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최첨단 연구소'…물리탐사선 '탐해 3호' 타보니
항해 중인 탐해 3호© 제공: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지난달 21일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서 작은 배를 타고 영도를 왼편에 낀 채 30분가량 물살을 가르자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큰 배가 점차 가까워져 왔다.
뱃머리 부분에 '탐해3'이라고 쓰인 한국 첫 자체 건조 물리탐사선 '탐해 3호'가 커다란 몸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탐해 3호 취항에 앞서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단에 선내를 공개했다.
탐해 3호는 대륙붕과 대양, 극지 등 세계 모든 해역에서 해저 자원탐사를 할 수 있는 6천862t 규모 물리탐사 연구선이다. 2016년부터 1천678억원이 투입됐으며 HJ중공업[097230]이 선박 건조를 진행했다.
바다에 음파를 쏘아 땅속 지질 특성에 따라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분석해 지질 구조를 밝혀내는 '해양 탄성파 탐사'에 특화한 선박이다. 해저 천연자원을 탐색하고 지질 구조를 분석한 지도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임무에 활용된다.
스트리머 장비© 제공: 연합뉴스
내려진 사다리를 붙잡고 1m가량 올라 내부로 들어서자 빈 곳 없이 빼곡히 채워진 각종 실험장비가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선박 전체 장비 중 탐사 장비 비율이 50%가 넘어 종합연구선 중에서도 가장 비율이 높은 '바다 위 연구소'의 특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바닥 면 끝에는 길이 6㎞에 달하는 줄 형태 장비로 바다에 펼쳐 에어건으로 쏜 음파의 반사를 읽어내는 '스트리머' 8줄이 칭칭 감긴 채 보관돼 있었다.
'지구상 가장 넓게 펼쳐지는 장비'로 불리는 스트리머는 펼치는 면적이 넓고 줄 간격이 촘촘할수록 데이터가 정확해지는데, 탐해 3호는 최대 6㎞ 스트리머 8줄을 100m 간격으로 펼쳐 탄성파가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세세히 읽어낸다.
최윤석 지질연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장은 "가로 700m, 세로 6㎞로 스트리머를 모두 펼치면 면적은 4.2㎢로 축구장 590개, 여의도 1.5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996년부터 27년간 해저자원 탐사를 수행해온 탐해 2호가 최대 3㎞ 스트리머 2줄을 가진 데 비하면 길이는 2배, 줄 수는 4배로 늘었다.
에어건 시스템도 1.5배 규모로 확대했다.
스트리머가 들어찬 공간에서 한층 아래에 있는 금속제 에어건들은 기다란 튜브 같은 장치 아래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탐해 3호는 탐사가 시작되면 이들 에어건과 스트리머를 바다에 내려 해수면 7m 아래에 펼친 채 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바다를 샅샅이 훑으며 지질 특성을 밝혀내게 된다.
탐해 3호가 진행하는 해양 탄성파 탐사© 제공: 연합뉴스
최 센터장은 "평소에는 스트리머 한 줄로 이차원(2D) 탐사를 하며 빠르게 정밀 탐사가 필요한 공간을 찾고, 정밀 탐사가 필요한 곳을 찾으면 스트리머를 모두 내려 탐사에 돌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리머는 줄과 장치들이 조립되면서 펼쳐지는 형태로, 모두 펼치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최 센터장은 설명했다.
탐사가 시작되면 선장이 있는 함교 대신 탐사를 총괄하는 공간인 사이언스랩에서 배의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이날 방문한 사이언스랩에는 데이터가 빼곡한 모니터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아직 모니터들이 채 장착되지 않았음에도 탐해 3호가 다루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짐작될 정도로, 이들 데이터는 사이언스랩 한쪽에 마련된 서버실에 보관된다.
탐해 3호 사이언스랩© 제공: 연합뉴스
탐해 3호의 갑판으로 올라가 창고를 열자 얇은 원통처럼 생긴 장비인 해저면 노드형 수진기(OBN) 400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OBN은 물속에 빠트리면 해저 바닥 면에 떨어져 파형을 수신해 분석하는 기기로 이번에 새로 도입됐다. 자체 배터리를 갖춰 오랜 기간 물속에서 지질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고 물을 통과하지 못하는 S파도 읽어낼 수 있다고 최 센터장은 설명했다.
OBN을 설명하는 최윤석 센터장© 제공: 연합뉴스
탐해 3호는 취재진 방문 열흘 뒤인 지난달 31일 취항식을 했지만, 올해 탐사계획은 벌써 가득 찬 상황이다.
첫 임무는 서해 금어기인 6~7월, 군산분지에서 3D 탄성파 탐사를 통해 해저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유망지를 찾는 것이다.
이 임무에는 선원 20명과 연구원 25명 등이 탑승한다. 장비를 펼치는 데 오래 걸리는 만큼 탐사가 한번 시작되면 최소 수일간 진행하게 된다고 김병엽 지질연 해저지질에너지연구본부장은 설명했다.
탐해 3호는 탐사가 2~3달까지도 진행될 수 있는 것을 감안해 50명이 3달 이상 버틸 수 있도록 각종 식품을 저장하고 조리할 수 있는 식당을 비롯해 휴게공간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췄다.
2호와 달리 원양 탐사도 가능하다. 실제로 내년에는 태평양 해저퇴적물 희토류 자원개발을 위한 정밀탐사 후보지를 찾는 작업에 돌입한다.
스트리머를 펼치고 탐사 중인 탐해 3호의 모습© 제공: 연합뉴스
해양탄성파 탐사선은 해외에서는 거대 석유기업들이 석유나 가스를 찾는 데에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대부분 노후화한 상황이라 새로 건조된 탐해 3호에 대해 세계 연구자들의 기대가 크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탐해 3호는 최근 10년 사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건조된 해양탄성파 탐사선"이라며 "미국에도 이런 배가 없어 함께 연구하자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해저 자원탐사,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및 가스하이드레이트 연구개발 사업 등 국가 정책의 효율적 추진 및 세계적 이슈 대응을 위한 최첨단 연구 인프라를 확보하게 됐다"며 "탐해3호를 통해 우리의 해저자원 탐사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과학기술 국가대표급 바다 위 연구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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