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한해가 또 저물어가는구나
새로 시작했던 시간들
잠시 머뭇 거렸는데
벌써 송년이라니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면 울컥 쏟아질 것 같구나
세월이 가는 것이 쓸쓸한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
지금처럼 소리없이 흘러가다가
언제 머물지 두려운 고독이구나
어릴 때 동무들 얼굴을 보면서
그렇지 않은 시간을 찾고 싶구나
너의 기억
가슴 속에 머물고 있는 아름다운 것들
송년을 즈음하여 술 한잔 하면서
많은 이야기 나누고 싶구나
너는 나의 소중한 추억이다
네가 없으면 슬픈 존재
그날 그 자리에 네가 꼭 있기를 바란다
대문에서 기다리련다.
12월 18일 일요일이다 / 알았지 !
생에 지워지지 않는 너의 기억
다시 한번 확인 하고 싶어 우리는 만났다.
저 멀리서 희미하게 나타나는 순간
나는 이미 너를 알아 봤다
얼마나 그리던 얼굴인데 몰라보겠니!
수십년 만인데 어쩌면 그렇게 알아 볼 수가 있었는지
나도 놀랬다.
생에 지울 수 없는 너!
초등학교 때 가느다란 그 기억 하나
우리는 이산 가족이였었구나.
도라지골 가든 아치에는
양성 초등학교 52회 동창회라는 현수막이 왕관처럼 둘러져 있었다
우리는 그 왕관을 마음에 하나씩 머리에 쓰고 황제처럼 나타났다.
문을 열자 52회 소망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만나자마자 손을 잡고 때로는 얼싸 안기도 하고 좋아했다.
바로 너였구나. 이 얼굴이 그렇게 그립게 했구나!
우리는 하나같이 설레고 설레었다.
우리는 그렇게 추억을 포응 하며 운동장 처럼 펄펄 뛰었다.
스피커로 행사 진행상 조용히 할 것을 당부했지만,
어찌 통제가 되겠는가.
맘껏 떠들고 좋아하는 모습 그냥 울고 싶었다.
우리는 행복한 그 순간을 등에 업고 행사를 진행했다.
52회 동창회 선포식을 거창하게 시 낭송으로 포문을 열었다.
회장 한은석 인사말이 있었고
총무 경과 보고가 있었다.
한 해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 일일이 짚었다.
그 중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들이었다.
경건하게 우리는 묵념을 올렸다.
마음이 아팠다.
그 중 최근 떠난 이규숙, 양준분을 떠올리며
조문 형식으로 한편의 시를 낭송하며 위로와 아픔을 달랬다.
장내가 숙연했다. 슬프고 슬펐다.
우리는 모두 오래 살고 건강하게 지낼 것을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네가 오래 살아 주어야 내가 평온하다는 것을 느꼈다.
국민학교 시절 교문하며 연못 염소당번 다향한 추억의 글들이 낭송 됐다.
동창 중 김선회가 벌떡 일어나 잔을 들며 축배를 제창 했다.
하얀 그라스가 높이 햇불처럼 올라갔다.
우리의 만남을 그렇게 기쁘게 잔을 나누며 자축했다.
잔과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그렇게 경쾌 할 수가 없었다.
가장 먼데서 온 친구들 병상을 무릎쓰고 온 친구들
교통 사로고 불편한 몸인데도 불과하고 이 먼곳까지 찾아온 친구들
농촌에서 일하다 단숨에 달려 온 친구들 사업에 아무리 시달려도
열일 제치고 달려온 친구들 사연들이 모두 하나같이 절박했다.
친구들아!
그날 집에 잘 갔는지 모르겠구나.
꿈 속에서도 노래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마이크 잡던 그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다.
삥삥 돌아가는 노래방 네온 싸인 !
우리들의 만남을 그 불 빛이 더 빛나게 한 것 같았다
형용색색 우리들의 동창회는 너무 아름다웠다.
누구나 모두 보석으로 보였다.
노래 상자 속에서 동글동글 그 어우러짐이 정말 좋았다
5학년 때 교실에서
풍금소리를 들으며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그 노래가 들리는 듯 했다.
졸업한지 40년이라는 긴 세월! 아직도 그 풍금 소리가 들린다.
너도 그런지 모르겠다.
아마 그 기분으로 우리는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회포를 풀지 않았나 싶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동창회 참석하지 않은 친구들
각자 말못할 이유가 있었겠지만
다음에는 꼭 참석 하자, 얼굴 한번 꼭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날 날씨가 무척 더웠다.
아무리 더워도 싱글벙글 즐겁기만 했다.
동창회 끝나고 삼삼오오 흩어지면서 거리를 활보했다
그렇게 우리는 여름 동창회를 즐겁게 끝냈다
다음 해 8월 15일 잊지 말고 꼭 다시 만나도록 하자!
그 때까지 아무일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기원한다.
다음 동창회는 더 신나게 그리고 더 즐겁게 동창회를 이끌어 갈 것이다.
우리모두 그 임원진들에게 경려와 박수를 보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