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난(亂)-2
사해방 총단과 팔마당 총단에서 벌어진 혈전과 장강에서 시작해 파양호 수전까지 다섯 달간
의 전쟁으로 강남의 민심은 험악해졌다. 게다가 관군이 출동해 수적들의 본거지를 쓸기 시
작하자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언제 어디서 피 튀기는 전투가 벌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했고
불안에 빠져 있었다.
일반 여염집이 이 정도였으니 강호에 이름을 내걸은 가문이나 문파는 두 말할 필요가 없었
다. 언제 어디서 자신을 노리는 칼날이 날아올지 몰라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었다. 그
러나 강북에 비하면 강남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푸른 늑대조각으로 인해 하북성에 적을 둔 강호의 세력들은 초토화되고 있었다. 무성한 헛
소문들이 각 세력을 하나같이 침몰시켰고 혈방을 공격하는 북해방의 세력은 강북 전체를 떨
게 했다. 북해방의 주축인 북해오각은 혈방의 씨를 말리기로 작정했는지 하루도 쉬지 않고
공격을 했다.
특히 하북성에 있던 혈방의 분타는 북해방의 공격을 받아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오직 총
단만 홀로 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산서성이나 산동성, 하남성, 섬서성에 있는 혈방의 지
단들마저 그 지역에 분포돼 있던 세력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혈방의 위세에 눌려지냈던 육문칠가를 비롯해 구대문파의 대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혈방의 하남성 지단은 소림사를 주축으로 정도세력이 아예 사파 전체를 끝장내려고 작정했
는지 전력을 다해 움직였고 화산파는 혈방 세력을 몰아내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나마 산서성과 산동성에 있는 혈방의 지단은 멸망을 피할 수 있었지만 산발적인 공격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멸망당한 혈방의 지단이나 분타의 소속원들은 총단으로 피신했다.
그 덕분에 혈방 총단은 밀려드는 인원으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충된
인원으로 철옹성으로 변해 갔다.
강북전역에 깔린 혈방의 지단과 분타를 더 이상 공격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북
해방은 전력을 모아 혈방 총단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북해방주가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
를 시작했다. 게다가 동창의 수반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소림사와 화산파에 지원을 요청했
다. 모든 것이 조덕환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을 때 신창 서문종이 움직였다.
신창 서문종은 사신대를 이끌고 천진에 있는 북해방 총단을 공격했다. 북해방 총단의 위치
는 이원에서 예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전 세력이 빠져나가 빈집이나 다름없는 북해방
총단을 지키는 무사들도 위치가 알려져 있지 않다고 방심하고 있어 경비는 허술했다.
단 반나절만에 북해방 총단은 지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신창 서문종은 북해방 총단이 파괴
된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남은 세력들을 박멸하기로 했다. 두 번째 사냥감은 북해오각이었
다. 신창 서문종은 사신단을 독려하며 최단 시간으로 사냥터로 이동했다.
그 동안 하북성에 있는 혈방의 분타를 박살내며 돌아다니던 북마각(北馬閣)은 북해방주의
집결명령을 받고 이동 중이었다.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혈방 총단이 있는 화북평야였다.
"각주님."
"무슨 일이냐?"
북마각주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부하를 쳐다보았다.
"설마 이 골짜기를 넘어갈 생각입니까?"
"그렇다."
"그건 안 됩니다."
"안 돼?"
부하가 반대의사를 드러내자 북마각주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노려보았다.
"이 골짜기는 골이 깊고 빠져나갈 곳이 없습니다. 만약 기습을 받으면 치명적입니다."
"흥, 어느 누가 북마각을 노리겠느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아라."
북마각주는 어느새 오만해져 있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격전을 치르는 동안 단 한번의 패
배없이 대승을 거둔 게 문제였다. 북마각주는 그 동안 북해오각의 다른 각주들에 비해 능
력이 떨어져 발언권이나 세력이 밀렸었다.
