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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낭만의 경춘선이 2010년 12월 21일 복선 전철화되면서 탈바꿈 헀다. 왕복 38회 다녔던 열차는 무려 세 배가 넘는 137회 운행하고, 시발역도 청량리역에서 상봉역으로 옮겨졌다. 1시간40분 안팎 걸리던 소요시간이 급행의 경우 62분으로 줄어들며 춘천까지 수도권역에 포함되게 되었다. 더불어 서울~춘천 간 명산으로 접근이 한결 손쉬워지며 수도권의 등산객 흐름에도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가로식 좌석이 도시형 전철과 마찬가지로 세로로 길게 놓이며 바퀴 달린 이동식 매점 운영이 중지되는 등, 경춘선 열차의 낭만이 사라지는 점은 아쉽다. 요즘 청소년들도 그렇지만 특히 서울이나 춘천 일원에서 젊음을 보낸 50, 60대에게는 특히 많은 추억이 담긴 경춘선 열차다. ‘통기타 시절’이던 당시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몸이 맞닿을 만큼 비좁은 좁은 공간에서도 목적지에 닿을 때까지 쉼 없이 기타 줄을 퉁기며 노래를 불러댄 곳이 경춘선 열차였다. 간혹 오해 때문이거나 과시욕이 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욕설과 주먹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대개 삼삼오오 패를 지은 노래 경연장이 되는가 하면 한쪽에서 불러대는 노랫소리에 열차는 합창의 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경춘선 추억은 열차와 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는 경춘 전철을 이용하여 많은 산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였다.
백봉산(柏峰山·587m) / 남양주시 - 금곡역
남양주시 백봉산(柏峰山·587m)은 금곡역에서 마석역에 이르기까지 경춘선 철도와 평행선을 이루며 동서로 산줄기를 뻗고, 북으로 마치고개를 거쳐 천마산, 남동쪽으로 수레넘이고개를 지나 고래산으로 이어지며 거대한 산군을 이룬 산이다. 예전에는 ‘백봉’으로 불리던 이 산은 남북으로 뻗은 능선 중앙에 자리잡은 정상 팔각정 조망대에 올라서면 북으로 천마산을 시작으로 희야산, 운길산~예봉산, 검단산, 그리고 서울 외곽을 형성하는 관악산에서 북한산~도봉산과 불암산~수락산 등, 서울과 남양주 일원의 산봉이 파노라마로 펼쳐질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여기에 동서남북 산세가 부드럽고 교통이 편리한 데다 산 남쪽으로 신라고찰도 자리잡고 있어 이미 오래 전부터 중장년층의 등산인이나 가족 단위 산행객들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정상 남동쪽 골짜기에 자리잡은 묘적사(妙寂寺)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가 무술도량으로 창건한 이래 조선 세종 때 학열이 불사를 180여 칸 짓고 남북 군영을 세워 무과시험을 보는가 하면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훈련시켰다는 유서 깊은 고찰이다.
백봉산은 산기슭에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조성돼 산행기점은 매우 많다. 주요 산행기점은 평내호평역, 금곡역, 마석역 3개 경춘선 복선전철역 기점 코스 외에 마치고개와 신라 고찰 묘적사 기점 코스를 꼽을 수 있다. 그중 평내호평역 기점 코스가 가장 쉽고 빨리 산으로 접어들 수 있는 코스다.
지상역 부근의 평내지하차도 사거리에서 남쪽 길을 따라 약 1km 간 뒤 중흥S클래스 아파트 단지로 올라서면 백봉산 산행 안내판이 나온다. 산행 안내판을 지나 철망에 설치된 문을 들어서면 산길로 접어든다. 이후 호젓한 산길을 따라 30분쯤 오르면 가로등이 세워진 구 샘터에 닿고 이후 완경사 허릿길을 따라 지능선을 넘어서면 갈림목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중흥S클래스아파트 단지 안의 백봉초등학교 앞으로 내려선다. 갈림목에서 왼쪽 산길을 올라서면 또다시 갈림목. 왼쪽 약수터 길이든 오른쪽 길이든 모두 능선 안부로 오르는 길이다.
안부 갈림목(정상 1.45km·수리봉 2.56km)에서 왼쪽(동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널찍한 오르막 능선길을 따라 50분 정도 오르면 일망무제의 조망이 반겨주는 정상이다. 정상에는 팔각정 조망대가 세워져 있고, 그 아래쪽에 헬기장이 닦여 있다. 마석역 기점 산행은 역에서 약 2km 떨어진 창현리 ‘노루너머’ 청구(피오레)아파트 앞에서 시작한다.
‘백봉산 5km’ 팻말이 세워진 아파트 입구에서 경춘가도를 따라 이어지는 콘크리트길을 따라 약 200m 오르면 도로 왼쪽에 3층 건물이 보인다. 건물 직전 왼쪽 산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능선에 올라붙는다.
참나무 숲이 우거지고 부드러운 능선 길을 따르는 사이 동원정사나 녹천리로 빠지는 갈림목이 나오더라도 무시하고 계속 능선 길을 따라야 한다. 산길은 ‘정상 3km’ 팻말에서 또다시 두 갈래로 갈라진다.
곧장 뻗은 산길은 무명봉으로 곧장 오르고, 허리 길은 절벽 한쪽에 ‘藥師琉璃光佛’이란 글씨가 새겨진 기도굴이나 샘을 거쳐 무명봉으로 올라선다. 무명봉을 오르기 앞서 능선마루 갈림목(수레넘이고개 1.15km)에서 왼쪽 능선길을 따르면 고래산으로 계속 산행을 이을 수 있다.
