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규 선배님이 밴드에 올리신
"요세미테 산행일지" 자료를 홈피에 옮겨 봅니다 ^^
>>최근 요세미테 산행일지,, 여러 동지들 옛 추억에 잠겨 보시라고 폐북에서 옮겨 왔습니다.
--- "형명우, 화이팅이다!"
Regular Northwest Face, Half Dome, Yosemite(6/13/17~6/15/17)
"명우야! 너 담주 월요일 휴가 낼수 있어?" 매주 수요일 같이 운동하는 어쎈트 산악회 규화형님이 운동후 항상 들리는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시다 갑작스레 물었다.
"왜요? 형님." "어, 담주에 하프돔 등반계획이 있는데 네가 월요일 휴가낼수 있으면 등반을 네 일정에 맞춰줄 수 있어." "진짜요?"
"스케줄 조정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바로 연락 드리겄습니다.
" 갑작스런 하프돔 등반은 이렇게 성사 되었다. 95년도 서울지역 대학산악연맹 구조대의 일원으로 엘캡에있는 살라테와 조디악 등반
이후 지금까지 인공등반을 거의 하지않고 있었다. 장비에 의존해 올라가는 등반에 그닥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고나 할까.
"하프돔이 요세미테 상징인데, 한번은 가봐야 하지 않것어?"
"아! 예, 그렇죠!"
가파르고 긴 어프로치, 가져가야할 무거운 짐들 때문에 하프돔은 엘캡에 비해 인기가 적은 편이다.
일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요세미테로 향했다.
규화형님은 일행들과 먼저 출발했다.
운전시간이 여섯시간정도 걸리니까 아침에 바로 커리 빌리지 주차장에서 만나 짐을 챙긴후 바로 하프돔으로 향하기로 약속을 해 놓았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규화 형님으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여기 눈이 많이 왔는데 날씨도 춥고 이 상태로는 아침에 어프로치가 힘들테니 일단 일행들이 묵고있는 숙소로 와라!" 메세지엔
눈 쌓인 나무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공원에 도착해서 보니 온 세상이 하얗다. 아니, 유월 중순에 눈이라니. 헐! Yosemite west에
잡아논 숙소에서 일행들과 인사를 나눈뒤 규화형님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논의한 결과 우선 상황을 지켜본후 결정을 하자신다.
그사이 난 잠을 좀 청했다. 오후들어 해가 나오면서 언제 그랬냐는듯 나무와 길에 쌓인 눈들이 녹고 없었다.
"낼 아침 일찍 하프돔으로 가자! 가다가 영 상황이 나쁘면 그땐 내려오는걸로 허자고."
등반 멤버는 규화형님, 나, 어쎈트 산악회원, 인덕공고 OB 그리고 계명대 93학번 이렇게 다섯명.
인원이 좀 많은감이 있었지만 내일 픽스로프 설치시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힘들어하는 사람은 제외한다고 규화형님이 모두에게 공표를 했다.
다음날 아침 여섯시에 기상해서 커리 빌리지 주차장에 여덟시정도에 도착했다.
해피아일을 지나 미러 레잌으로 향하는데 95년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서로 오버랩 되면서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고 있는 정지된 공간 속에서 다른 모습의 내가 서로를 지켜보고 있는듯한. 미러 레잌을 지나 얼마후 우측으로
희미한 길을 따라 본격적인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너덜 지대를 지나 로프를 잡고 올라가야하는 가파른 구간을 세네번 통과한 후에야
벽 밑에 도달할 수 있었다. 다시 벽을따라 가다 부시 지대를 지나 우리가 등반할 출발 지점에 도착했다.
도착 시간은 열 두시. 어프로치에 네시간 정도가 걸렸다. 우려했던 물은 채 녹지않은 커다란 눈 터널 사이로 새차게 흐르고 있었다.
문듯, 물을 짊어지고 왔는데 이렇게 흐르는 물을 보면 어떤 상태가 될까 궁금해졌다.
대개 이때쯤이면 물이 마르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지난겨울 폭설의 영향이 아닐까. 모두들 우리가 올라야할 RNF(Regular Northwest
Face)루트를 훑어보고 있는데 위에서 낙석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우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모두들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며 피
하는데 떨어진건 돌이 아니라 물통이었다.
위를 보니 11피치 시작 부분에 두명이 보였다. "홧더 XX!" 흥분을 참지 못하고 위를 향해 한참 욕을 해댔지만 그들이 알아 들었을지는
알수 없는 일이었다. 흥분을 가라 앉힌 후, 각자 비박할 자리를 잡고 간단히 점심을 먹은후 두시쯤부터 픽스로프 작업에 들어갔다.
3피치까지는 내가 4,5 피치는 인덕공고 OB가 픽스 작업을 하였다.
나머지 둘은 주마링 연습. 3피치에서 빌레이를 보고 있는데 물통을 떨어뜨렸던 녀석들이 하강해 내려왔다.
