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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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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ktusjye/221341888435
밤까지 이어지는 무더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진다.
지난 주 3박 4일, 청주 여정이 있었으나
이미 몇 번 다녀온 터라
적당히 이동할 만한 거리에 새롭게 찾아들 만한 곳이 없었다
그리고 이틀 휴가를 얻은 지난 주말,
친지분들과 인제 부모님댁 나들이를 하면서
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진동호 둘레길을 걷고
곰배령을 한 번 더 다녀온것이 8월 여정의 전부다.
이런 저런 핑계로 8월 들어 게을러진 셈이다.
느슨해진 마음도 다잡을 겸,
마침 휴가가 끼어 출장 일정이 잡히지 않은 날
수락산을 찾아 조금 일찍 길을 나선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암역에 내린다.
장암역은 서울시 지하철의
유일한 단선 선로가 연결되어있는 역사다.
하나 있는 출구를 나와 직선방향 횡단보도를 건너
들머리를 찾아간다.
들머리가 시작되는 인근,
유원지를 낀 식당들이 줄지어있다.
자연의 모습으로 복원된 북한산 등산로를 떠올리면
이곳도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
깨끗하게 정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계곡은 한동안 이어진 가뭄에 물이 말라있다.
초입에 정자 터 주춧돌만 남아있다.
조선 후기 학자이자 문인인 서계 박세당이
김시습을 기리고자 영정을 모신 '청절사'라는 사당을 건립한다.
후에 김시습이 생을 마친 부여에 영당을 짓게되자
이름만 남게된다.
노량진에 박세당의 아들,
정재 박태보를 기리는 '노강서원'이 있었는데
한국전쟁 통에 훼철되자 1969년 청절사 터로 옮겨 재건립하였다
'노강서원' 아래 있던 정자로
박세당이 청절사를 지으며 함께 세워
후학들에게 강론하던 곳으로 '청풍정'이라고 하였다.
현재는 주춧돌만 남아있다.
'노강서원'이다.
16세의 나이로 문과에 장원급제한 정재 박태보는
성품이 강직하여 파주목사로 재직하며
의에 반하는 조정의 정책에 따르지 않아 파직된다.
기사환국으로 인현왕후가 폐위될 지경에 이르자
이를 반대하는 상소를 주동하여 올리다
진도로 유배가던 중 노량진에서 세상을 떠난다.
후에 갑술환국으로 인현왕후가 복위되고
그의 충절과 학문이 높이 평가되며
노량진에 '노강서원'을 세우고 편액을 내린다.
흥선대원군의 전국 서원철폐 조치에도
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다.
'수락산 석림사' 일주문이다.
등산로가 사찰로 이어져 일주문을 들어선다.
'수락산 등산안내도' 이다
시간이 촉박할듯 하여 사찰 경내로 들어설수 없다
'석림사'는 반남 박씨의 재궁절로
서계 박세당의 시주로 창건하여 '석림암'이라고 하였다.
대홍수로 암자가 유실된 후
매월당 김시습을 모시는 '청절사'를 건립하며
축원당으로 석림암을 복원했다고 전한다.
홍수와 전란으로 몇 차례 유실된 후
중창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부도와 비석이 몇 기 보인다.
사찰 입구에서 계곡을 건너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사찰부지가 얼마나 넓은지
양쪽 철망을 둘러놓은 사이에 등산로가 나있다.
계곡은 바짝 말랐지만
물이 흐르는지 웅덩이가 물이 비교적 깨끗하다.
메마른 암반에
마지막까지 흐른 물이 습한 자욱을 남겼다.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며
길은 대체로 완만한 오르막을 보인다.
정상으로 바로 올라가기 보다는
'기차(홈통)바위' 방향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길을 잡는다.
툭툭,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꽤 굵다.
가을은 닿을수 없는 먼곳에서
아직 미동도 않는데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있다.
왠지 전에 보던 황금색보다는
검게 변한 색깔이 뜨거운 날씨가 남긴 화상같다.
계곡가 돌무더기가 포개고 기대어
다양한 모습으로 엉켜있다.
길은 갈라지면서 다시 이어진다.
길 흔적은 때로는 또렷이,
때로는 위장처럼 숨어 잠시나마 맴돌게 만든다.
능선에 다다르자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이 파랗게 열린다.
능선에서 처음 만나는 원경이다.
도봉산이 건너다 보인다.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계단을 올라간다.
의정부 방면 조망이다.
전형적인 여름하늘,
구름이 양떼처럼 유영한다.
무더위를 몰고온 고기압이
미세먼지를 밀어낸 하늘이 청명하다.
암벽에 일부러 파놓은듯 홈이 두 줄로 나있다.
'기차바위' 또는 '홈통바위'라고도 부른다.
70도 이상 경사를 이루고있다.
우회로 이용안내문이 붙어있다.
왼쪽이 우회로다.
굳이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난하지는 않아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는 뜻일터,
정상, 주봉을 향하여 기차바위를 오르기로 한다.