곧이어 올라서는 무명봉 정상은 모처럼 백봉산 정상이 바라보이는 등 조망이 좋은 곳으로 운동시설과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이후 왼쪽으로 널찍하면서도 아늑한 분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는 고래산과 문암산, 운길산, 예봉산 등 경기 명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분지 아래쪽에 자리잡은 묘적사는 지능선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정상을 1km 앞두고 능선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철조망은 비전힐스CC에서 멧돼지를 비롯한 야생짐승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치해 놓은 것이다. 완경사 능선은 정상 직전 가팔라지는 듯하다가 널찍한 헬기장에 올라선다. 헬기장 뒤편에 팔각정 조망대가 세워져 있는 곳이 백봉산 정상이다. 평내호평역에서 시내버스나 택시를 타고 접근해야 하는 마치고개 기점 코스는 가파르지만 30~40분이면 정상에 올라설 수 있는 최단 등로다.
또한 금곡역에서 약 1.5km 떨어진 남양주시청 기점 코스는 485m봉(약 1시간)과 정상(약 2시간30분)을 거쳐 마석으로 떨어지는 능선종주 코스로 이용된다. 산행 총 시간은 5시간정도. 덕소역에서 노선버스가 다니는 묘적사 코스는 교통이 불편해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천마산(天摩山·812.4m) / 남양주시 - 마석역
남양주시 한복판에 솟아 있는 천마산(天摩山·812.4m)도 추억의 장이다.
마석역에서 내린 수많은 청소년 가운데 캠핑장비나 기타 혹은 ‘야전’이라 부르던 야외전축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 찾은 곳이 천마산이었다.
그 기슭에서 밤새 노래를 불러대고 젊음의 열정을 불태웠고, 산을 향한 열정에, 산정으로 향하는 등산인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 청소년 시절엔 정말 대단했다. 경춘선 열차는 주말이면 콩나물시루처럼 사람이 많았다. 청평이나 가평 쪽이 물론 많았지만 마석역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봇물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허름한 농가 사잇길을 걸어가는 모습도 진풍경이었다.
천마산 도립공원사무소 위쪽 심신수련장이 예전 캠프장이었다.
천마산 관리소 기점 코스 대신 양현(兩峴) 부근에서 시작되는 호젓한 능선 길로 이끌었다. 내후년에 마석역과 평내호평역 사이에 역이 하나 더 생긴다고 한다. 이름이 ‘묵현역’이 될지 ‘천마산역’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 때쯤이면 이 능선이나 역에서 바로 시작되는 능선으로 많이들 다닐 것이다. 광현교회 오른쪽 샛길로 접어들자마자 능선으로 올라붙었다.
전날 백봉산을 오를 때 부옇던 날씨와 달리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온산이 반짝였다. 엊저녁 내린 눈은 잠시 도로를 마비시켰지만 대신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놓았다. 바람이 살짝이라도 불어대면 하늘에서 축복을 내리는 듯 눈꽃이 뿌려지고 그 축복에 산은 더욱 반짝였다. 심신수련장 코스를 따르면 깔딱고개로 올라서게 된다. 깔딱고개 오른쪽 봉이 무명봉으로 알려진 신선봉이고, 저기 정상처럼 우뚝 솟구친 봉이 뾰족봉이고….
능선길은 마석 일원의 주민들과 천마산 마니아들이 많이 다닌 탓에 뚜렷하면서도 리기다소나무와 전나무가 울창하고 호젓했다.
여기에 어젯밤 내린 눈이 하얗게 덮여 동화 속 난쟁이 마을의 숲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치고개를 경계로 2℃ 안팎 기온차이가 난다.
겨울에 호평동에 비 온다고 마음 놓고 마치고개를 넘다가 눈길에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마석을 향해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순간 빙판길이 나타나곤 했다. 250m 남짓한 고갠데 대단하다. 낙엽송 숲에 이어 잣나무 숲을 빠져나가자 낙락장송 몇 그루가 멋들어진 자태를 뽐내며 올라앉은 무명봉에 다가선다. 소나무 뒤로 뾰족봉이 우뚝 솟구쳐 있고, 그 왼쪽으로 스타힐리조트(구 천마산스키장)와 마치고개 너머로 백봉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마산도 스키장 때문에 많이 깎여 나갔지만 백봉산 또한 스키장에다 골프장까지 들어서면서 제 모습을 많이 잃었다. 스키장은 3, 4년 전부터 운영을 안 한다. 산만 망가뜨린 셈이다.
오늘은 천마산이란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린다. 하늘에 닿을 듯 솟구쳤단 뜻이니까. 그런데 대동여지도에는 ‘마’가 어루만질 마가 아니라 말 마(馬)자로 나와 있다. 천마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에 의해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고려 말 사냥하러 천마산에 들어선 이성계는 하늘을 찌를 듯한 산세에 감탄해 지나가는 촌부에게 산 이름을 물었더니 “전해 오는 이름이 없다”고 하자 “인간이 가는 곳마다 청산은 수없이 있지만 이 산은 푸른 하늘에 홀(笏)이 꽂힌 것 같이 높아 손이 석 자만 더 길었다면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可摩天)”라고 혼잣말한 게 ‘천마산’이란 이름을 갖게 된 배경이라 한다. 무명봉을 지나 심신수련장 갈림목을 지나친 다음 된비알을 올려치자 비석바위 삼거리. 삼거리 부근에 비석이 서 있다 하여 지어진 지명이다.
마석우리를 비롯해 남양주시 일원뿐 아니라 북한강 건너 화야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능선에 세워진 비석은 마석산악회 회원이었던 고 함영민씨의 추모비였다. 1993년 홍천 팔봉산 기슭에서 사고당할 당시 23세의 꽃다운 나이였다. 그래서 마석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자주 찾을 수 있는 이 능선에 비석을 세웠다고 한다. 뾰족봉을 오르는 사이 눈이 녹아내린다.
바람이 제법 찬데도 따스한 햇볕을 당해낼 재간이 없는가보다.
천마산엔 산새가 많다. 소쩍새 같은 텃새는 흔하다.
요즘도 새소리에 깨어난다고 한다. 마석 쪽으로 독수리가 날아다니고 그 뒤로 멀리 양평 용문산과 백운봉까지도 바라보였다.
송라산, 문안산, 고래산, 백봉 등 남양주 일원의 산봉들은 모두 우뚝 솟구친 천마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린 형국이었다.
