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구본형 현재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이자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하여 ‘사람중심경영’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변화경영전문가이다. 역사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 IBM에서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으며,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평가관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조직의 경영혁신과 성과를 컨설팅했다. 독자의 내면 깊은 곳에 파동을 일으키는 저술 활동, 조용하지만 청중을 빨아들이는 강연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개인대학을 열어 평범한 인물들의 위대한 잠재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즐거이 하고 있다. 저서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떠남과 만남』,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일상의 황홀』, 『사람에게서 구하라』가 있다.
▣ Short Summary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아나선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자기발견 이야기이다. 평범한 우리가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누구나 찾을 수 있다.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과 연구원들이 체험을 통해 찾아낸 6人6色 강점발견법을 통해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한 발짝 들어온 젊은이, 실명 위기를 맞았다가 새로운 눈을 뜬 엉뚱한 엘리트, 닫힌 인생의 문 앞에서 생각한 대로 살기 시작한 IT 전문가, 철저한 자기계발로 책을 네 권 출간한 제철기업 오너, 삶을 옭아매던 질문을 탐색하여 소명에 눈을 뜬 정신과 의사,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경영컨설턴트로 가는 길을 닦기 시작했던 기업교육 전문가. 평범해 보이는 괴짜이며, 내면의 영웅성을 발견하여 창조적으로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그래서 때로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창조적 부적응자’들이었던 그들. 언뜻 보기에 성공과 거리가 먼 듯한, 이 보통 사람들은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내 그것을 바탕으로 제 분야에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변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을까? 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강점을 발견했을까? 그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이 책은 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찾아낸 과정과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차례
머리말: 나를 찾아 다 쓰고 가라_ 구본형
서장_ 강점을 찾아 떠나는 여행
출발 - 강점 발견, 그 짜릿한 모험 속으로
수련 - 치열하게 계획 세우기
집단 저술 여행 - 놀면서 배우기
나를 넘어 그대에게 - 강점 발견법의 범용성 높이기
이 책 사용법
[워밍업] 내게 맞는 강점 발견법 찾기
1장_ 첫 번째 강점 발견법 : 산맥 타기
<생애 분석을 통한 강점 발견법_ 문요한>
하나, 나는 이렇게 강점을 찾아갔다 - 나의 이야기
둘, 강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 산맥 타기 방법론
탐험 그 후
[산맥 타기 요약]
2장_ 두 번째 강점 발견법 : DNA 코드 발견
<가족이라는 거울에 비춰 나를 들여다보기_ 박승오>
터닝포인트 - 하얗게 변한 세상에 홀로 앉아
나의 DNA 코드를 찾아서
탐험 그 후
[DNA 코드 발견 요약]
3장_ 세 번째 강점 발견법 : 욕망 요리법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욕망’을 분석한다_ 김귀자>
욕망 이야기
욕망을 ‘맛있게’ 요리하는 법
나의 요리 - 욕망으로 찾은 기질 이야기
욕망에 맛을 더하자
욕망 요리법 테스트
탐험 그 후
[욕망 요리법 요약]
4장_ 네 번째 강점 발견법 : 몰입 경험 분석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일에 내가 있다_ 한명석>
미쳐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
나의 몰입 경험
몰입 경험 분석으로 기질 추출하기
몰입 경험 분석의 실제
탐험 그 후
[몰입 경험 분석 요약]
5장_ 다섯 번째 강점 발견법 : 피드백 분석
<탁월한 성과에 숨어 있는 당신의 보물을 찾는다_ 오병곤>
터닝포인트? 인생의 문이 닫힐 때
피드백 분석을 통한 강점 발견 사례
피드백 분석의 실제
탐험 그 후
[피드백 분석 요약]
6장_ 여섯 번째 강점 발견법 : 내면 탐험
<객관적인 나와 주관적인 나의 만남!_ 홍승완>
터닝포인트 - 무너지는 현실, 내 손에 달린 미래
내면 탐험 - 강점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탐험 그 후
[내면 탐험 요약]
맺음말 우리는 이렇게 달라졌다
부록 강점 목록표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구본형 변화연구소 지음