이야길 들어보니 가지고 가던 홀백에 구멍이 나면서 안에 있던 물통과 이런저런 물건들이 떨어져버렸다며 우리에게 너무 미안해했다.
밑에선 이 자슥들 보믄 가만 안둔다였는데 막상 보니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하난 핀란드, 다른 하나는 스페인에서 왔는데 캠프 포에서 만나 이 등반을 계획 했단다.
10피치까지 가서 백이라니. 이 친구들이 하강했던 줄을 빼내는데 전혀 빠지질 않는다.
아무리 용을 써도 빠지질 않자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인덕 OB분이 5피치에 도착해서 줄을 빼 주었다.
염려스런 마음에 우리 고정줄을 이용해 하강을 시켰다.
이 녀석들 우릴 못 만났으면 어쩔뻔 했는가! 고정 작업을 끝내고 내려와 저녁을 먹는데 이 친구들 짐을 싸서 내려가며 연신 우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야, 일어나! 세시야~~~"
규화 형님의 목소리에 놀라 모두들 벌떡 기상을 했다.
원래는 두시에 일어나기로 했는데 밤새 괴롭히던 모기와 제비 지저귀는 소리에 뒤척이다 늦게 잠든 탓인지 맞혀논 알람소릴 듣지
못했다. 부리나케 커피와 베이글로 아침을 해결하고 네시쯤 고정 로프 주마링을 시작했다.
일단은 인덕 OB분이 선두, 규화형이 쎄컨, 내가 3번째, 어쎈트 회원분 4번째 그리고 마지막이 계명대 93.
어제 픽스로프 작업을 하며 모두의 주마링을 확인한 결과 다같이 등반하기로 결정을 했다. 5피치에 도착하니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개념도상으론 여기부터 17피치인 Big Sandy Ridge 까지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2015년 하프돔 RNF에서 발생한 대형 낙석으로
인해 11, 12피치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였다. 이후 몇몇 팀들이 시도를하며 끊어진 구간을 이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질 않았
으니 구체적으로 알기는 힘들었다.
다행히, climber들을 위한 인터넷 싸이트 Supertopo와 Mountain project에서 가장 최근에 등반한 이들의 기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10피치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정도. 밑을 보니 두명이 붙을 준비를 하고 있다.
로프 고정 작업을 하려는거겠지하고 생각했다.
우측 아래 낙석으로 떨어져 나간 부분이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고 매끈한 화강암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플레이크가 떨어져 나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조금 떨어진 오른쪽 위로는 예전 11피치의 종료 지점임을 알려주는 볼트와 슬링이 매끈한 벽면에 쓸쓸히 매달려 있었다.
새롭게 난 길은 이전의 10피치와 같은 컨셉으로 볼트길을 따라 비스듬히 우측으로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팬듈럼을 하게 되어 있었다.
더 이상 Robbins Traverse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게되는 셈. 이 코스를 초등한 로빈스는 지하에서 어찌 생각하실런지...,
12피치는 원래대로라면 떨어져 나가기 전 flake의 윗 부분을따라 자연스럽게 윗쪽으로 이어지는 침니를 오르면 되었지만 이 부분이
없어진 관계로 왼쪽 부분에 있는 5.11c 코너 크랙을 따라 오르다 맨 윗쪽 벽면에 박혀있는 볼트에서 오른쪽으로 팬듈럼을 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팬듈럼을 해서 멀리 있는 크랙으로 붙기가 쉽지 않았다.
붙잡아야할 크랙부분이 12피치의 종료 지점이고 바로밑은 대형 flake가 끊어져나간 부위로 촉스톤 하나가 위험스레 매달려 있었다.
결국, supertopo에서 접한 정보대로 로프 끝을 말아 묶은다음 이걸 멀리있는 크랙 사이로 던져 크랙에 걸리게 한뒤 이 로프를 잡아
당겨서 팬듈럼을 마칠 수 있었다.
궂이 이렇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볼트를 최소화 하려했던 로빈스의 뜻을 따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뒤늦게 붙었던 두명은 고정 로프를 설치하려던게 아니었다. 간간히 들려오는 목소리로 봐서 여자애들 두명이 분명했다.
등반 속도가 놀라우리만치 빨랐다. 피치를 끊는게 아니라 동시등반으로 쉴새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줄은 서로 묶여 있었지만, 빌레이는 거의 보지 않았다. 어쩔수 없을때만 인공등반을 하고 대부분은 프리로 올라 왔다.
간혹, 확보물을 설치하는것도 보였다. 우리 선두가 15피치쯤 갔을때 이들은 10피치까지 와 있었다.
이 친구들이 우릴 지나갈려고 하면 그냥 보내주는게 낫겠다고 규화형님과 잠시 이야기를 했다.