그러고 보면 남양주 일원에는 태조 이성계와 연관된 산이 여럿 있다.
저기 보이는 축령산(祝靈山)은 이성계가 사냥하러 갔다가 산이 하도 웅장하고 성스럽게 보여 틀림없이 산신령이 계시리라는 생각에 산신제를 올렸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남산타워도 보일 만큼 조망이 좋은 뾰족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에 접어들자 벌써 하산 길에 접어든 사람들도 있고, 널찍한 산마루에 자리를 펴고 이른 점심에 반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모처럼 눈에 덮인 천마산을 찾은 이들은 한 명 한 명 흰눈만큼이나 환한 얼굴빛이었다. “와~, 설국이다!”
혹시 눈이 다 녹아내렸으면 어쩌나 우려했던 것과 달리 천마산 정상은 눈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산정을 오르는 이나 내려서는 이나 저마다 환상적인 설경에 탄성을 터뜨리고, 카메라 앞에 서서 멋진 포즈를 잡았다. 천마는 하늘을 붙잡는 산이 아니라 눈꽃을 붙잡고 사람을 붙잡는 산이었다. 긴 암릉을 이룬 정상에 서자 산봉이 감춰놓았던 경기 명산 명봉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천마산 북으로 S자를 그리며 뻗어나가는 철마산과 주금산 능선은 막판에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리산과 축령산에 이어 연인산으로 이어지고, 주금산 뒤로 당차게 솟아오른 운악산은 오른쪽으로 명지산으로 연결되고, 그 명지산은 경기 제1고봉 화악산과 중첩되며 한층 웅장한 산세를 과시하고 있다. 멋진 조망대가 있다. 거기서 점심 먹어요. 이 소나무 참 멋지죠.
천마산은 오전반과 오후반 찾는 사람이 달르다. 오전은 퇴직자들이 주를 이루는 남자반이라면 오후에는 집안일 끝낸 뒤 몰려드는 주부를 주축으로 한 여자반이다. 전철이 개통되었으니 아마 봄부터는 대단할 것이다. 예봉산과 운악산도 전철이 개통된 다음 찾는 등산객이 엄청 많아진 것을 감안하면.
정상 너머 낙락장송이 띄엄띄엄 자리잡아 풍광이 빼어난 암릉지대는 멋진 전망대였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대도 멋진 조망을 즐기며 먹는 점심식사는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으악! 조심해요.” 평소 스릴을 느끼게 하던 바윗길은 눈에 덮이자 험로로 바뀌어 잔뜩 긴장케 한다. 턱에 매달려 있는 굵은 로프 역시 눈과 얼음이 끼어 꽉 잡아도 체중이 걸리면 손이 밀리고 그때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게 하니 표정이 밝으려야 밝을 수도 없다.
그렇게 애를 쓰며 정상 북쪽 안부로 내려서자 바람이 매섭게 불어댄다. “여긴 이른 봄에도 추워요. 잔설이 많아 아이젠도 차야 하고요.”
안부에서 천마산계곡 쪽으로 내려서자 숲이 울창해지면서 산은 한층 깊어졌다. 깊은 겨울이다. 쌓인 눈은 발목까지 푹푹 빠지고, 방풍재킷을 입었는데도 온몸이 으슬으슬 춥다. 해발 812.4m. 결코 높다 할 수 없는 산이지만 천마산은 방향을 틀 때마다 전혀 다른 계절을 보여주었다.
뾰족봉을 오를 때는 따스한 햇살에 눈이 녹아내려 이른 봄산을 오르는 기분이었다면, 정상에 올라설 때는 화려한 설화와 함께 겨울로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이제는 깊은 겨울, 심산에 들어서 있었다.
천마산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그래도 한때 전국등산대회가 열렸던 산이다. 얼마 전까지 ‘돌핀샘’이라 불렸던 약물바위샘에 도착.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수십 보 돌아서 내려가면 높은 절벽바위가 있는데 이것을 사람들은 약물바위라 부른다.
이 바위 아래에는 연중 물이 끊이지 않는 샘이 있는데 이를 약물바위샘이라 한다고 남양주시지에 나와 있다. 약물바위샘을 지나면서 숲을 장식한 나무들의 수종은 더욱 다양해지고, 원시성은 더욱 돋보였다. 지금은 눈꽃이 만발해 있지만 이른 봄이면 정말 장관이다. 특히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천마산계곡은 야생화 천국으로 변한다.
실제 천마산은 우리나라 특산종인 점현호색이 많이 자라고, 앉은부채, 노루귀, 복수초, 미치광이풀, 올괴불나무 등 귀한 야생화들이 가득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른 봄이면 야생화 탐승이나 촬영을 위해 천마산을 찾는 이들이 많이 있다. 예쁜 봄꽃들은 이제 흰눈에 덮여 겨울을 나고 있고, 대신 우리가 한 발짝씩 눈밭에 무늬를 놓아가며 산을 내려선다.
그 사이 산은 또 모습을 바꾼다. 사면을 가로지르다 지능선을 넘어서자 햇살이 숲을 파고들고 산은 한겨울에서 따스한 봄날로 다시 한 번 변신한다.
꺽정바위 능선과 만나는 안부에 도착하자 노인 두 사람이 서성대고 있다. 두 노인은 “예전엔 자전거 타고도 올라왔던 곳인데 일흔을 넘어서니 걷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되돌아섰다.
안부를 지나 눈 덮인 임도를 따라 내려서는 사이 MTB를 타고 오르는 중년의 바이커도 스쳐지나가고, 노부모와 자녀들과 함께 올라오는 중년 부부도 보인다. 모처럼 내린 눈은 사람들을 산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천마산에만 오면 힘이 생기고 희망도 생기기에 천마산은 아무리 찾아도 질리지 않는 산인가 보다.
등산객은 더 많아질 것이다. 주변에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고 있기도 하지만 지난 가을엔 ‘안개 폭포’가 TV에 나간 다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단다. 마석과 평내의 기온차이 때문에 생긴 구름안개가 산릉을 넘어가는 풍경이 신비롭게 느껴졌나 보다.
