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잖은척 선비야설
춘향이가 처음 일일 뿐 아니라 부끄러워 고개를 숙여 몸을 틀매 이리곰실 저리곰실 녹수(錄水)의 홍련화(紅蓮花)가 잔바람을 만나 흔들리는 듯, 도련님이 치마 벗겨 제쳐 놓고 바지와 속곳을 벗길 때에 무한이 힐난하다. 이리 굼실 저리 굼실 동해의 청룡이 굽이를 치는 듯하더라.
"아이고 놓아요. 좀 놓아요."
"엣다 안될 말이로다."
힐난하는 중에 옷끈 끌러 발가락에 딱 걸고서 지그시 누르며 기지개를 켜니 발길 아래 떨어진다. 옷이 활짝 벗겨지니 형산(荊山=중국에 있는 산이름, 玉의 산지)의 백옥덕이가 춘향에 비길쏘냐. 옷이 활짝 벗겨지니 도련님 거동을 보려하고 슬금히 놓으면서,
"아차차 손 빠졌다."
춘향이가 금침 속으로 달려든다. 도련님이 왈칵 쫓아 드러누워 저고리를 벗겨 내어 도련님 옷과 모두 한데다 둘둘 뭉쳐 한 편 구석에 던져 두고 둘이 안고 마주 누웠으니 그대로 잘 리가 있는가. 애를 쓸 때에 삼승(三升=굵은 배) 이불이 춤을 추고 샛별 요강은 장단을 맞추어 청그렁 쟁쟁 문고리는 달랑달랑, 등잔불은 가물가물, 맛이 있게 잘 자고 났구나. 그 가운데의 진진한 일이야 오죽하랴.
하루 이틀 지내가니 어린 것들이라 신맛이 간간 새로워 부끄러움은 차차 멀어지고 이제는 희롱도 하고 우스운 말도 있어 자연히 사랑가가 되었구나. 사랑하고 노는데 꼭 이 모양으로 노던 것이더라.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동정칠백(洞庭七百) 월하초에
무산(巫山=중국에 있는 산이름) 같이 높은 사랑
목단(目斷) 무변수(無邊水)에
하늘 같고 바다 같은 깊은 사랑
오산전(五山顚) 달 밝은데
추산천봉(秋山千峰) 반달 사랑
증경학무(曾經學舞)하올 적에
하문취소(何問吹蕭)하던 사랑
유유낙일(慾慾落日) 월렴간(月簾間)에
도리화개(挑李花開) 비친 사랑
섬섬초월 분백(紛白)한데 함소함태(含笑含態) 숱한 사랑
월하의 삼생(三生)연분 너와 나의 만난 사랑
허물 없는 부부 사랑
화우동산(花雨東山) 목단화 같이 펑퍼지고 고운 사랑
연평 바다 그물같이 얽히고 맺힌 사랑
청루미녀(靑樓美女) 금침같이 혼솔마다 감친 사랑
시냇가의 수양같이 펑퍼지고 늘어진 사랑
남창(南倉) 북창(北倉) 노적(露積)같이 다물다물 쌓인 사랑
은장(銀藏) 옥장(玉藏) 장식같이 모모이 잠긴 사랑
영산홍록(映山紅綠) 봄바람에 넘노드니
황봉(黃峰) 백접(白蝶) 꽃을 물고 질긴 사랑
녹수청강 원앙조격으로 마주 둥실 떠 노는 사랑
년년칠월 칠석야에 견우직녀 만난 사랑
육관대사 성진(六觀大師性眞=九雲夢에 나오는 중과 주인공 이름)이가
팔선녀와 노는 사랑
역발산(力拔山) 초패왕(楚覇王)이
우미인(虞美人)을 만난 사랑
당나라 당명왕(唐明王)이
양귀비(楊貴妃)를 만난 사랑
명사십리(明沙十里=원산 부근 모래 사장) 해당화같이
연연(娟娟)히 고운 사랑
네가 모두 사랑이로구나.
어화 둥둥 내 사랑아
어화 내 간간 내 사랑이로구나."
"여봐라 춘향아!"