그러나 지난날과 달리 혈방 분타를 상대로 얻은 승리가 있으니 더 이상 다른 각주들에게 밀
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과대망상으로 발전해 심각한 상태까지 가있었다.
"각주님. 위험합니다."
"닥치지 못할까! 내가 있고 천하제일인 북마각이 있는데 누가 덤빈단 말이냐! 그리고 방주
님의 호출 명령이 떨어졌는데 저 따위 골짜기가 두려워 길을 우회하란 말이냐? 한 시라도
늦어서는 안 되거늘... 다시 한 번만 그 주둥이를 놀리면 저승구경을 시켜 주겠다."
북마각주의 서슬이 시퍼런 협박은 부하의 입을 다물게 했다.
"흥! 어서 가서 다른 놈들 얼굴을 봐야지. 그 건방진 북혈각주와 애송이 북풍각주의 얼굴을
말이야."
북혈각주와 북풍각주가 방주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해 목숨이 위험하다는 소문이 북해방에
돌고 있었다. 평소 북혈각주에게 눌려지냈던 북마각주에게는 무척 즐거운 소식이었다. 게
다가 북마각주는 악중악이 북풍각주를 됐다는 소식을 듣고 질투심과 증오를 느끼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의 목숨이 북해오각의 집결지에서 처단된다는 정보를 들은 북마각주는 한 시라도
늦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서 가자."
북마각주는 부하들을 깊숙한 골짜기로 몰았다. 수풀로 가득한 골짜기에는 백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매복하고 있었다. 그들은 사신대 중에 청룡대의 무인들이었다.
"저렇게 어리석은 놈이 있는가?"
"보고서에 있는 내용과 한 치의 틀림도 없이 똑같습니다."
청룡대주도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저런 놈이 지휘를 맡고 있으니 북마각이 북해오각에서 가장 떨어지는 세력이란 평을 받는
것이지. 참으로 어리석은 놈이로다."
"그 덕분에 저희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허허... 그렇기는 하다만 너무 어이가 없구나."
서문종은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사신대의 무인들 전원이 서문종과 같은 생각을 하는
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저렇게 어리석은 자들을 상대하려고 주야를 가리지 않고 달려온
것이 한심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북마각이 골짜기 안으로 들어오자 청룡대 대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북마각
전원이 골짜기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들키면 모든 게 허사이기 때문이었다.
"저런 바보인줄 모르고 주작대와 현무대를 우회로에 매복시켰으니 우습기만 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청룡대주와 서문종은 쓴웃음을 지었다. 서문종은 창을 땅에 꽂고 옆에 모아둔 죽창을 잡았
다.
"저런 놈에겐 창도 아깝다."
"시작하시겠습니까?"
"다 들어온 것 같으니 이제 시작해야지. 그나마 주작대주와 현무대주에게 저놈들이 골짜기
에 들어오면 퇴로를 막으라고 명령을 내린 게 다행이지 않은가."
신창 서문종은 죽창을 잡은 채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북마각주를 향해 죽창을 집어
던졌다. 죽창은 가공할 속도로 내리 꽂혔다.
"크악."
죽창은 북마각주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 타고 있던 말의 복부까지 관통해 버렸다.
"저, 적이다!"
그러나 그들이 눈치챘을 땐 너무 늦었다. 서문종이 죽창을 던진 순간 청룡대 대원들이 화
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화살들이 북마각 무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으아악."
"쿠악!"
사방에 비명이 가득했고 고슴도치로 변해 죽어 가는 자들이 속출했다. 단 일각 동안 쏟아
지 화살의 비는 북마각 무사들의 반을 저승으로 보내버렸다. 그나마 눈치 빠르게 방패를
들어 한 생명을 유지한 자들도 군데 군데 화살이 한 두발은 박혀 있었다.
"공격해라."
더 이상 활로 공격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청룡대주는 돌진을 명령했다.
"우와와~."