오후 늦은 시각에 접어드는데도 호평동을 향해 내려설수록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 뒤편 멀리 아파트 숲 사이로 고기비늘처럼 반짝이는 한강이 바라보였다.
천마산은 사람을 산 안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산이었다. 천마산은 수도권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명산 중 하나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망대처럼 우뚝 솟구쳐 서울과 경기 일원의 어지간한 산봉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숲이 우거지고 식생이 잘 보존되어 있어 원시성과 심산의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천마산의 매력이다.
여기에 교통기점인 마석과 평내호평역을 경춘선 복선전철이 자주 지나가게 되면 천마산 마니아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천마산은 어떤 기점에서 시작하든 당일에 넉넉히 산행을 끝낼 수 있다.
산행기점은 마석 쪽 군립공원사무소~심신수련장~뾰족봉~정상, 호평동 수진사 입구~큰골(임도)~천마의집~꺽정바위~정상, 큰골~천마의집~약물바위샘~정상 코스가 대표적이다.
오남읍 오남저수지 기점 다래산장~천마산계곡~약물바위샘~정상 코스와, 다래산장~절골~천마의집(혹은 꺽정바위)~정상 코스를 잇는 원점회귀 코스는 호젓한 산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권하고픈 코스다.
보다 긴 산행을 원하는 사람은 남쪽 백봉산을 잇든지 북쪽 철마산~주금산 능선과 잇도록 한다. 진건읍 기점 코스도 제법 길다.
양현고개 기점 코스는 천마산 군립공원관리소 입구에서 남쪽 경춘선 철도 방향 약 100m 지점에서 시작한다. 무료주차장이 조성된 석화식당 앞을 지나 광민금속레이저 건물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능선에 올라선다.
기존등산로인 비석삼거리까지 약 1시간. 이후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 30분쯤 오르면 암릉을 이룬 천마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약물바위샘으로 내려가려면 정상 암릉을 따라 안부로 내려선 다음 왼쪽 급사면 길을 따른다.
커다란 절벽 아래 물이 솟는 약물바위샘에서 곧장 뻗은 길은 천마산계곡을 따라 팔현리로 이어진다. 호평리로 내려서려면 약물바위를 등지고 왼쪽 사면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르도록 한다.
꺽정바위 능선길과 만나는 안부에 닿으면 콘크리트 임도로 올라선다.
임도를 따르든 천마의 집 갈림목에서 계곡길을 따르든 호평동 수진사 입구(라인아파트 단지)로 내려선다.
수진사 입구에서 평내호평역까지는 약 2km 거리다. 산행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린다. 문의 천마산 군립공원관리소 031-590-2733.
운두산(雲頭山 · 678.4m) / 남양주시, 가평군 - 대성리역
운두산(雲頭山 · 678.4m)은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청평면 경계를 이룬다. 지역을 쉽게 설명하면 유명한 대성리유원지 뒷산이다.
이 산은 축령산(879m)을 모산으로 한다.
축령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오독산(610m)을 들어 올린 다음, 파위고개에서 잠시 가라앉았다가 빚어 놓은 산이 운두산이다.
운두산 남릉은 대성리 합수머리에서 수동천과 북한강에 여맥을 가라앉힌다. 운두산 주능선은 북동으로 이어져 약 3.5km 거리에서 깃대봉(643m)을 들어 올리고 여맥을 약 4km 거리 조종천에 가라앉힌다.
본래 ‘은두봉’으로 불렸던 이 산은 최근 가평군이 본래의 산 이름을 찾아내 ‘운두산’이라는 정상비석까지 세웠다. ‘은두’라는 이름은 ‘운두’가 와전됐던 것이다. 운두산 들목은 마석역과 대성리역이다. 마석역에서는 수시로 운행하는 수동행 버스편으로 운수리에 이른 후 정상에 오르면 된다.
이 경우 정상에서 남릉을 타고 대성리유원지로 하산, 대성리역에서 경춘선 전철을 이용, 귀경길에 오르면 편하다.
수동면사무소나 우체국 앞에서 수동중앙교회 옆길로 들어가면 용화사 안내판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동쪽 길로 약 100m 가서 파위교를 건너간다.
파위교를 건너 8~9분 가면 입석 2리 마을회관 앞이다.
이곳에서 왼쪽 길로 10분 거리에서 파위 계곡길로 들어선다.
계곡 안으로 20분 걸어들면 원적사(圓的寺) 입구 큰 잣나무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계류 건너로 원적사가 보인다.
잣나무에서 직진, 펜션 뒷마당을 지나면 본격적인 계곡 산행이다.
25분쯤 올라가 양지바른 전망장소에서 한숨 돌리며 쉬도록 한다.
이곳에서는 파위계곡 아래로 입석리와 마석 방면 송라산과 천마산이 조망된다. 전망장소 이후로는 지그재그 급경사 길이다.
급경사로 10분 오르면 동으로 아침고요수목원이 내려다보이는 파위고개에 닿으며, 여기서 남쪽 능선으로 30분 오르면 운두산 정상이다.
정상에서는 조망이 막힘없이 터진다.
남동으로는 북한강 건너 뾰루봉이 멀리 장락산 널미재 봉미산과 함께 보인다.
남쪽 화야산과 고동산, 그 뒤로는 용문산과 유명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서쪽으로는 천마산과 백봉이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천마산 북릉과 이어지는 철마산 능선 너머로 불암산과 수락산이, 더 멀리로는 북한산과 도봉산도 조망된다.
북서쪽으로는 주금산과 축령산, 북으로는 현리와 운악산, 북동으로는 천계산 귀목봉 명지산 등 경춘선 일대의 무수한 명산들이 조망된다.
하산은 남릉을 탄다. 이 능선은 청평면(왼쪽)과 수동면(오른쪽) 경계를 이룬다. 이 능선을 타고 조망을 즐기며 50분쯤 내려서면 큰 바위지대가 나온다. 이 바위지대는 왼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자로 패인 석문바위를 통과하면 우회로가 다시 능선으로 이어진다.