"저리 가거라 가는 태를 보자
이만큼 오너라 오는 태를 보자
빵긋 웃고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도 보자
너와 나와 만난 사랑
연분을 팔자한들 팔 곳이 어디 있어
생전 사랑 이러하고
어찌 사후(死後) 기약이 없을쏘냐
너는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글자 되되
따 지자(地字), 그늘 음자(陰字), 아내 처자(妻字), 계집 여자(女字) 변(邊)이 되고
나는 죽어 글자 되되
하늘 천자(天字), 하는 건자(乾), 자아비 부자(夫字), 사내 남자(男字) 아들 자자(子字) 몸이 되어 여(女) 변(邊)에다 붙이면 좋은 호자(好字)로 만나 보자
또 너 죽어 될 것이 있다
너는 죽이 물이 되되
은하수, 폭포수, 만경창해수(萬頃滄海水)
청계수(淸溪水), 옥계수(玉溪水),
일대장강(一帶長江) 던져 두고
칠년 대한(大旱) 가물 때 또 일상진진
젓어 있는 음양수란 물이 되고
나는 죽어 새가 되어
두견새도 되지 말고
요지(搖池) 일월 청조, 청학, 백학이며
대붕조(大鵬鳥=엄청나게 커서 九萬里를 단번에 난다는 새) 그런 새가 될랴 말고
쌍거쌍래 떠날 줄 모르는 원앙조란 새가 되어
녹수의 원앙격으로
어화 둥둥 떠놀거든
나인 줄을 알려무나
사랑 사랑 내 간간 내 사랑이야."
정자타령(情字打鈴)
"아니 그것도 내 아니 되려오"
"그러면 너 죽어서 될 것이 있다.
경주 인경도 되려 말고
전주 인경도 되려 말고
송도 인경도 되려 말고
장안 종로 인경 되고
나는 죽어 인경 마치 되어
삼십삼 천(天= 梵語譯語 欲界의 第二天)이십팔 숙(宿)을 응하여
질마재에 봉화 세 자루 꺼지고
남산에 봉화 두 자루 꺼지면
인경 첫마디 치는 소리
그저 뎅뎅 칠 때마다
다른 사람 듣기에는
인경 소리로만 알아도
우리 속으로는
<춘향 뎅 도련님 뎅이라>
만나 보자꾸나
사랑 사랑 내 간간 내 사랑이야."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방아 확이 되고
나는 죽어 방아 공이가 되어
경신년 경신월 경신일 경신시의 강태공 조작 방아
그저 떨꾸덩 떨꾸덩 찧거들랑 나인 줄 알려무나
사랑 사랑 내 사랑 내 간간 사랑이야."
춘향이 하는 말이,
"싫소, 그것도 내 아니 될라오."
"어이하여 그말이냐."
"나는 항시 어찌 이생이나 후생이나 밑으로만 된다는 법 있소? 재미없어 못 쓰겠소."
"그러면 너 죽어 위로 가게하마. 너는 죽어 맷돌 웃짝이 되고 나는 밑짝이 되어 이팔 청춘 홍안 미색들이 섬섬옥수로 밑대줄 잡고 슬슬 돌리면 천원지방(天圓地方)격으로 휘휘 돌아가거든 나인 줄을 알려무나."
"싫소. 그것도 아니 되려오. 위로 생긴 것이 부아나게만 생기었소. 무슨년의 원수로서 일생 한 구멍이 더하니 아무 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너 죽어서 될 것 이 있다.
너는 죽어 명사십리 해당화 되고
나는 죽어 나비 되어
나는 네 꽃송이 물고
너는 내 수염 물고
춘풍이 선듯 불거든
너울 너울 춤을 추며 놀아보자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내 간간 사랑이지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이 모두 내 사랑 같으면
사랑에 걸려 살 수 있나
어허 둥둥 내 사랑
네 예뻐 내 사랑이야
방긋 방긋 웃는 것은
화중왕 모단화가
하룻밤 세우(細雨)뒤에
반만 피고자 한 듯
아무리 보아도 내 사랑
내 간간이로구나
너와 나와 유정하니 정짜(情字)로 놀아보자."
"음상동(音相同)하여 정짜(情字)로 노래나 불러 보세."
"들읍시다."