17피치인 Big sandy ledge에 네시쯤 도착을 했다. 인덕 OB분이 많이 지치신듯 해서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톱 장비를 건네 받았다.
여기서부터 20피치까지가 그 유명한 zig zags crack. 위를 보니 우리를 광속으로 앞질러갔던 애들이 18피치를 등반 중이었다.
애들답지않게 시간이 꽤 지체 되는듯해 보였다.프리 최고 난이도가 5.12b까지 나오니 쉽지는 않겠지.
약간 오버행진 zig zags를 오르다보니 예전 석재랑 오르던 zodiac의 mark of zoro 구간과 비슷하단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땐 왜 그리 더디게 갔었는지. 지리한 zig zags를 끝내고나니 시나부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새벽에 썼던 헤드랜턴을 꺼내 다시
헬멧에 부착했다. 21피치인 Thank god ledge를 시작하며 랜턴을 켰다.
"이왕 늦었는데여유있게 가자고." 규화형님이 급해지고 있는 나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낼 출근해야 하는데 지금 시간엔 아무리 빨리 간다해도 무리. 나만 빨리 간다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낼 출근 못한다고 내려가서 전화해야 겠는데요, 형님!" "그려, 그게 낫겠지!"
레지는 서서 걸어갈 수 있을정도로 넓직하다가 중간 부분에서부터 좁아지는데 뒤쪽의 벽마저나도 점점 바짝 서서 결국은 기어가는
모양새가 되버렸다. 레지 끝부분에있는 볼트에 자일을 통과시키고 squeeze침니를 용을써서 올라갔다. 혹여 여길 시도하는 사람들은
부디 베낭을 벗고 올라가길. 두피치만 올라가면 정상. 마지막 22피치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데 21피치가 좀 애매해 보였다.
개념도상으론 프리 버전이 프릭션을 이용해 첫번째볼트길을 따라 직상해서 오르게 되어 있는데 난이도가 5.12a. 인공 버전은 두부분
으로 나눠지는데 첫번째 볼트길 다섯개째서 왼쪽으로 팬듈럼 그리고 다시 두번째 볼트길 세번째 볼트에서 왼쪽으로 팬듈럼하게 되어
있었다.
첫번째 볼트길의 볼트 네개째까진 별 무리 없이 올랐지만 네번째 볼트와 다섯번째 볼트 사이의 간격이 약 오미터 정도이고 슬랩인데
도저히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몇번인가 시도를 하다 결국은 네번째 볼트에서 빌레이와 암벽화의 프릭션에 의지해 최대한 몸을
왼쪽으로 이동한다음 저멀리 닿을듯 말듯한 조그만 수평 홀에 조그만 싸이즈의 캠하나를 간신히 끼워 넣었다.
아마도 개념도에 언급된 캠훅이 여기에 필요한게 아닐까 싶었다.
이어서 두세번 왼쪽으로 듬성듬성 나있는 조그만 수평 홀에 캠을 끼우며 이동후 두번째 볼트길에 도착했다.
두번째 볼트길도 세번째 볼트에서 직상 아니면 좌측으로 팬듈럼인데 직상은 도저히 엄두를 낼수 없었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빌레이와
암벽화의 프릭션에 의지해 왼쪽으로 이동하다 오른손가락 끝 반 마디에 걸리는 홀드와 왼손끝에 살짝 걸리는 비스듬한 홀드에 매달려
일어선다음 위에있는 홀드를 잡아야 했다.
이 동작에서 한번 추락후 두번째 시도에 간신히 위에있는 홀드를 잡는데 성공을 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 피치가 RNF 통틀어 가장 살떨리고 어려운 구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열한시 정도였고 모두가 도착한 시간이 열두시 반 정도였다.
쏟아질듯한 하늘의 무수한 별들은 무슨일이 있냐는듯 무심히 빛을 내고 있었다.
날씨는 왜케 좋은지. 기념 촬영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후 하산. 와이어가 설치된곳을 내려선 후 한번더 산등성이를 넘어간 다음
왼쪽 숲쪽으로 가다보니 희미한 길이 보였다. 길은 점점 뚜렸해졌다.
출발 지점에 도착한 시간이 세시쯤. 한팀이 어제의 우리처럼 RNF 1피치에 붙어 있었다. 짐을 정리한 후 네시쯤 하산을 시작했다.
서서히 날이 밝아지고 있었다.
올라올때와 달리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왼쪽 능선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두번의 하강을 했다.
커리 빌리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일곱시. 갑작스레 시작한 등반이 기억에 남을만한 그런 등반이 되어 버렸다.
선배들이 사온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하프돔 클럽을 하나 만들자고 누군가 제안을 했다.
규화 형님, 어쎈트 김수영씨, 계명대 93 전경원, 인덕 공고 OB(죄송합니다. 이름이 기억나질 않습니다.)
모두들 수고 하셨습니다~~~ ***
첫댓글 모두들 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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