오륙십도 경사의 바위를 서넛 지나자
칠십도가 넘는, 직각에 가까운 암벽이 나타난다.
마음은 되돌아가라하는데
촉박한 시간은 머리를 부채질한다.
혹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조금만 돌면 무난한 길이 있을까,
마침 단체로 온 등산객 후미로 남아있는 이에게 묻는다.
"옆으로는 길이 없습니다.
되돌아가셔서 갈림길에서 우회로를 따라가야합니다."
오랫동안 망설일수는 없다.
다행히 튼튼해 보이는 로프에 의지한,
여성분들도 매달려 오르고 있다는데 자극을 받아
나도 후미에 매달려 밧줄을 잡는다.
'ㄴ'자로 매달려 아래쪽을 보지않고
최대한 빠르게 오른다.
쇠난간을 넘어서자 비로소 안도는 되는데
올랐던 암벽을 내려다보니 뿌듯한 한편 현기증이 인다.
그래도 원경 사진을 담는다.
북한산과 도봉산이 건너다 보인다.
능선 흙길에 올라서자
비로소 짜릿했던 시간은 내것이 된다.
다시는 선택하지 않을 귀한 경험이었다.
건너편 높은 봉우리에
우뚝 솟아오른 바위위에 태극기가 나부낀다.
'주봉'인 정상이다.
능선따라 완만하게 오르는 길에
몸통만큼이나 우람한 뿌리를 드러낸 소나무가 멋지다
정상바로 아래 갈림길이다.
가운데로도 오르는 길이 있어보이는데
두 번 다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정상 턱밑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른다.
안부에서 올라왔던 곳으로 짐작되는 방향을 돌아본다.
해발 637터,수락산 정상 '주봉'이다.
내원암으로 이어지는 청학동계곡 주변
금류, 은류, 옥류, 세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이루는 경관이 아름다워
'수락(水落)'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 한다.
밑에서 올려다 볼 때만 해도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너머로 하산길을 잡았는지 인적이 없다.
주봉 표지석 위 바위를 오르려고 둘러보지만
딛고 올라설 만한 틈이 없는 직벽이다.
아쉬운대로 셀카로 정상에 오른 인증을 남긴다.
북쪽 지척에 또 다른 암봉이 보이는데
위험을 감내하기엔 방금 교훈이 너무 크다.
서쪽에서 북쪽방향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담아보았다.
주봉 표지석을 이룬 바위가 포개진 곳에
자연스레 터널이 생겼다.
혹시 뒷편으로 돌면 오를만한 곳이 있을까
지나가 돌아보지만 역시 직벽이다.
하산방향으로 잡은 계단 주위로
하나인듯 또는 떨어진듯 바위가 기묘하다.
남쪽방면으로 불암산이 너머 보인다.
마천루처럼 우뚝 솟은 롯데타워도
거리에 비해 깨끗하게 보인다.
계단을 내려선 안부에서 정상을 올려다 본다.
반듯하게 다듬은 듯한 바위에서 기품이 풍긴다.
'철모바위'다.
콧구멍을 닮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시간상, 아니 안전상
철모밑으로 오르는 것은 포기한다.
637미터라는 높이에 하산길을 짐작하면
가파르리라는 느낌이 든다.
역시 짐작대로 가파른 내리막이
긴 나무계단으로 떨어져내린다.
돌출된 안부에서 도봉산을 건너다 본다.
내려서야 할 계단이 아래로 뻗어간다.
계단을 내려 돌아나와 뒤돌아보니
비스듬이 기대인 바위가
위에서 밀면 떨어질듯도 하다.
옆모습이 문인석 같다.
이제부터는 쇠기둥에 달린 철로프에 의지해
바위를 타고 내려간다.
오륙십도를 넘나드는 경사가 계속 이어지며
손아귀에 힘을 주게 만든다.
산을 오르던 등산객이 한 뼘 남짓
바위틈에 자란 얄팍한 소나무가 드리운 그늘에서
잠시 쉼을 하고있다.
어떤 형벌을 받아 저리 붙박였을까?
만물에 윤회가 있다면
풍상에 몇 만 년을 시달려야 바스러져
다음 생으로 거듭날수 있을테다.
쇠난간이 곳곳에서 좌우로,
혹은 아래로 갈림길을 만든다.
스마트폰 앱에 대개 의지하지만
만나는 등산객이 있으면 종종 길을 묻는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한동안 이어진다.
급한 암벽길은 거의 내려온듯 싶다.
암벽에서 떨어진 부스러기가 토양이 되고
바람에 혹은 새들이 물어 나른 씨가
점차 숲을 이룬 나무가 만든 그늘이 반갑다.
바위 위 쇠난간을 잡고 가는데
아래로 등산로가 보인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아
곧 만나지게 되리라.
고개마루가 보인다.
'깔딱고개'다.
등산하는 이에게 그 이름만큼 고달픈 것도 드물다.
깔딱고개를 올려다 본다.
아니나다를까, 급한 경사를 이루는 길에
투성이인 크고작은 돌로 만든 계단이 한동안 이어진다.