청룡대는 함성을 지르며 북마각을 향해 쇄도했다. 수적으로는 아직 북마각이 우위였지만
각 개인의 역량과 사기는 청룡대가 절대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청룡대에는 신창
서문종이 있었다. 서문종은 방패를 모아 귀갑진(龜甲陣)을 형성한 곳을 향해 죽창을 던졌다.
윙.
콰쾅.
"크아악..."
"으악."
스무 명에서 서른 명이 모여 강철 방패로 만든 귀갑진이 죽창 하나에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강렬한 충격파는 그들에게 떼죽음을 선사했다. 서문종이 장난삼아 던지는 죽창에 죽어간
자의 수만 백 명이 넘었으니 북마각의 남은 무인들은 청룡대를 막을 여력이라고 한푼도 남
지 않았다.
그나마 살려고 도주하는 자들도 벌써 퇴로를 봉쇄한 현무대와 주작대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
다. 북마각이 전멸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이 각에 불과했고 사신대는 모두 합해 십여명
정도 사상(死傷)을 당한 것이 피해의 모든 것이었다.
서문종은 도살이 끝나자 두 번째 목표인 북사각(北獅閣)을 향해 움직였다. 북사각은 북해오
각의 다섯 세력 중에 단위 전투 능력은 가장 뛰어난 세력이다. 호위가 주 업무인 북룡각이
나, 암살전문인 북혈각, 정보담당인 북풍각과 달리 북사각은 전투집단이었다.
북마각도 북사각과 같이 전투집단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질적차이는 천지차이였다. 게다가
북사각주인 사자철권(獅子鐵拳) 도정각은 순수한 무위로 따져 북해방 제 2위의 고수였다.
북해방주가 자금성을 비운 순간 고신은 황제를 알현했다. 알현을 시작한 지 한 식경이 되
기도 전에 고신은 황명이 적힌 어지를 두 장을 들고 나왔다. 한 장은 조덕환을 동창 수반
에서 파직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군부에 가는 어지로 조덕환의 숨통을 끊을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고신
은 경사삼대영 중에 하나인 오군영을 향했다. 오군영을 지휘하는 오군도독 한우령에게 어
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오군도독 한 우령은 어지를 받자마자 황명에 따라 움직였다. 어지에는 조덕환을 압송할 것
과 동창에 깔려 있는 심복과 사조직을 정리하는 명령이 들어 있었다. 황명을 모두 낭독한
고신은 한우령에게 말했다.
"한 장군. 황명을 어서 집행하십시오."
고신에게 어지를 전해 받은 뒤 한우령은 굽혔던 무릎을 폈다.
"지엄한 황명을 어찌 한 시라도 놓칠 수 있겠습니까. 내 바로 실행하리다."
"좋소이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결할 생각이시오?"
"조환을 압송하는 게 선결이지만 일단 동창부터 정리를 해야할 것 같소이다."
"옳소이다. 한 장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단을 미리 차단해야지요. 그런데 문제는 동창 소
속인 무예의 고수들인데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시오?"
고신은 동창의 세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민이 앞섰다. 비록 이원의 고수들이 자신을 보
호하고 있지만 그들의 힘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강호인들을 상대할 별기군을 미리 만들어 두었소이다. 그들이면 충분히 해내리라 믿소."
"알겠소이다. 그럼 장군을 믿고 이만 가보리다."
"지엄한 황명을 한시라도 이행해야하니 여기서 배웅하는 것을 용서하시오."
"아니올시다. 한 장군. 그럼 이만 소관은 가보겠소이다."
고신은 한우령의 인사를 받고 자금성으로 향했다. 한우령은 멀어져 가는 고신의 뒷모습을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환관 따위가 군부에 함부로 오다니... 으드득."
한우령은 환관을 증오하고 있었다.
"제장(諸將)들은 모두 들어라."
"하명하소서."