고즈윈 / 2008년 3월 / 262쪽 / 12,800원
1. 산맥 타기 - 생애 분석을 통한 강점 발견법
과거를 되돌아보면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도 있고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도 있다. 생생하게 살아나는 기억 중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장면도 있고, 지워버리고만 싶은 어두운 장면도 있다. 이 장면들을 연결해 보면 삶이 상승과 하강의 연속임을 알게 된다. 그 장면들이 각각 어떤 의미를 담고 있든지 간에 그 모든 경험이 모여 나를 이룬 것이다. 산맥 타기를 통한 강점 발견법은 자신의 인생을 연대기처럼 넓게 펼쳐 봄으로써 그 안에 담겨 있는 강점과 기질 그리고 욕구를 파악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영원한 골짜기도, 영원한 봉우리도 없는 오르내리기의 연속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고저 없이 이어지는 능선들. 그러한 주기는 서로의 존재를 위한 존재 조건으로 엮여 있다. 이 끝없는 오르내림! 그 자체가 인생인 것이다.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2004년, 나는 서른일곱이었다. 그해에 나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라는 외침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서울의 한 지역에서 정신과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 의사였다. 개원 3년차였던 일상은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오늘은 환자를 몇 명 보았는가?’만 되묻고 살았을 뿐, 일에서 얻는 보람이나 의미를 놓쳐버린 지 오래였다. 습관처럼 약물을 처방했고 형식적으로 상담을 하였다. 일에서 재미가 없으면 일 밖에서 ‘낙’을 찾는 법. 하지만 일이 고달프다는 느낌에 짓눌려서일까? 어떤 즐거움도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런 형벌에서 나를 구해준 것은 큰아이였다. 걸음걸이가 조금 늦은 큰아이는 15개월이 되어서 걷기 시작했다. 아마 겁이 많아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두렵다고 해서 성장의 과제를 포기하는 아이란 없다. 아이의 삶은 도전과 재도전의 연속이었다. 아이가 스스로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 나 자신이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것처럼 기뻤다. 그리고 이내 마음속에서 이런 질문이 터져 나왔다. ‘나는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 성장은 끝난 것일까?’ 자꾸 질문은 번져 나갔다.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떻게든 답을 해야 했다. 나는 결국 피하는 삶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닻을 내리지 않고 항구에 머물러 있는 배처럼 마음은 수시로 흔들렸다. 새로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새삼 나 자신한테 집중해야 함을 느꼈다. 문제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욕망과 강점에 초점을 맞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망과 강점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라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원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 역시 끔찍한 일이다. 노력하면 되는 일만큼이나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이 많은 것이 인생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될 때까지 해보자는 의지만 앞세우며 채찍질을 가한다. 하지만 삶에서 성공은 결코 ‘소망의 힘’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성공하는 삶의 진정한 비밀은 소망과 본성이 만나는 곳에 있다. 즉, 자신의 독특함에 기반을 둔 소망에 노력이 더해질 때 삶은 피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는 것! 잘할 수 없는 것을 잘하려는 것! 그와 같은 헛된 노력은 우리 삶을 피우지도 못한 채 꺾어버린다.
탐험 그 후
나는 지금 상담을 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멘탈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구분이 쉽지 않지만 정신과 의사는 정신적 고통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멘탈 트레이너는 정신적 능력을 훈련하고 향상하는 일을 한다. 일종의 투잡을 하고 있는 나를 스스로는 ‘멘탈 코치’라고 부른다. 내 꿈은 가정과 학교와 기업에서 우리 마음을 좀더 손쉽게 훈련하는 방법을 계발하고 보급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생활체육처럼 생활정신훈련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계발, 심리학, 정신의학 등 인간의 정신 향상에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일은 내 능력을 넘어선 일이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를 닦는 것은 나의 강점과 욕구에 잘 부합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일을 통해 즐거움과 의미를 모두 맛보고 있다.