"내 사랑아 들어서라,
너와 나와 유정하니 어이 아니 다정하리
담담 장강수(澹澹長江水) 유유원객정(悠悠遠客情)
하교 불상송(河橋不相送) 강수원함정(江水遠含情)
송군남포 불승정(送君南浦不勝情)
무인불견 송아정(無人不見送我情)
한태조 희우정(漢太祖喜雨亭)
삼태육경(三台六卿) 백관조정(百官朝庭)
도장(道場) 청정(淸淨)
각씨(閣氏) 친정(親庭)
친고(親故) 통정(通情)
난세(亂世) 평정(平定)
우리 둘이 천년 인정
월명성희(月明星稀) 소상동정(瀟湘洞庭)
세상만물 조화정(世上萬物造化定)
근심 걱정, 소지(所志) 원정(原情)
주워인정, 음식 투정
복 없는 저 방정,
송정(訟庭), 관정(官庭), 내정(內情), 외정(外定)
애송정(愛松亭), 천양정(穿楊亭)
양귀비의 심향정(沈香亭)
이비(二妃)의 소상정(瀟湘亭)
한송정(寒松亭)
백화만발 호춘정(好春亭)
기린 토월 백운정(白雲亭)
너와 나와 만난 정
일정(一情) 실정(實情) 논지(論之)하면
내 마음은 원형이정(元亨利貞)
네 마음은 일편탁정(一片託情)
이같이 다정하다가
만일 즉파정(卽破情)하면 복통 절정(絶情)걱정되니
진정으로 원정(原情)하자는 그 정짜(情字)다."
궁자잡담(宮字雜談)
춘향이 좋아라고 하는 말이,
"정속은 도저하오. 우리집 재수(財數) 있게 안택경(安宅經= 宅神安定과 재수 형통을 위하여 읽는 徑文)이나 좀 읽어 주오."
도련님 허허 웃고,
"그뿐인 줄 아느냐, 또 있지야. 궁짜(宮字)노래를 들어보아라."
"애고 얄궂고 우습다. 궁짜 노래가 무엇이오?"
"너 들어 보아라. 좋은 말이 많으니라."
좁은 천지 개태궁(開胎宮) 뇌성벽력 풍우 속에
서기 삼광(三光) 둘러 있는
장엄하다 창합궁
성덕이 넓으시다
조림(照臨)이 어인 일인고
주지객(酒池客) 운성(雲盛)하던
은왕(殷王)의 대정궁(大庭宮)
진시황(秦始皇)의 아방궁(阿房宮)
문천하득(問天下得) 하실 적에
한태조(漢太祖) 함양궁(咸陽宮)
그 곁의 장락궁(長樂宮)
반첩여의 장신궁(長信宮)
당명황(唐明皇)의 상춘궁(賞春宮)
이리 올라서 이궁(離宮)
저리 올라서 별궁(別宮)
용궁 속의 수정궁(水晶宮)
월궁 속의 광한궁(廣寒宮)
너와 합궁(合宮)하니
한평생 무궁이라
이 궁 저 궁 다 버리고
네 양 다리의 수룡궁(水龍宮)
나의 심줄 방망이로
길을 내자꾸나."
춘향이 반만 웃고,
"그런 잡담은 말으시오."
"그것 잡담 아니로다. 춘향아, 우리 둘이 업음질이나 하여 보자."
"애고 참 잡성스러워라. 업음질을 어떻게 하오?"
업음질을 여러 번 한 듯이 말하더라.
"업음질은 천하 쉬운 것. 너와 나와 활짝 벗고 업고 놀고 안고도 놀면 그게 업음질이 아니냐?"
"애고 나는 부끄러워 못 벗겠소."
"에라 요 계집아이야, 안될 말이로다. 내 먼저 벗으마."
버선, 대님, 허리띠, 바지, 저고리, 활짝 벗어 한편 구석에 밀쳐 놓고 우뚝 서니 춘향이 그 거동을 보고 방긋 웃고 돌아서며 하는 말이,
"영낙없는 낮도깨비 같소."
"오냐 네 말 좋다. 천지만물이 짝 없는 게 없느니라. 두 도깨비 놀아보자."
"그러면 불이나 끄고 노사이다."