오군영 소속의 장수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황명에 따라 동창을 정리하고 조환을 체포한다. 지금 당장 별기군의 소집을 명령한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비록 동창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이번 기회에 환관들에게 군부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다시
는 군부에 와서 설치지 못하도록 말이다."
"알겠습니다. 도독."
장수들의 눈에 혁혁한 광채가 빛났다. 마치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 희열이 가득했다. 남성
적인 군인은 환관들과 생리적으로 맞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환관을 증오하는 이
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저지른 전횡 때문이었다.
특히 동창은 장수들에게도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동창의 사조직을 정리하라는 황명은
장수들에게 합법적으로 칼을 휘두를 수 있게 했으니 희열이 가득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나라를 좀먹는 환관과 강호의 도적들 때문에 수많은 민초들이 고통을 받았다. 비록
그들을 모두 없앨 수는 없지만 앞으로 다시는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도록 우리 군인들의 모
습을 확실하게 보여주도록 하라."
"명심봉행(銘心奉行)하겠습니다."
장수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감 장군."
"하명하소서."
"그대는 강 천호에게 두 번째 작전을 시행하라는 알려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소림사와 화산파 소속의 장수를 불러오도록 하라."
강백에게 명령을 내리는 이유는 이해가 갔지만 뜬금없이 소림사와 화산파 출신의 무장을 불
러오라는 한우령의 명령은 의아했다. 그러나 감 장군은 토를 달지 않았다. 상명하복의 군
인이 상관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론을 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장수들이 명령대로 움직이기 위해 모두 나가자 홀로 남은 한우령은 의자에 앉아 싸늘한 미
소를 지었다.
"소림사와 화산파가 끼면 심각해지지. 어째든 모든 게 서문 어른의 생각대로 움직이는군."
한우령의 독백은 조덕환에게 치명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
조덕환은 자금성에서 어떤 사태가 발생한 지도 모르고 화북평야에서 북해오각의 집결을 기
다리고 있었다. 북룡각 전체를 끌고 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그들을 기다렸지만 생각보다
늦게 도착하는 그들의 굼뜬 행동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너무 늦는군."
"혈방의 잔당을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만 고정하시고 잠시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북해방주의 좌측에 시립하고 있던 북룡각주는 입가에 징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신
임 북룡각주는 뜻밖에도 동창의 교 첩형으로 그는 북해방주의 대제자였다.
"흥, 너는 오늘 등곡과 악중악이 죽는 것이 그리도 기쁜 것이냐"
북해방주는 교 첩형의 웃음 속에 숨어 있는 마음을 한눈에 읽어 내렸다.
"아닙니다. 소신이 어찌 그런 흉측한 마음을 가지겠습니까? 두 사람 다 제게는 사제요,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입니다."
"과연 그럴까?"
북해방주는 무릎을 끓고 결백을 주장하는 교 첩형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교 첩형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누구보다 북해방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 마
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동안 그리 아끼던 제자나 부하의 목숨을 오이를 따듯 앗아가 버리는
잔혹한 성격을 무수히 보아왔던 것이다.
"좌 호법."
"하명하십시오."
태을궁의 참변으로 인해 오른 팔과 왼쪽 눈이 사라지고 붉은 얼굴이 화상으로 참혹하게 변
해버린 적면인도 안순의 대답은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아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북혈각주와 북풍각주, 그리고 우호법은 근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내 명령을 수행
하지 못했네.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방주님의 명령은 지엄해 천명(天命)과 다를 봐 없습니다. 그런데 방주님께서 자비롭게 일년
이라는 시간을 주었음에도 이행치 못했으니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맞네.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지.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자비를 내릴 생각이네."
백분을 발라 새하얀 북해방주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보는 사람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그
러나 북해방주 주위에 있는 그 누구도 두려움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 순간 죽음이라는 선
물을 받는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곡과 악중악이 북혈각과 북풍각의 정예를 끌고 나타난 것은 북해방주가 내린 소집령의 날
짜보다 하루가 지난 뒤였다. 그러나 등곡과 악중악의 안색은 태평해 보였고 두려움이라고
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북해방주를 배알(拜謁)하러 가면서도 그들의 표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지만 경라흉살 강천리는 약간의 두려움을 드러냈다.