5분 뒤, 능선이 두 갈래로 나뉜다. 여기서 왼쪽 급경사 길을 택한다.
15분 뒤 오래된 산판 길로 나서서 5분 걸으면 사거리 안부가 나온다.
이곳 안부에서는 오른쪽(남쪽) 낙엽송 숲 계곡을 따른다.
35분이면 수동천변인 대성리 오류동에 닿는다. 오류동에서 동쪽 수동천 옆의 도로를 따라 약 40분 나가면 대성리 민박촌, 이곳에서 10분 더 가면 대성리역이다. 운수리 우체국을 출발해 입석 2리 마을회관~파위계곡~파위고개 경유 정상에 오른 후, 남릉~석문바위~삼거리 왼쪽 능선~사거리 안부~오류동~민박촌~대성리역으로 나오는 산행거리는 약 12km, 5시간 안팎 소요된다. 역방향으로 대성리역을 출발해 민박촌~오류동~남릉 경유, 정상에 올라가도 된다. 이 경우 하산은 운수리, 또는 북동릉을 타고 깃대봉 경유 청평역으로 하산해도 된다.
깃대봉(644m) / 가평군 - 청평역
깃대봉 산행은 대성리역보다는 청평역에서 바로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청평역에서 10분 거리인 버스터미널을 지나 서쪽으로 약 100m 거리에 이르면 농협 건물이 있다. 농협 건물 옆 골목길로 들어서서 지하차도를 지나면 청구아파트 단지 앞. 여기서 가루게 마을 길로 10분 가면 나오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택한다. 12분 뒤 심오암(深奧庵) 입구 삼거리.
이곳에서 4~5분 오르면 청평중학교 방면(오른쪽)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약수터 지나 북동릉 안부에 오른 뒤 왼쪽 북동릉을 타고 20분가량 오르면 지능선 길과 만나는 잣나무 숲 삼거리(←가루게 1.5km, 깃대봉 2.8km↑ 푯말)다. 이후 꾸준히 35분 오르면 623.6m봉 헬기장, 20분 이후는 또다른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능선 길을 택해 7분 뒤면 깃대봉 정상이다.
가평군에서 세운 정상비석이 있는 정상은 사방이 상수리나무로 에워싸여 시원한 조망이 안 된다.
청평역을 출발해 청구아파트~심오암~약수터~북동릉을 경유해 정상까지 약 3.5km에 3시간 안팎 소요된다.
하산은 일몰시간이 빠른 겨울철에는 깃대봉 정상에서 25분 거리인 623.6m봉으로 되돌아 나온 다음, 청구아파트 방면으로 내려서야 청평역과 가장 가깝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운두산 정상~남릉~대성리 유원지 경유, 대성리역으로 이어진 약 3.5km 길이의 남서릉으로 해도 좋다.
정상에서 남쪽 한얼산 기도원 방면으로 하산하게 되면 46번 국도가 나온다.
이 경우 청평역까지 승용차가 바람을 일으키는 도로를 약 3km 이상 걸어야 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호명산(虎鳴山·632m) / 가평군 - 청평역
청평은 대성리, 강촌 등과 함께 경춘선상의 대표적인 유원지로 꼽는 곳이다.
북한강의 지류인 조종천을 끼고 있어 강변 풍광이 아름답고, 그 뒤로 병풍처럼 두른 산자락의 아늑한 느낌이 일품인 장소다.
이 청평 시가지 남동쪽을 막고 서 있는 봉우리가 호명산(虎鳴山·632m)이다.
전망대처럼 우뚝한 이 산은 탁월한 호반 조망으로 유명하다.
남쪽으로 청평호가 펼쳐지고 북동쪽 산 위에는 인공호수인 호명호가 숨어 있다. 굽이치는 조종천의 아기자기함도 눈길을 끈다.
물에 포위된 듯한 독특한 분위기의 산이다. 겨울 호명산에 폭설이 내렸다.
새롭게 단장한 청평역에서 산으로 오르는 길을 찾았다.
청평역 동쪽의 농로를 지나 만나는 자전거 도로에서 하류 쪽에 징검다리가 보였다. 다리 입구에 '호명산 정상 2.7㎞'라고 쓴 이정표가 있다.
물을 건너면 '호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설치한 친절한 안내판이 등산객을 반긴다. 급경사 계단길을 지나 주능선에 선다.
운동기구가 있는 쉼터에서 숨을 돌린 뒤, 왼쪽 급경사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호명산은 주변 산에 비해 절대 고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유난히 가파른 산세가 등산객의 두 다리를 후들거리게 만든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미끄러운 산길을 치고 오르면 널찍한 전망대가 나타난다.
눈 덮인 산자락 사이로 청평댐이 정면으로 보이는 장소다.
하지만 아직도 정상은 멀다. 점차 굵어지는 능선을 타고 1Km 정도 더 오르면 널찍한 공터가 펼쳐진다. 드디어 호명산 정상이다.
북쪽 멀리 명지산과 화악산으로 이어지는 조망이 시원스럽다.
남쪽의 화야산과 뾰루봉 뒤로 펼쳐지는 산줄기도 장관이다.
발아래 뻗은 경춘 가도와 철길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산에 열차의 굉음이 메아리치고 있다.
호명산 산행은 북동쪽의 호명호수까지 능선을 타고 이을 때 하루 산행지로 적합하다. 중간에 암릉 구간이 있지만 재미 삼아 탈 만한 수준이다.
호수에서 큰골능선을 통해 상천역으로 하산할 수 있다.
완벽하게 기차를 이용한 산행이 가능한 산이다.
호명산을 오르는 기점은 여러 곳이다.
하지만 청평역과 상천역을 잇기 위해서는 역에서 가까운 산길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어느 쪽에서 먼저 산행을 시작해도 좋지만, 청평역에서 접근하는 것이 상황에 따라 코스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어 유리하다.
1. 청평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초반부터 가파르긴 하지만 곧바로 호명산 정상부의 좋은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평역 동쪽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넌 뒤 조종천을 건너면 산길이 보인다.
