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인 벚꽃 개화가 늦어지면서 전국 자치단체마다 난리가 났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조량이 부족했고, 3월의 기온도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CJ수요산악회는 2024년 4월 3일 경남 하동군 쌍계사 십리벚꽃길 트레킹 계획을 세웠으나, 이곳의 벚꽃축제는 열흘 이상 이른 3월 22~24일에 열렸다. 벚꽃이 피지 않은 상태에서 축제를 열었으니 관광객들은 실망이 컸을 테고, 지역 상권도 활성화되지 못해 상인들이 울상을 지었다고 한다.
애초 3월 22~24일 무심천 벚꽃축제를 계획한 청주는 1주일을 연기, 29~31일 열었다.
필자는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하동군청이 설치한 CCTV를 통해 수시로 십리벚꽃길을 보면서 가슴을 졸이며 개화 시기를 체크했다.
벚꽃의 수명은 개화를 시작했을 때부터 7일, 길어야 10일 정도. 그나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 수명은 더 짧아진다. 틈틈이 CCTV로 확인한 개화 상황은 3월 30, 31일 만개해 절정을 이뤘다.
그런데 4월 3일 하동 지방에 비가 올 확률이 100%라고 1주일 전부터 예보가 나와 불안했다. 드디어 4월 3일, D데이다. 다른 때는 많이도 틀리던 기상예보가 왜 이렇게 잘 맞는지, 많지는 않으나 전날 저녁부터 3일에도 비가 내린다.
청주에서 출발한 버스는 11시를 조금 넘어 쌍계사 입구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착, 44명의 회원을 내려놓는다. 비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서둘러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우산을 펼쳐들고 쌍계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723년 삼법 스님이 옥천사(玉泉寺)로 창건한 이 절 이름이 쌍계사(雙溪寺)로 바뀐 것은 절 앞에 두 개의 계곡이 흐르고 있어서다.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 내부를 간단히 둘러본 뒤 화개장터로 내려간다.
왕복 2차선 도로 양옆에는 100년 전에 심었다는 1,200그루의 거대한 벚나무가 화개천과 어우러져 화려한 꽃 터널을 이룬 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바 있고, 사랑하는 연인이 두 손을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는 ‘혼례길’이 바로 이곳이다.
옅은 안개 사이, 길 아래 곳곳에 펼쳐진 짙은 초록색 차밭에도 벚꽃 가지가 늘어져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연인들의 필수 코스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비는 또 다른 장관을 선사하지만, 이날은 비로 인해 떨어진 꽃잎이 많아 도로변이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동행한 10여 명의 회원에게 벚꽃 터널과 녹차밭을 배경으로 많은 사진을 남겨준다. 각자의 인생샷으로 훌륭하리라.
가수 조영남씨가 1988년 발표한 ‘화개장터’ 1절.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아랫마을 하동사람 윗마을 구례사람, 닷새마다 어우러져 장을 펼치네, 구경 한 번 와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단순히 전통시장을 노래했다기보다 섬진강을 경계로 영·호남의 해묵은 지역감정을 극복해 보자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물이 크게 불어난 화개천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화개면 사무소 입구까지 와서 시간을 보니 2시 25분. 화개장터 구경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무전기와 휴대전화로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면사무소 앞 주차장으로 간다.
오후 3시 10분쯤 하동을 출발한 버스는 6시에 청주 강내면의 한 칼국수 식당에 도착한다. 애초 오늘 하산 안주를 준비해갈 예정이었지만, 비 때문에 칼국수로 저녁 식사 겸 하산주를 대신하기로 한다.
회원들은 칼국수가 꽤 많은 양인데도 금세 한 그릇씩 뚝딱 비운다. 인심 좋은 식당 여사장은 칼국수 몇 그릇을 더 내와서 양이 부족한 회원들이 덜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길. 종일 내리는 빗속에서 우산을 쓴 채 웃음과 행복을 가득가득 담고 온, 멋진 길이다.
첫댓글 비오는날 벚꽃 🌸 길고 좋아서요 후기를 잘쓰셔네요 비오는데
📷 찍는게 힘드신데도 멋진풍경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박노현님이 쌍계사와의 인연에 대한 후기를 올리셨길래 사실 저는 후기를 쓰지 않으려 했어요.