2. DNA 코드 발견 - 가족이라는 거울에 비춰 나를 들여다보기
부전자전! 오늘의 나를 이루는 것은 출생의 비밀과 무관하지 않다. 어른이 된 어느 날, 그토록 싫어했던 부모의 한 단면을 내가 그대로 대물림 하고 있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렇게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이다. 내 유전자 코드에 녹아 있는 부모의 기질적 특성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아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맞추어 낼 수 있다. 가족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이 지닌 기질과 강점을 명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
삶이 말을 걸어올 때
IMF 구제금융 한파를 맞아 나라 전체가 추위에 떨던 1999년 겨울, 나는 통영에서 버스를 타고 대전에 있는 학교로 돌아오고 있었다. 5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달려야 했기에 작고 낡은 커튼을 치고 잠을 청했다. 전날에도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느라 밤을 새웠기에 잠은 무엇보다 달콤했다.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하여 깼을 때, 한껏 기지개를 펴며 눈을 뜨려 하니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눈을 부비니 가시가 찌르듯 따가웠다. 손끝에 부드럽고 촉촉한 얇은 각막이 느껴졌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혹시 꿈이 아닐까?’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다가 눈이 아주 희미한 윤곽만을 잡아내는 것을 발견했다. 꿈이 아니구나! 달리는 버스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얽혔다.
의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내가 곧 실명할 것이라 했다. 다급하게 내가 외쳤다. “잠시만요!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까지만 해도 잘 보였다고요! 어떻게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이에요?” 의사의 말인즉 어떤 이유로 안압이 높아져 정상인의 세 배 가까이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안구에서 뇌로 향하는 시신경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고 했다. 이미 시신경이 90 퍼센트 이상 손상되었으니 녹내장이라 불리는 이 병이 진행되어도 벌써 한참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다음날 부모님과 함께 큰 병원 두 곳을 방문했다. 의사들은 부모님에게 거만한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드님, 곧 실명하실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부모님은 허망한 표정으로 연거푸 한숨을 쉬기만 했다.
그렇게 여섯 달, 슬픔을 껴안고 지내야 했다. 군데군데 뿌옇게 변해 버린 세상 속에서 나는 삶을 조금씩 포기해 가고 있었다. 이제 내 인생은 끝났구나. 어제는 그토록 달콤하고 멋져 보이던 목표들이 오늘은 내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흘렀다. 절망이 바닥을 치고 나니 궁금증 하나가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원망으로 시작된 이 질문은 여러 번의 체념을 거쳐 순수한 궁금함으로 밀려왔다. ‘진실로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무엇을 모르고 있었던가? 신이 이것을 통해 내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내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그때까지 나를 끌고 온 원동력이 형에 대한 경쟁심과 열등감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형이 되고 싶었다. 형에 뒤처지지 않는 아들로 부모님께 인정받고 싶었고, 과학고를 거쳐 KAIST에 입학했던 형처럼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에 재능이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내 고유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형의 과녁에 겨누어 10점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것이 발단이었다. 엘리트들 틈에서 나는 언제나 혼자 노력파처럼 느껴졌다. 나는 무리하기 시작했고 이틀에 하루만 자게 되었다. 안약을 넣었고 결국 모든 것이 허망하게 끝난 것이다. 이것이 내 질문에 대해 지금껏 내가 찾은 답이다.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질문하지 않았다. 나는 내 과녁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여러 날의 실험과 모색 끝에 교육과 관련한 일을 하는 것이 내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카네기 연구소로 이력서를 검토해 달라고 전화를 했다.
나의 DNA 코드를 찾아서
우리의 DNA 속에는 거부할 수 없는 단서들이 숨겨져 있다. 그것들을 찾아내고 개념화하여 활용하는 것은 우리의 ‘생의 책임’이다. 노트를 한 권 꺼내어 가족에 관한 펄떡거리는 기억을 건져 보자. 그리고 그 숨이 멎기 전에 재빨리 기록해두자.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좋은 것이 아니라도 걱정하지 말자. 약점 뒤에는 대개 강점이 있기 마련이다. 내 DNA 속의 특성을 알고 인정하여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DNA를 따라 기질을 추적하다 보면 궁금증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때는 가족에게 심층 인터뷰를 신청해 보자.