이곳에서 주능선으로 올라 정상까지 2.7㎞ 거리로 1시간 40분 소요된다.
제법 가파른 구간으로 산길은 양호한 편이다.
2. 호명산 정상 직전 삼거리에서 대성사 방면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2.1㎞ 거리로 이곳 역시 경사가 급하다. 조종교 검문소에서 시작되는 코스로 초입에서 정상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3. 호명산 정상에서 호명호수까지는 전형적인 능선길로 내리막이 많다.
중간쯤인 기차봉 바위능선이 제법 거칠어 주의가 필요하다.
양쪽으로 절벽이 형성되어 있고 일부 구간은 오르내림도 심하다.
현재 기차봉 오름길에 계단을 설치하고 있다.
4. 호명산 정상에서 호명호수까지 3.64㎞ 거리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호명호수는 양수발전을 위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산상 인공호수다.
2008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됐다. 4월부터 11월까지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당연히 겨울철에는 이곳을 보기 위해서 산길을 걸어야 한다.
호명호수에서 상천역까지는 큰골능선을 탄다.
경사가 매우 급한 능선으로 특히 상단부는 밧줄을 잡고 오르내려야 할 정도다. 중턱부터 마을까지는 유순한 흙길이다.
능선 끝의 이정표에서 상천역 방향으로 내려선다.
호명호수 도로에서 상천역까지 약 3.3㎞ 거리로 1시간10분 정도 소요된다.
주발봉(周鉢峰·489m) / 가평군 - 상천역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이화리와 청평면 상천리 경계에 솟아오른 주발봉(周鉢峰·489m)은 산중호수인 호명호수 덕분에 더욱 이름난 호명산(虎鳴山·632.4m)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부드러운 산세와 멋진 조망을 자랑하는 산이다.
산행 코스는 큰골능선을 타고 호명호수에 올라선 다음 주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와 상천역에서 약 2km 떨어진 상천저수지에서 329.5m봉 능선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 그리고 가평역에서 금대리행 군내버스로 닿는 산유리에서 분자골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가래골을 타고 이화리로 내려오는 코스가 있다.
상천역 기점 코스는 큰골능선과 상천저수지 코스 두 가닥으로 나뉜다.
산중호수인 호명호수를 경유하는 큰골능선 코스를 타려면 상천역을 빠져나와 상천마을 직전 오른쪽 갈림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큰골능선은 3.3km 길이로 오를수록 능선이 가팔라져 호명호수까지 2시간30분은 잡아야 한다.
호명호수에서 주발봉으로 가려면 전망대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야 한다.
능선~호명호수~주발봉~빛고개 코스는 6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큰골능선 코스보다는 상천저수지 기점 코스가 더욱 인기 있다.
상천역에서 철길 오른쪽 상천초등학교 담장을 끼고 나오면 오른쪽으로 상천4리 회관 앞이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빠져나와 호명호수 방면 찻길을 따라 20분쯤 걸으면 상천저수지 둑 아래에 닿는다. 둑으로 올라서면 낚시용 좌대 뒤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길이 보이고 이 길을 따르면 숲속 작은 계곡 입구에 닿는다.
계곡 입구에서 오른쪽 지능선 길로 들어서면 곧 인동 장씨 무덤이 나타나고, 북쪽 능선을 타고 20분 걸으면 330m봉 동릉에 올라선다.
이후 오래된 무덤과 능선 왼쪽 아래로 빽빽한 나무숲을 바라보면서 한 시간가량 걸으면 주발봉과 호명산 갈림목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왼쪽 하늘을 가리는 굴참나무군락 능선길을 따라 30분쯤 걸으면 헬기장을 거쳐 주발봉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에 서면 북으로는 가평읍내와 그 뒤로 경기 제1고봉인 화악산에 이어, 응봉,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 줄기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읍내 오른쪽으로는 북한강을 건너는 경춘선 철교와 경강교도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는 남이섬이 내려다보인다. 남이섬 위로는 춘천시 남면 백양리의 새덕봉(488m) 산줄기가 하늘금을 이룬다.
남으로는 깊고 길게 패어 내린 원수골 끝으로 평화로운 산유리가 내려다보이고, 산유리 뒤로는 물안산(401m)을 휘돌아 청평호로 흘러드는 북한강이 멀리 좌방산 줄기와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좌방산 뒤 멀리로는 장락산, 나산, 봉미산, 폭산, 그리고 양평 제1봉인 용문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경춘국도가 가로지르는 상천리가 분지처럼 보이고, 그 위로는 청우산이 축령산·서리산과 함께 눈에 들어온다.
청우산에서 시계바늘 방향으로는 불기산과 대금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다시 상천역으로 내려서려면 북릉을 따르다 두 번째 갈림목에서 왼쪽 능선을 탄다. 정상에서 약 20분 거리인 안부에 있는 첫 번째 갈림목에서 오른쪽(동쪽) 길로 접어들면 가래골을 거쳐 가평읍 이화리로 내려선다.
상천역 쪽으로 내려서려면 두 번째 갈림목에서 왼쪽(북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을 따르면 경춘선 열차가 관통하는 빛고개굴 위쪽 구도로로 내려선다.
도로를 만나는 지점에서 왼쪽 길을 따라 2.5km쯤 걸어가면 상천역이 나온다. 약 5시간. 산 서쪽 상천역 기점이 능선 종주 산행코스라면 산 동쪽인 산유리와 이화리 코스는 계곡과 능선 산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산행기점인 산유리는 가평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금대리행 노선버스로 약 7분 걸린다. 산행은 버스정류소인 산유리 새마을구판장에서 시작한다.
구판장 북서쪽으로 패어든 골짜기인 분자골로 400m가량 들어서다 계류를 건너 1.5km쯤 걸어가면 별장 한 채가 있는 합수목에 닿는다.
합수점을 뒤로하고 2~3분 더 오르면 방앗간 시설을 갖춘 농가가 나타난다.