그런데 다녀온 과정을 산행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몇 자 끄적였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눈을 더 피로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매사 잘 하는 총무님, 고맙습니다.
머릿속에 담아두기 벅찬 추억은 사진으로 남기고 갈무리하고 아삼삼한 느낌들은 후기글로 남기시니 CJ산악회의 역사가 되고 쌍계사 가는길에 도움이 될것입니다.
아닙니다. 쌍계사 가는 길에 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왜냐 하면 시기나 기상 조건, 멤버 구성 등 모든 조건이 같지 않을 테니까요.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갔다왔다는 기록으로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리내 우쒸이~~
도움돼요 많이~~~
좌표가 다 나와 있잖어유
아무튼 즐겁고 행복하시기를ᆢ요
@오솔길 옙! 많은 도움이 된다면 저도 기쁘겠습니다.
우중에 걷는 벗꽃길도 운치있고 행복했읍니다 또 좋은사람들과 함께하니 더욱 즐거웠읍니다~ 멋진경치를 사진으로 남겨준 지기님 감사요~^^
비록 등산화는 젖었어도 빗속 벚꽃터널을 걸은 그 감동은 영원히 남을 것 같아요.
특히 녹차밭에 늘어진 벚꽃과 화개천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일품이었고요. (제 자랑질? ㅎㅎㅎ)
댓글 줘서 감사합니다.
우와~~
어쩜 이리도 글을 세세히 잘 쓰셨는지요~~
쌍계사에서 화계장터까지 지금도 걷고 있는 느낌이 드는 군요~~
원, 별말씀을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둘러본 쌍계사, 그리고는 곧바로 돌아서나와 걸은 십리벚꽃길....
비가 내렸지만 녹차밭과 벚꽃터널은 너무 아름다웠지요.
그 아름다움을 글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기님 후기를 읽으니 그날로 돌아간 듯하네요~사진도 멋지고ᆢ
감사합니다만, 왜 눈앞에서 사라졌지요?
그러니 인생샷 건질 기회를 놓쳐 버렸잖아요?
아까워라.....
개인사정으루 아쉽게 가지못햇지만 지기님에 글을 읽고난뒤 마치 다녀온듯 기분이 좋아지네요 감사히 잘보구 갑니다
몸은 좋아졌는지 궁금한데요?
십리벚꽃길이 너무 좋았는데 못 간 분한테 이렇게 자랑질을?
함께 하지 못해서 서운했구먼유~~
고려산 진달래 개화율이 5일 현재 25%라니까 10일쯤 절정일 겁니다.
그때는 갈 수 있겠죠?
사진 그만 찍어유 화계장터 구경못해유 에휴 결국 화계장터 구경 못했잖유 자업자득이유 그러는 니는 지두 공범이구만유 죄송혀유 좋은 사진 찍어주신 까페지기님 감사합니다 우중에 추적추적 걸었던 십리벗꽃길 점심먹던 정자 두고두고 그리워지겠죠 그중에서도 정자에서 바라다본 운무낀산과 벚꽃 그아래 흐르는 섬진강은 장관이었습니다 그것을 사진으로 남겨주신 까페지기님 최고여유
아휴~ 뱅기 그만 태워요, 어지럽잔여유~
화개장터를 조 아래 빤히 보고도 못 갔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장터는 어딜 가나 비슷비슷 하잖아요? 너무 아쉬워 하지 말아요.
벚꽃 터널, 녹차밭이 또 그리워지는군요. ㅎㅎ
화개장터 다시가유~~
안돼것어 ㅜㅜ
녹차밭에서 사진을 찍었어야하는건디..엉엉
ㅎㅎㅎ 10월 단풍 들면 피아골 한 번 갈까요?
피아골 입구에서 화개장터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거리여서 피아골 산행 마치고 화개장터에 들르면?
시장 구경하고 막걸리도 한 잔 하도록 자유시간을 1시간쯤 주고요.
그 때는 녹차밭에 벚꽃은 없고 단풍잎만....
@미리내 쪼아쪼아용~~
@현아 아! 10월이 아니고 11월 초쯤?
피아골 단풍은 그때나 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