"불이 없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애고 나는 싫소." 도련님 춘향 옷을 벗기려 할 때 넘놀면서 어룬다. 만첩 청산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가 없어 먹지는 못하고 흐르릉 흐르릉 아웅 어루는 듯, 북해의 흑룡(黑龍)이 여의주(如意珠)를 입에 다 물고 색구름 사이에서 넘노는 듯, 단산(丹山=봉황이 깃들고 있다고 믿는 상상의 산)의 봉황이 대 열매를 물고 벽오동 속으로 넘나드는 듯 , 구고 청학이 난초를 물고서 오송간(梧松間) 에 넘노는 듯,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담쑥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귀와 뺨도 쪽쪽 빨고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 같은 혀를 물고 오색단청 순금장(純金欌) 안의 날아가고 날아 오는 비둘기 같이 꾹꿍꾹꿍 으흥거려 뒤로 돌려 담쑥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 치마 바지 속곳까지 벗겨 놓으니,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잡치고 앉았을 때, 도련님 답답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이 복찜하여 구슬 땀이 송실송실 맺혔구나.
"이애 춘향아, 이리 와 업혀라."
춘향이 부끄러워 하니,
"부끄럽기는 무엇이 부끄러워. 이왕에 다 아는 바이니 어서 와 업혀라."
춘향을 업고 추기시며, "아따 그 계집아이 똥집 장히 무겁고나. 네가 내 등에 업힌 것이 마음에 어떠하냐?"
"더할 수 없이 좋소이다." "좋으냐?" "좋아요."
"네가 금(金)이지야?"
"금이란 당치 않소. 팔년 풍진 초한 시절에 육출기계(六出奇計) 진평이가 범아부(范亞父)를 잡으려고 황금 사만을 뿌렀으니 금이 어디 남으리까?"
"그러면 진옥이냐?"
"옥이란 당치 않소. 만고 영웅 진시황이 형산의 옥을 얻어 이사(李斯=진시황 때의 정승)의 명필로 수명우천(受命于天) 기수영창(旣受永昌)이라 옥쇄를 만들어 만세유전을 하였으니 옥이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해당화냐?"
"해당화라니 당치 않소. 명사십리 아니어든 해당화가 되오리까?"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밀화(密花) 금패(錦貝), 호박(琥珀), 진주냐?"
"아니 그것도 당치 않소. 삼정승, 육판서, 대신, 재상, 팔도방백, 수령님네 갓끈 풍잠(風簪) 다 하고서 남은 것은 경향의 일등 명기 지환 벌 허다히 다 만드니 호박 진주 부당하오."
"네가 그러면 무엇이냐? 날 홀려먹는 불여우냐? 네 어머니 너를 낳아 곱게 길러 내어 나를 홀려 먹으라고 생겼느냐? 사랑 사랑 사랑이야 . 내 간간 사랑이야. 네가 무엇을 먹으려는 것이냐? 생밤 찐밤을 먹으려는 것이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대모장도 드는 칼로 뚝 떼어 강릉 백청(白淸)을 두루 부어 은수저 반간지로 붉은 점 한 점을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내사 싫소."
"그러면 무얼 먹겠느냐? 시금털털 개살구를 먹겠느냐?"
"아니 그것도 내사 싫소."
"그러면 이것을 먹으려느냐? 돼지 잡으랴? 개 잡아 주랴? 내 몸 통째 먹으려느냐?"
"여보 도련님, 내가 사람 잡아 먹는 것 보았소?"
"에라 요것, 안 될 말이로다. 어화둥둥 내 사랑이지, 이애 춘향아 내리려무나. 백사만사가 다 품앗이가 있느니라. 내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애고 도련님은 기운이 세어서 나를 업으시거니와 나는 기운이 없어 못 업겠소."
"업는 수가 있느니라. 도두 업으려 말고 빨리 땅에 자운자운하게 뒤로 잦은 듯 업어다오."
도련님을 업고 툭 추워놓으니 대중이 틀렸구나.
"애고 잡성스러워라."
첫댓글 운우지정 나누는 춘향이와 이몰룡...이들의 황홀한 이야기를 북장단에을 넣어 이리도 길게 늘어 놨구료....
조옷타... 이리 오너라 업구 놀자...타령에 해뜨고 지는 줄도 모르겠나이다.미있게 잘 봅니다.
어얼쑤 좋다
재밌고
안동님 덕분에...
숫가락질도 못하고 볶음밥이 찬밥신세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