우리의 뇌 세포가 어떤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즉 각자의 시냅스의 형태에 따라 우리의 무의식적인 행동과 사고 패턴이 정해진다. 사람은 뇌 세포를 천억 개 정도 가지고 태어나며, 세 살 무렵이 되면 세포 하나는 각각 1만 5천 개씩의 연결을 만든다. 하지만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엮인 시냅스들이 끊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 살부터 십대 중반까지 인체는 그동안 정성들여 엮은 수십억 개의 시냅스를 잃어버리고 만다. 더욱 나쁜 소식은 한번 끊어진 시냅스가 두 번 다시 회복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 회로의 모양은 10대 중반을 넘어서면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연결의 ‘끊김’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다 끊어지고 남은 시냅스의 연결 모양은 사람마다 독특하여, 마치 ‘만능 키트’의 연결처럼 다양한 재능을 만들어낸다. 경쟁심을 만드는 회로, 전략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회로, 호기심이 왕성한 회로 등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것이다. 이것이 타고난 재능을 설명하는 훌륭한 단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순수한 ‘재능’이라 부르는 것은 대부분 세 살부터 나타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재능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조금씩 희석된다. 이러한 이유로, 학습을 통해 보완된 능력이 아닌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려면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특히 세 살에서 일곱 살 시절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부모님만큼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한 단서를 많이 가진 사람은 없다. 즉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내 부모다. 그러므로 부모님께 나에 대한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것을 통해 발견한 자식에 대한 힌트를 물어보라. 또한 시간을 두고 부모님 속에 있는 ‘나’를 관찰한다면 내 부모님의 기질이 적당한 조합으로 섞여 있는 내 모습을 볼 것이다. 가족이라는 또 다른 거울을 통해 나를 비추어 보면 내 자아의 불완전한 조각들을 맞추어 낼 수 있다.
탐험 그 후
1999년 겨울, 안과에서 의사에게 ‘아드님은 곧 실명할 것이다’는 말을 들은 부모님의 표정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을 그때 보았다. 그것은 평생 가슴의 멍이 되었다. 그만 한 불효를 했음에도 아들이 다른 길로 간다했을 때 부모님은 묵묵히 믿어주셨다. 무엇보다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이고 학벌과 어울리지 않는 조그만 회사라는 것을 말씀드리기가 걱정되었다. 아들 둘을 ‘영재’로 키우신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큰 분들이었고, “우리 아들 둘이 다 KAIST 나왔어요” 하고 자랑하는 분들이 이런 결심을 이해하실까? 그러나 아버지는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거라” 하고 말씀해주셨다. 이 지면을 빌려 부모님께 사랑을 전하고 싶다. 두 분의 든든한 지원이 없었다면 이 ‘지면’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3. 욕망 요리법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욕망’을 분석한다
불광불급이라고 했던가! 이 세상에서 열정 없이 이루어진 위대한 업적은 없다. 인생에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때로는 미칠 줄도 알아야 한다. 당신이 만약 미친다면 어떤 일에 미치겠는가?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의 책임 중 하나는 인생을 걸 만한 삶의 이유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골수에 사무치도록 간절히 바라는 그것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 것일수록 그대가 잘할 확률이 높다.
왜 ‘욕망분석’인가?
욕망은 무언가를 원하고, 하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외침으로, 꿈으로 가는 열쇠다. 하지만 모든 욕망이 다 꿈과 연결되진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굳이 욕망을 ‘분석’하려는 것이다. 만약 무언가에 자연스레 끌린다면, 그건 내 안에 그에 반응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무척 그것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므로 욕망 분석 과정은 내면의 소리를 듣는 데서 시작한다. 맨 먼저 욕망을 불러내어 나만의 욕망 리스트를 작성한다. 두 번째로, 욕망을 손질한다. 마치 거름막으로 찌꺼기를 걸러내듯 단순 동경이나 충동, 심리적 중독, 유사 욕망과 같은 불순물을 걸러낸 후, 남는 것들을 단단히 붙잡고 내 안에 숨겨진 진짜 욕망을 찾아갈 것이다. 세 번째로, 욕망에 맛을 더한다. 남은 욕망으로 내가 살고 싶은 미래를 그려본다(비전 퀘스트). 그리고 그에 맞는 자기 이름을 새로이 지어 본다(이름 짓기). 마지막으로 나만의 주문을 만들어 내가 살고자 하는 삶에 더욱 가까이 이를 수 있게 한다.
