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에 칼바람으로 불어 닥친 FTA.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농촌에 쏟아붓고 있지만 영세한 한국적 농업구조의 근본이 변화되지 않고는 언발에 오줌을 누는 격이다.
현재 농촌은 조금씩 스스로의 살길을 모색중이다. 치열한 차별성과 기능성, 특화사업의 개발이 무엇보다 농촌의 필수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국가와 국민적 지원으로 향유됐던 과거의 농촌 경쟁력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치열한 반성과 함께 농촌사회에 새로운 전략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전국 유일의 친환경농업특구 지역인 양평군은 지난 98년부터 친환경농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양평의 친환경농업 정책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생산품에만 국한하지 않고 농촌문화를 상품화하는 체험 컨텐츠 개발과 병행됐다.
특히 체험마을과 정보화마을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인터넷을 통한 체험마을 홍보와 마케팅은 농촌체험마을의 필수로 여기는 추세다.
‘내다 팔던’ 시대의 농촌의 모습을 접고 도시민들에게 찾아오는 마을로 과감히 탈바꿈된 양평군 용문면 연수1리 보릿고개 체험마을(대표 이상용)은 농촌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농촌체험도 정보화 시대
떠나가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인간의 회귀본능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농촌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발전시킨 모델이 양평의 보릿고개마을이다.
경기도가 지난 2004년 보릿고개마을을 ‘슬로우푸드’ 마을로 지정하면서 이곳 주민들은 농촌을 테마로 한 컨텐츠 개발에 매진했으나 인터넷 등 정보화 개념이 부족한 고령 농업인들의 생각에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마을의 정보화 시스템 구축은 디지털 세대를 농촌으로 불러들이는 필수요건임을 인식하기에 이른다.
이후 2005년 농림부로부터 연수권역농촌종합개발사업이 연수1리 보릿고개마을로 확정되면서 ‘삶의 가치가 넘치는 꽃피는 산골마을’이란 테마로 농촌다움을 유지·보전한 친환경적인 개발과 잠재적인 특성화를 통한 자립기반에 탄력을 받는다.
즉, 생태공원과 슬로우푸드 체험장, 디딜방아 복원 등으로 농촌체험마을의 기반을 마련했고 2005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정식 ‘정보화 마을’로, 2007년 농협의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되는 겹경사속에 매력적인 농촌체험 대표마을로 성장했다.
특히 (주)한국인포서비스, NH증권, 서울 한양초등학교 등 일사일촌을 맺는 결연단체가 늘기 시작하면서 상생의 ‘러브콜’ 이 봇물을 이뤘다.
양평군은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보릿고개마을에 인터넷 등 디지털 교육에 필요한 관리자를 배치, 매월1회씩 컴퓨터사용법, 한글, 문서다루기, 인터넷 등 기본적인 온라인 교육을 지원해주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운영하는 보릿고개마을 홈페이지는 이곳에서 출하되는 고구마, 배, 감자 등 직접 작목한 농산물의 판매는 물론 ‘보릿고개 체험마을’ 의 컨텐츠 상품과 연계되면서 수확된 대부분의 농작물은 체험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되고 있다.
이 마을주민 김숙자씨(74)는 “어느 세월에 컴퓨터를 배워서 남들이 하는 이메일을 하고 홍보도 할까 고민이었지요. 강사의 권유로 자의반 타의반 시작했고 하루 이틀 교육을 받자 나의 염려는 기우임을 알게됐죠. 인터넷 세상을 알고부터 하루 종일 컴퓨터와 친구가 됐고 성탄절에는 손자들에게 메일로 카드도 보냈죠. 너무 늦도록 컴퓨터에 빠져 한겨울 집에가다가 눈길에 나뒹굴기도 하고 때론 어둠속에서 발을 헛디더 논바닥에 굴르기도 했지만 센터를 찾는 즐거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 말했다.
◇체험관광 컨텐츠는 성공 농촌의 대안
“할아버지 보릿고개가 무슨 뜻이에요?”
“너희들이 태어나기 한참 전, 그러니까 1960년대에는 지금처럼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단다. 가을 추수전 허기를 달래주는 유일한 것은 꽁보리밥과 호박밥 등이었지. 그 시대를 우리는 보릿고개라고 불렀단다. 지금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보릿고개를 체험해볼까”
농촌체험 컨텐츠로 무장한 보릿고개마을은 도시의 수학여행과 소풍 장소로 각광을 받으면서 올 한해동안 35개 초·중·고등학교, 28개 유치원 5천여명을 비롯, 외국인과 가족단위 등 총 8천여명의 관광객이 방문, 총 1억6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공농촌시대’의 문을 열게됐다.
특히 도시와 관내 농촌체험마을의 중개업소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물맑은 양평농촌나드리는 군에서 출자해 농촌체험의 각종 프로그램 개발과 마을간 네트워크, 예약, 홍보 등을 총괄하는 농촌체험마을의 중앙통제소다.
2006년 (사)물맑은 양평농촌나드리의 탄생으로 농촌체험마을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방문객들은 체험비 4천원만 내면 2kg가량의 바구니에 직접 캔 고구마와 감자, 복숭아, 배등 각종 체험 농산물을 가져올 수 있게 됐고 마을 주민들은 몰려드는 체험객들의 문전성시로 5만㎡의 복숭아밭과 2천700㎡의 고구마 밭 등 35개 농가의 농산물들은 나가서 팔세도 없이 바닥이 났다.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에게 그 옛날 보릿고개 시절 즐겨먹던 도토리묵, 개떡, 두부, 주먹밥을 손수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고 제기차기, 윷놀이, 물놀이는 컴퓨터 게임 못지않은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특히 올해는 경기도가 도내 40여개의 정보화마을 중 실적이 우수한 마을에게 주는 ‘2008 우수 정보화마을 유공자 표창’까지 덤으로 받았다.
이상용 보릿고개마을 대표는 “마치 젊은 세대에게 버림받은 것만 같았던 농촌사회였지만 주민들 스스로가 단합하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마을을 정보화 시키고 체험문화를 개발해냄으로써 농촌의 큰 활력이 일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천문대어름동산, 송어잡기 체험장 등을 유치, 관광객 1만명 돌파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고 말했다.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ypnews.co.kr%2Fnews%2Fphoto%2Flar%2F1231055269_4113_5.jpg) |
용문면 연수1리 보릿고개마을 이상용 대표 |
/김송희. 조한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