克은 水克火이니
물은 불을 이긴다!
그러므로 화요일은 비에 젖어 거실거사가 되어야 했다.
상봉역 08:21 출발
굴봉산역 09:23 도착
굴봉산역에서 오른쪽으로 갈 것인가 왼쪽으로 갈 것인가
원래 계획은 굴봉산-육개봉-문배마을-구곡폭포-강촌역으로 방향을 잡았었으나
장거리 산행의 고단함과 시간을 아껴 돼지껍데기 볶을 시간을 더 갖기 위해 굴봉산을 생략하기로 하고 바로 육개봉으로 치고 올라가기로 결정하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있는 차도를 따라 도치교를 향해 행진을 한다.
아침 가을햇빛이 쏟아지는 백양리 마을회관 앞 마당을 쓸고 있는 아낙네에게 길을 물었다.
도치교를 건너 목발지팡이를 짚고 가을아침 햇빛을 쬐고 있는 마을 아저씨에게 육개봉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마을 길을 걸어가며 왼쪽 높은 봉우리를 올려다봤을 때 굴봉산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작년 이맘 때쯤 굴봉산 능선을 타고 내려왔었다는 걸 박자매는 모르리라.
시치미 떼고 굴봉산 날머리 갈림길을 그냥 지나쳐 가자. 10:18
나는 자연인이다! 산골 외딴 곳 집을 지키는 백구 황구가 오랜만에 보는 사람을 반기며 목이 쉬도록 짖어댄다.
말이 통해야 말을 하지 짖거나 말거나 대꾸도 하지 않고 조금씩 가파라지는 호흡 소리가 거칠어진다.
등산로에 널부러진 도토리열매에 굴러 넘어 질 것도 같고 밤열매 가시에 발바닥이 찔릴 것도 같다.
도토리 주으러 한창 바삐 돌아다닐 다람쥐 청솔모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 원시림 숲속을 헤치며 능선에 타고 무명 봉우리에 올라섰다.
저 멀리 숲속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종합레져타운 엘리시안강촌리조트가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는 삼악산 봉우리가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갈 길이 멀다. 물 한모금 축이고 어서 가자.
우거진 숲에 배가 긁히고 뚫고 나가기가 버겁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펜스를 옆에 끼고 나타난다. 11:03
엘리시안강촌. 곤돌라. 제설기. 골프장이 저 푸른 초원 위에 펼쳐져 있었다.
등산로에 떨어진 죽은 골프공도 수입으로 잡았다.
굴봉산역에서 많이도 걸어왔다.
하지만 아직도 문배마을까지 갈 길은 멀다.
걷는 만큼 거리는 줄어든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
무슨 나무둥치가 저리 아름다운고.
홀로 유아독존 하거라.
로프를 붙들고 힘겹게 올라섰을 때 그 곳에는 천상의 정원이 있었다. 11:35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
조금 넓게 펼쳐진 숲속 공터는 막걸리 병을 따지 않고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산상파티 벌일 육개봉 머리까지는 불과 500m.
조금만 더 가면 몽환지경에 빠질 수 있다.
공활지 한 곳에 숨어있는 어른머리 같이 큰 왕버섯은 먹을 수 있는가 먹을 수 없는가.
박자매 보고 먼저 먹어보라고 할까?
리틀 박이 길을 잡고 먼저 내뺀다.
지금부터 가는 길에 버섯사냥은 시작된다.
육개봉이 코 앞이다.
노루궁뎅이버섯, 싸리버섯, 느타리버섯 등등등...
저 버섯을 박자매가 챙겨 온 떡국떡에 넣어서 버섯떡국을 육개봉 정상에서 끓여 먹으면..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보물찾기 하듯 버섯채취에 육개봉을 나도 모르게 올랐다.
육개봉 정상(379.8m)에 티끌 하나 없는 파란하늘 아래 정오의 가을햇빛이 쏟아진다. 11:54
신갈나무 넓은 잎 그늘아래 자리를 펴고 채취한 버섯을 늘어놓았다.
이 정도면 구곡폭포 아래 좌판을 펼쳐도 됐으렸다.
참나무 둥치에 숟가락이 꽂혀 있었다. 밥 먹고 쉬었다가라는 소리렸다.
떡국을 먼저 끓여서 맛을 보고 돼지껍데기를 볶아서 목을 젖히며 파란하늘을 올려다본다.
롯데 38층 16만 원짜리 뷔페를 여기 산상오찬에 비할 손가.
로얄살루트를 인삼주, 팥배주, 막걸리, 소주에 비할 손가.
그 걸 먹고 배탈이 나서 곧 중환자실에 갈 그들을 불쌍하다고 하면 안 되겠고 참 잘된 일이라고 해주겠다.
저기 보이는 능선 넘어 하늘아래 첫 동네 문배마을 한씨네 장닭이 토종백숙 다 익었다고 홰를 치겠지..
검봉을 돌아 저기 능선 넘어 문배마을로 비틀거리며 갈짓자로 걸어가자. 13:28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밥 먹고 난 자리에는 고요함이 남는다.
예전엔 그랬었지.
지금은 이렇게 굴러가고 있지.
옛날 학교호적을 파헤쳐보며 나타나지 않는 그네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댓글 없는 그들은 일부러 무심한 척 하는가 무관심한가.
코로나의 후유증인가.
2년을 공으로 보냈으니까 2년 더 수명을 연장해 줄까?
윤홍대전은 어떻게 막을 내릴 것인가.
추녀는 참 지독하다.
종이커피컵을 씻어 재활용하는 그 지독한 수전노는 지금 어느 잔칫집을 기웃거리고 있을까.