4. 몰입 경험 분석 -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일에 내가 있다
공자는 논어 “옹야” 편에서 즐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것을 알기만 하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할 때에는 즐겁다. 또한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 일을 잘하거나 잘할 수 있는 소질을 지닌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소질과 강점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된다. 당신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가? 그곳에 당신의 강점이 있다. 또한 좋아하는 일에는 쉽게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내게 되며, 힘든 줄도 모른다. 그러므로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알면 거기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글쓰기는 나의 구원이 되었나
대여섯 살 무렵, 나 혼자 한글을 떼어 언니 교과서를 읽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동화책에 빠져들었다. 동화책을 읽으며 주인공과 하나가 되는 감정이입을 많이 경험했다. 동화책이 내 감수성의 초석을 쌓은 셈이다. 지금도 내 기질은 그 시절에서 더 성숙하거나 세련되어지지 않았다. 대학 시절에 필독서를 통해 따져 읽는 습관을 붙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편인데도 마냥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든지, 명확한 자기 세계가 있는 작가를 선호하는 것, 비판적인 안목 같은 것은 그 시절에 훈련된 경향이다. 아이들을 낳고, 8년 간 농사를 짓고, 13년간 초등학생 대상의 학원을 운영하던 생활인의 시기에도 늘 곁에 책이 있었다. 그러나 습관처럼 책을 몸에 붙이고 살았지만, 지극히 평범하고 산만한 독서였다.
1년간의 연구원 활동 기간은 몇 십 년의 느슨한 독서 습관을 확정하고 확장함으로써 확실하게 나를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다. 좀더 분석하며 책을 읽게 되었으며, 지식에 대한 탐구열이 왕성해졌다. 지식은 지식과 연결되어 있어, 지하에서 서로 손잡고 있는 가느다란 지식의 수맥이라도 발견할라치면 가슴이 사정없이 뛰었다. 달라진 책읽기는 고스란히 글쓰기로 연결되었다. 연구원 과정을 이수하면서 나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참 신기한 일이다. 전에는 특별한 사람에게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존재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게도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으며, 남은 시간을 걸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인생의 하프타임에 구본형 변화연구소를 만나 나는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 내 지향점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이제 글쓰기는 내게 최고의 즐거움이요, 소일거리요, 꿈이 되었다. 세상에 대고 쓰는 연애편지요, 감성적인 배설행위요, 카타르시스이다. 이렇게 글쓰기는 나의 구원이 되었다.
몰입 경험 분석으로 기질 추출하기
몰입 경험이란 이제껏 살아오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떤 일에 깊이 빠져들었던 경험을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반복해 오면서 강점이 다져졌을 가능성을 아주 높다. 이제껏 몰입했던 장면을 모두 찾아 개록해 보라. 사회성, 생산성의 측면으로 몰입 경험을 걸러 내라. 몰입 경험에서 드러난 기질을 언어화하라. 기질 목록의 우선순위를 정하라. 기질을 연결, 확정하여 문장화하라.
나의 몰입 경험을 분석해 본 결과,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몰입하는 낭만과 측은지심이라는 낭만을 지녔다. 로맨틱 영화에 이끌리며, 언어에 민감하다. 나는 자유인, 학습인, 창조인을 지향한다. 싫증을 잘 느끼며, 표현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을 잘 관찰하고 감정이입과 이미지 떠올리기에 능하다. 외골수인 편이며 혼자 일한다. 내 몰입 경험은 대체로 정적이고 언어 영역으로 치우친 감이 든다. 사실 음악과 신체 영역에 문외한인 것이 늘 서운하다.
탐험 그 후
나는 이제껏 아이들을 키우고 학원을 운영하며 좋은 시절을 다 허비했다. 그래도 늘 손에 책을 잡고 있었던 덕분에 내게 다가오는 책과 저자에게 깊이 교감할 수 있었으며, 그들로 인해서 나는 외롭지 않았고, 내가 아닌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어르신의 연배에 도달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고, 언제까지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 역시 책에서 배운 자기학습 능력과 진취성 덕분이다. 내 기질, 강점, 욕구와 인생 전반부를 살아낸 체험을 종합한 결과, 글쟁이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일 년에 한 권 정도 책을 쓰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강의를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행복한 글쟁이’가 되고 싶다.
5. 피드백 분석 - 탁월한 성과 뒤에 숨어 있는 당신의 보물을 찾는다
일의 성과는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누구나 손쉬운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시시한 목표와,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시작부터 차이가 난다.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자신의 강점과 능력이 최고로 발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순전히 운에 의해 성과가 결정된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어 성과를 낸 경험을 떠올려 보자. 거기에 자신의 강점이 숨어 있다. 뛰어난 성과는 강점이 발휘되지 않고는 달성되기 어렵다.
