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의정부 전국 문학공모전 운문부 심사평
“시는 아름답기만 해서는 모자란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필요가 있고, 듣는 이의 영혼을 뜻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호라티우스 / 詩論)
제17회 의정부 전국문학공모전 운문무 응모편수는 중등부문 45명 64편, 고등부문 24명 24편, 일반부문 54명 159편이었습니다. 총 123명의 247편을 여덟 분의 운문분과 심사위원들이 3시간 넘게 윤독(輪讀)하며 정독(精讀), 숙독(熟讀)하였습니다. 언제나 다른 누군가의 글을 읽고 판단하고 심사한다는 것은 마음의 에너지, 영혼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일이며 역(逆)으로 충만감과 희열(喜悅)을 느끼는 일이기도 합니다. 진심어린 작품들을 저 가을햇살과 함께 보내 준 전국의 문학 애호가들과 창작하시는 분들께 큰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응모자들 사이 수준의 양극화가 다소 있었습니다. 예심을 거쳐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23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대상과 장원 작품 사이의 작품 수준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여 심사위원들을 오랜 시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게 만들었습니다. 대상 작품은 한 편만 뽑아야 하는데 신승민(한양대 한국어문학과 4학년)과 김민석(매홀고등학교 1학년)의 작품 사이에서 고심하던 선자(選者)들은 비등하지만 조금 높은 점수를 받은 신승민의 “가을의 유작(遺作)”을 대상에, 김민석의 “수하물 보관소”를 고등부 장원에 올리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신승민의 “가을의 유작(遺作)”의 경우 시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실제 습작(習作)한 기간과 양이 상당히 오래되고 많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상(詩想)을 유기적으로 이끌고 가는 힘과 직유와 상징을 이용한 표현 기교, 범상치 않게 쓰인 종결형 어미 등의 처리, 가을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마음의 넓이 등에 눈길이 갔습니다.
일반부 오영록의 “나비의 순장(旬葬)”을 장원으로 올립니다. ‘바람의 장례’, ‘날개를 실어 나르던 바람’, ‘날개의 죽음’, ‘바람의 죽음’, ‘바람에 대한 날개의 보은’ 등 의미 부여의 섬세함 면에서 주시할만하며 남정률의 ‘눈물도 말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한 “소”를 비롯, 전선용의 “숲 바코드”, 강태승의 “소녀상(小女像)”, 정윤영의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강성민의 “기도”, 박성환의 “요염한 계절”, 김정환의 “우포늪” 등 어느 정도의 수준을 자랑하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고등부에서 장원에 선정된 김민석(매홀고 1학년)의 “수하물 보관소”에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는 드물게 대단히 높은 가능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를 빚는 능력과 여운의 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 이외 학생들의 작품에서도 꾸준한 독서와 사색을 겸비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몇 편을 보았습니다.
중등부 장원으로 선정된 박경근(충북 충주 충일중 1학년)의 ‘어머니’는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어머니’에 대한 속 깊은 사랑이 돋보이고 예뻐 보였습니다. 응모한 모든 중등부 학생들에게 ‘독서’와 ‘체험’과 ‘생각’을 많이 하라고 권합니다.
자고로 시(詩)란 피어나는 꽃이자 흔들리는 꽃이며, 잠자는 바람이었다가 돌풍이었다가 소나기였다가, 때로는 휘몰아치는 눈보라였다가 새벽의 고요를 명상하는 이슬이자 눈물이어야합니다. 목숨처럼 가는 한 줄기 빛이어야 합니다. 만추(晩秋)입니다. 곧 겨울입니다. 응모하신 모든 분들의 평안을 기도 드립니다.
심사평 : 김선용(시인, 의정부문인협회 사무국장 겸 운문분과장)
심사위원 : 임경자, 최상훈, 허은주, 신성수, 이도영, 김생자, 나윤희, 김선용
제17회 의정부 전국 문학공모전 운문부 수상작
<일반부 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