농가를 지나 숲 속 산길을 따라 40분가량 올라가면 쌍묘를 지나고, 곧이어 주능선에 닿는다.
주능선에서 북쪽 능선길로 5분 거리에 이르면 삼거리를 지나간다.
삼거리에서 30분 거리인 헬기장을 지나면 곧이어 정상이다.
주발봉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내려다보이는 가평읍내와 경춘선 철길이 가로지르는 북한강 풍광이 일품이다.
가평읍내 너머 멀리로는 경기 제1봉인 화악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하산은 북쪽 능선길을 타고 20분 거리인 안부에 이른 다음 동쪽 가래골로 내려선다. 가래골로 내려서면 아름드리 노송 한 그루가 나타난다.
노송 앞을 지나 아름다운 계곡길을 따라 35분 거리인 뽕나무군락과 천수답을 지나면 가래골 버스정류소 앞이다.
맛집
상천리에서 약 1km 떨어진 경춘국도변 에덴휴게소 자율식당 (031-581-0577)은 음식이 맛깔스럽기로 소문나 있다. 우동·국수와 같은 면 종류에서, 양식, 한식 등 다양한 메뉴를 취급한다.
가는 길
경춘선 전철복선 상봉역에서 10~20분(05:10~23:00) 간격으로 춘천행 전동차가 운행한다. 단, 중간에 배차되는 급행열차는 상천역에 정차하지 않는다. 소요시간 45분, 요금 1,600원. 이화리 1일 6회(06:30, 09:00, 11:00, 14:20, 17:30, 19:20) 운행 약 10분. 가평시외버스터미널 031-582-2308.
보납산(寶納山․330m) / 가평군 - 가평역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오던 산줄기는 북한강이 앞을 가로막자 한번 휘감아 돌더니, 한북정맥이라는 새로운 줄기를 내놓고 다시 강을 피해서 남으로 내려간다. 한북정맥은 북한강을 따라 서해로 향해 뻗어나간다.
한북정맥도 몇 개의 작은 줄기를 북한강을 향해 하천 사이로 살며시 내려놓는다. 그 중의 하나가 화악지맥이다.
한북정맥 백운산에서 화악산으로 뻗어 내린 화악지맥은 가평천을 앞에 놓고 북한강을 향해서 맹렬히 달려가더니 끝자락 보납산에서 북한강과 마주하자 한껏 기세를 세우던 줄기도 강과 타협해서 강 속으로 사라진다.
백두대간 한북정맥 화악지맥의 마지막 정기를 간직한 곳이 바로 가평 보납산이다.
보납산(寶納山․330m), 유려히 흐르는 북한강과 그 북한강과 합류하기 위해 숨 죽여 흐르는 가평천의 굴곡을 양 옆으로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야트막하지만 암릉과 몇 개의 능선, 동굴 등 여느 산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을 전부 즐길 수 있는 산이다.
그 보납산이 12월 21일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보납산 들머리 중의 하나인 보광사 방향으로 남이역 전철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보납산은 특히 추사 김정희와 쌍벽을 이룬 조선 최고의 서예가 한호(호는 석봉)와 관련된 흔적으로도 유명하다. 한석봉은 선조 32년인 1599년 가평군수로 재직할 때 보납산을 유달리 좋아했다.
한호의 호 석봉(石峯)도 산 전체가 하나의 돌로 이뤄져 석봉이란 별칭으로 부른 보납산에서 따왔다는 일화도 있다. 또 2년 후 가평군수를 떠나면서 보납산에 벼룻돌과 아끼던 보물을 묻어두었다는 이야기도 아직까지 전한다.
그래서 산 이름도 ‘寶納山’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보광사 쪽으로 보납산 능선 종주를 했다. 보납산 올라가는 코스는 몇 개 있지만 가장 긴 코스인 가평읍 보광사 입구~보광사~체력단련장(보납삼거리)~보납산 정상~체력단련장~고개삼거리(물안삼거리)~동굴~물안산~주을고개~주을고개입구까지 총 7.7㎞를 선택했다.
주택가를 지나 보납산 들머리에 들어서자 보납산 등산안내도가 커다랗게 붙어있다. 3개 코스를 소개하고 있지만 보광사 입구에서 올라가는 등산로가 가장 일반적이다. 등산로는 시멘트로 보장된 널찍한 길이다.
왼쪽(서쪽)으로는 가파른 경사면에 참나무가 대형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보납산 정상으로 바로 질러 올라가는 길과 보광사를 거쳐 완만하게 올라가는 등산로로 나뉜다. 조금 둘러가지만 완만하게 올라가기로 했다.
보광사를 앞에 두고 솔숲 사이 등산로로 보납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란 이정표가 나왔다. 잠시 보광사에 둘렀다. 보광사는 1905년 창건한 흔히 볼 수 있는 절이지만, 절 뒤 조그만 산신각 안에 있는 동굴 속의 샘물에 눈길이 갔다. 동굴 샘물에서도 명필 한석봉의 자취를 전하고 있다.
1599년 한석봉이 가평군수로 부임하여 선정을 베풀던 당시 참선하며 기도처로 삼았다는 곳이다. 또 여기서 백성들의 안위와 풍년을 기원하는 천제를 봉행했다는 기록도 야사로 전해온다.
그 이후 동굴이 훼손 방지를 위해 그 앞에 산신각을 건립하여 한석봉의 영정을 봉안하고 보존하고 있다. 동굴은 길이가 약 20m 되는 자연동굴이며, 굴속으로 햇빛이 비치는 신비한 동굴이다.
바위 안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명경지수로, 마시면 머리가 총명해진다고 한다.
간혹 부정한 사람이 다녀가는 날이면 샘이 말라버리는 특성을 지닌 신비의 약수라고 전한다. 다시 솔숲 사이로 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솔가리들이 낙엽과 어울려 길을 포근하게 덮고 있다.
마치 담요를 깐 듯 등산로는 푹신푹신했다.
별로 높지 않다고 얕봤지만 능선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숨이 턱밑으로 차올라 거친 숨을 내쉬게 했다.
