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달산 구간 종주 회상

[왕사슴벌레]

선달산구간 종주 회상

언제나 마찬가지지만 종주를 준비하면서 긴장과 염려가 교차한다. 특히 이번 7월 선달산구간은 태풍의 영향을 받을것으로 예상된다. 일기예보를 계속 체크하면서 태풍의 경로를 주시했다. 몇몇 도반이 산행여부를 묻는 문자가 왔다. "남부지역에 영향, 종주 진행함"으로 답신^^

십여년전 호남정맥 종주때 태풍을 온몸으로 느끼며 산행한 기억과 태풍이 지나간 후 아이들과 종주시 폐허가 되버린 덕유산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각설하고 금요일 퇴근 후 배낭을 꾸리며 타프와 우중산행 장비 몇가지를 더 챙겨 넣고덕수궁 앞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02시 좌석리마을회관 앞 도착, 02시40분 불을 켜고 산행을 준비한다. 좌석리이장님께 전화드려 트럭에 몸을 싣고 고치령까지 오른다. 트럭의 전조등에 비친 길은 짙은 산안개(구름)로 뿌옇고 희미했다. 덜컹덜컹 고치령에 도착하니 신령각에 불빛이 환하다. 무속인들이 산신께 제를 올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간단한 산행 설명 후 신령각 옆 마루금으로 들어섰다.(속으로 태풍이 비껴가기를, 비가 안 내리기를 기원하며)

참나무 잡목 나즈막한 나무들이 계속된다. 해드랜턴의 불빛에 산안개의 군무가 시작된다. 산안개들은 바람의 연주에 따라 휘적휘적 모양새를 달리한다. 마구령으로 향하는 마루금의 숲을 11인의 도반은 소리없이 산안개와 하나되어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었다. 원래는 이구간에서 별을 보려고 했다. 촘촘한 잡목지대를 한시간 이상 산행 후 확트인 공간(헬기장)에서 맞이하는 별을 보고 싶었다. 이름하여 별밭. 새까만 원형의 도화지에 별들의 노래는 다음을 기약하고... ,

바람이 더 거세진다. 바람에 나무들이 춤을추며 노래를 한다. 낮은 흠잉에서 날카로운 비명으로, 잔잔한 백조의 호수에서 온몸을 불사르는 고난도의 비보잉으로 수만가지의 노래와 춤이 명멸한다.

어느 순간 대간길은 급경사 내리막이 되었다. 성호쌤 말처럼 마구마구 내려간다고 해서 마구령인가 ㅋㅋ
넢은 비포장도로가 보이고 마구령 표지석이 서있다. 마구령까지는 조금 전 까지는 비를 맞지 않았는데 비가 내리고 있어 표지석 옆에 타프를 쳤다. 기온도 춥지 않아 타프 아래 빙둘러 앉아 준비해온 도시락을 나누었다. 식사를 마칠 때쯤 빗발이 거세지기 시작한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단단하게 차림을 했다. 먼저 출발하게 하고 타프를 수거하고 마지막으로 출발 했다.

잔잔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누군가 뒤에서 장딴지를 계속 잡아당긴다. 녹녹한 대간길은 결코 없다. 뒤에서 당기며 애타게 속삭이는 마음속의 외침(쉬었다가세요)을 애써 무시하며 한발한발 마루금을 오른다. 다들 힘겹기는 마찮가지다. 서로 위안이 되고 서로 힘이 되어 백두대간을 이어가는 것이다. 함께가는 길동무가 있어 백두대간 종주가 계속돌 수 있다. 혼자 걸으면 나만의 길이 되지만 함께 걸으면 모두의 희망이 됩니다.

나즈목이에서의 달콤한 간식시간 - 병오쌤 파이애플 통조림, 성호쌤 단단한 찰옥수수 등

선달산 정상석 옆 점심 - 게센 바람이 들려주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나무들의 군무를 반찬삼아 함께 나눈 달콤한 점심/따뜻한 라면과 컵라면누룽지 그리고 커피

박달령 가는길 거센 바람으로 부러진 가지들을 헤치며 한명한명 서로 챙기며 조심조심 걷던시간

바람사이 마루금 한켠 의자에 앉아 서로의 당떨어짐을 챙기며 나눈 쵸코릿타임

박달령 표지석 앞 끝났다는 안도의 인증샷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는 ㅋㅋ
오전약수까지 끝도없이 구불구불 내려가는 지긋지긋(?)한 내리막 길

풍기 작은 목욕탕에서의 개운한 시간과 맛있는 한우불고기 뒤풀이

이 모두 함께걷는 백두대간학교 도반들이 있어서 입니다.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도반님들도 고맙습니다. 정말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8월 태백산권역 옥돌봉구간에서 뵙겠습니다.

백두대간학교 학교장 이철승 올림^^

[자연과의동화[김순종]!]

안산-산
우중산행- 산상의만찬 수고들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