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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40분 부산역에 도착하니 몽게회장님, 야생화센타장님, 하이원님,김원장님, 공자님이 마중나와 계신다..
두번째보는 얼굴들인데 몇십년을 함께해 온 동지처럼 부담이 없다.
부담스러워 극구 말렸지만 몽게,야생화 두분의 성격으로 봐서 소용없을 것 같아 다음에 돌려줄 기회가 반드시 있을 것으로 믿고 도움을 받기로 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볍다.
동클 아지터에 잠시 들렀다 금정산 비박지에 도착하니 몽게 회장님이 구청장에게 특별히 부탁한 가로등이 설치되어 랜튼이 필요없다..
동클에서 준비한 목걸이와 알프스티 선물 교환을 하고 이렇게 운치있는 밤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운지, 술이 좋은건지, 사람이 좋은 건지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침낭속으로 향한다. 1시간쯤 잤을까?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누을 떠보니 몽게님이 아침식사 준비하시느라 분주하다.
손님 대접받기가 부담스럽지만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다들 잠이 부족해서 인지 얼굴들이 부시시하다..
몽회장님, 전대자님은 얼굴이 항상 그렇고 공자님은 수염때문에 표시도 안나고 나만 노숙자 같은 몰골이다. 그래서 거울은 잘 안보는 편,
식사를 마치고 출발준비 완료.. 동문을 지나 솔밭길을 니나고 억새 밭을 지나고....
길에 구르는 돌맹이 하나, 들풀 하나, 나무 한그루 옛날 어린, 젊은시절 추억을 담고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세월 탓인가,무심한 탓일까 모든게 새롭게 보인다..
가까이 있을땐 자세히 보지 않았다가 멀리 떠나 있으니 모든게 그리움과 추억의 대상이고 모든게 과거엔 느끼지 못했던 신비로움이다..
웃으며 즐기며 능선에 올라서니 억새밭이 펼쳐진다. 여기에 이렇게 넓은 억새밭이 있었나? 산성벽이 이렇게 길었나?
조금 더 가니 4망루, 의상봉, 부채바위, 멀리 무명암 릿지가 보인다..성벽에 올라서니 사방이 확트이고 선선한 바람이 억새를 흔들고 얼굴의 땀을 쓸어 길 안내하듯 우리 갈길을 앞장선다..
그렇게 바람따라 억새밭을 지나고 샘터와 소나무군락을 지나 릿지길 초입에 이른다..
9명이서 8시간 정도 걸린 무명릿지길...
난생처음으로 티롤리안브릿지를 해봤다.
기대와 설레임과 불안함속에 몽게님과 공자님이 양쪽에서 자일을 걸고 누구는 통닭구이로, 누구는 통돼지바베큐로 시간은 걸렸지만 동클님들이 우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티롤등반은 이번 부산 원정산행에 있어서 최고의 경험이었다..
오르는 내내 몽게회장님의 구수한 사투리, 유머와 웃음으로 가득찬 화수분. 거북한 용어도 일단 몽님의 입을 통하면 코메디가 되어버리는 정말 신비로움을 지닌 몽회장님과 생기발랄하고 활달한 성격의 야생화님, 공중부양 시범을 보인 공자님. 설악에서 받은 기를 한껏 발휘하신 황모선배님 모두들 덕분에 수면부족, 과다알콜에도 불구하고 힘든 줄 모르고 처음으로 릿지와 티롤리안을 경험하였읍니다.
릿지를 마치고 대륙봉암장으로 이동하니 동클회원님 몇분이 먼저 와서 등반중이다..
지난번 설악에서 뵜던 만어산장 사장님이 선물을 준비하셨고 동클 꿈나무 김대영님도 보이고,,,,
암장을 보는 순간 인터넷 사진으로 보는것과는 다른다.
기존 C길(5.10b)를 등반해보고는 더욱 기가 죽을수 밖에 없다..서울보다는 난이도가 쎄게 보인다..
미진선배 톱로핑으로 등반, 전대장님도 피로가 쌓인 탓인지 힘들게 오른 후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가는길이 부모님과 형제,친구들이 있는 내고향 화명동이지만 미안함을 잠시 잊고 마음속으로 인사만하고 지나친다.
하구언지날때 우리를 태우고 가던 공자님의 차량 고장으로 예정에 없던 을숙도와 하구언과 낙동강의 야경을 구경하고 견인차에 실려 다대포해수욕장 야영장까지 이동한다.
저녁식사는 싱싱한 회와 영감이(동클의 전대장님에 대한 호칭)끓인 매운탕으로 술과 식사를 마치고 누웠으나 거의 공포에 가까운 지독한 부산 모기와 러시아 아가씨들의 잡담소리에 또 밤잠을 설쳤다..
