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참 인기리에 반영되고 있는 <태조 왕건>. 이 드라마의 취지가 외세의 힘이 개입되지 않은, 우리 자체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바램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대하드라마를 보다보면 그때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것들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대하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연 <용의 눈물>도 97년도에 있을 대권을 겨냥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대하드라마의 홍수시대라 할만큼 많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에서 <여인천하>를 보더라도 무엇을 나타내려고 하는지 대강 알수가 있습니다. 유난히도 여자들의 힘이 강했던 중종, 인종, 명종때의 정치상황을 나타냄으로써 이제는 여자들의 권리를 신장시키려는 뜻을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요. 그러면 다시 초점을 <태조왕건>에게 돌리면 우리는 외세의 힘이 개입되지 않은, 자체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어낸 태조왕건을 드라마에서는 거의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태조왕건은 과연 불세출의 영웅일까요? 물론 태조 왕건이 이루어낸 빛나는 업적을 잘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잘못이 있습니다. 물론 그 이유를 쿠데타(?)로 성립된 정권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요. 우리는 예전부터 <장보고>를 바다의 왕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장보고가 해양을 든든하게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왕건 또한 해양세력을 기반으로 일어난 지방 호족입니다. 그러나 쿠데타로 집권한 왕건은 자신과 같은 정권의 재탄생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그때부터 해양세력을 철저하게 핍박합니다. 그럼으로써 장보고 이래로 해양을 지배했던 인물을 우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독도문제로 일본과 외교마찰을 일으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 드라마를 보면 4공신의 추대가 있었기 때문에 왕위에 올랐지 자신은 전혀 딴뜻이 없다고 묘사했는데 아니 이세상에 쿠데타로 왕위에 오른 사람이 자신은 전혀 왕위에 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요. 더군다나 분명 조정에서는 이상한 조짐이 있었고 차기 왕위에 자신이 오를것이라는 여론을 분명 왕건 자신이 알고 있었을텐데 거기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묘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옛날사람들은 뭐 세속적인 욕망을 초월해서 언제나 점잖고 욕심이 없다고 예전부터 사극에서 그렇게 묘사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오히려 옛날사람들이 술버릇이 심했고 말을 함부로 했으며 욕망 또한 훨씬 원초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극중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데 외세의 힘을 빌어서 통일을 이룩한것을 비꼬고 있던데 저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것이 오직 외세의 힘을 빌어서 이룩한것 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불교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고구려와 백제는 왕실에서 적극적으로 불교를 받아들였지만 신라는 이차돈의 순교가 있은 후에 불교를 받아들이지 않습니까. 옛날에도 그랬을테지만 정책을 실행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위에서부터의 개혁보다는 민중이 주도권을 가진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훨씬 힘을 발합니다. 이렇게 주체적으로 불교를 받아들인 신라는 어떤 나라보다 단합이 잘되었을것이고 국난을 쉽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랑의 정신이 삼국통일을 이룩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외세의 힘을 빌린것은 삼국통일을 이룩하는데 하나의 방법이 된 필요조건이지 결코 충분조건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건 바로 오랫동안 우리들이 일제의 식민사관에 길들어져 있다는 증거가 될겁니다. 그런 일제의 식민사관을 아무렇지 않게 전국적으로 방영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방의 호족들을 다스리기 위해서 혼인정책을 폈다고 하는데 물론 정치적인 계산도 있겠지만 태조 자신의 호색도 그 정책에 일조했을겁니다.
그렇게 많은 부인들 중에 많은 자식들이 태어나는 관계로 태조 사후에 피튀기는 왕권 쟁탈전이 일어나게 됩니다. 태조왕건 이후로 방영될 <제국의 아침>에 이 사건을 다루게 될텐데요. 아무래도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정종, 혜종에 이어 왕이 된 광종이 주인공이 될테지요. 이렇게 피튀기는 왕위쟁탈전의 불씨를 제공하고 죽은 태조 왕건.
드라마에서 성인군자의 모델로 비쳐지고 있는 (아무래도 이런 인물들이 앞으로 많이 나와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태조왕건의 새로운 모습을 비교하면서 보는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