터닝 포인트 인생의 문이 닫힐 때
1999년 초 IMF 구제금융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나는 농협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김천, 안산, 파주, 춘천 등을 장돌뱅이처럼 떠돌다가 춘천에서 6개월을 보내며 고된 근무를 마칠 무렵 다음 행선지가 수원으로 정해졌다. 2년 넘게 계속된 지방 근무로 심신이 피폐해져 있었지만 쉴 틈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야근을 하기 위해 추어탕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어질어질하여 그대로 계단에 주저앉았다. 저녁을 잘못 먹어서 체한 줄 알고 손가락을 땄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불안과 공포가 엄습해 왔다. 급기야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갔는데 의사는 별 말 없이 링거만 놓아주고 퇴원시켰다. 그것이 병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 날 속이 안 좋아 내과에 들렀다가 신경정신과를 찾아갈 것을 권유 받았다. 정신과를 찾아갔더니 의사는 ‘공황장애’로 판정했다. 공황장애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일어나는 일종의 투쟁·도피 반응으로 응급 반응의 일종이며, 실제적인 위험대상이 없는데 일어난다. 죽거나 미치거나 자제력을 잃을 것 같은 공포감이 동반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내 상황에 딱 들어맞는 진단이었다. 나는 곧 죽음이 들이닥칠 것 같은 불안 속에 살고 있었다. 의사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하면 완치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 공황장애를 겪는 모임에 가입해서 게시판을 샅샅이 훑었지만 희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주 증세가 심했던 어느 퇴근길에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하나 먹었다. 금세 불안감은 사라졌지만 다리에 힘이 확 풀리고 기운을 차릴 수가 없었다. 길바닥에 주저앉았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큰 울림이 일렁거렸다. ‘내 앞에서 인생의 문이 닫힐 때 너무 오래 머무르지 마라. 두드리지 마라. 뒤돌아서 다시 가다 보면 새로운 인생이 열릴 것이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너무나 무거웠다. 출근하지 못하고 다시 자다가 오후 늦게 일어났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눈물이 왈칵 솟았다. 사람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홀로 빈 방에 앉아 홀로 한 숨만 쉬고 있는 내 모습이 처량했다.
살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고개를 들었다. 제대로 꽃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내게 찾아온 시련을 피할 수는 없지만 시련에 대한 내 태도를 선택할 수는 있는 법이다.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집에 가면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져 책을 자주 보게 되었다. 그때 책 속에서 내게 큰 용기를 준 사람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와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이다. 폴 발레리의 다음 명언은 지금까지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생각한 대로 살고 싶은 욕망이 절실하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다. 그러다 시간은 흘렀고 돌이키지 못할 지경까지 온 것이다. 구본형의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이후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의 표현대로 나는 불타는 갑판에 서 있었다. 이 책을 읽고 갑갑한 현실에서 과감하게 탈출하여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꿈꾸는지, 진정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섰다. 드디어 인생 제2막이 소리 없이 시작되었다.
피드백 분석을 통한 강점 찾기
피드백 분석을 통한 강점 찾기는 피터 드러커가 ‘강점을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한 방법이다. 실제로 그는 이 방법을 즐겨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계획을 세울 때 기대했던 바와 실제 결과를 비교하면서 강점을 찾아내는 이 방법은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늘 했던 작업과 유사했다. 많은 기업이 KPI(핵심성과지표)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내 방법론은 이 성과 시스템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성과가 원래 기대치보다 높게 나온 분야를 심도 있게 분석해보고 강점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둔다는 점이 다르다. 살짝 우려되는 면도 있다. 정형화된 구조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보니 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조금은 딱딱하고 재미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직장인들에게 편중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팀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보니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의 전후로 자신을 돌아보는 분들에게는 적합하다고 확신한다. 일을 통해 강점을 찾고자 하는 분들께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탐험 그 후
나는 피드백 분석을 통해 내 강점 세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성실한 독종. 나는 매일은 아니지만 목표를 정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땅굴을 판다. 둘째, 소통과 정리. 나는 대화를 좋아하고 대화할 때 아주 명확하고 핵심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걸 좋아한다. 학창시절부터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제법 받았고 책도 한 권 냈다. 글을 쓸 때, 여러 가지 재료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데 능숙하다. 셋째, 따뜻한 카리스마.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잘 읽는 편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공감해 준다. 특히 그 사람이 지닌 강점과 매력을 찾아내고 그것을 상대방에 맞게 조언하는 걸 잘 하는 편이다. 조직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목표와 비전이 한 방향으로 일치하도록 잘 조율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6. 내면 탐험 - 객관적인 나와 주관적인 나의 만남!
