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저 언덕 너머
‘반야심경’(般若心經)이라는 불경이 있다.
줄여서 ‘심경’(心經)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본래의 이름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이라고 해서 모두 열 자에 이른다.
그 중에서 맨 끝의 ‘심경’(心經)이라는 두 자만 ‘마음에 새겨둘 경전’이라고 해서 뜻풀이가 되는 것이고, 앞의 ‘마하반야바라밀다’(摩訶般若波羅蜜多)라고 하는 여덟 자는 한자에서 음만 빌린, 옛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다.
‘마하’는 그 크기를 잴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뜻이고, ‘반야’는 깨달음이라는 뜻이고, ‘바라밀다’는 저 언덕 너머의 복된 세상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라는 그 불경의 제목을 대충 풀어보건대, ‘큰 깨우침에 힘입어, 저 언덕 너머 복된 세상에 닿기 위해, 마음에 꼭 새겨둬야 할 말씀’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저 언덕 너머 세상이 그 어떤지에 대해 내 아는 바 없다.
크게 깨우치면 그 세상에 이르는지 아닌지도 난 모른다.
그러나 내 늘 매 순간마다 깨우치고 또 깨우치려 애 쓰는 것, 그것이 내 오늘의 삶이다.
눈앞에 언덕이 있었다.
그 언덕 너머의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엊그제인 2014년 9월 24일 오후 6시쯤 해서,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을 달리던 중의 일로, 입장휴게소를 10여 리 남겨둔 지점에서의 그 전방 풍경이 그랬다.
저 남쪽에서 올라온 제16호 태풍 풍웡(FUNG-WONG)의 영향으로, 지난 밤새 굵은 빗줄기를 뿌렸던 먹구름이 서서히 물러가면서, 그 찢어지는 먹구름 틈새로 드러나는 파란 창공이 참 아름다웠고, 군데군데 그 창공에 뜬 흰 새털구름이 참 아름다웠다.
멀리 서쪽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한 저녁노을까지도 참 아름다웠다.
참 멀리도 돌고 돌았다.
서울에서 100여 리길인 파주까지 달려갔고, 거기서 또 500여 리길인 청주까지 달려갔다.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의 일거리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2시쯤 해서 사무소에서 나섰으니, 그 일 감당하기가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다.
예나 마찬가지로 마구잡이로 달려야 했다.
얼마나 달렸던지 바퀴 고무 타는 냄새가 솔솔 내 코끝을 파고들었다.
소변이 마려운 생리적 현상까지 나를 괴롭혔다.
그렇다고 도중에 휴게소를 찾아들 수도 없었다.
일단 일을 감당해놓고 볼 일이었다.
일처리를 마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퇴근시간쯤 해서 고속도로의 지옥 같은 정체현상을 피해 서울로 되돌아 올 길도 막막했다.
뜨끈뜨끈 가슴이 타고 있었다.
그 타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달렸다.
그렇게 무리한 덕에 오후 5시쯤 해서, 청주지방법원에서의 일을 끝낼 수 있었다.
그 즈음 해서, 내 생각의 세계에 솔솔 연기처럼 피어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청주에 있는 친구와 어울려 술 한 잔 하고, 그 밤을 새워버릴까 하는 생각이었다.
“아버지, 서현이가 온대요.”
오락가락 생각이 교차되면서 어느 쪽으로 발걸음을 향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막내한테 걸려온 전화가 그랬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내 발걸음의 방향은 정해졌다.
서초동 우리 집이 그 정해진 방향이었다.
그 유명한 청주 외곽의 길고 긴 가로수 터널을 지나, 청주IC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청주 시내를 벗어날 때부터 개기 시작하던 하늘이, 어느덧 파란 창공에 흰 새털구름까지 높이 뜰 정도로 맑은 하늘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맞은 그 언덕이었다.
곧장 입자휴게소로 들어섰다.
이날의 일몰 풍경을 보고 싶어서였다.
예상했던 대로 정말 장관이었다.
그 장관의 일몰에 내 꿈과 희망을 실었다.
지는 태양을 향한 것이 아니라, 지구를 아래쪽으로 돌아 내일 아침에 동녘을 밝히면서 떠오를 바로 그 내일의 태양을 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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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바쁜 와중에도 주변을 감상하는 여유가 대단하네...보통경우 피곤에 지쳐 아무생각 없는데~
손녀 볼 생각에 방향을 집으로 돌렸다니 공감이 가네...나도 큰 손자가 4살 좀 넘었으니 손녀와
비슷 하겠는데...너무 귀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