"방주님을 뵙습니다."
북해방주 면전에 도착한 세 사람은 일제히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내가 내린 명령대로 악삼이란 놈과 오행도는 어디에 있느냐?"
"둘 다 구하지 못했습니다."
등곡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뻣뻣하게 서 있는 것을 보니 뭔가 믿는 게 있는가 보구나."
"그런 건 없습니다."
"호오! 그래... 중악. 너도 마찬가지이냐?"
북해방주는 시선을 악중악에게 돌렸다.
"저는 있습니다."
"있다..."
자신에 찬 악중악의 눈빛은 북해방주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북해방주는 악중악을 구석구석
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저런 것인지 궁금한 것이었다.
'그렇군... 무학이 급상승했어...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음양팔반장을 완성한 것 같군.'
악중악이 뜻밖에도 음양팔반장을 완성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자신보다는 두 수
아래지만 북해방의 제2의 고수인 북사각주를 버금갈 뿐 아니라 대제자인 교 첩형보다 월등
히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대환일기공을 익히 북룡각주보다 강해졌구나. 그러나 그 정도 무학을 믿는다면 무척 큰 오
산을 한 것이다."
북룡각주는 악중악이 자신보다 강해졌다는 북해방주의 확언을 듣고 안색이 변했다. 두 눈
에 떠오른 것은 질투였고 참을 수 없는 증오였다.
"무공을 믿지 않습니다. 게다가 강호에는 제가 이룬 경지 정도는 우습게 여기는 고수들이
가득한데 무슨 무공을 믿고 오만 방자한 행동을 하겠습니까."
"흠... 그럼 무엇이더냐?"
"북해방이 처한 지경이 저를 구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건 무슨 뜻이냐?"
악중악이 내뱉은 한 마디 한마디가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 할 수 있었다.
"총단이 붕괴된 것을 알고 계십니까?"
"지금 뭐라고 말했느냐?"
"3일전 총단이 공격을 받고 붕괴됐습니다."
"누구 짓이냐?"
북해방주는 거칠게 질문했다.
"지금은 모릅니다."
"그렇다면 언제 알 수 있느냐?"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나하고 장난하자는 것이냐?"
북해방주의 두 눈동자에서 새파란 광채가 쏟아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눈빛
이었지만 악중악의 안색은 평온하기만 했다.
"좋아. 좋아... 네 호기를 봐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좋아할 것은 없다. 나는 너희들이 오면 모두 혈방 총단을 공격하라고 명령할 셈이었다. 오
직 너희 셋만 말이다."
"싸우다 죽을 수 있는 영광된 자리는 언제든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북해방주의 악독한 생각을 악중악은 가볍게 받아들였다.
"호기가 넘치는구나. 일년도 되지 않아 이렇게 크다니 사부의 입장으로 매우 기쁘구나."
"감사합니다. 사부님."
"좋아. 네가 이렇게 나서는 것은 분명 총단을 공격한 무도한 놈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믿겠다. 나의 믿음은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악중악은 예상한대로 북해방주가 행동하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등곡과
강천리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살아났다는 현실에 감사를 드리고 있었
다. 처음 소집령을 받았을 때 세 사람은 도살장을 향하는 가축의 심정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집결지 근처에 도달했을 때 북해방 총단이 의문의 조직에 의해 붕괴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 순간 악중악은 활로를 찾아냈다. 악중악은 등곡과 강천리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두 사람은 어차피 죽은목숨이라고 생각해 악중악의 의견에 따라 움직였다.
세 사람이 무사하게 되자 북룡각주는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그러나 속마음을 바로 숨기고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띄우며...
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잘 봅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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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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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