일요일 아침 일찍 송도해벽 거북암으로 이동, 다행히 아무도 없다..바위가 신비롭다. 선지해장국 건데기를 쌓아 놓은 듯 자색 색깔이 이국적이다.. 좀 있으니 외국인 몇을 포함한 동클회원님들이 사방에서 몰려온다.. 맛나는 거, 시원한 거 잔뜩 들고...
해안 골짜기엔 동클 회원들로 가득하고 다른 팀들은 왔다가 상어암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거북암은 전체적으로 5.10급을 이루고 있으며 중간에 오버행이 크럭스를 이루고 있다.
오버행까지 등반과 이후의 등반은 비교적 무난한 편이다..
돛단배(5.9) 외 5.10급 2개 선등, 2개 톱로핑하고 나니 이틀간의 수면부족과 과음탓인지 힘이 빠진다.
대장님은 도착 즉시 자일 하나걸고 술 드신 나중에 또 다른 길 톱로핑하고 수영하시고 이벤트하시고 미진선배, 선정누님 3개 길 등반 후 부산원정 일정을 마무리 한다.
부산역에서 열차시간 촉박하여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왔읍니다.
몇십년을 금정산 자락에 살면서 초중고때 봄 가을소풍. 대학과 회사 단합대회한다고 뻔질나게 금정산 오르내렸기에 금정산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
이렇게 넓은 억새밭이 있었는지,
가족등반하기에 이렇게 좋은 등산로를 가지고 있었는지,
산성 성벽이 이렇게나 멀리 길게 뻗어있었는지,
큰 바위를 이렇게 많이 품고 있었는지,
이렇게 매력적인 암벽루트가 있었는지,
이런 매력을 가진 멋진 산 이란걸 미처 몰랐읍니다...
첨부터 끝까지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웃음을 선사해주신 몽게회장님.
궂은일을 도 맡아 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야생화 센타장님.
하동에서 우리를 맞으러 오시고 차 운전하신다고 고생하신 다재 다능한 공자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신 저보다 많이 갈끔해 보이는 김원장님.
대륙봉에서 선물을 안겨주시고 거북암에서 파워를 발휘하신 만어산장 사장님..
첫날밤과 첫날 산행을 함께 하신 하이원님.
동클 꿈나무 김대영님. 멋있는 총각 고수 김수양님.
그외 다 기억은 못하지만 생기넘치고 활기찬 등반 모습들, 사진속의 모든 얼굴들 잊을수가 없읍니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감당이 안 될 평생 부담이 될 신세를 졌읍니다.
다음에 갚을 기회가 일을 것으로 믿고 부담을 덜어보려 하지만 그런 기회가 현실로 다가오기 전엔 항상 가슴에 돌덩이를 안고
살아야 할것 같습니다.
삼각산 인수봉이나 원주 간현암장 또는 설악에서 꼭 한번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슴에 돌덩이를 빼 낼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기를 바라며
동클회원님들 항상 즐거운 등반 ,안전 등반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항상 동클 카페를 모니터링하면서 함께 할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연락드리겠읍니다..
p.s 근데 몽게회장님 그 바지 진짜 돈 주고 사신 거 맞습니까?
첫댓글 기억나는 대로 적었는데 혹시 이름이나 인물묘사가 잘 못되었다면 결례를 용서하십시요..
엊그제는 새벽 5시 까지 술묵었다며~~~~ 5시 40분 출근할라꼬 똥누는디 문자 왔두만^^*
ㅋㅋ,,깔끔한 비온디님이나, 선물안겨주신 만어사장님은 동일한 인물인데 아실라나?..맞아요,. 곁에 있을때는 소중함을 잘~모르다가, 멀리서 바라보면 엄청 크게 보인다는거,,,,,,현실에 만족하며 열심히 살아야 되는데,,그기 마음대로 안되는거라면 아직 많이 배우고 닦아야 되는거 맞죠?.. 신세를 졌다는 생각은 마세요. 우리들은 님들 덕분에 더욱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냈을 따름인데요?..^^
동클과 부산에 대한 좋은 인상과 추억을 남기셨다면 대 만족입니다. 생각나면 어느때라도^^
반가우이~~~~~~~~~~
글솜씨 또한 대단 하시네요....다음에 꼭 뵙길 바랍니다 ㅋ
재미난 후기 잘 보고 ~~ 실컷 웃다가 갑니다.~~ㅎㅎ "돌덩이" ?? ~표현력이 짱이십니다 ~~^*^
대장님의 맛있는 매운탕...^^다음에 다시 알프스 님들과 함께 이렇게 멋진 등반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__) ^^* 후기 재미있게 잘 보고갑니다.^^
모기 때문에 고생 하셨지예...(^__^) 또 뵐날이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