공상과 수다가 범벅이 되면서 검봉산 갈림길을 지나 문배마을로 가는 능선을 탄다. 14:04
원시림 잣나무군락이 하늘을 가린다.
가평 잣나무 원숭이 같은 큰 박여사는 나무도 타며 이름 모를 버섯을 따낸다.
구름 같은 모양의 운지버섯을 거실에 갖다놓으면 멋진 장식이 될 것 같다.
문배마을로 빠지는 갈림길이다. 14:47
유토피아를 찾아서..
하늘아래 첫동네. 지상의 낙원! 이상향! 샹그리라! 14:52
산상의 능선이 울타리를 친 곳, 오목한 분지 평원에 문배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요함과 적막이 평온 그자체였다.
이씨집 며느리가 졸고있다가 인기척에 화들짝 놀란다.
백구 황구도 관심이 없고 장닭도 날 잡아먹던지 말던지 관심이 없이 한낮의 평화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마을길을 따라 잔물결 하나 없이 고요하고 넓은 호숫가 앞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15:00
파고라 그늘아래 공터에서 백구도 졸고 장닭도 졸고 우리들도 졸고.
구곡폭포로 내려가기 위해 문배마을 고갯마루턱 첫집인 통나무집 강씨네 강씨부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강씨를 말할라치면
막걸리를 하도 퍼부어서인지 오른손이 꼬부라져서 왼손으로 술잔을 잡고 목젓을 젖히는 사람이다.
작년 9월 하순경 이선생님과 같이 오늘과 같은 코스를 밟으며 문배마을 강씨네를 통과할 때 집사람이 산나물 뜯으러 간 사이에 혼자서 입을 깔대기 모양으로 하고 막걸리를 들이키며 트림을 하다가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반색을 하며 돈은 안받을테니까 술잔이나 같이 한잔 치자고 해서 느티나무 그늘아래 평상에 앉아 표고버섯을 안주 삼아 대작을 했던 적이 있었다.
오늘은 아쉽지만 마누라가 옆에 지키고 있어 멀쩡한 강씨 얼굴을 쳐다보며 술 한잔 얻어먹지 못하고 고개를 넘어간다. 15:20
내려가는 길에는 울창한 산림이 구곡폭포를 가리고 있었다.
징그럽게 생긴 애벌레가 꿈틀거리며 무단횡단하고 있었다.
확인한 결과 굴벌레큰나방애벌레임을 알게 되었다.
바닥을 쳤다. 15:42
구곡폭포를 가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언덕을 올라 왕복 반시간은 걸릴 것이다.
물이 하늘로 치솟는 법은 없다. 당연히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당여한 걸 보려고 일부로 발품을 팔 필요는 없다.
실사구시. 그 시간에 구곡폭포 버스정류장 앞에서 파전과 도토리묵에 술 한잔이 낫지 않을까.
구곡폭포 생략. 버스정류장으로.
구곡폭포관광지 버스정류장 앞 식당 16:03
버스 출발하기 까지 1시간의 여유
83세라고 하는 먹물 좀 먹은 것 같이 행세를 하는 할머니가 남편 보호하려고 이곳에 오래 전 자리 잡았다고 한다.
누가 뭐라고 했나..
자칭 까칠한 할머니라고 자기 소개를 하며 주는 대로 군소리 말고 조용히 먹으라는 뜻인 것 같다.
칡전과 도토리묵을 공손하게 주문했다.
김치가 빠졌다고 하니까 딴 곳을 쳐다본다.
앞에 가서 얼굴을 똑바로 보며 김치 좀 줄 수 없으시겠냐고 하니까 1인당 한쪽씩 배당이 되게 조그만 종지에 담아 온다.
내 성질이 까칠해 질려고 하는데 버스가 떠나겠다고 경적을 울린다. 17:05
몽롱한 기분으로 강촌역 게이트를 열고 들어간다. 17:10
왜 산에만 올라갔다 내려오면 세상이 빙글 빙글 돌아갈까?
앞에 보이는 사람이 흔들거리니까 그사람도 마찬가지겠지.
마주 앉은 사람한테 절구를 찟는 사이 전철은 소리 없이 조용히 상봉역으로 미끄러져 간다.
가을은 야외활동의 계절!
이번 토요일 불갑산 상상화 구경하러 가고
다음 주는 추석연휴라 쉬고
그 다음 주는 화진포 가을바다 내음 맡으로 2박3일 일정 여행 가고
또 그다음 주 10월 5일은 설악산 단풍종주 하고
가족과 함께 나라 발전을 위한 대화를 나누며 추석 명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산행일지)
산행구분 | 정기산행 | 일 자 | 2021. 9. 14(화) |
산행장소 | 육개봉-문배마을 -구곡폭포 | 산행회원 | 이충기, 정일환, 이병학 (게스트 : 박치선, 박치은) |
회비내역 | 적립금 | 339,060원 |
|
-식대 | 32,000원 |
|
+회비접수 | 50,000원 | 5명 각 1만원 |
+잔금 | 18,000원 |
|
잔고 | 357,060원 |
|
비 고 | 산행코스 : 굴봉산역=육개봉-문배마을-구곡폭포-강촌역 뒤풀이 : 대나무집(구곡폭포관광지) |
첫댓글 굴봉산을 생략했지만 하루운동량은 충분한 산행이 었습니다.
두번가본 곳이지만
참 편하고 누구나
갈 수 있는산인 것
같습니다.
함께해서 즐거웠구요.
한가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회장님 수고하셨습니다.
후기 잘읽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문배마을에서 장닭이라도 잡을줄
알았는데 시간때문인지 못하셨네요
암튼 모두들 고생 많으셨고 회장님
후기쓰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맑은공기 파란하늘 멋진산행 응원합니다
고생하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