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맑음.
오늘 밤에는 미국을 떠난다. 엘살바도르를 거쳐 니카라과로 이동한다. 아침은 어제 KFC에서 담아 온 빵과 남은 치즈 그리고 토마토로 해결했다.
짐을 단단히 챙겨서 아침 9시에 숙소를 나선다. 숙소 하얀 주택에는 2450 숫자가 이름처럼 붙어있다. 싱싱한 아침이다. 주택가를 걸어서 메트로를 간다.
짐을 하루 종일 매고 다니기로 했다. 좀 부담이 된다. 소토(Soto)역에서 전철을 타고 유니온 스테이션(Union Station)에서 내렸다. 유니온 역은 역사가 깊은 곳이고 미 서부 제1의 기차역이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주요 철도역이자 미국 서부 최대의 여객 터미널이다. 1939년 5월에 라그랜드 역(La Grande Station)과 센트럴 역(Central Station)을 대체하는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여객 터미널로 개장했다.
1930년대에 건설됨에 따라 유니언 퍼시픽, 산타페, 서던 퍼시픽 철도를 하나의 터미널 역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역 구조물은 아르 데코, 미션 리바이벌, 스트림라인 모던 건축 양식을 결합했다.
이 역은 서던 캘리포니아의 주요 환승센터로서, 하루에 약 110,000명의 승객을 지원한다. 암트랙에서 5번째로 혼잡한 역이자, 미국 서부에서 가장 혼잡한 역이다.
시애틀 행, 시카고 행, 텍사스 행, 뉴올리언스 행의 4개의 암트랙 장거리 열차가 이 역에서 시 종착한다. 샌디에고로 가는 기차도 있다.
이 역은 메트로링크 통근 열차의 주요 환승지점이며 지하철 및 경전철 노선이 여러 곳에서 제공된다. 서쪽 입구 바깥쪽에서는 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경기일마다 다저스 스타디움으로 직행하는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역사는 웅장하고 멋지다. 왕궁 같은 느낌도 조금 든다. 외관은 하얀 벽면에 야자수 그림자가 아름답게 비친다. 동부의 철도역들이 신전이라면 LA 유니언 역은 지중해풍의 거대한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느낌을 준다.
오전 10시 5분을 가리키는 시계탑이 있고 그 위에 종탑이 있는 수도원 건물 같다. 소박한 느낌을 준다. 세계 최고의 도시 중 하나의 무한히 다양하고 멋진 요소를 연결하는 진정한 문화 허브다.
로스 앤젤레스 최고의 관문이다. 길을 건넌다. L.A.의 역사적인 올베라 가(Olvera Street)와 엘 푸에블로 데 로스앤젤레스 주립 역사 공원(El Pueblo de Los Angeles State Historic Park)의 앨라메다 가 맞은편에 있다.
올베라 가(Olvera Street)는 멕시칸 특유의 레스토랑과 민속품 상점이 줄지어있는 LA 발상의 터전이었다. 지금은 주변을 주립역사공원으로 지정해 오래된 건물 27채를 복구, 보전하고 있다.
올베라 스트리트는 겨우 200m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은세공, 유리세공, 가죽제품, 민족의상 등의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선 번화가다.
이곳에 있는 아빌라 아도베는 1818년에 세운 LA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다. 내부는 당시의 생활상을 전하는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먼저 안토니오 아길라르(Antonio Aguilar1919~2007)의 기마상을 만났다. 가족 전설에 의하면 어린 안토니오 아길라르는 성공을 위해 LA에 도착했을 때 라 플라시타 올베라에 있는 벤치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2007년 88세의 나이로 사망한 멕시코 가수이자 배우인 그는 160개 이상의 음반과 100여개 이상의 영화를 제작하여 국경 양쪽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아길라르는 존 웨인 주연의 1969년작 '무패'와 같은 미국 서부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멕시코 승마 스포츠 la charrería를 국제 관객에게 대중화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El Charro de México"(멕시코의 기수)라는 존칭을 받았다.
2000년, 아길라르는 음반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Hollywood Walk of Fame)에 별을 수여받았다. 붉은색 부겐베리아 꽃이 함께 있다.
