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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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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생활을 발견하다 스크랩 포기
tazan 추천 0 조회 52 12.06.27 22:2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포기 1

작년 가을, 이웃 귀농자를 따라 고구마를 캐러 갔다. 

그분은 임실 옥정호 붕어섬에 800 평 정도 고구마를 심어 년 700 정도 버는 사람이다.

고구마가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도 고구마 농사를 지어볼까?

이런 생각이 있어서 고구마 농사의 참 모습을 보기 위해 고구마 캐기를 도와주러 갔다.

 

일단, 800평이라는 밭이 참 어마어마하게 크다.

먼저, 남자들이 비닐멀칭을 벗겨내고 미친년 엉킨 머리카락마냥 엉켜 있는 고구마 줄기를 걷어낸다.

경운기인지 관리기인지... 뭔 기계로 고구마 밭을 ?고 지나가면 사람들이 붙어 흙에서 고구마를 골라낸다.

그 넓은 땅에 대 여섯 명이 붙어 고구마를 흙에서 골라낸다.

하루를 땅에서 박박 기면서 그렇게 해놓으니, 해질녘에 컨테이너 박스에 담으란다.

수많은 컨테이너 박스에 담아 놓으니 경운기가 밭을 막 다닌다.

그러면 사람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들고 경운기에 실으면 탑 쌓듯이 또 남자들이 무거운 고구마 박스를 쌓는다.

여자고 남자고 없다.  디스크 수술을 했다는 밭주인의 부인도 컨테이너 박스를 들고 다닌다.

그렇게 이틀, 삼일을 해야 고구마 추수가 끝난다.

하루 일하고, 고구마 농사 포기... 너무 힘들겠다.

 

 

포기 2

작년 겨울, 하루만 도와달라 해서 김장절임배추 일을 나갔다.

정말...................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정말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다.

같이 일하는 선배가 "우리도 내년에 배추 심어서 해볼까요?" 한다.

"아뇨!!!"

 

포기 3

작년 가을, 이장님이 인삼 캐는 일 좀 와달란다.

나로써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시간, 아침 6시

잠도 채 안 깬 상태에서 이장님을 만나는 황당한 일을 당한 우리는 얼떨결에 '네' 하고 대답

우리 남편이 할 수 없이 가서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했다.

산비탈을 개간해서 만든 인삼밭은 억수로 넓다.

인삼캐는 기계가 다니면서 인삼을 캐면, 여자들이 쫓아다니며 인삼을 주워 자루에 담아놓는다.

그러면 남자들이 그 자루를 차에 실어 놓는다.

일당 7만원 받아 온 우리 남편은 완전 후줄근하게 녹아 있다.

그날, 우리 인삼 농사 포기...

물론, 시설비 평당 18천원이란 말을 듣고 진즉에 포기했지만

직접 하고 보니... 이건 못하겠다.

 

포기4

오늘 아는 사람이 약 700평 밭에 감자를 캐는데 도와달라 해서 갔다.

우리 밭은 1000평 정도인데, 30 가지 작물이 몇 이랑씩 심겨져 있기 때문에 별로 넓게 안 느껴졌는데

700평이라도 단 하나의 작물만 있으니 완전 넓어보인다.

이 넓은 밭, 이 긴 이랑...  감자를 캐야 한다.

약 10명의 사람들이 땅바닥을 긴다.  호미 한 자루 들고...

쪼그려 앉지 못하는 남자들은 죽을 맛이다.

딱 치질 걸리기 좋은 자세로 감자를 캔다.

햇볕은 땡볕이다. 

머리통이 터질거 같다.

한참을 감자를 캐고 있는데, 멀리서 비구름이 보인다며 빨리 감자를 담으란다.

갑자기 넓은 밭에 컨테이너 박스가 뿌려진다.

담아도 담아도 감자는 안 줄어든다.

밭 주인은 감자가 잘되었다고 좋아하지만...

박스에 다 담고 나니, 차가 들어 온다.

남자들이 감자가 가득 든 컨테이너 박스를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차를 따라다닌다.

차에 또 탑처럼 쌓아올린다.

우리 남편이 그 일을 하고 있는 걸 보자니, 정말 허리 다칠까, 약값이 더 나올까 걱정이다.

이 일을 1년에 몇 번씩 해야 하는게 농사꾼이다.

감자 농사... 포기!!!

 

돌아 오는 길, 우리 남편하고...

"그냥 우리 먹을거만 하자.  돈은 그냥 알바해서 조금만 벌자.""그래, 안되겠다.  너무 힘들다"

 

포기하는게 자꾸 늘어난다.

돈도 돈이지만 무지막지한 농업노동이 몸에 익숙치 않으니 엄두가 안난다.

 

정말 대단한 농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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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6.28 12:33

    첫댓글 타잔님 농사져서 생활하려면 지금 하시는 농법은 포기하셔야 해요.
    멀칭이니 농기계니 하는 것들이 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 하는 것인데 먹고사는 문제라 뭐라 할 수 없죠.
    품앗이로 돕는 것도 일방적이면 흼드는 일
    할 수 있는 것만 하시면서 서서히 10년 정도 계획잡고 하세요

  • 작성자 12.06.28 20:24

    맞습니다. 농사져서 돈 버는건 어렵겠어요. 일단 그 모진 일을 할만한 체력이 안되는거 같아요. 일로 다져진 몸도 아니고... 남 품앗이는 해줘도 우리가 품앗이를 받을 일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일단은 우리 먹을 것만 어찌저찌 해결해도 돈 버는거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농사로 뭘 해보기엔 너무 늦게 귀농을 한게 아닌가 싶어요. 일단 뭔 일을 벌인다는게 무섭다는건 나이 먹었다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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