다행히 돌계단이 평평하게 놓여져
바쁜 걸음을 재촉해 뛰듯 내려온다.
노란색 '국가지점번호'표지가 눈에 확실하게 띈다.
구급구난시 구조를 위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수 있겠다.
그 옆에는 응급구조함도 설치되어있다.
내려왔던 길을 잠시 돌아본다.
이제는 흙길에 다다랐는가 싶었는데,
아직은 아니다.
쉼터에 벤치가 놓여있지만
지금같은 무더운 여름에야 그늘을 찾아 앉겠다.
'벽운계곡'이 건천이 되어 아래로 향한다.
마른 계곡을 이쪽 저쪽으로 건넌다.
바위의 육중한 기세는
아직도 끝이 아니라고 위협한다.
앱에서는 '물개바위'가 인근에 있다고 표시하는데
물어볼 사람도, 차분히 둘러볼 시간도 없다.
계곡 사이 바위틈에 아직도 흐르는 물이 있는지
구석구석에서 왁자한 사람들 말소리가 들려온다.
계곡을 건너는 목교 너머 쉼터, 정자가 보인다.
배드민턴장과 체육시설이 보인다.
쫄쫄쫄, 물흐르는 소리가 반갑다.
준비해온 500미리리터짜리 생수는
아껴먹는다고 했지만 바닥나버렸다.
소리를 찾아간다.
플라스틱 호스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다.
마침 운동중인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마실수 없는 물이라는 대답이다.
아쉬운대로 땀을 씻어낼 요량을 한다.
아래 통에 고인 물을 바가지로 떠 세수를 하는데
두 번째 뜨니 이물질이 따라 올라온다.
바가지 물을 버리고 흘러내리는 물에
팔목에 땀까지 씻어낸다.
산행을 시작했던 석림사계곡에서는
들을수 없었던 사람소리가 이곳에서는 계속이어진다.
아마도 벽운계곡 곳곳에 솟아나는 물길이 있는듯 하다.
산을 오르는 사람을 심심찮게 만난다.
하기사 조금 험하긴 해도
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으니 늦은 시간은 아니다.
하류 계곡 암반 나무 그늘 아래
무더위를 피해 잠을 청하는 이들도 보인다.
멀지않은 곳에서 확실한 피서를 누린다.
이제 길은 거의 평지를 이룬다.
등산로와 나란한 계곡에는
바닥이 드러나 있고 물웅덩이만 간간히 보인다.
역시 고이지 않고 흘러내리는지 깨끗하다.
이제 곧 날머리에 닿는다.
계곡을 낀 식당들이 성업중이다.
건물 외 천막이나 계곡에 자리를 펼친영업장은 불법이라고,
이용하지 말라고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평일 늦은 점심시간에도 천막아래 자리가 제법 차있다.
화장실 벽면에 시조가 걸려있다.
매월당 김시습의 '수락산의 남은 노을'이다.
오른쪽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건너
'치유, 명상의 숲'이 있다고 이정표는 안내한다.
계곡을 건너다 본 곳,
아주 넓은 터에 시설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그 사이를 산책하는 사람들도 몇 보인다.
약수터 이정표가 있어 부지런히 찾아왔다.
'벽운동천 약수터'다.
한 분이 손을 씻고 있다.
오른쪽에 수질 검사표가 붙어있는데
'음용 부적합' 판정이다.
아쉽지만 지나친다.
나에게는 날머리지만
산을 오르는 초입에 수락산 표지석과
벽운마을 표지석이 세워져있다.
대로변 입구로 나서자
수락산 벽운계곡 안내표지가 멋들어진다.
대로로 나서 그늘을 찾아 횡단보도를 건너
수락산역에 이르러 지하철을 이용해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옛날 수락산에 올랐던 적이 있을테지만
사실 백지나 다름 없었다.
힘들었던 산행에 비하면
기행문을 정리하며 수락산을 검색하니
'산길이 험하지 않고', '산세는 비교적 험하지 않으며'라고 표현하고 있다.
내가 올랐던 코스가 유독 그랬던 것일까?
해발 638미터, 높지 않다는 표현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거리가 짧은 대신 정상부 경사가 급하다.
수락산 산행, 느낌을 말하자면
경험하지 않은 다른 코스는 몰라도
수락산역 또는 장암역에서 시작하거나 끝나는 수락산행은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해야할것 같다.
수락산,
도심 근교에서 다양한 산길을 경험할수 있는
참 좋은 산이다.
다음번 다른 코스로 다시 한 번 찾아야겠다.
그 때는 여유를 가지고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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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녹음속은 늘 좋습니다. ^^
수락산은 저에게 추억이 많은 곳이지요
깔딱고개 치마바위 기암괴석에
신비로움으로 쌓인 절경에 반한 곳입니다
사진 첨부하시고 일일이 설명까지 상세히 하시면서
올리시는 노고와 열정에 감탄을합니다
휴가를 잘 보내셨는데
날씨가 요즈음 같아도 좋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