커다란 벽화도 보인다. 멕시코 주민들을 나타낸 벽화가 있다. 신부와 소, 닭, 강아지 등이 소년소녀와 그려져 있다.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올베라 스트리트 입구에는 커다란 나무 십자가가 견고하게 세워져 있다. 하얀색 박물관 건물이 보인다. 꼭 우체국 같다. 장식된 소원의 우물(Wishing Well)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광장에는 팔각형의 무대도 보인다. 고목나무 밑에 관심을 받지 못하는 동상이 하나있다. 스페인의 찰스 3세(카를로스 3세)의 동상이다.
미국이 스페인이었을 때 최고의 왕이었다. 소방차 박물관(Plaza Firehouse) 건물에는 No1이 붙어있다. 화재를 진압했던 마지막 소방차가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이자 최초의 소방서란다.
그 옆에 있는 3층 건물의 Pico House는 박물관이다. 나무 그늘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쉰다. 커다란 도로 옆에 우뚝 세워진 교회가 멋지다.
현대식 건축인데 십자가가 유난히 돋보인다.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s)이란다. 2002년에 완공한, 스페인 건축가 모네오(J. Moneo) 교수가 설계하였다.
성당의 중앙 입구는 로버트 그레이엄(Robert Graham)이 제작한 거대한 청동 문이 있고 문 위에는 천사들의 모후 조각상이 있다. 양 벽면에 한국의 김대건 신부를 포함하여 다양한 민족출신의 135명의 성인화 태피스트리가 전시되어 있다.
성당의 지하에는 지하 묘와 납골당이 있는데 이곳에는 역대 로스앤젤레스 주교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또한 성당은 공연장, 전시장 등 각종 문화시설도 갖추고 있어 성전이자 대중적인 장소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성당인데, 안에 들어가면 정말 멋지단다.
유니온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시청사 앞으로 갔다. 아내를 벤치에 앉혀두고 공원 주변을 살펴보았다. 동상이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잘못알고 있었던 것 같다.
스타벅스 커피 집과 조용한 분수대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Civic Ctr에서 지하철을 타고 산타모니카 비치를 찾아간다. 다시 유니언 역으로 가서 노란색 리틀 토쿄 / 아츠 디스트릿(Little Tokyo / Arts District)역에서 갈아탄다.
리틀도쿄는 미국 최대의 일본인 거리다. 일본 신문과 팩은 물론이고 일식당과 가라오케 술집도 있어 일본에 온 듯한 분위기에 젖게 된다.
지하철을 타고 다운타운 산타모니카(Downtown Santa Monica)에서 내렸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서부에 위치한 해안 휴양 도시다.
태평양을 면하고 있으며, 산타 모니카 만에 들어서 있다. 산타 모니카는 히피의 탄생지이자 예술의 고향이다. 쭉쭉 뻗은 야자수와 황금빛 비치가 인상적이다.
서핑을 즐기며 파도를 느끼기에도 비키니 차림으로 스케이트를 타고 쇼핑하기에도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 없는 그림 같은 곳이다.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태양과 바닷바람을 마음껏 느껴 보자. 상쾌한 바람이 넘나들며 어디를 향해 걸어도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산타모니카를 표현하는 말이다. 캘리포니아의 해변 가운데 단연 최고의 지명도를 자랑하며 리조트 단지로도 역사가 오래되었다.
오늘날 산타모니카 비치에서는 가족단위 휴양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쇼핑거리로, 멋진 저녁식사 장소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겨울에는 온난하고 여름에는 선선해서 주거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여행객에게도 LA의 관광거점으로 삼기에 적당한 곳으로 평가된다.
공항에서 가깝고 치안상태가 좋은 것은 물론, 교통편도 점점 더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운타운이나 할리우드와는 전혀 다른 남부 캘리포니아 특유의 개방성을 느낄 수 있다.
넓고 푸른 바다, 새하얀 모래사장, 마치 간지럽히듯이 넘실대는 파도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이다. 산타모니카 피어는 산타모니카의 상징인 오래된 목조부두다.
다양한 상점과 카페, 놀이공원, 수족관이 있는 교각 위의 해변 명소다. 해변에는 퍼시픽 파크라는 이름의 작은 로컬 놀이동산이 있다.
햇볕이 내리쬐는 LA의 이 명소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키치적인 해변 가 산책로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축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장소다.