능선에 올라서니 운동기구 몇 개가 설치된 체력단련장이 나왔다.
길은 세 갈래다. 정상 가는 길과 물안산 가는 길로 나뉜다.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와 물안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상 가는 길은 가파르고 군데군데 밧줄까지 설치해놓았다.
야트막하다고 얕봤는데, 영 그게 아니다.
산림은 우거져 있고, 가파른 능선길은 자주 등장했다.
어디선가 “따딱~따딱~”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려왔다.
출발한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은 등산로에서 수차례나 딱따구리 소리가 들렸다. 요즘은 딱따구리를 자주 본다.
아마 자연생태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반증일 게다.
이름모를 새들도 여기저기서 서로 목소리를 뽐내듯 지저귀고 있다.
솔가리와 낙엽으로 어울린 푹신한 등산로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로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정상 봉우리가 멀지 않은 곳에 보였다.
정상 조금 못 미쳐 굽이져 흐르는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뿐만 아니라 우뚝 솟아오른 산과 산들의 능선이 보여주는 원근감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만끽했다. 보납산 정상비석을 밟고 다시 하산이다.
정상에서는 앞뒤로 북한강과 가평천이 흐르고 있다.
체력단련장으로 내려와 물안산과 강변산책로 방면으로 향했다.
물안산 방면 등산로는 능선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산 아래엔 북한강이 따라 흐른다. 조금 전부터 내리던 눈발이 점점 강해졌다.
눈앞을 가리더니 등산로에도 쌓이기 시작했다.
기온도 급격히 내려가 몸단장을 새로이 했다.
북한강을 내려다보며 능선 따라 가는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와 소나무들로 우거져 있다. 키가 너무 커서 여름엔 하늘도 제대로 보이질 않을 정도로 시원할 것 같다. 우거진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그 가지 위에 눈을 하나씩 둘씩 쌓아갔다.
쌓인 눈들은 바람이 불면 다시 새로운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날았다.
북한강 옆 강변도로로 달리는 차들은 “쌩쌩~” 소리를 내며 휙휙 지나갔다.
마침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어 이들의 모습과 북한강을 볼 수 있지, 여름이면 우거진 숲으로 아예 볼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삼거리다.
왼편(서쪽)으로는 ←마루산 1㎞․보납골 입구 2.7㎞, 물안산 1.7㎞․개곡리 3.1㎞ ↑, 보납산 2.2㎞↓ 이정표가 있다.
보납산 정상에서 2.2㎞ 온 셈이다. 물안산․개곡리 방향으로 직진이다.
중간에 빠지려고 하면 보납골 입구로 내려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바로 읍내로 진입해서 교통편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삼거리지만 GPS상으로 보납산 정상보다 40m나 높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능선타고 오르락내리락 한다.
평소 같으면 걷는 재미가 쏠쏠하겠지만 눈이 쌓인 등산로는 미끄러운데다 암벽까지 있어 다소 위험했다.
내려간 기온은 손까지 얼게 해 위치체크를 어렵게 했다.
눈 내리는 등산로 중간에 갑자기 수증기 같은 흰 연기가 자욱했다.
뭔가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등산로 저 앞에서 수증기가 솟아나는 곳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갔다.
깊게 파인 동굴 하나가 등산로 바로 옆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그 속에서 무취의 연기가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흰 연기는 나오고 있지만 끝이 어딘지 보이질 않을 정도로 깊었다.
확인할 길이 없다.
가평군에서 어떻게 된 동굴인지 내용을 파악해 이정표를 세우면 좋으련만.
동굴 주변엔 석봉이란 별명 그대로 돌투성이다.
돌 위에는 눈이 쌓여 더욱 미끄럽게 했다.
그런 중에 ‘추락주의 위험!’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그 앞에는 조그만 낭떠러지다. 조심조심 밧줄을 잡고 암벽 사이로 내려갔다.
곧이어 밧줄 잡고 올라가는 일명 수직바위가 연이어 있다.
능선 위로 올라서서 GPS로 고도를 확인하니 지금까지 온 능선과 봉우리 중에 가장 높은 453m를 가리켰다.
조금 오차가 있다 하더라도 400m는 더 되는 산이다.
아마 백두대간 한북정맥 화악지맥에서 뻗어 내려오다 강을 앞두고 마지막 산의 정기를 뽐내느라 솟구치고 강으로 산화한 것 아닌가 여겨졌다.
바로 밑에는 북한강이다.
내려가는 하산길은 별로 높지도 않은 산이 꽤나 급경사를 이룬다.
400m 고지에서 바로 100m 이하로 고도를 떨어뜨렸다.
눈은 더 내려 마치 미끄럼틀 타듯 내려 왔다.
산은 눈이 내려 온통 은세계로 만들었다.
눈 덮인 보납산 물안산은 어느덧 하얀 산으로 변해 있었다.
가파른 산은 임도로 접속되자 완만한 길로 변했다. 이곳이 바로 주을고개다.
주을고개 입구까지 임도를 따라 눈길 위로 조심조심 걸었다.
이정표는 목적지인 개곡리 1.2㎞, 보납산 정상 4㎞를 가리켰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눈 덮인 길을 걷다 툭 트인 임도를 걸으니 다소 지겨운 느낌이다. 하산길 주변엔 민박이나 펜션은 전혀 없고 민가 한 채에 개들만 열심히 짖어댔다. 주을고개 입구에 도착 직전 마지막 이정표가 있다.
보납산 정상 5.3㎞, 계관산이 8.3㎞ 떨어진 곳에 있다고 가리킨다.
해발 330m의 보납산과 438m(지리정보원 기준) 가량 되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결코 낮지 않은, 암릉과 수직바위, 긴 능선과 능선 상에 나오는 동굴 등 큰 산에서 볼만한 것들은 다 갖춘 그런 산이었다. 한마디로 얕볼 산이 아니었다.
그러나 북한강을 내려다보면서 걷는 능선길과 우거진 산림은 눈길이었지만 더욱 즐길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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