우리는 흔히 넓고 쉬운 길에서 그것을 찾아 헤매는데 거기서는 찾을 수 없다. 잘 보이는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내면은 어둡고 캄캄하며 미지의 세계다. 그래서 탐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탐험은 준비를 수반한다. 내면 탐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도구와 믿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길을 잃지 않고, 강력한 도구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활용해야 내면 깊은 곳의 나와 만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에 나를 걸다
1998년 당시 나는 막 훈련소를 나와 본격적으로 군복무를 시작한 공익근무요원이었다. 나는 ‘경영 컨설턴트’가 되고 싶었다.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높은 목표들이 그렇듯이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이 필요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알았기에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준비했다. 지하철을 탈 돈조차 없는 현실 속에 있었지만 나는 절박했다. 공익근무요원은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저녁에 짧게나마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쪼개고 모아서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는 데 투자했다. 하루에 신문 두 종을 정독했다. 이전에는 시간이 남아돌지 않는 이상 신문을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신문 두 부를 보는 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특히 경제신문은 그냥 읽는 것조차 괴로웠다. 경제에 관한 기초가 약했던 탓이다. 신문으로 무슨 공부를 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당시에 신문 읽기는 내게 가장 저렴하면서도 매일 할 수 있는 공부였다. 돈이 생기면 무조건 책을 샀다.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이제는 경제신문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처음에는 어려웠던 경영학 서적들도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1년 간 읽은 책이 70권 정도였다. 물론 그 기간 동안 힘든 때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준비’라는 생각에 견딜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은 이런 위력을 발휘하는구나 싶었다. 2000년 4월 나는 제대했다. 2년 만에 많은 것이 변했다. 집도 가게도 전에 있던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께서는 늙고 작은 몸으로 허름한 식당을 시작하셨다. 나는 낮과 저녁에는 어머니 가게를 돕고, 그 사이 시간에 신문을 읽고 컴퓨터를 혼자 배웠다. 저녁 이후에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읽은 것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2000년 6월까지의 내 이야기이다. 당시만 해도 내가 선택한 ‘하고 싶은 일’이 ‘잘할 수 있는 일’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확신은 중요하지 않다. 내게는 꿈이 있었고 그 꿈에 내 모든 것을 걸었으며 무엇보다 나는 젊었다. 내게는 이 점이 중요했다. 평생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는 점, 그것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꿈을 찾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지만,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필요한 뭔가 강력한 무기 하나가 없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강점이었다.
탐험 그 후
나는 내면 탐험을 통해 강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을 내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깊이 알게 되면 자신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그 예로 기질적 특성과 강점을 바탕으로 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의미를 찾는 사람이고 나만의 신념을 좇는 사람이다. 몇 가지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지키며 살고 싶다. 핵심가치는 내 가치관의 뿌리이자 직업관을 대변한다. 나는 나를 관통하는 상징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햇살’이다. 햇살은 풍광을 바꾸고, 늘 밝게 만든다. 산의 색을 바꾸고, 바다를 반짝이게 하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며, 시냇물을 더 투명하게 해준다. 나는 햇살처럼 살고 싶다. 나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밝게 하고 싶다. 햇살에 돋보기를 갖다 대면 뭔가를 태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 나는 마음을 모아 어떤 일에 초점을 맞추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 한 줄기 햇살처럼 작지만 어둠을 꿰뚫는 존재, 그것이 곧 나다.” 이런 자기소개가 낯설고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기질적 특성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자신다움을 더 잘 나타내 준다.
작가 전경린은 서른세 살 즈음에 세상이 눈앞에서 가만히 쓰러져 눕더라고 표현했다. 더는 상식에 맞추어 살기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당장 현실적인 요소를 거부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기질을 파악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세상이 감성 위주, 개성 위주, 문화 위주로 변하고 있다. 몰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조건이 무르익고 있다.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과 비교하여 섣불리 좌절하지 말라. 다른 사람하고 경쟁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경쟁하라. 한 시간 더, 한 번 더 노력하고 즐기며 나아가다 보면, 그대 역시 일정한 경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