키치(Kitsch)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매우 유치하게 느껴지고, 지나간 트렌드라서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 역시 키치의 공통점이다. 말하자면 저질스러운 고전 B급 호러영화, 싸구려 고전 SF에서 볼 수 있는 쫄쫄이 우주복과 헤어드라이기 같은 광선총, (미국 한정으로)전형적인 구닥다리 오페라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또한 루트 66의 끝, 2448mile의 끝 지점이다. 산타모니카 피어는 현재 미국 최초로 개통된 전설적인 고속도로의 서쪽 끝으로 공식 표시되는 지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도로는 원래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졌는데 이후 산타모니카까지 확장되어 많은 여행객이 재미와 흥미로 가득한 이 즐거운 부두에서 국토 횡단 여행을 끝낸다.
캘리포니아 주 남부 지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유서 깊은 부두지만 날로 새로워진다. 카페, 레스토랑, 오락실 등을 갖추고 있다. 평일 주말에 상관없이 관광객, 연인들, 가족방문객들로 붐빈다.
최고 인기 명소는 형형색색의 목마를 손으로 일일이 조각해서 복원한 목재 회전목마다. 1922년에 만들어진 이 회전목마는 루프 곡마장이라는 건물 안에 있는데,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뉴먼의 영화 스팅으로 가장 유명하다.
어린이들에게는 회전목마가 가장 인기 있고, 커플에게는 바다 너머로 지는 석양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도시 이름은 서방 교회의 4대 교회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 성 모니카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게 유래다.
흑인 여가수의 커다란 벽화가 보인다. 정오인데도 안개가 자욱하다. 신기하다. 해변이 안보일 정도다. 그래도 백사장에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에서 수영하는 이들도 있다. 해변 사워장도 잘 작동되고 있다. 결혼식 사진을 찍는 신혼부부의 여친들과 남친들의 정장 복장이 아름답다고 신선하다.
나무 갑판위에는 동서남북 방위를 표시한 페인트칠이 보인다. 부두 끝에는 산타모니카 Municipal Pier 기념비가 있다. 1975년 세워진 헌신적인 공무원 기념비다.
낚시꾼들이 많다. 여기가 끝 점이다. 무대 객석 같은 의자에 앉아서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 건너가 한국이다. 배낭이 무겁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이제 미국 여행을 끝내고 공항으로 가야겠다. 유니온 역으로 메트로를 이용해 왔다. Subway에 들러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공항으로 간다. Willowbrook - Rosa Parks Station역에서 초록색 노선으로 갈아탄다.
Aviation / LAX역에서 내린다. 여기서 무료 공항셔틀을 기다렸다가 올라탄다. 흰색 버스다. 지하철 요금을 절약한다고 2시간 이내로 돌아다녔다. 공항 터미널 B에서 내렸다.
톰 브레들리 공항이다. 미국에는 공항 이름들이 있다. 뉴욕에 케네디 공항, 뉴올리언스에는 루이 암스트롱 공항이다. 여기 LA는 톰 브레들리 공항이다.
토머스 브래들리(Tom Bradley,1917-1998)는 미국의 정치인으로 선출된 최초의 흑인 시장이다. (1917-1998) 제 38대 로스앤젤레스 시장직을 3번이나 역임하였다.
워낙 유명해서 공항이름도 그의 이름을 기념했단다. 시청사에는 별도로 그의 기념관도 있다. 우리는 니카라과를 가는데 직항이 LA에서 없어서 엘살바도르를 경유해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에비앙카 항공인줄 알았는데 볼라리스항공(Volaris)이다. 처음 들어보는 비행기다. 멕시코의 저가항공사. 회사명은 스페인어의 동사인 volar (날다)와 Polaris (북극성, 폴라리스)를 합친 것으로, 북쪽으로 가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고 한다.
회사 이름에 걸맞게 국내선 허브는 멕시코 북부에 있는 티후아나이며 국제선 허브는 과달라하라다. 대한민국의 제주항공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샌드위치를 먹는다. 과일도 먹는다. 밤 11시 58분 비행기다. 엘살바도르 수도인 산살바도르에 내일 아침 6시 20분에 도착에정이다. 노인들이 많이 탄다.
아마도 미국에 있는 자녀들이나 친척들에게 다녀가는 사람들인 것 같다. 비행기가 갑자기 초라해지고 시골스러운 분위기다. 기다리고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 또 다른 세상을 들어가기 위해 비행기는 힘겹게 이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