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광우의 <뼈에서의 재생>

[김명학]

김광우의 <뼈에서의 재생>

사냥한 짐승 혹은 집에서 기른 짐승이 뼈에서 재생한다는 믿음은 시베리아 외의 지역에서도 발견됩니다.

이런 신화, 제의적 모티프는 남아메리카 내륙에 사는 종족인 아란다족Aranda, 아프리카의 부시맨족Bushman(산족San이라고도 함. 아프리카 남부의 칼라하리 사막에 거주하는 부족) 그리고 햄족Hamites(성서에 의하면 노아의 자손 중 하나. 에티오피아, 사하라, 수단 지역을 포함하는 아프리카 북동부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언어는 함셈어족에 속하는 함어) 사이에 지금까지도 잔존합니다.

이런 신화, 제의적 복합은 이런 종족보다 훨씬 발달한 문화 민족 사이에서도 종교 전승의 형태로든 이야기 형태로든 잔존해 있습니다.

남南베사라비아Bessarabia(몰도바Moldova와 우크라이나에 걸친 지역)와 북北도브루자Dobruja(남서부의 지중해에 접하는)에 분포해 있는 가가우지족Gagauzi(불가리아의 언어를 사용) 전설傳說은 아담이 그의 아들들에게 아내들을 만들어주기 위해 갖가지 동물 뼈를 모아놓고 그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다는 이야기로 전하고 있습니다.

뼈로부터의 부활과 관련해서 예언자 에제키엘Ezekiel의 환상이 전해옵니다.

“주께서 손으로 나를 잡으시자 주의 기운이 나를 밖으로 이끌어내셨다. 그래서 들 한가운데로 이끌려 나가보니 거기에는 뼈가 가득히 널려 있었다. ... 그분이 내게 말씀하셨다. ‘너 사람아, 이 뼈가 살아날 것 같느냐?’ 내가, ‘주님이시여, 당신께서 아시옵나이다’ 하고 아뢰니, 그분이 또 내게 말씀하셨다. ‘이 뼈에게 내 말을 전하여라. 마른 뼈야, 이 주의 말씀을 들어라. 뼈에게 내 주가 말한다. 내가 너희 속에 숨을 불어 넣어 너희를 살리리라. 너희에게 힘줄을 이어놓고 살을 붙이고 가죽을 씌우고 숨을 불어 넣어 너희를 살리면 ... 그제야 너희는 내가 주임을 알게 되리라’ 나는 분부하신 대로 말씀을 전했다. 내가 말씀을 전하는 동안 뼈가 움직이며 서로 붙는 소리가 났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뼈에게 힘줄이 이어졌고 살이 붙었으며 가죽이 씌워졌다.”

티베트와 이란의 시체 노장露葬 풍습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두 지역 모두 사자死者의 시체를 개나 독수리로 하여금 먹게 합니다.

티베트인에게 사자의 시신을 되도록 빠른 기간 안에 뼈만 남기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란인은 사자의 뼈를 아스토단astodan, 즉 ‘뼈를 두는 곳’에 둡니다.

뼈로 하여금 그곳에서 부활을 기다리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풍습은 전원적田園的 정신성精神性pastoral spirituality에서 기인한 유습遺習인 것입니다.

인도의 주술적呪術的 민담民譚을 보면, 이 시대 사람들은 성인聖人이나 요가의 행자는 뼈나 재로부터 사자死者를 부활復活시킬 수 있는 것으로 믿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티베트 불교인 라마교Lama와 탄트라교Tantras에서 인간의 형해와 뼈가 맡는 중요한 역할, 티베트와 몽고의 형해의 춤, 티베트-인도적 접신술接神術과 라마교에서 브라마란드라brahmarandhra(center of the brain, 희열의 공간)가 맡는 역할 등이 형해形骸가 육신으로 화하는 환상을 겨냥한 불교의 관법觀法(인상人相을 보는 방법. 관심觀心을 수행하는 방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의례와 관념은 지금은 극히 다양한 체계와 결합하고 있지만 뼈에서 생명의 으뜸 원리를 찾아내는 고대전승이 아시아 전승의 지평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님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뼈는 무속巫俗 신화神話와 무속 제의祭儀에서 다른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병자의 영혼靈魂을 찾아 나선 오스티야크족Ostyak의 무당은 상자 모양의 배를 타고 견갑골肩胛骨(scapula, 어깨뼈)로 된 노를 저어 저승으로 갑니다.

이와 관련해서 칼미크족Kalmyk, 키르키츠족, 몽고족 무당이 암양이나 숫양의 견갑골로 점을 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리야크족의 무당은 바다표범의 견갑골로 점을 칩니다.

점복술占卜術 자체는 샤머니즘의 기초를 이루는 영신의 실재성實在性을 현실로 되돌리고 이런 영신과 접촉을 촉진하는 데 적합한 기술입니다.

여기에서도 동물의 뼈는 끊임없이 재생하는 생명生命의 신비神秘를 상징합니다.

여기에 생명의 과거와 미래가 다 들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